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하여

                                                                              - 신경림 -

                                                       

 

 

 

땅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너는

나무에 잎을 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때로는 땅갗을 뚫고 솟거나 산기슭을 굽돌아

샘이나 개울이 되어 사람을 모아 마을을 만들고

먼 데 사람까지를 불러 저자를 이루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심술이 나면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물고 할퀴어

나무들 줄줄 피 흘리고 상처 나게 만들고 더러는

아예 뿌리째 뽑아 들판에 메다꽂는다.

마을과 저자를 성난 발길질로 허물고

두려워 떠는 사람들을 거친 언덕에 내팽개친다.

하룻밤 새 마음이 가라앉아 다시 나무들 열매 맺고

사람들 새로 마을을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좇아 만들고 허물고 다시 만들면서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까지도 끝내는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상징적, 참여적, 주지적, 비유적

표현 : 대상에 대한 의인화 및 예찬적 어조

              사물(비)의 속성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창조함.

              비의 속성과 비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관찰자적 시각으로 제시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땅에 스몄다가 ~ 열매를 맺는다. → 대지의 생명을 자라게 하는 비(①의 주체-비)

    * 땅갗 → 땅의 살갗(표면)

    * 때로는 땅갗을 ~ 이루기도 하지만

         → 샘이나 강을 이룬 비는 그 주변에 인간의 삶의 터전을 만들어 줌.(②문명 형성의 주체)

    * 그러다가도 ~ 내팽개친다. → 분노에 찬 비가 세상을 파괴하는 모습(③파괴의 주체, 분노의 역사)

    * 하룻밤새 ~ 만들게 하는 너를 보고 → ④평화의 주체로서의 비

    * 사람들 → 선량하고 이름없는 민중들

    * 사람들은 하지만 네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 비의 파괴적 속성을 알면서도 비를 신뢰함.  역사에 대한 민중들의 끝없는 신뢰

    *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 역사

        → 핍박과 고통의 역사.   역사 속에서 핍박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역사를 신뢰함.

 

제재 : 비('역사' 상징)

주제역사에 대한 민중의 신뢰 (이 신뢰는 역사의 주체가 민중들 자신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됨.)

 

   [시상의 흐름(짜임)]

◆   1 ~   2행 : 생산(생명)의 주체

◆   3 ~   5행 : 문명창조의 주체

◆   6 ~ 11행 : 파괴의 주체(분노하는 역사)

◆ 12 ~ 13행 : 생산과 창조의 주체로 회귀함.

◆ 14 ~ 17행 : 핍박과 고통의 역사까지도 신뢰하는 민중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비'의 속성과 '비'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관찰자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는 생산의 주체이자 문명을 일구는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때로는 사나운 모습으로 돌변하여 자연과 인간의 문명을 무자비하게 파괴한다. 이러한 '비'의 속성은 역사를 상기시키며, 따라서 비를 신뢰하는 인간은 역사를 신뢰하는 민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는 표현상 평이한 비유와 서술적인 문체로 씌어져 있지만, 상징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해석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시의 제재인 '비'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역사를 추동해 간 주체, 즉 민중을 상징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라는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혁명과 항쟁의 주체로서의 민중의 모습이다. 그것은 비의 파괴적인 속성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중의 파괴적인 모습은 세계에 대한 부정과 선성(善性)에 대한 역리가 아니라 대지의 생명을 기르고 문명과 공동체의 역사를 싹틔운 창조적 본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지 곧장 자신의 본성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인은 비를 의읜화하여 역사를 선도하는 민중의 창조적 역량에 대한 찬탄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 다른 관점의 해석

이 시는 표현상 평이한 비유와 서술적인 문체로 되어 있지만, 상징 구조를 지니고 있어 해석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14~17행을 통해 이 시의 제재인 '비'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역사를 주동해 간 주체, 즉 민중을 상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너보다도 더 사나운 발길질과 주먹질로 할퀴고 간 역사'라는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혁명과 항쟁의 주체로서의 민중의 모습이다. 그것은 6~11행에서 비의 파괴적인 속성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중의 파괴적인 모습은, 민중의 파괴적인 힘은 세계에 대한 부정과 선성(善性)에 대한 역리(逆理)가 아니라 대지의 생명을 기르고 문명과 공동체의 역사를 싹틔운 창조적 본성(1~5행)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12~13행에서 민중은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자 곧장 자신의 본성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인은 비를 의인화하여 역사를 선도하는 민중의 창조적 역량에 대한 찬탄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 속에서 자연 현상인 '비'가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 의미화되어 나타나는지를 파악해야만 한다. 시인은 '비'라는 사물이 지닌 속성에 특히 주목한다. 비는 땅에 스몄다가 뿌리를 타고 올라가 꽃과 열매를 탄생시킨다. 그것은 곧 생산과 창조의 주체로서의 비의 모습이다. 또한 비는 샘이나 개울을 이루어 마을을 만들고 시장을 만든다. 그것은 곧 문명 건설의 주체이자 공동체 형성의 주체로서의 비의 모습이다. 또한 비는 때로 홍수를 이루어 세상을 난폭하게 파괴한다. 그것은 곧 착취와 억압의 역사 속에서의 혁명과 항쟁의 주체로서의 비의 모습이다. 결국 이 시에서 '비'는 역사 창조의 주체로서의 '민중'을 상징한다.

*출처 : 패싱코드 언어영역 문학편(두산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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