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의 땅(1981)

-조정래-  

◆ 소설 읽기  

● 줄거리

주인공 만석은 최씨 문중에서 대대로 머슴살이를 해 온 상인 신분의 인물이다. 그는 최씨 문중에서 어릴 때부터 받아온 천대에 대해 증오의 불길을 태우며 성장했고, 그러한 최씨 문중에 복수를 하겠다고 한을 품고 성장한다.

6.25가 일어나자 그는 고향에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어 지주들의 처형에 앞장을 선다. 어릴 때 받았던 서러움과 한을 풀기 위하여 양반 지주들에게 죽창을 들고 설쳐 대며 피바다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맹에 가담한 아내 점례가 인민군 대장과 간통하는 현장을 목격한 만석은 그들을 총으로 쏘아 죽인 후 고향을 떠난다. 이로 인해 만석의 부모와 세 살된 아들은 인민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후 만석은 쫓기는 몸으로 공사장을 전전하다 순임이와 재혼하여 철수라는 아들까지 얻게 된다. 그러나 그 아내 역시 젊은 남자와 도망을 쳐 버리자 그는 늙고 병든 몸으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유랑의 신세가 된다.

자학과 혹사로 병을 얻은 만석은 아들 철수를 고아원에 맡기고 30년 만에 다시 고향을 찾지만 그곳에서 그를 맞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결국 고향은 그를 용서해 주지 않았고, 그는 반쯤 남은 정종병과 헐어빠진 가방을 안고 고향의 강물에서 목숨을 끊는다. 그의 시체를 돌보아 줄 사람은 없었다.

● 인물의 성격

◆ 만석 → 이 글의 주인공이며, 최씨 문중에서 머슴살이를 한 상인 신분의 인물이다. 지주들에게 한을 품고 6.25때 양반 지주를 무참히 죽이나, 결말 부분에서 고향의 강물에 빠져 죽는 비극적 인물임.

◆ 점례, 순임, 철수 → 그의 두 아내와 아들임.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가 조정래가 문단에 나온 이후 20여 년간 줄기차게 추구해 온, 국토의 분단이 빚은 민족의 비극을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유형의 땅'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분단된 이 땅에서 벌어진 비극상은 바로 유형의 고장 그 자체임을 나타낸다. 특히 여기서 '땅'의 상징성은 민족과 국토의 분단으로 인한 한 인간의 원초적 생존을 지탱해주는 영원성과 모태성 그리고 동질성 회복을 의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봉우리를 이루는 토대가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특징이 있다. 이 작품에서의 한국전쟁은, 그 이전의 신분적 격차가 전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의미를 던진다. 이것은 한국전쟁이 봉건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하나의 혁명의 의미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즉, 주인공 만석의 입장에서 전쟁은, 정치 이념의 대결장이 아니라 계급적 불평등에 대한 역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전쟁이 나자, 만석은 양반 후예의 그늘에서 천대받고 살았던 것에 대한 증오심을 마음껏 발산하게 되며, 그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었다.  

한풀이와 한맺힘 → 전쟁은 만석에게 대를 이어 온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화풀이의 마당이 전개된 것이다. 최씨 문중의 씨를 말리기 위해 혈안이 된다. 만석의 아버지는 한풀이는 또 다른 한을 맺게 하여 끝없이 되풀이되는 증오만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알고 만류하지만, 만석은 곧이 듣지 않는다. 그러나 만석의 이러한 한풀이는 그 이후의 만석의 삶을 제약함으로써 또 다른 한의 맺힘으로 나타나게 된다. '노동판'으로 상징되는 그의 30년 세월은 정상적인 가정도 꾸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정처없는 유랑의 삶이었다. 이러한 결핍의 양상이 바로 이념 대립의 결과가 빚어 낸 현실적 모습인 것이다.    

주인공이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고향에 가려고 한다. 정상적인 삶의 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 고향 회귀는 죽음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도망쳐 나온 삶에 대한 청산이 필요한 것이었다. 증오의 눈빛 말고는 그를 반겨줄 그 누구도 없는 고향이지만, 황서방을 생각하며 고향에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죽었고, 허망한 마음에 결국 투신함으로써 그의 아픈 과거를 묻어 버린 것이다. 만석의 한은 죽음과 함께 영원히 남고 말았다.

한국 전쟁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한으로 남아 있다. 아픔을 안고 사는 자들은 여전히 살아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지나간 일쯤으로 여기고 잊어 버리고자 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젊은 사내의 시각을 통하여 작가는 현대인의 한국 전쟁에 대한 시각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 사내는 죽은 사람이 어젯밤 자신과 대화를 나눈 노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석의 시신을 모른 체한다. 이유는 성가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지난날의 아픔을 들추어내고 그것의 치유를 위해 무언가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성가신 일로 여겨 덮어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적당히 조서를 꾸미고 거적을 덮어 버리듯, 지난 역사를 지금의 편의대로 묻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중편소설

◆ 배경 : 6.25전쟁과 그 후의 사회 현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민족 분단이 빚은 한 인간의 처절한 삶

◆ 출전 : <현대문학>(1981. 10)에 발표되어, 제27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함.

● 생각해 볼 문제

1. 제목을 '유형의 땅'이라고 붙인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자.

⇒ 한국 전쟁으로 인한 이 민족의 삶은 한풀이와 한 맺힘으로 점철된 처참한 것이었다. 따라서 조국은 '저주 받은 땅'이요, 그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저주받은 인물들이 사는 이 땅이야말로 유형지 그것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다.

2. 만석이 투신한 다리의 공간적 의미를 생각해 보자.

⇒ 그 다리는 옛날의 나루터였다. 그 나루터는 고향으로 가는 길목이며, 그가 30년 전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던 지점이었고, 자신의 삶을 이해해 주던 황서방이 살던 곳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역사적 의미가 온전히 배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만석이 그 곳에서 죽음을 결행한 것은, 과거와의 참담한 만남 끝에 그 과거를 청산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그 지점에서 비극을 맞고 있는 것임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러나 저러나 만석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인물임이 부각된다.

3. 만석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 봉건적 신분 질서를 깨뜨리는 새롭고 발전적인 혁명이라 보고 있다.

4. 만석이 노동판에서 전전하게 되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력은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으며,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었을 때, 결코 정상적인 삶이 허용되지 않은 채 삶이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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