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로(歷路)(1946)

-채만식-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기차 시각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서울역에 나왔다. 거기서 친구 김 군을 만났다. '나'는 성질이 고지식한 편이지만 김 군은 넉살이 좋은데다 요령꾼이다. '나'는 사흘씩이나 여행 준비를 했지만, 그는 불과 몇 분만에 웃돈을 얹어주고 차표를 사 온다.

비좁은 열차 안에서 젊은 사람과 늙은 농민이 언쟁을 벌인다.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청년은 토지개혁을 하여 도지 안 무는 자영농 시대의 도래와 평등한 세상이 올 거라며 농민을 설득하지만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 신사가 끼어들어 공산주의는 나라 망치는 지름길이라며 미국식 민주주의를 역설한다.

열차가 천안에 이르자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월급쟁이가 쌀 보퉁이를 차창으로 들이밀며 승차한다. 그는 지역마다 쌀값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경제 구조를 격앙된 어조로 비판하며 이념 논쟁에만 골몰하는 정치인을 비판한다. 청년과 시골 신사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다.

이윽고 기차는 대전에 도착하고, '나'와 김 군은 호남선으로 갈아타기 위하여 비 오는 새벽에 열차를 기다린다. 그러나 사람에 비해 객차는 턱없이 부족하여 곳간차 꼭대기에도 사람이 가득 찰 지경이다. 그때 좋은 객차 다섯 칸이 달려 나오고 거기에는 미군들이 한가로이 타고 있었다. 한 늙은이가 함께 타자고 애걸하지만 미군 병정은 무관심한 태도로 차 꼭대기를 가리킬 뿐이다. '나'는 음산한 정거장에서 언제 올 지도 모르는 기차를 민망히 기다리고 있다.

● 인물의 성격

◆ 나 → 고지식하고 소심한 인물. 현실에 대해 비판적임.

◆ 김 군 → 유들유들하고 넉살 좋고 처세에 능한 인물임.

◆ 잠바 청년 → 좌익 신봉자

◆ 농민 → 정치 문제에는 관심 없는 보통 사람

◆ 시골 신사 → 미국식 민주주의 신봉자

◆ 월급쟁이 → 민생 문제를 팽개친 정치 행태를 비판함.

● 구성 단계

◆ 발단 : 집안에 병자가 생겨 고향에 가려고 호남선 열차를 타게 됨.

◆ 전개 : 역에서 친구 김 군을 만나게 됨.

◆ 위기 : 열차 안에서의 좌 우익, 농민의 의견 대립

◆ 절정 : 쌀을 사기 위해 부산서 천안까지 온 월급쟁이의 현실 비판

◆ 결말 : 미군의 거만한 태도와 한 늙은이의 초라한 모습의 대비

● 이해와 감상

1946년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역로'란 지나가는 길이란 뜻인데, 해방 직후의 어수선한 사회상을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기차 여행을 통해 생생히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과 김 군의 성격 및 가치관의 차이, 동승한 여러 인물들의 정치적 견해, 특히 한 월급쟁이 젊은이의 절규 등을 살펴 가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작품은 채만식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삼월의 어느 날 오후 두 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여행 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여로형 소설이다. 단편 소설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해방 직후의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어떤 생각으로 현실을 살아가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나'와 김 군은 성격적으로나 살아가는 태도면에서 아주 대조적이다. 원칙대로 사는 '나'는 편의주의자인 김 군에게 여러모로 조롱당하고 있다. 열차 안에서의 인물들도 뚜렷하게 이념의 차이를 보여 준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할 만한 농민이나 월급쟁이는 국가의 체제나 정치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안정된 삶을 바랄 뿐이다. 등장 인물들이 정치인을 질타하며 민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는 것은 작가 정신의 대리적 표현일 것이다.

끝부분에서 미군의 특별 대우와 이 땅의 주인인 우리 국민이 푸대접받는 장면은 자못 아이러니컬하다. "사람은 없나 봐, …… 민족의 두령 재목은 아직 없는 모양야." 비는 오고 그들은 언제 올지 모를 기차를 기다린다. 언제 올지 모를 번듯한 조국의 모습을 기다리듯.

결국, 이 소설은 작가가 지닌 정치 의식을 소설의 형태로 변형한 셈이다. 광복을 맞아 다시 친일파가 득세해 가는 민족적 현실, 뒷돈 거래가 횡행하는 사회적 무질서, 자당(自黨)의 이익만을 부르짖으며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을 내 몰라라 하는 정치가들의 작태 ― 이런 것을 하나의 진풍경으로 그려 내고 있는 문학적 풍속도라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시간적 → 해방 직후

* 공간적 → 서울 → 대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관찰자 시점의 혼용)

◆ 특징 : 냉소적이고 비판적 어조

◆ 주제 해방 직후의 혼란스런 사회상

◆ 출전 : 『신문학』(1946)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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