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법

                                                                              - 정호승 -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1997)-

 

해           설

주제물질적인 유혹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밥'을 통해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는 시로, 여기에서의 '밥상'은 물질적으로 충족된 삶, 또는 물질적 유혹을 의미한다. '밥상 앞에 / 무릎을 꿇지 말 것 → 굶어서 가벼워질 것 → 입을 없앨 것'과 같이 점층법을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물질적인 만족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삶의 가치를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왼손잡이는 말합니다. 밥 먹는 손이 왼손이면 안 되나요? 환경운동가가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알아도 먹다 남긴 음식이 자연을 상하게 한다는 건 배워도 잘 몰라요! 저도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나이마다 다르다고. 흘리면서 먹다, 놀면서 먹다, 시간 내서 먹다, 눈치 보며 먹다, 누워서 먹는다고.  마흔이 넘도록 여전히 젓가락질하는 것도, 혼자 밥 먹는 것도, 굶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만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참된, 밥 먹는 법, 도(道)에 이르는 길입니다.       -정끝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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