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이문열-  

◆ 소설 읽기  

● 줄거리

자신만만한 합리주의자인 나(한병태)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 엄석대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자유당 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때, 공무원인 아버지가 된서리를 맞게 되어 나는 서울 명문 국민학교에서 볼품없는 시골 국민학교에 전학을 오게 된다.

반장이요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엄석대와 나는, 첫날부터 불편한 관계를 갖는다. 그는 일년동안 거의 아무에게도 저항받지 않고 학급을 지배해왔으며, 주먹 싸움, 성적 등에서도 남보다 월등하여 학급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이것이 생리에 맞지 않은 나는 그에게 도전하기 시작했고, 이기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결과 나에게 돌아온 몫은 '불량한 아이'와 '외톨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엄석대에게 복종을 하게 되고 그의 보호를 받아 편안하게 지낸다.

그러나 새학년이 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으로 바뀌게 되자, 보다 절대적이고 철저한 교육방식에 의해 엄석대의 굳건한 성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자신의 시험지를 우등생들로 하여금 작성하게 한 조작 사실이 밝혀지고, 마침내 엄석대는 몰락하고 만다.

일류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시험과 경쟁 속에서 지내던 나는 그에 관한 기억들을 묻어버리고 만다. 그 후 나는 대기업을 떠나 대리점 경영을 하다가 망해서 실업자로 전락했을 때 석대가 이루었던 그 질서로 다스려지는 가혹한 왕국에 내던져졌음을 느낀다. 우연히 본 엄석대의 모습, 수갑에 채워지는 그에게서 나는 어린 시절 영웅 같았던 모습이 아닌, 바로 그에게 복종하고 무력했던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로 소설은 끝난다.

● 인물의 성격

담임그늘 속에 숨은 독재자.  엄석대의 왕국을 견고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암묵적 비호 세력.  아이들(민중) 앞에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 엄석대에게 권력의 일부를 위임시켜 압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학급이 말썽없이 잘 굴러갈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결과 중심주의적 가치관의 소유자.

엄석대완벽한 독재자.  폭력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줄 줄 알고, 아랫사람을 철저히 부림으로써 윗사람의 신망을 두텁게 받을 줄도 알고, 상대방의 약점과 장점을 교묘히 파악해서 이용할 줄도 알고 교활하고 치밀하며 가혹할 만큼의 냉혹함도 지니고 있는 독재자의 전형.

나(한병태)도전과 굴종의 중간인.  '자유와 합리'의 사고를 지닌 소유자로서, 엄석대의 독재에 맞서서 도전을 감행하고, 고통을 받으며, 독재의 질서에 편입하여 다시 안정을 얻는 일련의 과정을 거듭한다. 

◆ 아이들, 나의 엄마,아버지 → 독재의 방관자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87년 6월 [세계의 문학] 44호에 발표되어 제1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중편소설이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불합리한 조건 속에 놓여 있는 인간들의 삶을 비판적인 각도에서 성찰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한국 정치사의 판도를 교실 공간을 통해 우의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해에 어려움이 없고, 얼마간 도식적인 느낌을 준다. 시대적 배경은 자유당 정권의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말기에서부터 4.19를 거치는 시기가 주를 이루며, 세월을 건너 1980년대 중반의 새로운 독재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무서운 독재와 그 독재의 아성이 무너지는 시점, 그리고 성인이 되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시대의 세 배경이 상호 교섭되면서 한국 현대 정치사를 관통하는 시점을 보이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우화(알레고리)소설

◆ 배경 : 60년대 4.19전후.  80년대 중반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표현상 특징 : 불법적인 독재자의 말로나 한 이상적인 영웅의 출현에 의해 살의 질서가 개편되어 바로 잡혀가는 과정을, 어린이들의 세계를 통해 비유적으로 전개하는 형태를 취함

주제 절대 권력의 허구성과 부조리한 현실에 이기적으로 적응하는 소시민적 근성 비판

● 생각해 볼 문제

1. 한병태가 석대의 독재에 맞서는 여러방식들을 찾아 보고, 그 한계를 말해보자.

① 담임에게 석대의 부정을 일러서 고치려함 → 석대가 담임의 비호 세력이기에 불가능했음

② 부모님을 동원해서 해결하려 함 → 아버지는 무기력감에 나설 생각도 않고, 어머니는 도리어 아들 (나)만 나무라게 됨.

③ 피해 당사자인 아이들(민중들)이 각성을 해서 압제에서 벗어나도록 하게 함 → 그들은 비겁했으며 자유와 합리에 대한 훈련이 되지 않은 저급한 민중 세력이었기에 독재의 부정에 맞설 만한 역량이  없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든 일이지만 결국 이 방법 외에는 아무런 힘을 발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2. 한병태가 석대의 시험 부정을 보고도 모른 체한 이유를 말해 보자.

→ 부정을 폭로한다고 해서 그것이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지금까지 편안하게     지내 오던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소시민적 근성)

3. 새로운 담임의 출현으로 맞게 되는 '혁명'의 성격은 무엇인가?

→ 분명히 획기적인 것이었고,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위력을 발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래로부터 형성된 힘에 의한 혁명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에 민주적인 혁명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주체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어진 자유 앞에서 아이들은 방종에 가까운 속물 근성을 드러낸다.

4.  한병태가 성인이 된 뒤, 석대의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 이유는?     

→ 30년이 지난 뒤, 한병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옛날의 교실공간과 똑같은 현상을 실감한다. 자유와 합리로 지탱되어지는 사회가 아니라, 부정과 교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절망감을 느낀다. 현재와 지난날의 교실은 너무도 유사했고, 절망에 잠긴 병태는 그날의 교실과 석대를 생각했던 것이다.

5. 한병태가 석대의 몰락을 보고 괴로워한 것에서 알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인가?

→ 이러한 현실에서는 석대와 같은 인물은 틀림없이 성공했을 것이고, 따라서 내가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탓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석대의 몰락을 보자 그 위안마저 무너지게 되고, 결국 실패는 자신의 문제였기에 술로 자신을 달랜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사회의 저급성에 실망하고 있는데, 그래도 석대는 자신의 일류 재능을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다소의 독재에 대한 향수가 배어 있음.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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