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1921)

-현진건-  

◆ 소설 읽기  

● 줄거리

아내는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은 서울에서 중학을 마치고 자기와 결혼을 하자마자 곧바로 동경에 가 대학까지 마치고 온 인텔리이다. 아내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긴 세월을 '남편만 돌아온다면…'이라는 생각으로 견뎌냈다. 남편이 돌아오면 부유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긴 세월 홀로 어려움을 참고 기다린 아내에게 남편이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남편의 행동은 아내의 기대와는 어긋나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여러 달이 지나도 돈벌이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집에 있는 돈만 쓰고 걸핏하면 화만 냈다.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과 다른 점이 없었다. 단지 다르다면 남들은 돈벌이를 하는데, 그의 남편은 도리어 집안 돈을 쓰며 어디인지 분주히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러던 남편은 무슨 근심이 있는 사람처럼 자다가 일어나 책상머리에서 울기도 하고 늘 우울하게 지냈다.

어느 날,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새벽 두 시경 행랑 할멈이 부르는 소리에 나가 보니, 남편은 만취가 되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돌아왔다. 그래도 남편은 행랑할멈의 도움을 거절하며  간신히 방에 들어와 옷도 벗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쓰러진다. 아내는 남편의 옷을 벗기어 자리에 뉘려 하나 옷이 잘 벗겨지지 않자 짜증을 내며, 남편에게 이토록 술을 권한 사람들을 탓한다. 그리고 남편에세 술을 권한 것은 남편의 화증이거나 어느 하이칼라일 것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쓸쓸하게 웃으며, 현 사회가 유위유망(有爲 有望)한 나의 머리를 마비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하므로 이것저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이니,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화증도 하이칼라도 아니고 현 조선사회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편은 조선의 현실을 비판하며, 이런 조선 사회에서 자신과 같이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들은 피를 토하고 죽든지 그렇지 않으면 주정꾼 노릇밖에 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남편이 자신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사회'라고 했을 때 그것을 딴 나라에는 없고 조선에만 있는 요리집 이름으로 생각하여 나다니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또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가슴이 막혀 답답해 못산다고 하는 남편에 대해 술을 먹지 않는다고 가슴이 막힌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답답한 소리를 하기도 한다.

남편은 아내의 무지함에 답답하다고 하며 아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할 수 없는 고뇌의 표정에 젖는다.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고자 했던 자신을 탓하며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구두소리가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모든 걸 잃어 버렸다는 듯이 해쓱한 얼굴로 밤을 바라보다가, 절망한 어조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 인물의 성격

◆ 남편 → 동경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으로 경제적인 무능함과 함께, 식민지 치하라는 현실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아내의 이해도 받지 못해 심하게 갈등하며 방황하는 인물이다. 일제치하라는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알고는 있지만 그 인식이 피상적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타개할 의지가 매우 부족한 소극적이고 패배적이고 자조적인 지식인의 모습이다.

◆ 아내 → 결혼한 지 7~8년 되었지만 늘 혼자 있는 여인으로, 남편이 돌아와서 보상해 줄 부와 행복을 생각하며 현재의 외로움과 가난을 참고 견딘다. 하지만 돌아온 남편의 심리적 방황과 내면적 고통을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도 괴로워한다.

● 구성 단계

◆ 발단 : 바느질을 하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 전개 : 과거에 대한 회상과 초조한 심정의 아내

◆ 위기 : 만취되어 돌아온 남편

◆ 절정 : 술을 먹는 이유에 대한 남편의 변명과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아내

◆ 결말 : 집을 나가버리는 남편

● 이해와 감상

일제 강점기 조선 사회에서 살아가는 지식인이 겪는 고뇌가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지식인인 남편의 고민과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무지한 아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써 남편의 내면 세계에서의 갈등의 세부적인 모습보다는 아내가 바라보는 남편의 고통스런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남편의 고민이 구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선언적인 형식을 취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점과 관련이 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지식인의 모습은 자기 조소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이다.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좌절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그리고는 있지만, 그 모습이 피상적으로만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술을 권하는 조선의 암담한 현실적 모순을 해결할 의지도 없고, 방법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지식인은 봉건적 사고를 지닌 무지한 아내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데도 실패한 패배적 인물이다.

작가 현진건은 상해 호강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다음에 <빈처><술 권하는 사회> 등을 창작했다. <빈처>에서 남편인 '나'는 공부를 하러 중국, 일본으로 갔다가 방랑의 세월만 보낸 후 무위(無爲)하게 귀국한다. <술 권하는 사회> 역시도 주인공 남편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조선이라는 시대적 환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고뇌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빈처>가 가정을 중심으로 해서 그 고뇌를 그려 냈다면, <술 권하는 사회>는 가정을 중심으로 하되 사회적인 것이 원인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투시하려고 하는 작가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이 작가의 신변을 다룬 초기소설들은 일제 강점기에서 지식인들의 입지가 얼마나 답답하고 절망적이고 불안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사실주의 소설(당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항거)

◆ 배경 : 1920년대 식민지 치하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아내의 시점에서 남편의 행동을 관찰하는 시점임.)

◆ 갈등 구조 : 인물과 환경 간의 갈등

◆ 주제 일제 강점하 지식인의 고뇌와 좌절

◆ 출전 : <개벽>(1921)에 발표됨

◆ 제목의 의미

* 지식인이 자기 실현을 할 수 없는 사회

* 사회(조직)의 부패와 무기력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좌절

● 생각해 볼 문제

1.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의 조선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이 소설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써 보시오.

⇒ 사회가 술을 권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일제 치하의 조선 사회가 지식인의 자기 실현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음으로는 조선 사회의 각 조직들의 부패와 무기력으로 인한 좌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2. 이 소설에서 남편을 통해서 나타난 지식인상을 비판해 보시오.

⇒ 이 소설에서 나타난 지식인상은 사회의 부정과 모순을 알고는 있지만 그 인식이 피상적일 뿐만 아니라, 그 부정과 모순을 타개할 의지가 부족한 소극적이고 자조적인 지식인의 모습이다.

3. 이 소설의 마지막 아내의 대사인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내의 사람됨은 ?

⇒ 사회를 요리집 이름쯤으로 알고 있고 무언가 무서운 독소를 지닌 구체적 사물로 생각하는 무지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결국 이 대사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아내의 절망적 탄식이라고 할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