비화하는 불새

                                                                              -황지우-

                                                       

 

 

 

나는 그 불 속에서 울부짖었다.

살려 달라고

살고 싶다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불 속에서 죽지 못하고 나는 울었다.

 

참을 수 없는 것

무릎 꿇을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을 나는

인정했다.

나는 파드득 날개 쳤다.

 

명부에 날개를 부딪치며 나를

호명하는 소리

가 들렸다. 나는

무너지겠다고

약속했다.

 

잿더미로 떨어지면서

잿더미 속에서

다시는 살(肉)로 태어나지 말자고

부서지는 질그릇으로

 

날개를 접으며 나는

새벽 바다를 향해

날고 싶은 아침 나라로

머리를 눕혔다.

 

 

 

일출을 몇 시간 앞둔 높은 창을 향해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현실비판적, 저항적

특성

① 상징적 시어를 사용하여 현실 상황을 암시적으로 나타내고 있음.

② 의도적인 시행의 배열로 시적 의미를 드러냄.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불 속 → 자유의 억압, 거짓의 강요, 고문의 현장

* 죽지 못하고 나는 울었다 → 죽을 수조차 없는 극한의 고통

* 참을 수 없는 것 / 무릎 꿇을 수 없는 것 → 저항해야 할 불의와 거짓

* 인정했다 → 불의와 거짓에의 굴종

* 나는 파드득 날개 쳤다 → 살기 위해 몸부림침.

* 명부에 날개를 부딪치며 → 죽을 것 같은 고통

* 명부에 ~ 약속했다

   → 체언과 조사의 분리와 비정상적인 시행 배열을 통해 고문의 고통으로 흐릿해진 의식을 표현함.

* 잿더미 → 정신적인 죽음의 상태

* 살 → 유한의 생명체

* 날개를 접으며 → 저항의 포기

* 날고 싶은 아침 나라로 → 자유로운 세계

* 머리를 눕혔다. → 마음 속으로 소망함.

* 일출 → 재생의 시간

* 높은 창 → 취조실의 창문

 

제재 : 불새

화자 : 불새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억압으로부터 벗어나서 혼만이라도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기를 소망하는 이

주제구속와 억압, 폭력으로부터 벗어난 삶에 대한 동경과 소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자유의 억압과 고통의 몸부림

◆ 2연 : 폭력에의 굴종과 생존의 욕망

◆ 3연 : 극한의 고통과 생존의 욕망

◆ 4연 :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

◆ 5연 :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배경은 1960, 1970년대의 가혹한 군사 독재 시절로, 독재 정권에 항거하던 많은 지식인들과 학생들이 정권의 폭압으로 고통을 받던 시기이다. 이 시의 시적 화자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시 속에서 그는 정보 기관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 독재 정권의 엄청난 폭력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무너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억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육신에서 벗어나서 혼만이라도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기를 소망한다. 시적 화자는 이런 소망을 스스로 향나무를 쌓아 불을 피워 타 죽고 그 재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불새'라는 대상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시적 화자는 이를 통해 육신의 패배를 극복하고 정신의 승리와 재생을 소망하는 것이다.

서정적 자아는 모진 고문 속에서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을 포기한다. 3연에서 의도적인 행 배열을 통하여 자신의 흐려지는 의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시의 서정적 자아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까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연에 나오는 '아침 나라로 머리를 눕혔다'라는 시구는 이런 소망을 반영하고 있다. 서정적 자아는 독재 권력으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 이런 자신을 제 몸을 불 속에 던져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불사조에 비유했다. 서정적 자아의 육신은 뜨거운 불 속에서 '잿더미'로 변하지만 자유를 그리는 영혼은 '새'가 되어 비상하고 싶어한다.

 

문학 비평가 김현의 말처럼 황지우의 초기 시는 그가 매일 보고 듣는 사실들, 그리고 만나서 토론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시적 보고서이다. 그의 다양한 형식의 보고서들은 삶의 다양성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 그것들을 해석하는 해석자의 세계관을 은연중에 노출시킨다. 4연에서 화자의 의식이 '다시는 살로 태어나지 말자고 / 다시는 태어나지 말자고' 다짐하는 구절이 있는데 살아 있는 것이 고통인 극한 상황에서 나오는 절규이다.

이런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나고 죽는 것이 고통이라고 한다.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시대에 원효가 사복의 어머니 장사를 지내면서 "나지 말지어다, 그 죽음 괴롭도다, 죽지 말지어다, 그 태어남 괴롭도다"라고 말하니까 사복이 말이 번거롭다고 다그쳤다. 그래서 원효가 다시 '죽는 것도 사는 것도 괴롭도다'로 말을 맺었다는 것처럼 이 시를 읽으면서 생명 있는 존재로 태어나 사는 것이 어려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 시인의 처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 연루되어 고문을 받은 시인의 시에 일관되는 것은 정치적 폭압에 대한 저항과 그 방법으로 선택된 시형식의 파괴이다. 그가 체험한 현실은 감시와 폭력과 살육이 자행되는 어둡고 절망적인 것이다.

불새의 죽음과 재생

은유적 병치

시인의 처지

불속

고문

퍼드득 날개를 침

참을 수 없는 모욕과 고통

명부에 날개를 부딪힘

죽음과도 같은 고문과 취조

날개를 접음

신념의 꺾임 혹은 죽음

일출을 앞둔 높은 창

재생

 

◆ 불새의 전설

이집트에서 불새(Phoenix)는 아라비아에서 살며 500년마다 태양신의 도시인 헬리오 폴리스에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불새는 생명이 종말에 가까워지면 향기나는 나뭇가지로 둥지를 틀고 거기에 불을 태워 죽는다. 그러면 거기서 새로운 불새가 탄생하고 죽은 시해(시해)의 재를 몰약구(몰약구)에 넣어 헬리오 폴리스 태양신의 신전에 매장하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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