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시집(1955)

-장용학-  

◆ 소설 읽기  

● 줄거리

서(序) → 동굴 속에 갇힌 토끼가 빛을 찾아 밖으로 나왔을 때, 강렬한 햇살에 실명한다는 우화이다.

상(上) → 동호의 내적 독백 : 나(동호)는 의용군으로 6.25에 참전했다가 미군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힌 후, 이제 막 그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인물이다. 나는 회상에 잠긴다. 2년 전 인민군 신분으로 미군과 싸웠다. 어느 일요일, 미군을 습격하다 붙잡히고 만다. 반공 포로로 수용소 생활에서 풀린 나는 누혜 어머니가 있는 산속의 하꼬방에 정착한다.(누혜는 전쟁에 같이 참전했으나 이미 수용소에서 자살한 뒤이다) 누혜의 어머니는 고양이가 잡아 온 쥐를 먹으며 목숨을 연명해 왔다. 노파는 실낱같은 목소리로 누혜를 부르며 죽어간다.

 ◇ 중(中) → 누혜의 죽음과 그 동기가 '나'의 추억과 분노 속에 표현된다. 누혜는 수용소 내의 비인간적 살인에 대해 절망을 느끼고 죽음을 통해서 마지막 위로와 안식을 택한다. 그의 시체는 '인민의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혀 눈알이 뽑힌다.

하(下) → 누혜가 쓴 회상 형식의 유서이다. 그는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이고자 했다. 해방이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인민의 벗이 되었으나 살육의 현장에서 그는 절망한다. 그런데 포로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찾은 착각에 빠진다. 노예의 생활 속에서 자유의 새로운 맛을 본 느낌이다. 그러나 자유도 욕망의 대상이란 점에서 인간 정신에 대한 하나의 구속이므로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으로 판단한다. 그리하여 실존적 삶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자유가 죽는 데 있었다. 누혜는 드디어 마지막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다.

※ '나'를 통한 '누혜'의 이야기 - 대학에서 진화론의 강의를 들은 누혜는 두 개의 세포로 분열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때까지 그는 생산없는 순수를 지향한 시인이었다. 인민의 벗이 되려고 공산당에 들어간 그는 인민의 적을 죽여 인민을 만들어 내는 벽을 뚫을려고 전쟁에 자원한다. 그러나 그는 포로가 된다. 내가 누혜를 만난 것은 섬으로 옮겨진 후의 일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남을 죽이고 남을 죽여야 자신이 살 것만 같은 생존을 위한 전쟁이 한창인 남해의 고도에는 붉은기와 푸른기가 맞서서 휘날린다.

이러한 살벌한 상황 속에서도 누혜는 여전히 꿈을 꾸면서 산다. 급기야 인민의 영웅이었던 그는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혀 감나무 아래로 불리어 간다. 집단 구타를 당한 뒤에 그는 수용소에서 사상과 계급 그리고 인민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살인행위에 반항한다. 그는 자유의 구속을 느낀다. 포로의 노예적인 생활에서 자유인의 모습을 보지만 그것도 자유인이 아니라 자유인의 노예임을 느낀다. 자유라는 구속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그는 철조망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누혜의 유서에 나타나 있는 그의 성장과정은 유난히도 외로움과 고독의 연속이며 그는 이율배반 속에서 어물어물하면서 지내는 자신의 모습에 번민을 한다. 누혜가 죽자 나는 해안선으로 가서 자유를 가져올 배를 기다리며 수용소 생활에서 풀린 뒤 누혜 어머니가 있는 산속 하꼬방으로 중풍에 걸린 그녀를 찾아간다. 노파는 기아와 중풍에 시달려 쥐를 날 것으로 먹는다. 나는 노파의 그런 모습에 침을 뱉고 싶지만, 죽은 누혜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여러 가지 망상에 사로잡혀 어느 역사가 창조의 길이고 혹은 멸망의 길이며 어느 쪽으로 흐르는 시간이 과거이고 혹은 미래인가 자문자답한다. 산다는 것이 죄라고 생각한 나는 누혜와 노파 그리고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과연 내일 아침에도 해가 동산에 떠오를 것인가 반문한다.

● 인물의 성격

◆ 나(동호) → 이 작품의 화자로, 의용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서 누혜를 만난다. 우유부단하고 사변적이며 자의식이 강한 청년이다. 수용소에서 풀려 난 후 친구 '누혜' 모친의 임종을 맞는다.

◆ 누혜 → 동호가 수용소에서 만난 인물. 이북에서 내려온 인민군으로 공산주의 신봉자이다. 의용군이 아닌 괴뢰군으로 전쟁에 뛰어든 청년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를 찾으려고 했으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동족을 처절하게 살해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끼며 결국 죽음만이 자유의 길임을 확신하고  자살하는 동적인 인물임. 그 '무엇'이 나타나기 위해 죽어야 했던 '요한'적 존재로 부각되어 있다.

● 구성 단계

◆ 기 : 토끼의 우화를 통해 전체의 내용을 암시

◆ 상 : 누혜의 친구인 동호가 내적독백을 통해 6.25의 체험을 드러냄.

◆ 중 : 누혜의 죽음과 동기를 동호가 상상적으로 인식

◆ 하 : 누혜의 유서 내용이 소개되면서 그의 실존적 고통이 밝혀짐.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가가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그 영향을 받아서 쓴 것으로 관념성이 농후한 실존주의적 경향의 소설이다. 전쟁 포로인 누혜가 철조망에 목을 매고 자살하기까지의 삶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무엇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소설의 중심 과제는 '자유'이다. 자유는 '참다운 것을 위해 겪어야 하는 또 하나의 구속'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성서에 나오는 '요한'에 비유하였다. 즉 '예수'의 출현을 위해 죽어야 하는 존재가 요한이었듯이, 자유란 찾아올 그 무엇을 위해 견뎌야 하는 고통이다. 자유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목적을 위한 희생이란 뜻이다.

토끼의 우화와의 관련성 →누혜의 유서에 나타난 삶과 밀접히 대응된다. 동굴 속의 삶은 '주어진 대로 사는 삶'이며 토끼가 어느 날 깨달은 것은 '실존적 자각'이다. 누혜도 서서히 세상의 벽을 깨닫고 그 벽을 뚫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다. 그는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갇히는데 그곳 역시 이데올로기를 빙자해서 온갖 만행이 자행되며 그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 그는 외로움과 절망을 느끼고 마지막 탈출을 시도한다. 그것은 자살로 '실현'된다. 그러므로 토끼가 바깥 세상의 빛에 의해 눈이 멀고 죽음에 이르는 것은 누혜가 진정한 자유가 없음에 절망을 느끼고 자살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의 실존적 선택이다. 인간은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이념을 준비하고 전쟁을 일으켰으나, 결국 그 전쟁으로 인해 희생되었을 뿐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실존 그 자체일 뿐, 신이니 자유니 하는 인위적인 것들은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신과 자유는 결국 또 다른 구속이요 벽일 뿐이다.

공간의 상징성 → '섬'으로 표상되는 한계상황, 누혜의 어머니가 갇힌 듯이 사는 빈민굴의 한계상황, 그 한계상황을 단적으로 표상하는 철조망, 그 철조망 너머의 넘실거리는 해안선 등이 그것이다. 섬과 철조망의 의미는 구속이고, 철조망 밖 바다는 자유이다. 그러나 그 자유로 말미암아 자신의 부자유를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자유를 희원하면 할수록 구속감은 절실해진다. 일상적 자유라고 하는 것은 이렇듯 부조리한 것이다.

지식인의 이데올로기적 고민을 일종의 우화적 수법으로 제시한 작품으로, 전후 최초로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던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적지 않은 작품이기는 하나, 지나친 관념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실존주의적 경향의 소설

◆ 배경 : 6.25 전후 포로 수용소를 중심으로 함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중심으로,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부분적으로 사용됨.

◆ 특징 : 실존주의적 경향, 우화의 삽입, 사변적이고 잠언적 문체

◆ 주제 극한 상황 속에서의 실존적 자각

             자유의 본질과 죽음을 통한 자유의 추구

◆ 출전 : <현대문학>(1955)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철조망'의 의미를 실존주의 철학과 관련하여 해석해 보자.

⇒ 철조망은 '여기'를 '저기'와 차단하는 경계이다. '여기'가 구속이라면 '저기'는 자유이다. 만약 '저기'가 없었다면 '여기'를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의 불행은 여기에서 싹튼다. 그러면 '저기'를 향한 몸짓을 거두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저기'가 있는 한 끝없이 가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저기'는 결코 이를 수 없는 곳이며, '저기'의 초입은 '여기'의 끝과 맞닿아 있다. 그것을 한계상황이라고 한다. 철조망은 한계상황을 의미한다. 자유의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이며, 구속의 섬을 벗어나는 지점이다. 바다를 향한 열망은 결국 철조망에 걸리고 만다. 누혜는 거기에서 목을 매 죽는 것이다.

2. 우화의 상징성에 대해 말해 보자.

⇒ 토끼는 어둠 속에서 '빛'을 보게 되자, '영원한 어둠'에 빠지고 말았다. 실존철학으로 말하면, 어둠은 구속이고 빛은 자유이다. 자유를 알고 나면 그 자유 때문에 구속되는 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이 우화는 이런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3. 누혜의 어머니를 목졸라 죽이는 화자의 심정을 추리해 보자.

⇒ 인간은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누혜의 어머니는 그런 면에서 참다운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한계적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도 그만큼 강하다. 동호는 인간의 가장 참혹하고 열등한 모습을 누혜의 어머니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동호를 포함한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동호는 그런 인간의 모습에 혐오감을 감추지 못한다.

4. 작중 화자인 '나'가 바라보는 '자유'의 의미를 해석해 보자.

⇒ 자유는 무거움이요, 또 다른 구속의 길이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자유를 죽여야만 한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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