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1922)

-김동인-  

◆ 소설 읽기  

● 줄거리

우리는 독립이나 민족자결 그리고 자유를 부르짖다가 수감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느낄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그날그날을 살아간다. 깊은 잠에 취해 있던 나는 기상소리에 화다닥 놀래어 깨어난다. 그러나 도저히 잠을 이겨내지 못하여 다시 잠에 빠져 들며 마침내 우리 방문을 여는 소리가 덜컥하고 들려올 때에야 벌떡 일어나서 점호를 받는다. 대답을 늦게 한 칠백 칠십 사호 영감은 간수 부장의 채찍을 맞고 눈물을 흘린다. 갑자기 방안의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다섯 평이 못되는 방에 처음에는 스무 사람이 있다가 차츰 차츰 불어나서 현재는 마흔 한 사람이 있으며, 뜨거운 태양이 내리 쪼이면 사람들은 기진맥진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냉수 한 그릇 뿐이다. 우리는 하룻밤을 삼분하여 교대로 잠을 잔다. 서서 있는 축들도 잠이 들고  나도 어느덧 잠이 들었는데, 가슴이 답답하여 깨어보니 매일 밤 겪는 일이지만 내 가슴과 머리는 온통 남의 다리 아래 깔려 있다.

아침은 아직 서늘한 유월 중순이나 달력이 없어서 정확한 날짜를 알 수가 없는 나는, 삼월 그믐 이후 보지 못한 바깥 세상을 보고 싶어 안타까운 심정이 된다. 나는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곁방에서 담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슨일이냐고 암호를 보내며, 곁방에서는 독립이 거의 다 되었다는 암호를 보내온다. 문따는 소리가 들리고 공판에 갈 사람을 불러내자 암호는뚝 끊기며 우리 방에서도 어제 매맞은 영감이 불려간다. 나는 언제쯤 그 축에 끼일지 안타까워 한다.

점심을 먹고 비린내나는 냉수를 한 대접 마시고 난 나는 밥그릇에 남은 밥알을 긁어서 이기기 시작하며, 새까맣게 변한 밥떡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본다. 종기를 핑계삼아 진찰하러 갈 사람들의 축에 낀 나는 안부조차 알 수 없던 아우를 만난다. 나는 진찰감으로 가는 동안 춥다고 할 정도로 서늘함과 아우를 만난 일로 기분이 좋아지나, 사람으로 득실거리는 감방과 병들을 생각하고 기분이 언짢아진다. 아우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수에게 채찍질을 당한다.

재판소에서 돌아온 영원 영감이 태형 구십도를 언도받고 공소했다고 하자, 나는 벌컥 화를 내며, 영감 하나가 태형을 맞고 나가 버리면 그만큼 자리가 생기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공소를 취하하라고 그를 괴롭힌다. 영감이 공소 취하를 결심하자, 우리가 간수에게 알리며 간수가 그를 끌어내자 자리가 넓어진다. 우리는 목욕탕에 갔다가 이십 초 동안의 목욕을 마치고 간수를 따라 감방으로 돌아온다. 몇 시간 뒤에 우리는 영원 영감의 태형 집행의 단말마의 부르짖음을 듣고 화다닥 놀란다. 어젯밤 그가 이 방에서 끌려나갈 때 칠십 줄의늙은이가 태맞구 살길 바라겠느냐던 말이 떠오르자 그를 내어쫓은 장본인인 나는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다.

● 인물의 성격

→ 소설의 주인공으로, 3개월간 좁은 감방에 갇혀 지내면서 이기적인 인간이 된다.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영원 영감을 사지로 몰아넣으며, 노인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동적인 인물임.

◆ 감방 안의 여러 사람들 → 이기심으로 뭉친 사람들로 정적인 인물들임.

● 구성 단계

◆ 발단 : 무더운 날씨의 비좁은 감방, 죄수들의 고통

◆ 전개 : 가엾은 노인에게 태형을 받도록 종용하기 위해 노인의 공소를 비난하는 죄수들과 '나'

◆ 절정 : 노인이 태를 맞으며 죽어감

◆ 결말 : 나의 자책감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옥중기의 일절"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작품으로, 김동인 자신의 3.1 옥중기의 한 토막이다. 뚜렷하게 드러난 스토리는 없으나, 감옥이라는 한계상황 속에서 죄수들이 벌이는 이기적이고 추악한 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자연주의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다.

더운 여름날, 좁은 감방에서 한 사람이라도 빠져 나가서 공간이 조금이나마 넓어지는 것만큼 다행스러운 일은 없다. 그래서 태형받기 싫어서 공소를 한 노인을 매도하여 태형장으로 내몰고, '나'는 노인의 태형 맞는 비명 소리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이 소설은 감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환경 조건이 얼마나 사람들을 짓이기는가를 보여주려는 목적을 지닌 작품으로, 감옥이란 환경에 의하여 인간이 어떻게 동물적 본능의 삶으로 전이되어 가는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려 한 자연주의적 성격의 작품이다.

'감옥'이라는 극한적이고 야만적인 공간 → 인간의 정신적 고고함 따위는 물론이거니와 최소한 지녀야 할 인간적 자존도 지킬 수 없는 극한적 공간이며, 인간의 야만성이 극도로 노출되는 세계이다 그러한 세계에서의 '나'는 수인들을 대표해 악마성과 야만성을 최대로 표출하는 인물이다. 이기적이고 악마적인 근성이 내재해 있다가 감옥이라는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3.1운동 직후, 더운 여름, 죄수들로 득실거리는 감방이라는 극한 상황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나'는 자신의 행위와 생각을 직접 내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위와 사물을 객관적인 위치에서 관찰하여 보고하기도 한다)

◆ 표현상 특징 : 객관적이고도 사실성을 지닌 문체, 간결한 호흡의 문장

◆ 주제극한 상황과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

◆ 출전 : <동명>(1922. 12 ~ 1923. 4 연재됨)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감옥'은 어떤 의미로 그려져 있는가?

⇒ 삶의 최악의 조건이라는 상황을 대변한다. 이런 한계상황은 인간의 운명을 파탄케한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설정해 놓은 공간이다.

2. 영원 영감에게 태형받기를 종용하는 '나'의 논리의 모순을 지적해 보자.

⇒ '나'는 영원 영감이 태형 받기를 거부하고 공소를 하려 하자 그를 이기주의자로 몰아붙인다. 자신을 위해 남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 비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모하여 영감을 몰아세운다.

그런데 '나'가 내세운 논리는 남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40여 명이 받는 고통은 비좁음이지만, 영원 영감의 고통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려를 받아야 할 사람은 영원영감인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쏘아붙인다. 자가 당착의 논리적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 이광수의 <무명>과 이 작품의 화자의 의식을 대조해 보자.

⇒ <무명>의 주인공은 정신주의자이다. 감옥 공간이 빚어 내는 비인간적 행태에 절망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수인들에게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비록 그들을 실천적으로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불경을 읽으라고 권유하는 등 정신적 높이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형>의 '나'는 그런 정신주의와는 거리가 먼, 오직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감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하여 원초적 반응을 보이면서, 남보다 자신이 편하기를 갈구하는 이기적 인물이다.

4. 이 작품이 자연주의 경향을 띤다고 할 때, 그것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말해 보자.

⇒ 감옥이란 최악의 조건이 인간에게 주어졌을 때, 인간의 삶이 어떻게 황폐해져 가는가를 마치 실험을 하듯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적 요소를 지적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감옥이란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인간 군상들을 인격과 같은 정신적 가치와 상관없이 동물적 본능과 이기심만이 들끓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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