쑈리 킴(1957)

-송병수-  

◆ 소설 읽기  

● 줄거리

전쟁 중에 고아가 된 쑈리 킴은 못된 왕초 밑에서 견디다 못해 딱부리와 함께 도망친다. 그러나 순경에게 잡혀 고아원으로 간다. 그들은 다시 탈출하여 미군 부대 주변을 맴돈다. 그 곳에서 딱부리는 하우스 보이로 자리잡고, 쑈리는 따링이라는 양공주와 함께 산다. 쑈리는 따링 누나에게 양키나 검둥이를 소개해 주는 펨푸(중개) 노릇을 한다. 양키들은 초컬릿이나 씨레이션 등 먹을 것을 주지만, 달러 다섯 장은 내야 따링 누나와 잘 수 있다. 쑈리는 따링이 양키와 잘 때면 MP가 오는가 망을 본다. 양공주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엠피가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늘 파란 잔디밭에서 따링하고 '저 산 너머 햇님'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꾼다. 따링은 정말 누나같다. 그러던 어느 날 따링이 MP한데 끌려 가고 만다. 구덩이에 숨겨 둔 팔백 달러 뭉치를 가지고 서울의 PX 앞에서 만나자는 고함 소리를 남긴 채.

누나가 잡힌 것은 딱부리의 밀고(密告) 때문이라고 쑈리는 단정한다. 그래서 그를 찾아가 격투를 벌인다. 바로 그때 찔뚝이란 놈이 따링의 달러 뭉치를 훔쳐 달아난다. 쑈리는 딱부리와 합세하여 찔뚝이를 마구 짓밟는다. 찍뚝이가 쑈리를 돌로 쳐죽이려 하자 딱부리가 칼로 그를 찌른다. 달러 뭉치는 피가 묻은 채 사방으로 흩어진다.

쑈리는 서울로 도망친다. '저 산 너머 햇님'을 생각하면서…. 그러나 찔뚝이가 죽지 않고 살아나 뒤따라 올 것만 같아 쑈리는 무섭다.

● 인물의 성격

◆ 쑈리 킴 → 열 살 남짓한 소년. 6·25 동란 통에 부모를 잃은 고아. 매춘 중개(펨푸)를 한다. 그러나 양공주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 천진성이 상처를 입는다.

◆ 딱부리 → 열네 살. 따링 누나가 양키와 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보고 5달러 줄테니 자신과 잠자리를 갖자고 요구하여 일찌감치 어른의 세계에 물든, 동심의 파괴를 보여준다.

◆ 따링 누나 → 양공주.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지만 이룰 수 없음도 알고 있다.

● 구성 단계

◆ 발단 : 쑈리 킴이 일선으로 오게 된 내력

◆ 전개 : 딱부리는 하우스 보이가 되고 쑈리 킴은 따링이라는 양공주의 펨푸 노릇을 하게 된다.

◆ 위기 : MP가 와서 따링을 차에 싣고 간다.

◆ 절정 : 달러 뭉치를 훔쳐 나오는 찔뚝이를 발견하고 난투를 벌이다가 찔뚝이는 딱부리 칼을 맞고 쓰 러지고 쑈리 킴은 서울로 도망친다.

◆ 결말 : 따링 누나와 부르던 '저 산 너머 햇님'을 생각한다.

● 이해와 감상

6.25에서 제재를 취한 작품으로, 전쟁 고아인 쑈리 킴의 눈을 빌려서 전쟁이 우리 주변에 끼친 상처를 살피고 있다. 미군 부대의 주둔과 그것에 의해 왜곡된 우리의 삶의 일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양키가 주둔하면서 양키를 상대로 삶을 꾸려나가는 부류의 계층이 생겼고, 그들은 전통적 삶의 질서와는 매우 이질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는 왜곡된 삶을 살게 되며, 이것은 또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쑈리와 딱부리는 전쟁고아로서, 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묘하게 자신들의 삶을 줄타기하며 얼마간의 요령을 익혀 가며 사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런 요령과 영악함과 교활함을 보일 나이가 못 된다는 것이다. 너무 일찍 세상을 배워가며, 지저분한 성인사회로 내팽개쳐진 존재이다. 이들은 모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버린 불쌍한 존재들이다. 이들의 삶의 단면을 부각하는 것 자체가 전쟁의 참혹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관념으로 다가가는 전쟁의 비극이 아니라 구체적 삶을 통한 비극성의 제시가 이 소설의 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설은 전쟁소설의 부류에 해당됨에도 등장인물들이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 괴로워하거나, 전쟁 자체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다. 더구나 쑈리와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삶은 겉으로는 해학성마저 가진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심층에는 삶의 비극성이 내재하고 있다. 쑈리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흥미있게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그런 어긋난 삶을 초래한 원인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으며, 작가가 의도하는 것 또한 주제의식을 심층에 감춘 채 전쟁의 부정성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표현과 의도가 다소 엇갈리는 것 같은 것이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은 전후 상황의 황폐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을 미군 부대 주변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황폐함 가운데서도 주인공 쑈리는 소년으로서의 천진성과 순수함을 그나마 간직하고 있다. 따링 누나가 쑈리 킴에게 남기고 간 말, 즉 서울의 피엑스에서 만나자는 말은 실현될 수 없는 말이고, 쑈리 킴이 서울에 가서 따링 누나와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 역시 실현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를 통해서 아직은 남아 있는 이들의 인간애와 희망을 엿볼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전후 소설

◆ 배경 : 전쟁 후, 미군 주둔 지역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 생활어(서툰 영어와 은어)의 적절한 구사, 표현의 경쾌함

◆ 주제

* 전쟁이 준 상처 - 천진성의 상실

* 전쟁의 아픔 속에 싹트는 따뜻한 인간애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소설에서 미군 부대 주변이라는 공간적인 배경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 전후 상황을 전형적으로 드러내주는 역할

2. '칼 던지기'와 '돌 던지기'의 복선으로서의 구실에 대해 말해 보자.

⇒ 처음에 '칼던지기'나 '돌던지기' 장면이 제시되는데, 칼은 딱부리가 잘 던지므로 쑈리는 돌을 던지는 것으로 불만을 해소하고 재수를 보는 것으로만 그려진다. 이것은 나중에 쑈리의 돌에 찔뚝이가 맞고, 딱부리가 던진 칼이 찔뚝이의 등에 명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3. 따링 누나의 울음의 의미를 주제와 관련하여 말해 보자.

⇒ 따링 누나는 비록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지만, 인간성 자체가 반윤리적이지는 않다. 그녀는 따뜻한 마음도 지니고 있는, 원래가 순박한 성품의 여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꼬마인 딱부리가 몸을 사겠다고 했을 때, 인간적 비감은 극도로 고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왜곡된 풍속도 결국 전쟁이 주는 비극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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