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1925)

-최서해-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5년 전 고향을 떠나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절박한 생활에서 벗어나 새 힘을 얻으려는 희망에 부풀어 부의 천국인 간도로 간다. 나의 꿈은 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고 깨끗한 초가나 지어 글도 읽고 무지한 농민들을 가르쳐서 이상촌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간도에 들어가서 한 달이 못되어 나는 자신의 이상이 물거품이었음을 알게 된다.

간도의 H라는 시골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하게 된 나는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구한다. 그러나 빈땅이 없다. 돈이 떨어지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나는 가난 속에서도 어떻게든지 살려고 바둥거린다. 나는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한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구들을 고쳐주고 가마도 붙여준다. 그러나 일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어서 여름 불볕에 삯김도 매고 꼴도 베어 판다. 어머니와 아내는 삯방아를 찧고 강가에 나가서 나뭇개비를 주어서 연명한다.

나는 사랑하는 늙은 어머니와 아내가 배를 주리고 남의 멸시를 받는 것에 견딜 수 없게 된다. 나는 삯김, 삯심부름, 삯나무 무엇이나 가리지 않고 한다. 아내는 배가 고파도 참고 순종한다. 한번은 일거리를 찾아서 헤매다가 집에 돌아와서 임신한 아내가 부엌 앞에서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나는 어머니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아내의 행위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다. 아내를 원망하면서 나는 아내가 뛰쳐 나간 뒤 아궁이를 뒤져 보다가 귤껍질을 발견하고 부끄럽고 안쓰러운 생각을 한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임신한 아내를 측은하게 생각하고 아내와 함께 운다.

가을이 되자 나는 대구어 장사를 하여 바꾸어 온 콩 열말로 두부를 만든다. 산후의 몸조리를 해야할 아내는 힘든 맷돌질을 한다. 서투른 일이라 만들어 놓은 두부가 곧잘 쉰다. 그렇게 되면 집안은 온통 비참한 분위기가 되고 집안 식구들은 쉰두부와 썩은 두부로 연명한다. 아내와 나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 밤에 산임자 몰래 산으로 올라가서 땔나무를 하다가 경찰서에 도벌 혐의로 잡혀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나무를 잃는 사건이 터지면 항상 경찰의 의심을 받는다.

겨울이 깊어지고 일자리가 없어진다. 그래도 성실하게 살려고 한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현실을 비관하면서 나는 궁핍한 현실을 타파하려는 사상이 싹트기 시작하여 X X 단에 가입한다. 김군은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와 처자를 구하라고 내게 편지를 수삼 차에 걸쳐 한다. 나는 탈가하여 어떤 단체에 가입하게 된 경위를 밝히는 편지를 김군에게 한다.

● 인물의 성격

◆ 나(박군) → 현실에 순응하며 살다가 사회적 모순을 깨닫고 그것을 개혁하기 위해 단체에 가입하는, 성격의 변화를 보이는 동적 인물

◆ 아내, 어머니 → 궁핍한 현실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의 전형적인 어머니요, 아내의 모습을 갖춘 정적 인물

◆ 김군 → 나의 편지의 수신인. 나의 가출을 반대한 인물

● 이해와 감상

<탈출기>는 최학송 자신의 경험을 그려내는 자전적 소설로, 이 만주 체험소설은 동시대의 문학인들로부터 체험문학의 걸작이라고 평가되었다.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고국을 등지고 간도 땅으로 살길을 찾아 나섰던 빈농이 차디찬 현실에 의해 꿈이 좌절당하는 과정과 1920년대를 전후한 수난사의 한 단면을 박진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1920년대 문제작의 하나로 지목받는 <탈출기>는 흔히 자연발생기 프로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처절한 빈궁생활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간체 형식을 취한 소설이다. 주인공 박군이 극도의 빈궁에 허덕이는 가족을 버리고 XX단에 가입하여 사회운동을 하게 된 이유를 친구 김군에게 편지를 통해 고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서간체 형식이 도입된 것은 소설이 일반적으로 지닌 허구성보다는 서간문이 지니는 사실성에 입각하여 주제를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보여진다. 즉 내용의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사건의 제시보다는 주인공 내면 심리를 독자에게 펼쳐보여서 독자를 이해시키려 하는 것이다.

주인공 박군은 가난 때문에 새로운 땅 간도로 향한다.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떠나지만, 무서운 인간고(人間苦)를 느끼고 절망에 빠진다.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본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비로소 화자는 가난이 개인의 문제에서 발생하거나 불가항력적인 성격을 띤 것이 아님을 깨닫고, 이 험악한 공기의 원류를 쳐부수기 위해서 X X 단에 들어가게 된다. 평범하고 순진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던 박군이 현실의 여러 가지 제도적 모순을 인해 마침내 사회적 항거의 길을 나서게 된다는 것, 이것이 작가가 당대의 민족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빈궁은 개인적 차원에서 온 것이 아니고, 억압의 주체인 사회적 힘의 소유자인 침략자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리하여 그 거대한 힘에 항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타의 소설들이 사회문제를 낭만적으로 극복하는 양식을 가진 것에 비해, 상당히 치밀하고 투철한 현실과 역사의식으로  대처한 진일보한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신경향파 소설, 서간체 소설, 고백체 소설

※ 프로문학 → 프롤레타리아 문학. 무산계급인 프롤레타리아의 계급성을 강조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생활을 반영하는 문학.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입각해서 프롤레타리아 해방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 문학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25년에 결성된 KAPF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 배경 : 일제 식민지 시대 고국에서 내쫓긴 유이민들이 핍박받고 궁핍하게 살아가는 황폐한 간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 서간체 형식, 사실주의적이고 격정적이고 저항적 문체 구사

◆ 갈등구조 : 가난한 지식인의 삶에의 의지와 어렵기만 한 현실의 갈등

◆ 주제

* 식민지하의 가난한 삶의 고발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

* 절대 궁핍의 원인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적 삶의 결의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박군과 그의 부인, 어머니는 대표적인 인물 성격을 갖는다. 비교해서 설명하라.

⇒ 박군은 주어진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대상으로 보고 반항적으로 투쟁하는 동적인물인데 반해, 어머니와 부인은 궁핍한 현실에 순응하는 전형적이고 정적 인물이다.

2. 탈출기와 같은 소설의 형식이 갖는 장점은 ?

⇒ 서간체 소설로 내용의 성실성과 형식의 간결성을 확보해주며, 사실성에 기초하여 주제를 전달할 수 있다.

3. 이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를 말해 보자.

⇒ 초기 프로문학의 대표작으로 리얼리즘을 구현하였으며, 민족 문제를 주제로 한 민족주의 문학의 표본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님.

● 더 읽을거리

◆ 소설적 특징

이 소설은 1925년 10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작품으로, 당시 유행하던 신경향파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최서해 자신이 만주 지역에서 경험했던 궁핍한 삶의 과정을 그려낸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대의 문학인들로부터 체험문학의 걸작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구도는 '나'(박 군)라는 주인공이 극도의 빈궁에 시달리는 가족을 버리고 ××단에 가입하여 사회운동을 하게 된 이유를 친구 김 군에게 고백하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난에 시달리다 못하여 고국을 등지고 간도 땅으로 건너가게 된 경위, 새로운 삶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가난과 고통, 차디찬 현실에 좌절당하자 가족을 버리고 ××단에 가입하게 된 심경 등이 격렬한 어투의 편지 형식으로 그려진다. 이 소설은 가난을 이겨내지 못한 채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주인공의 개인적인 심경을 고백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사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주인공이 겪는 가난이 192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수난사의 한 단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체험을 민족의 문제로 확산시켜 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작품의 서술 방법과 문체의 특징

-. 서간체의 서술 방법

이 작품은 편지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원래 편지는 편지를 쓰는 발신자와 그것을 받아 읽는 수신자의 관계로 이어지는 일종의 의사 교환 방식이다. 소설에서 이 같은 방식을 차용할 경우, 소설 속에서 가상적으로 발신자와 수신자를 설정해야 한다. 소설의 독자들은 수신자와 함께 그 편지를 읽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이 소설은 작중화자인 '나'의 경우가 발신자가 되어 친구인 '김 군'을 수신자로 하여 적어 보낸 편지투의 글이다.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오게 된 내용이 바로 이 편지의 사연에 해당한다.

-. 문체상의 효과

이 작품에서 서간체 형식이 도입한 것은 편지글이 갖는 실재성에 대한 환상에 입각하여 주제를 전달하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내용의 전달을 중시하고 있으며, 사건의 제시보다는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독자에게 이해시키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가족의 궁핍과 그러한 상황을 가져온 사회제도의 부조리에 저항하려는 주인공의 자각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주인공의 자각을 통해서 독자들의 자각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편지투의 서술 방식은 그 직접적인 호소력에도 불구하고, 평면적인 서술에 의해 이야기의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에 사건 전개의 극적인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닌다.

 

◆ 토론 과제

-. 이 작품에서 서술자로서 '나'의 위상에 대해 토론해 보자.

-. 이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만주지방의 '간도' 땅을 식민지 조선과 대비하여 그 공간적 특성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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