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 -
영화사회학

                                                                              - 유하 -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 마리

물난리의 북새통을 틈타 서울 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수재(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한순간 바람 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 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 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 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드가?

 

               - <무림일기>(1995) -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현실비판적, 참여적, 성찰적

표현 : 마지막 행을 의문형으로 종결하여 주제에 대한 여운을 남김.

              영화의 상황을 현실의 상황에 접목시켜 주제를 강조함.

              보여주기를 통해 독자가 주제의식을 파악하게 하는 수법

              연민과 자조의 정서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부제인 '영화사회학'은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탐구하고자 한다'는 의미임.

    * 1 ~ 2행 → 간접화법(자신이 직접 본 일이 아니라 텔레비전에 의해 알게 된 사실임을 강조함.)

    *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 내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 자유가 없는 표범에 대한 연민

    * 빠삐용 → 영화 '빠삐용'에서 자유를 찾아 높은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인물

    * 폐허의 산속 → '도시'의 비유

    *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 탈출하지 않고 안전을 택한 우리 속 표범에 대한 비유

    * 드가 → 영화에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 자유를 포기하는 인물

    *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 욕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임.

    * 드가 같은 마음 → 자유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마음

    * 동물원 같은 공간 → 안전하지만 자유가 없는 공간

    *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 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 드가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화자

    * 사살 당한 표범의 시체 → 자유를 택한 결과

    * 거봐, 결국 죽잖아! →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사실의 확인과 안도감

    * 2연 → 텔레비전에 의해 사고를 지배당하는 자신에 대한 깨달음

 

화자 : 우리 속 표범과 감옥 속 드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

주제텔레비전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

             자유를 포기하고 길들여진 삶에 대한 풍자

           참다운 인간적 삶의 의미에 대한 조명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대공원을 탈출한 표범에 대한 텔레비전 보도를 보고 빠삐용과 드가를 연상함.

◆ 2연 : 텔레비전이라는 우리 속에 갇힌 자신을 깨달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우리에 갇힌 표범에 대해 연민을 갖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생각까지 지배당하는 자신을 깨닫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사회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이 시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현대인의 자화상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 <빠삐용>은 1973년 작품으로, 프랭클린 J. 시프너 감독, 원작 앙리 샤리엘. 빠삐용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참혹하고 무서운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끝내 인간으로서의 고귀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탈옥을 시도한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 드디어 탈출에 성공하여 남아메리카에 표착, 자유인으로 여생을 보낸다. 실화를 각색한 영화이며, 한국에서는 1974년에 개봉했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빠삐용은 프랑스령인 남미의 섬 가이아나로 향하던 중 죄수 수송선에서 드가를 만난다. 위조 지폐범인 드가와 빠삐용은 끔찍하고 힘든 나날을 이겨나가며 탈출 계획을 세운다. 빠삐용은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붙인 검사에 대해, 드가는 자신을 배신한 아내를 향해 복수심을 품고 탈출을 준비한다. 어느 날 빠삐용은 간수에째  구타당하던 드가를 구하려다 첫번째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그만 실패하여 독방에서 2년의 세월을 보낸 빠삐용. 드가와 빠삐용은 다시 탈출을 시도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콜럼비아에 겨우 도착하지만 수녀원장에게 속아 붙잡힌다. 세인트 요셉의 독방에서 5년을 보낸 그들은 또다시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상어떼가 득실거리는 악마의 섬으로 보내진다. 끝까지 자유의 꿈을 버리지 않은 빠삐용은 이곳에서 다시 탈출하려 하지만 지친 드가는 그를 따라가지 않는다. 야자 열매를 채워 물위에 떠오르게 만든 자루를 안고 빠삐용은 깊은 물속으로 뛰어내린다. 드가는 멀리서 자유를 찾은 빠삐용을 멍하니 바라본다.

 

◆ 참고 : 영화사회학(film sociology)

일반적인 사회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사회학은 영화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연구를 다룬다. 한 나라의 사회 구조는 영화의 제작, 배급에서 관객의 관람행위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화사학자들은 영화의 사회적 기능을 순수한 선전으로서의 기능, 사회적 가치 확립의 기능,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기능으로 나누어 파악하고 영화사를 서술해 나가는데, 영화사회학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 정치적 반영 및 효과와, 뉴스나 정보 등의 교육적 기능, 그리고 대중오락으로서의 기능에 관하여 연구한다. 영화사회학 연구의 기원은 발라즈의 <시각적 인간과 영화문화>로 본다. 발라즈는 이 글에서 영화에 의해 새로운 시각적 인간이 태어난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묘사하였으나, 인쇄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정신과 영혼의 표현이 언어로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표현할 수 없었던, 따라서 좁아졌던 인간 정신의 세계를 20세기의 영화를 통해 회복,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1936년에 발표한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사진과 영화를 복제예술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복제예술이란 기계적인 수단에 의해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며, 원본과 복제본의 구본이 있을 수 없는 예술로, 과거 지배계급에 독점적이었던 예술의 향수를 일반 대중에까지 확대시켰으나, 예술의 질적인 성격을 변화시켰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영화가 지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사회와 인간의 사유방식에 연관시켜 설명한다. 즉, 소설은 근대의 개인주의적 사유방식에 대응하는 장르이고, 영화는 고대의 집단적 사유방식에 대응하는 장르로 보는 것이다. 근자에 이루어지는 실제적인 측면의 영화사회학은 영화산업과 그에 관련되는 자본, 정치, 대중의 관계와 영화가 사회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이 때문에 경제학, 심리학, 정치학 등의 관점을 통합하여 새로운 독자적인 방법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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