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1965)

-김승옥-  

◆ 소설 읽기  

● 줄거리

월부 외판원인 '그'는 우연히 알게 된 여자와 결혼한다. 처가집이 대구쪽에 있다고 하나 내왕은 전혀 없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들은 돈이 생기면 여기저기 함께 다니면서 재미있게 산다. 아내는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급성 폐렴도 앓은 적이 있다. 그런데 급성 뇌막염으로 오늘 아내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죽었다. 장례 비용을 해결할 길이 없는 '그'는 아내의 시체를 사천 원을 받고 병원에 판다. 포장마차에서 대학원 학생인 '안'과 구청 병사계에 근무하는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난다.

자기 소개를 끝낸 우리는 술만 마신다. 그러다가 나는 불쑥 '안'에게 파리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가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자 나는 그렇다고 응답한다. 나는 '안'과 평화시장 앞의 가로등과 화신백화점의 유리등과 같은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한다. 계산하기 위해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곁에서 술잔을 받아놓고서 연탄불에 손을 쬐고 있던 '그'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는 오늘밤 자신이 술을 사겠다고 함께 가 줄 것을 애원한다. 유쾌한 예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근처의 중국 요리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돈을 써 버리기로 작정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만 같아서 불안했지만 통닭과 술을 시켜달란다. 옆방의 다급해져 가는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휩싸인다.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자 '그'는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아내의 이야기를 꺼낸다. 나와 '안'은 조의를 표한다. '그'는 실험용인 아내의 머리를 톱으로 가르고 배를 칼로 째는 장면을 연상하면서 괴로워한다. 거리로 나온 우리는 중국집 옆의 양품점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골라잡는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중도에서 내린 우리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소방차를 뒤따른다. 사내가 호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모두 '안'에게 준다. '안'과 나는 돈을 세어보고 다시 돈을 돌려준다. 화재가 난 곳에 도착한 우리는 페인트통에 앉아서 불구경을 한다. 이때 '그'가 깡통으로부터 힘차게 일어나 소리치면서 돈을 흰 보자기에 싸서 불속으로 던진다. '안'과 나는 '그'에게 잘 있으라고 하고 돌아선다.

'그'는 혼자 있기 무서우니 같이 있자고 하소연한다. 자신이 여관비를 내겠다면서 어느 집의 벨을 누르고 월부책값을 요구한다. 통금 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관으로 들어간 우리는 혼자 있기가 싫다고 중얼거리는 '그'와 다른 방으로 각각 들어 간다. 다음날 아침 '그'가 죽었다면서 '안'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그'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서둘러서 여관을 나선다. '그'가 죽을 것을 알았던 '안'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 인물의 성격

◆ 그(사내) → 30대의 가난한 월부판매 외판원으로, 1960년대 방향을 상실한 하층민을 대표한다.  아내가 죽자 시신을 병원에 팔아먹고 자책감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인물 (삶에 절망한 자)

◆ 안(安) → 25세의 부잣집 아들이며 대학원생으로, 1960년대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극도의 염세적 태도를 지닌 니힐리스트로, 과장된 절망에 빠져 있으며, 당대 지식인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냄. (회의주의자)

◆ 나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사를 떨어진 뒤에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인물로, 도시 소시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심한 고독감을 느끼지만 거기에 닳아질 대로 닳아진 사람이다.(냉소적이고 무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나'와 '안'이라는 대학원생이 포장마차에서 만나 무의미한 대화를 즐김.

◆ 전개 : 30대 중반의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오며 자신의 불행을 말하고 동행해도 좋으냐고 간청함.

◆ 위기 : 선술집에서 만난 세 사람은 자기들의 신분을 이야기하고,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면서 부질없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부질없는 불구경을 나선다. 화재가 난 곳에서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불 속에 던지고는 불안에 빠짐.

◆ 절정 : 세 사람은 여관에 들기로 한다. '사내'는 같은 방에 들자고 했으나 '안'의 거절로 각기 다른 방에 투숙한다.

◆ 결말 : 다음날 아침, 사내의 자살이 밝혀지고, '나'와 '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곳에서 헤어졌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나'와 '안'과 '그'라는 새로운 인물 유형이다. 선술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이십오 세의 동갑내기인 이들은 결코 그들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는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도시적 삶의 파편화, 곧 개인주의의 심화를 읽어 낼 수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나', '안', '사내' 등으로 익명화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 그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주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이다. 또한 그들의 신원만 단편적으로 제시될 뿐 개개인의 개성이 서술되지 않은 것도 소외의식을 심화시키는 문체적 특징일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이름으로 대표되는 인격끼리의 만남이 아니고, 단순히 기호적 위상으로만 상대를 인식하는 무덤덤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이렇게 인식하는 그들의 내면은 결국 사회화의 단계를 밟지 않은 미숙한 것이거나, 아니면 사회화를 포기한 태도라고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쓸데없는 말의 유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의사소통과 감정의 교류라는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세 사람의 대화는 그러한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 표피적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헛된 이야기이다. 포장마차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써 말을 하고 있거나, 말을 장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언어적 진실을 통한 관계맺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쓸데없는 말 장난에 불과하다.

이 작품의 공간(포장마차, 여관)이 지니는 상징성 또한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포장마차는 서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다. 허무주의자인 안과 속물적 사고의 나, 생활고에 지친 외판원 아저씨는 모두 서울의 쓸쓸한 군상들이다. 여관은 나그네가 깃들이는 곳이다. 그들에게 여관은 안식의 터전이 아니라, 나그네라는 의식만 더 강화시켜 주는 공간이며, 파편화된 단독자임을 확인시켜 주는 공간에 불과하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순수소설, 도시소설  -현실고발적, 사실적-

◆ 배경

* 공간적 - 허무주의로 가득찬 서울

* 시간적 - 1964년 겨울

* 사상적 - 실존주의와 초현실주의, 허무의지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1인칭 관찰자적 시점의 혼용)

◆ 표현상 특징

① 상징적(象徵的)인 언어의 사용 → 설명적 언어가 아닌 상징적, 비유적 언어를 사용하여 입체적인 문장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독자들에게 상상력과 사고력을 동원하여 책을 읽게한다.

② 인상(印象)적 언어의 사용 → 상투어를 쓰지 않고 참신하고 인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비관습적인 문체를 만들고 있다.

③ 전형적인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한 시대상의 제시

◆주제

*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세 사람의 소외된 삶과 허무의지

● 생각해 볼 문제

1. 등장하는 세 인물의 성격을 한가지로 말해 보면 ?

⇒ 세 사람은 각 계층을 표상하는 인물들로서의 성격을 지니는데, 방향의 상실, 무관심, 허무주의에 빠진 도시인의 무중력 상태를 드러내며, 원자화해 버린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태도를 함께 보여주는 인물들임.

2. 이 소설은 쓸데없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것이 의도하는 바는 ?

 → 현대인의 의미없는 만남과 삶의 파편성, 소외의식을 드러내고자 함.

3.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과 그것을 본 두 사람의 반응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려는 주제의식은 무엇인가?

  ⇒ 외판원 아저씨의 자살은, 남의 문제가 바로 자신 가까이에 다가오는 계기가 된다. 스물 다섯 살의 청년인 두 주인공은 하룻밤 새 성큼 자란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황폐성의 극단인 죽음 앞에서 그들은 삶의 엄숙한 의미를 일순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그 죽음을 외면하고 만다. 시체를 두고 거리로 나온 두 사람은 그저 방향없는 길을 향해 갈라서는 것이다. 죽음에 임하여서도 결코 합치할 수 없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파편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떠나는 길에는 '도시의, 눈을 맞고 서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쓸쓸히 서 있다. 그들은 바로 눈을 맞고 서 있는 나뭇가지인 셈이다.

 

◆ 교과서 학습 활동

1.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세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만남이 이루어진 '포장마차'라는 공간은 어떤 곳인지 설명해 보자.

⇒ 이들은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포장마차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필연적인 만남의 계기는 없을 것이다. 단지 익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계기를 갖고 모이는 곳일 뿐이다.  따라서 '포장마차'라는 공간은 도시적인 삶의 익명성과 만남의 우연성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2) 세 사람이 같은 여관에 들어갔지만,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간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보자.

⇒ '벽'은 사람들 사이의 마음의 벽을 의미한다. 작자는 인간적인 유대를 갖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현대인의 인간 관계를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간섭하지 않으려하며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벽을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간 등장 인물의 행위에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3) 자살을 예견하고도 '사내'를 혼자 놓아 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나와 안은 사내의 죽음에 대해 각각 '혼자 놓아 두면 죽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내가 생각해 본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씨팔것, 어떻게 합니까? 그 양반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로 미루어 보아 이들이 사내를 혼자 둔 이유는 그들이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을 귀찮아 하며 고독과 단절에 익숙하고,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며, 거기에 간섭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나', '안', '사내'는 각각 어떤 인물인지 말해 보자.

⇒ '나'는 육사 시험에 실패하고 구청 병사계에서 근무하는 스물 다섯 살 난 시골 출신 사내로 소외감과 고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안'은 나와 동갑내기로 부잣집 장남이며 대학원생으로 삶을 냉소하면서도 자기 구원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외판원은 서른 대여섯 살의 가난한 사내로 마누라 시체를 병원에 판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여관방에서 자살한다. 자살하기 전 '나'와 '안'과는 달리 '인간적인 유대'를 원하고 있다.  

(2) 구체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대신, '나', '안', '사내' 등으로 익명화시킨 것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말해 보자.

⇒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한 존재의 의미를 인정하고, 기꺼이 자신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 작자가 등장 인물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고 익명화시키는 것은 자기 중심적으로 고립된 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의 고독한 삶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3. 작품의 대화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중략> 앞 부분에서 '나'와 '안'이 주고받는 대화는우리가 흔히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와 동일한 것인지, 동일하지 않다면 어떤 점에서 다른지 설명해 보자.

⇒ '나'와 '안'은 이상한 말놀이만을 하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반해, 이들의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와는 달리 어떠한 소통적인 의미도 가지지 않고 있다.

(2) 마지막 대목에서 '안'의 "우리가 너무 늙어 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라는 말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 '나'와 '안'은 원래 타인의 삶에 무관심한 사람들이었으며, 그들 자신도 자신의 성향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타인의  죽음을 방치하고, 그 죽음을 귀찮아하는 자신들을 보며 자신들의 성향이 타인의 죽음마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것임을 깨닫는다. 많은 세상사를 보았기에 어느 정도 타인의 일이나 세상사에 호기심이 없어지는 것이 '늙음'이라면 이들은 자신들이 말하듯이 '너무 늙어 버린 것'이다.

● 더 읽을거리

◆ 김승옥 문학의 감수성

김승옥은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전후 문학과 인식론적 단절을 이룩하고 스스로 새로운 글쓰기의 영도가 되었다. 이처럼 청신한 감수성과 젊음의 순수함만을 갖고 출발한 그의 소설은 60년대 한국 문학에 감수성의 세례를 주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급격한 퇴락으로 들어섰다. 그러한 문학사적 단명에도 불구하고 김승옥 문학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단편 소설의 모방할 수 없는 규범으로 군림해 왔고, 수많은 모방과 반역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승옥은 모든 문학적 출발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 1964년 겨울」과 60년대적 소외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1965)은 궁핍한 낭만과 꿈의 시대의 경전이었다. '우리는 분명히 스물 다섯이지요?' 지극히 미숙한 성년 사내들의 궁핍 속에 비친 호기심과 낭만의 표류, 권영민의 말대로 도시 문명으로부터의 소외된 이들은 '절망과 권태' 속에 익명적 존재로서 기호화되어야만 했다.

- 안경환 「법과 문학 사이」-

◆ '나'와 '안'의 대화의 의미

이들의 대화에서 나타난 시간과 공간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두 사람은 이상한 말놀이만 하고, 그들에게 시간은 단절되어 있다. 시간은 다른 시간과 이어지지 못하고, 다른 사건을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공간, 역사적 사건이나 문체에 의미를 주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이 단절되고 타인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때, 사람은 고독하게 된다. 현대인의 고독을 보여 주고 있다.

 

◆ 등장 인물의 익명 효과

「서울, 1964년 겨울」의 등장 인물은 '나', '안', '사내' 등으로 익명화 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 그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 중심주의, 언어 불소통을 암시하는 문학적 의도이다. 그들의 신원만 단편적으로 제시될 뿐 개개인의 개성이 서술되지 않은 것도 소외의식을 심화시키는 문체적 특징일 것이다.

 

◆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대화'의 역할

이 작품의 진행은 작가의 서술이나 묘사보다는 대화가 주요 전략이다. 대화는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고, 인물간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작품을 완성시켜간다. 문제는 인물들의 대화가 모두 작위적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언어의 기본 기능인 의사전달의 기능보다는 언어의 무상성 내지는 언어의 불통현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보여진다. 이러한 언어불통 현상은 인물들의 허무의식, 불안, 소외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공간의 이동과 주제와의 의미 관계

* 선술집에서의 우연한 만남 → 현대인의 특성(익명성)

* 여관에서의 각방 쓰기 → 현대인의 특성(개인성)

* 새벽의 거리 → 현대인의 특성(파편화)

 

◆ 신문 기사문

젊어서 이미 늙은 것들의 말장난 같은 대화와 상처한 중년의 자살로 채워진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이, 그것도 한국 소설사에 우뚝한 작품이 되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제목을 '서울, 1964년 겨울'이라 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1964년 겨울로 돌아가 보자.

그 해 겨울은 추웠다. 한일기본조약 반대와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은 서울시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선 군사정부에 의해 패퇴했다. 4 · 19가 열어젖힌 해방과 자유의 공간을 군홧발로 짓밟은 박정희 소장. 그를 상대로 한 싸움을 별러왔던 학생들의 반격이 6 · 3사태로 불리는 64년 여름의 용틀임이었다. 그 용틀임이 무위로 돌아가자 이제 학생들에게 남은 것은 개인 차원의 사소한 실천뿐이었다. 그것은 또한 재래적 농촌 공동체의 붕괴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단자(單子)적 세계관과도 통하는 것이었다.

'서울, 1964년 겨울'에서 포장마차에서 만난 세 남자는 사회이면서도 사회가 아닌 독특한 동아리를 이룬다. 그들은 포장마차라는 동일한 공간에 각자 술을 마시러 왔다는 공통점으로 묶이지만, 그것이 어떤 유의미한 공동체의 형성에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세 사람은 각자의 고독과 상처로 작은 고치 속에 웅크리고 틀어앉아 있을 뿐 고치 밖의 세계로 나올 염을 내지 못한다. '벽으로 나누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고 ㅅ이었다.'는 지문은 그들이 함께 그러나 따로 든 여관방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 모두가 몸 부리어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사회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김승옥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는 개인의 발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50년대까지의 한국 소설은 말의 올바른 의미에서 개인의 존재에 눈뜨지 못했었다. 소설이 개인에 관해 말할 때조차 그 개인은 공동체의 역사와 현실에 절대적으로 규정되는 사이비 개인이었다.

김승옥 소설들이 발아하고 무르익은 곳은 작가가 다니던 서울 문리대가 있던 동숭동 일대였다. 작가에게 서울은 전쟁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폐허 같은 도시였다. 서울 토박이라고는 구렁이 같은 복덕방 영감과 앙칼진 목소리의 셋방 주인 아주머니 정도일 뿐 나머지 서울 주민은 월남 피난민들과 자식들 교육을 위해 상경한 이농민들이었다. 이들이 얽히고 설켜 생존을 위한 악다구니를 펼치는 살풍경이 서울의 모습이었다. 

"파괴의 폐허 위에서 새로 시작되는 한국, 특히 서울에 대한 관심은 내 소설의 테마가 되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처럼 작가로서 흥미로운 도시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나에게 서울이란 평생 그물을 던져도 고갈되지 않는 황금어장과도 같다."  

-최재봉,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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