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1937)

-채만식-  

◆ 소설 읽기  

● 줄거리

정주사는 신구학문을 하고 군청에서 십삼 년을 일하다가 도태당한다. 그는 재산을 정리해서 군산에 이주하여 할 일 없이 열두 해를 지내다가 미두라는 투기 노름을 하면서 손해를 본다. 정주사는 집으로 가는 길에 외상 쌀을 더달라고 한참봉의 쌀집에 들렀다가 예쁘장한 한참봉의 부인 김씨로부터 큰딸 초봉의 중매를 서겠다는 제의를 받게 된다.

초봉은 제중당의 여점원 겸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세들어사는 승재를 좋아하지만, 약국주인 박제호와 은행원 고태수가 초봉에게 추근거린다. 제호는 초봉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십원짜리 지폐를 주고 같이 서울로 약국을 옮겨갈 것을 제의하며, 태수는 은행 돈을 횡령하여 곱사등 형보를 통해 미두를 한다. 태수는 미두장 시세 하락으로 투자한 돈을 거의 잃게 되자, 남은 돈을 형보에게 줘 버리며, 그동안 정을 통해 오던 주인댁 김씨에게 초봉과의 중매를 간청하게 된다.

김씨는 태수가 갑부이고 장사 밑천을 대줄거라는 말로 정주사에게 혼담을 꺼내며, 초봉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려던 제호의 계획은 부인인 윤희에 의해 무산되고 만다. 초봉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하고 태수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형보는 태수를 궁지에 몰아넣고 초봉을 빼앗으려는 음흉한 흉계를 꾸미게 된다. 형보는 그동안 김씨와 태수가 간통해 온 사실을 김씨의 남편인 한참봉에게 폭로해 버리며, 간통의 현장에서 붙잡힌 김씨와 태수는 한참봉의 방망이에 맞아 죽게 된다. 같은 날 밤에 형보는 태수가 나가고 초저녁에 잠에 떨어진 초봉의 방으로 들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의 일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겁탈을 하게 된다.

남편(태수)이 죽은 사실을 알게 된 초봉은 충격을 받으며, 장례식이 끝나자 제호를 찾아가기 위해 이리역에 나갔다가 그를 만나 같이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초봉은 제호와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며, 그녀는 아버지가 누구(형보, 태수, 제호)인지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자 약을 먹고 유산시키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초봉은 딸을 낳아 이름을 송희라고 지으며, 형보가 초봉의 집에 찾아와 자신이 송희의 친아버지라고 주장하자 제호는 일이 복잡해질 것을 염려하여 결국 양보하고 물러선다.

형보의 술수와 협박으로 해서 초봉은 억지로 형보와 살림을 하게 되며, 부자가 된 형보의 돈으로 초봉은 친정집을 먹여살리고 동생인 계봉을 서울로 불러들인다. 성격 이상자인 형보가 자신과 어린 딸에게 가학 행위를 계속하자 이에 견디다 못한 초봉은 형보를 죽이는 길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극약을 사러간 사이에 형보가 어린 송희에게 잔인한 행위를 하며, 초봉은 화가 극도로 치밀어 올라 심한 발길질로 형보를 죽이게 된다.

형보가 죽자 초봉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가 마음을 정리하고, 어린 딸 송희를 계봉에게 맡기고 자신은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계봉과 승재는 초봉을 설득하여 자수할 것을 권하며 초봉은 승재의 미래에 대한 약속을 믿고 마음에 얼마간의 변화가 오게 되어 자살을 포기하게 된다. 초봉은 승재가 자신을 기다려 줄 것이라고 믿고 자수하여 징역을 살기로 결심을 한다.

● 인물의 성격

◆ 정초봉 → 전형적인 순종형의 여인으로 역사의 혼탁한 물결 속에 빠져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자기 개인의 이해보다는 가족의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작품 말미에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파괴하려 드는 형보를 살해하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는 성격적인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 정주사 → 신 · 구 학문을 하고 군청에 근무하다가 해고되어 가산을 정리하여 도시로 흘러 들어온 사람이다. 미두를 하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하고, 딸을 이용하여 자신의 안일을 추구하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가장이다.

◆ 장형보 → 초봉이의 셋째 남편. 친구인 고태수를 이용하여 그의 돈과 아내를 빼앗고 수형할인을 해서 돈을 번 부정적 인물이다. 변태 성욕자인 그는 초봉을 불행에 빠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잔악하고 교활하며 결국 그는 초봉에게 살해된다.

◆ 고태수 → 초봉이의 첫째 남편. 은행원인 그는 공금을 유용하여 미두를 하다가 형보의 꾐에 빠져 망하게 되며, 하숙집 주인 김씨와 간통을 하다가 그 남편에게 들켜 맞아 죽는다.

◆ 남승재와 정계봉 → 현실의 열악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들이다. 승재는 의사 지망생으로 온건한 사회주의자로, 조실부모하였으나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애쓰며 정의롭게 살아간다.

● 구성 단계

◆ 발단 : 미모인 초봉을 노리는 남자들이 많음

◆ 전개 : 초봉의 불행과 기구한 삶

◆ 위기 : 장형보의 등장

◆ 절정 : 초봉이 장형보를 살해함

◆ 결말 : 초봉의 자수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1920, 30년대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포착해 내고 있는데, 그 당시 도시의 밑바닥에서 열악한 삶을 영위하다가 점차 몰락해가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하층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특히 중산층 농민의 몰락과 도시 하층민의 생성이라는 문제가 이 작품에 어느 정도 제시되고 있으며, 그들이 자본주의의 과도기적 병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당대 사회를 속악(俗惡)하기 이를 데 없는 '탁류'로 보고, 그 탁류에 휩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살을 갉아먹고 있는 도시 하층민의 생활 방식을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 초봉이의 비극적인 삶을 중심축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가난, 싸움, 투기, 간통, 흉계, 횡령, 탐욕, 추행 등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절망감을 딛고 일어서서 당대 사회의 속악성(俗惡性)과 대결할 것을 기약하는 계봉과 남승재 등의 새로운 인간상도 보여준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 '서곡(序曲)'인 것은, 탁류가 몰고 온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시대가 오리라는 희망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내일에의 기약은 기대로만 그치고 있지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관념적으로만 미래의 희망을 예비해 둔 작가의 현실인식이 다소 안타깝게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탁류'라는 제목은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가혹한 수탈과 절대 궁핍의 시기였던 식민지 시대,  경제적 정신적 파탄과 황폐화가 이루어진 속에서 진흙탕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이 속물이고, 탁류와 같이 혼탁한 의식과 생활 행태를 보이는 인물들이다. 정주사, 고태수, 장형보, 유씨 등이 그들을 대표하는 부정적인 인물이며, 긍정적 인물은 승재와 계봉이 정도로 나타난다. 작품의 대부분이 부정적 인물을 묘사하는데 바쳐지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작품의 출발은 정 주사의 몰락 과정과 몰락한 뒤의 형편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 미두장, 투기, 고리 대금업과 같은 화폐 경제 시대의 도래로 펼쳐지는 삶이 현장감 넘치게 그려지고 있어서, 작품의 스케일이 크게 펼쳐진다. 이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경제 문제의 현실을 조명하지 못한 한국 소설에 새 장을 여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군산이라는 쌀 수출 항구를 주 무대로 삼아 일본과의 쌀 거래를 배경으로 깔면서, 식민지 경제의 현실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생존의 문제, 경제적 몰락과 정신의 황폐화와 같은 문제로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장편 소설, 세태 소설, 풍자소설

◆ 배경

* 시간적 - 일제 강점기

* 공간적 - 금강과 군산항, 서울

* 사상적 - 금전만능주의와 민족주의 사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인간기념물'에서 '서곡'으로 끝맺는, 열아홉 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식 구성

◆ 주제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한 식민지 시대의 어둡고 혼탁한 현실에 대한 고발과 풍자

◆ 출전 : <조선일보>(1937. 10 ~ 1938. 5)에 연재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제목 '탁류'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

⇒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현실이 탁류와 같이 혼탁하고 부정적이라는 역사의 전망에 의해 붙여진 이름으로, '부정의 시대'라는 의미를 상징한다. 가혹한 수탈과 절대 빈곤의 시기에 경제적 · 정신적으로 진흙탕과 같은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인데, 이 작품의 정 주사, 고태수, 장형보 등과 같은 인물이다.

2. 이 작품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눈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으며, 각각 초점화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 전반부는 정 주사가 겪는 경제적 몰락과 그로 인한 비열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식민지 경제 현실을 정주사 가족을 통해 그리고 있다. 후반부는 초봉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가난으로 인해 일종의 매매혼을 하게 되고, 파란만장한 삶의 과정을 거쳐 장형보를 죽이는 데 이르는 통속적인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3. 작품의 마지막 장을 '서곡'이라 붙인 데서 읽을 수 있는 작가의 의식을 추리해 보자.

⇒ 마지막을 '서곡'이라고 붙인 역설적 표현을 통해, 비극이 끝난 지점에 새로운 삶을 기약하는 전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신세대에 의한 새로운 가치와 행동의 창출이라고 하겠다.

4. 이 작품의 주된 인물은 정 주사와 그의 딸 초봉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시대상과 관련하여 추리해 보자.

⇒ 정주사는 군 공무원을 지낸 인물이기는 하지만 현재는 영락해 있다. 초봉이도 학교를 다닌 여자이지만 그의 아우인 계봉이에 비해 현실 적응 능력이 모자란다. 정주사와 초봉이는 모두 전통 사회에서나 새로운 사회에서나 적응하지 못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주역들이다.

● 더 읽을거리

◆ '탁류' 속의 '심청전' 패러디 구조

'심청전'의 심 봉사가 근대적 의미로 경제적 무능을 의미한다고 할 때, '입만 가졌지 수족이 없는' 경제적 무능자 정 주사와 다르지 않다. 초봉이 또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 그 자체이다. 부모를 위해 고태수와 결혼했고, 자신을 겁탈하고 제호와의 가정도 깨 버린 형보와 함께 살아간 이유도 가족을 위한 것이다. 결국 초봉이는 봉건적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심청일 수밖에 없다.

◆ 초봉이의 장소 이동의 의미와 타락

초봉이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둔뱅이 집에서 약국으로 단순히 왕복만 했을 뿐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여 신혼집을 차리면서 이 단선적인 왕복 운동이 깨진다. 초봉이에게 신혼집은 둔뱅이 집과는 달리 낯선 공간이므로 안락할 리 없었지만 그렇다고 벗어날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초봉이는 신혼집에 적응하기 위해 화초를 심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장형보의 흉계에 의해 남편이 죽고 장형보에게 겁탈까지 당하는 등 괴로운 삶이 시작된다.

초봉이는 희망과 안락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호남선 열차를 타게 되고 가는 도중 박제호를 만나 유성 온천에서 관계를 맺고 서울의 동관집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미지만, 장형보의 등장으로 이마저 깨지고 결국 동관집은 초봉이가 장형보를 죽이는 타락의 극점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순수하던 초봉이의 장소 이동은 안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시련의 과정, 타락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마지막 장의 제목이 '서곡'인 이유

서곡은 오페라, 발레 등의 첫 부분에 연주되어 후속부의 도입 역할을 하는 기악곡을 의미한다. 이로 볼 때 탁류가 몰고 온 찌꺼기들을 흘려보내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시대가 오리라는 희망을 암시하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만을 보여 줄 뿐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 해법문학 '현대소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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