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눈물(1980)

-전상국-  

◆ 소설 읽기  

● 줄거리

새 학년이 되어 편반이 끝나자 새로운 담임은 과학 교사답지 않게 적절한 비유까지 곁들어가면서 1년 간의 학급 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율'과 '공동 운명체'를 강조한다. 그리고 '나'를 임시 반장으로 임명하였다.  이것이 재수파의 리더인 '최기표'의 눈을 거슬리게 한 계기가 돼, 나는 강당 뒷편의 으슥한 곳에 끌려가 린치를 당한다.  기표는 병을 깨서 자신의 팔뚝을 그어 피를 핥도록 강요하였고, 나는 바지가 벗겨진 채 다섯 군데나 담뱃불로 지짐을 당하고는 그만 졸도하여 버린다.  그들은 이렇게 하여 나의 기를 완전히 꺾어 버린다.  나는 나에게 복수를 충동질하는 다른 아이들에게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고, 오히려 미리 당했다는 우월감으로 웃음까지 보일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가정 방문을 한 담임은 내가 계속 반장을 맡았으면 하였으나 나는 극구 사양하고 대신에 나와 1, 2등을 다투는 라이벌이면서 통솔력도 뛰어난 '형우'를 추천하였다.  담임은 나에게 반 전체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필요한 정보 제공을 부탁하지만, 그런 일도 '형우'가 잘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며 거절한다.

결국 담임은 형우를 반장으로 임명하고, 기표를 달래서 무력화시키기 위해 그를 부반장에 임명한다. 담임은 기표에 대해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도움을 주면서 자기의 뜻대로 선도해 나간다. 그런대로 조용히 지내던 중, 중간고사 때가 되어 반장 '형우'는 재수파들을 구제하려고 계획적인 부정행위를 모의하고 시험에 응했으나, 기표가 오히려 사실을 감독교사에게 신고하는 일이 벌어진다. 다행이 협조원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자수를 하여 이 사건은 조용히 덮어지게 된다. 그러나 기표는 이 일에 대해 놀랐고, 형우를 린치하여 자신의 자존심과 존재를 부각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심한 린치에 형우는 일주일 씩이나 입원을 하여서도 학생 주임의 집요한 추궁에 침묵함으로써 기표를 두둔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형우는 일약 의리의 사나이로 우상이 되어가고, 상대적으로 기표의 존재는 초라하게 전락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번 일이 반장 형우와 담임 간에 세워진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동안 기표를 따르던 재수파들도 완전히 와해되고, 기표의 어려운 가정 형편이 알려지면서 학급회의를 통한 '기표 돕기'운동을 벌여서 신문에까지 알려진다. 그 결과 사회 각지로부터 성금과 위문 편지가 답지하고 급기야는 영화화하기 위한 시도에까지 이른다.

그렇게 도도하고 안하무인이던 최기표는 형편없이 초라한 몰골로 전락하여 연약하고 내성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학급이 일사불란하게 항해를 계속하던 중 기표가 결석을 하게 되고, 그의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기표가 여동생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내놓는다. 그 편지에는 "무섭다, 나는 무서워 살 수가 없다"라는 내용이 실려 있었고, 담임은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자신의 계획을 '기표'가 무산시켰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 인물의 성격

◆ 나(이유대) → 1인칭 서술자. 객관적 서술로 이중적인 사회의 단면을 노출시키는 인물. 상대방의 심중을 잘 파악하는 자존심 강한 인물

◆ 최기표 → 재수파의 리더로 철저한 악의 화신. 담임과 형우의 주도면밀한 술책에 휘말려 허물어지는 인물

◆ 임형우 → 반장. 담임과 결탁하여 학급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이타적이면서도 위선적인 인물

◆ 담임 → 학급 관리에 능숙한 면을 보여주며, 자신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선적이면서도 권위적인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임시 반장인 나는 기표파에게 린치를 당함.

◆ 전개 : 형우가 반장이 되고, 반장과 담임은 기표의 비행이 없도록 노력함.

◆ 위기 : 부정행위를 도움으로써 기표의 자존심을 건드린 형우가 폭행을 당하고 입원하면서도 끝내 함구함.

◆ 절정 : 담임과 반장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끝내 기표는 무기력한 학생으로 전락함.

◆ 결말 : 기표는 가출을 하고,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무서워 살 수 없다'는 기표의 목소리를 들음.

● 이해와 감상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판단력를 가진 '나' 이유대가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 기표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그를 제압하려는 담임과 실장(형우)을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교사와 학생들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불량학생이 담임의 치밀한 계획과 조작에 의해서 선도되는 과정을 통해 위선적인 지도의 한계를 노출시키면서 참다운 인간성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시키고 있다.

◆ 참 인간성에 대한 목마름 →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점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참다운 인간성에 대한 목마름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임.

◆ 교실 공간의 정치(지배와 예속이라는 논리) → 인간사회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어 가는가 하는 문제를 교실 공간으로 축소하여 보여 주는 작품.   각기 다른 세계관과 인격을 가진 자들이 모여 지배와 예속이라는 정치적 현상이 나타남.

◆ 야성과 지성의 권력 다툼 → 원초적인 악의 소유자(기표)와 제도권내에 있으면서 기득권을 가진 자(담임)와의 힘겨룸.

◆ 작품의 풍자성악에 대항하는 자의 또 다른 악에 대한 풍자.  최기표의 초라한 몰락에서, '나'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담임과 형우의 교묘하고 위선적 술책이 기표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학교소설

◆ 배경 : 시간적 → 1970년대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출세 지향적인 시대
                 공간적 → 어느 도시의 고등학교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특징

* 완곡한 어법과 풍자적 어조

* 행위에 의한 극적 제시 방법(보여주기)과 관찰자의 분석적 해설에 의한 말하기 방법을 적절히 사용함.

◆ 갈등구조 : 기표와 담임 간의 갈등(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

◆ 출전 : <세계의 문학>(1980)

◆ 주제 야성보다 더 무서운 지성의 간교함.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

● 생각해 볼 문제

1. 작품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두 힘의 대결 양상을 말해보자.

⇒ 원시적 악마성, 벌거벗은 폭력의 상징인 기표의 야성과 담임의 주도하에 움직이는 간교한 술책의 대립

2. 최기표가 무섭다는 편지를 쓴 것에서 읽을 수 있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 인간의 삶에서, 단순하고 본능적인 악보다 그것을 짓밟고 이용하는 간교한 술책이 더 무섭고, 사회를 지배하는 힘 또한 그런 간교성임을 읽게 된다.

3. 교활성의 측면에서 볼 때, 가장 교활한 자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보자.

⇒ 담임은 간교하지만 그 저의가 남에게 쉽사리 간파되며, '나' 역시 간교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불리려 하지는 않고 다만 냉소적일 뿐이며, 형우는 우정과 사명을 겉으로 드러내지만 자신의 저의를 감출 줄 아는 치밀한 교활성을 보임.

● 더 읽을거리

"그러한 순수한 악마만이 신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신은 마음속으로는 괴로운 거야. 그렇기 때문에 신은 결코 악마를 영원히 추방하지 않아. 항상 곁에 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이용할 뿐이야."

작가 전상국의 선악(善惡)의 관점은 위의 인용문에서 잘 나타나 있다. '기표'는 순수한 악마로 다소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반면에, 그와 대립하는 '형우'와 '담임'은 인용문에 나오는 '신'처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의리와 진실과 호의를 가장한 위선자로 그려져 있다.

서술자 '나'는 합리적이며 날카로운 판단력의 소유자다. 담임이 '기표'를 부반장으로 임명하려 할 때, "선생님, 기표 한 개인을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기표의 힘을 이용하여 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까?"와 같이 담임의 의도를 간파한 말에서도 입증된다. 또 '기표'의 부정 행위를 돕자고 반장이 제의했을 때,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하자는 거냐? 기표나, 아니면 우리들 자신이냐?"고 물으면서, '기표'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어 그의 권위를 손상시키려는 반장의 속셈을 들춰내는 데서도 '나'의 예리한 판단력이 드러난다.

사실 '형우'와 담임은 속 다르고 겉 다른 인물들이다. '형우'는 '기표'에 대한 적대감을 씻은 듯이 감추고, 오직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써 기표를 미화하는 일에 열을 올린다. 기표의 가출이 걱정돼서 찾아온 그의 어머니를 내쫓듯 교무실에서 밀고 나갔던 담임은 흥분을 참지 못한 채 "내일 천일 영화사 사람들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잖아? 그런데 이 망할 새끼가……."라며 욕설을 내뱉는다. 자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악(기표)을 이용하는 담임과 형우의 무서운 위선이 나의 관찰과 서술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그래서 기표는 무서움을 느낀다.

담임과 반장은 합법적인 권력 편에 있다. 최기표는 벌거벗은 폭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담임과 반장(형우)은 최기표를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교묘한 술책으로 그를 굴복시킨다. 최기표의 초라한 몰락을 통하여 합법적인 권력이 더 무서운 폭력일 수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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