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날개(1979)

-전상국-  

◆ 소설 읽기  

● 줄거리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7대 독자로 이어질 뻔하던 우리 집에 둘째 사내아이 두호가 태어난다. 여덟 살 터울의 동생인 두호의 탄생은 손이 귀한 우리 집안의 경사이자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할머니는 출산 전에 용하는 점쟁이로부터 아들을 낳지만 '아들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할머니는 두호가 태어나자 덩실덩실 춤을 춘다. 아이를 낳기가 바쁘게 그 점쟁이를 다시 찾아가지만 이사를 가고 없었다.

두호가 세 살 되던 해 병석에 눕게 된 할머니는 두호를 싫어하다 못해 무서워하며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식구들은 할머니가 서울까지 수소문하여 찾아간 점쟁이로부터 불길한 말을 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그 말을 듣고자 하나 할머니는 끝내 함구한 채 죽는다.

할머니가 병석에 누운 뒤 자원해서 군에 입대한 아버지는 제대하여 살림을 처분하고 서울 망우리 근처로 이사한다. 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 트럭을 산 아버지의 운전 일이 불안스러운 어머니는 용한 점쟁이를 찾아다니며 온갖 액막이를 한다. 여섯 살이 된 두호가 엄마의 액막이를 훼방놓기 일쑤이자 어머니는 그때마다 두호를 팬다.

아버지의 트럭 사고가 나기 이틀 전, 어머니는 두호가 기르던 고양이 목을 매는 액막이를 한밤중에 한다. 안방에 잠들어 있던 나는 어머니 몰래 고양이를 살려 주려다가 놓치고 만다. 다음날 어머니는 두호의 짓으로 짐작하고 식칼을 들고 두호를 위협하다가 기절시키고 만다. 그리고 이틀 후 아버지는 트럭 사고로 사람을 중상을 입히고 피신한다. 두호에 대해 무심하던 부모는 다시 점쟁이에게서 아버지와 두호는 상극이고, 그 액땜은 둘 중 하나의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두호가 일찍 죽게 될 것이라는 점궤를 전해 듣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두호를 편애한다. 그러나 엄마의 예상과 달리 두호는 쉽게 죽지 않고 오히려 두호의 불장난으로 집이 전소하고 재활하여 일하던 아버지가 다시 운전 사고를 내서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나는 엄마가 아버지의 면회를 가고 없던 날, 게걸스럽게 먹는 두호를 보자 두려움을 느끼고 캄캄한 산속으로 유인하여 버려두고 도망쳤다가 즉시 되돌아간다. 두호를 등에 업고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꺾여 버린 그의 날개가 되어주리라는 다짐을 한다.

● 인물의 성격

◆ 나(한호) → 무속을 믿는 부모 세대의 행동을 방관하다가 동생을 위해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는 인물

◆ 두호 → 아무런 힘도 없는 연약한 아이로 미신을 신봉하는 어른들 때문에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불운한 인물

◆ 엄마 → 계속되는 불운의 상황을 미신에 의존하여 극복하려 하며 이러한 믿음은 자신의 아이 두호를 희생양으로 만들며,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무속을 맹신하는 인물

◆ 아버지 → 운명에 도전하는 적극적 의지를 지니고 있으나, 어머니의 미신 행위를 묵인하느 ㄴ등 나약하 태도를 보이는 인물로, 무속을 맹신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거부하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나'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손이 귀한 집안에 둘째 아들 두호가 태어나 모두가 기뻐한다.

◆ 전개 : 군대에 간 아버지가 운전 사고를 낸 뒤, 어머니는 용한 점쟁이를 찾아다니며 온갖 수단을 다해 액막이를 한다.

◆ 위기 : 액막이를 위해 목을 매어 둔 고양이를 두호가 풀어 준 것으로 오해한 어머니가 두호를 잘못 밀쳐 두호가 머리를 크게 다치고, 아버지는 트럭으로 사람을 치는 사고를 낸다.

◆ 절정 : 아버지와 상극인 두호가 일찍 죽는다는 점쟁이의 말에 어머니는 비정상적으로 두호를 위한다. 하지만 두호의 불장난으로 집이 다 타고, 아버지가 다시 인명 사고를 내자, '나'는 동생 두호에게 적의를 느낀다.

◆ 결말 : '나'는 두호를 깜깜한 산 속에 버리고 도망치지만 되도아가 두호를 업고 내려오며 꺾여 버린 그의 날개가 되리라 다짐한다.

● 이해와 감상

제1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1979년에 발표되었다. 무속을 믿는 한 집안의 액운과 그 때문에 고통을 겪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수난사를 그린 작품이다. 가족에게 닥치는 계속되는 불운의 상황에 대처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이러한 사건들은 단지 우연히 반복된 것임에도 보호받아야 할 두호는 정작 가족들의 희생양이 된다. 결국 잘못된 믿음으로 생긴 비극적인 상황을, 동생을 버리려다 가족 구성원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형의 인간애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작가의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에게 닥친 불운은 근거없는 점쟁이의 말로 모든 것이 두호의 탓으로 돌아가게 되고, 여기서 맹목적으로 미신을 추종하는 우리 사회의 비합리성과 비현실성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의 모티프는 샤머니즘이다. 몇 가지 기이한 사건과 그에 대한 무속적 해석은 이 소설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집안 여자들은 대대로 점쟁이의 점괘를 토대로 삶의 난관을 헤쳐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혈연을 적으로 삼는 데서 모성과 무속이 충돌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에 불과한 두호는 주위의 어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 작가는 잘못된 신앙이나 신념 체계가 빚어낼 수 있는 비극의 세계를 말하기 위해 무속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극적으로 전환되는데, 두호라는 인물은 신비주의에 의한 피해자였을 뿐,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식적인 세계의 모습이 다시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성장소설이란 주인공이 그 시대의 문화적 · 인간적 환경 속에서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를테면 자신을 내면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을 말한다. 여기서 성장이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거나 기성 사회의 질서나 규범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습으로 형성해 가는 것을 말한다. 주인공인 '나'는 처음에 할머니나 어머니, 고모가 믿는 무속이라는 가치 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물로 그려진다. 동생 두호를 버리려는 행동도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두호를 되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이는 그가 기성 세대의 가치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체계를 발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신적 운명을 타고 태어난 두호를 가족들은 각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어린 두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보호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두호를 집안에 액운을 가져올 운명으로 보고 '희생'을 강요하며, 아버지는 방관하며, 나는 어른들과 유사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결국 두호를 '사랑과 보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제목인 '우리들의 날개'는 작품 마지막 부분에 '날개 꺾인 이 어린 새의 어깻죽지에 새 살이 돋을 때까지 내가 그의 날개가 되어 퍼덕여 주리라'라는 '나'의 결심이 제시되는데, 결국 이 제목은 미신적 가치관에 의해 희생당한 두호와 그를 도와 운명을 함께 극복해 가려는 '나'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가족에게 닥치는 계속된 불운 등 운명적인 힘에 맞서는 한 가족의 대응을 그리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에게 계속해서 불운이 겹치면서 '나'의 어머니는 이것을 민간 신앙에 의해 풀어 가려 하는데 점쟁이의 말을 맹신하여 두호에게 비정상적인 사랑을 쏟는(두호는 일찍 죽을 운명이라는 것과 두호의 죽음은 이 집안의 액운을 모두 가져갈 것이라는 미신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만큼 사랑을 다 해 주는 것임) 것과  한편, 은근히 두호의 죽음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가운데 '나'는 점쟁이의 말을 맹신하는 어머니를 비판적인 태도로 바라본다. / 어른들의 편애를 받고 집안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동생을 다소 적의적인 태도로 대하기도 하지만, 우연한 사건의 반복에 의해 위기감에 사로잡힌 어른들이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여 동생이 이에 희생물이 되자 '나'는 동생을 자신이 보호해 주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동생을 산에다 버리려다 업고 내려오는 장면에서 인간적인 사랑으로 잘못된 신앙 체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작가의 휴머니즘에 입각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샤머니즘적 소설, 성장소설

◆ 배경 : 시간 - 1970년대,  공간 - 농촌, 서울 변두리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갈등구조 : 가족 사이의 갈등(무속신앙으로 인함)

◆ 특징

*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속적 소재 활용

* 사건의 흐름에 따른 심리 변화 양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 주제 인간애를 통한 갈등의 극복과 화해, 미신에 얽매인 운명과 형제애를 통한 극복

◆ 출전 : 『작단』(1979)

● 더 읽을거리

■ 전상국

6 · 25 전쟁으로 인한 실향의식과 삶의 뿌리찾기 의식 등 체험을 토대로 한 깊이 있는 주제를 작품화함으로써 엄숙주의적 경향을 띤 작가로 평가받는 소설까이다. 1940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으며 소년시절 6 · 25 전쟁을 겪었다. 1960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황순원에게 문학 수업을 받았다. 1963년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귀향해 원주 및 춘천의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1972년 경희대학교 문리대학장이던 조병화의 권유로  경희고등학교로 옮겨 1985년까지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현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2001년 현재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3년 대학 재학시 경희대문화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동행>을 개작한 작품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당선되어 등단했다. 1964년 <광망>을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귀향했다. 1974년 <전야>를 발표하면서 10년간의 창작 공백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할아버지 묻힌 날>(1975), <돼지새끼들의 울음>(1975), <악동시절>(1976), <껍데기 벗기>(1976), <사형>(1976), <고려장>(1978), <하늘 아래 그 자리>(1978), <우리들의 날개>(1979), <아베의 가족>(1979), <외등>(1979), <우상의 눈물>(1980), <여름의 껍질>(1980), <외딴 길>(1981), <술래 눈뜨다>(1982), <그늘무늬>(1985), <음지의 눈>(1986), <먹이그물>(1986), <썩지 아니할 씨>(1987),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1987), <투석>(1988), <사이코 시대>(1989), <거울의 알리바이>(1992) 등이 있다.

작품경향을 살펴보면 유년기에 경험한 6 · 25 전쟁과 오랜 교직 생활에서 체득한 교육현장 경험을 제재로 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등단작 <동행>을 비롯해 <하늘 아래 그 자리><고려장><외등><아베의 가족><여름의 껍질> 등을 통해 6 · 25 전쟁에 의한 상처로 고통받는 가족사를 다루며 분단 현실의 모순을 파헤치고, 더 나아가 연작소설 <길>에서는 이산가족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이밖에 <돼지새끼들의 울음><우상의 눈물><음지의 눈> 등의 작품을 통해 학교라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또는 교사 상호간의 이야기를 형상화함으로써, 교육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교활한 위선과 합법적인 권력의 폭력성 등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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