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의 인상화

                                                                              -  윤동주  -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띤 손을 잡으며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 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해          설

[개관정리]

표현

    * 수미쌍관식 구성

    * 대화체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 살아가면서 장차 아우가 겪어야 할 현실적 시련이 안쓰러워 하는 질문

   * 사람이 되지 → 천진난만한 아우의 모습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현실인지를 모르고 하는 대답

   * 설은 → 제대로 익지 아니한(설익은), 어설픈

   * 슬픈 그림

       → 실제로 슬픈 것은 아우가 아니라 서정적 자아 자신이다.  

           아우에게는 아직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 있지만, 화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것을 이미 상실함.

 

주제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의 어려움

서정적 자아 : 체험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현실인가를 체득한 인물.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 부끄러움없이 떳떳한 삶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한 인물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한국 현대시 400선 -양승국 저-

이 시는 연희 전문학교에 입학하던 1938년에 쓴 작품으로 어느 날 밤, 형인 화자가 아우와 나누었던 대화를 소재로 하여 삶의 우수(憂愁)를 노래하고 있다. 언뜻 보면 뛰어난 문학적 기교도 없고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도 담겨 있지 않은 평범한 작품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이 시는 윤동주가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가늠케 해 주는 열쇠 구실과 함께, 일제 치하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 앞에서 어떤 시를 쓰게 될지 알게 해 주는 나침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시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2·3·4연에서 형제가 주고받는 몇 마디 대화와 동작뿐이며, 나머지 1·5연은 아우의 얼굴에서 느낀 화자의 슬픔을 변주하여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즉,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라는 화자의 질문에 아우는 '사람이 되지'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이러한 아우의 말에 대해 화자는 '진정코 설은 대답'이라고 여기며, 아우의 순진성을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에게서 슬픔을 느낀다. 이것이 이 작품의 전부이다. 그러므로 이 시를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형제가 나누는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화자가 아우에게서 '슬픈 그림' 같은 모습을 발견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십일 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온 화자이지만, 그가 삶에 대해 갖는 태도는 다분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자식으로, 그것도 한 많은 만주 유이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민족의 아픔을 맛보면서 남다른 민족 의식과 각별한 신앙심을 키우며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바로 이런 점에서 자신의 이상과 암울한 현실 사이에서 빚어지는 온갖 갈등을 겪으며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배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신의 행복을 위해 양심을 버리는 부끄러운 삶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직한 인간으로서 양심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몸소 체험으로 터득하게 된 화자로서는, '자라서 무엇이 되려니'라는 물음에 '사람이 되지'라고 쉽게 말해 버리는 어린 아우의 대답이 여간 불만스러운 게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스런 아우가 어른이 되기까지 겪어야 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알고 있는 화자는 그 순진 무구한 아우의 대답을 듣고, 다시금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 때, 아우의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어리어' 있음을 발견한 화자는 그의 얼굴에서 '슬픈 그림'을 떠올린다. 다시 말해, 달빛에 젖은 아우의 얼굴이 화자의 눈에는 마치 '슬픈 그림'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실제로 슬픈 것은 아우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이다. 아무런 걱정거리 없이 행복하게 생활하는 아우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의 유년을 찾곤 하던 화자로서는 아우가 자라면서 상실할 수밖에 없는 그 행복과 순진 무구함이 더할 수 없이 슬프게 느껴지게 된 것이라 하겠다.

이 시는 암울한 식민지 치하에서 온갖 고통을 극복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인이 어린 아우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순진 무구함과 행복스런 모습을 발견하지만, 자신이 소망하는 성실한 인간으로 성장하며 겪어야 할 아우의 고통을 생각하며 괴로움에 빠지는 진지함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시인의 비극적 자기 인식이야말로 투철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올곧은 삶을 살고자 했던 참 신앙인으로서의 철학적 산물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삶의 자세가 바로 그로 하여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완벽한 삶을 살게 해 준 버팀목이 되었음은 물론, 그러한 삶이 표출된 훌륭한 시를 다수 창작해 내게 함으로써 우리 시문학사에 '위대한 시인'이라는 수식어로 그의 이름을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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