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당(1937)

-정비석-  

◆ 소설 읽기  

● 줄거리

열네 살에 순이는 현보에게 시집을 온다. 이 때 시어머니는 성황님을 공경해야 한다고 당부를 한다. 그녀는 열심히 성황님을 모시며 사는데, 사 년이 지나서야 아내꼴이 잡히게 된다. 그런데 그녀에게 산림간수 김주사와 광산에 있는 칠성이가 마음을 두게 된다. 그러나 순이는 현보를 두고 그들을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신새벽 현보가 장에 숯을 팔러 집을 나선다. 이때 순이는 댕기와 신발을 사서 일찍 돌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현보는 댕기는 사서 뭐하느냐고 술이나 마시고 오겠다고 한다. 순이가 저녁밥을 짓고 나서 현보가 신발과 댕기를 사가지고 빨리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성황당에 축수하고 밥을 퍼놓고 기다린다. 황혼이 짙어지자 순이는 시오리 고개를 숨을 헐떡이면서 오른다. 현보가 술에 취해서 부르는 노래 가 멀리서 들리자 순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그녀는 길가에 버티고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현보를 노려본다. 현보가 어깨를 잡으려는 것을 뿌리친 순이는 독기있는 말로 신발을 사왔느냐고 묻는다. 현보가 신발을 내보이자 순이는 그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여 길에서 정사를 벌인다. 순이는 지금 고무신을 신게 된 것이 틀림없이 성황님의 은덕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다음날 현보는 순이가 준 돌을 공손히 성황당에 던지고 숯가마로 간다. 순이가 가져온 조반을 마친 현보는 산으로 나무하러 가고 순이는 숯가마에 불나무를 한 아궁이 집어넣고 산나물을 캔다. 한나절이 되자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 순이는 개울가로 가서 옷을 훨훨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천마령에 먹장 구름이 솟아오르자 순이는 옷을 찾으나 없다. 산림간수 김주사가 옷을 가지고 순이를 희롱한다. 소나기가 내리자 순이와 김주사는 숲속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한다. 김주사는 순이를 겁탈하려다 완강히 거부하자 현보가 징역 가도 좋으냐고 협박을 한다. 순이는 김주사의 얼굴을 휘갈기고 숲에서 뛰어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이틀 후에 김주사와 읍내 순경이 현보를 잡아간다. 십여 년 옥살이를 할 것이라는 말에 순이는 울상이 된다. 이제 혼자서 벌어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 순이는 현보가 전에 하던 장작을 패고 겨울 준비로 틈틈이 산나물을 캔다. 집에 돌아오니 김주사가 능청맞게 아랫목에 자빠져서 기다리다가 추근거리자 순이는 성황당에 가서 빈다. 현보가 잡혀갔다는 소리에 칠성이가 찾아온다. 방안에 있는 낯선 사내를 보고 직각 눈치를 챈 칠성이가, 김주사에게 시비를 걸어 싸운다. 김주사를 때리고 도망친 칠성이가 새 분홍 적삼과 수박색 치마를 주면서 멀리 도망가자고 한다. 도망을 치던 순이는 현보와 성황당을 생각하고 뒤를 보겠노라고 속이고는 숲으로 가서 옷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다. 그리고는 현보가 사 준 흰 고무신만 손에 쥐고 집을 향해 달린다. 집에 돌아오니 현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순이는 '성황님, 성황님'을 부르짖는다.

● 인물의 성격

◆ 순이 → 원시적인 특성을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비합리적인 사고와 자연 친화사상을 지니고 있다. 현보가 경찰에 연행되어 가자 칠성이의 유혹을 받기도 하나 곧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성격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순박한 산골 아낙네로 숯 굽는 일을 도우며 성황당을 의지하고 사는 정적 인물이다.

◆ 현보 → 순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원초적인 인간이다.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김주사의 고발로 경찰서에 끌려갔다 나오기도 하는 정적 인물이다.

◆ 김주사 → 일제 하에서 산림 간수를 하면서 유부녀인 순이를 겁탈하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쥐꼬리만한 권력을 이용해서 현보를 수감시킨다. 현보가 없는 순이집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다가 칠성이에게 혼이 난다.

◆ 칠성 → 탄광에서 일하는 젊은이로 유부녀인 순이에게 마음을 두어 그녀에게 옷을 해주고 유혹한다.

● 구성 단계

◆ 발단 : 현보와 순이가 천마령 부근에서 행복하게 산다. 순이는 현보가 흰 고무신을 사 주어서 감격함.

◆ 전개 : 순이가 발가벗고 냇가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김주사가 목격하고 추근댄다.

◆ 위기 : 김주사의 고발로 현보가 끌려가고, 순이를 사이에 놓고 칠성과 김주사가 결투를 벌인다.

◆ 절정 : 순이는 적삼과 치마로 유혹하는 칠성이를 따라 산골을 떠난다.

◆ 결말 : 순이는 발길을 돌리고, 현보가 풀려난 것도 성황님의 덕이라 믿는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산에서 숯을 구워서 파는 현보와 그의 아내의 원시적이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매우 긍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일제 앞잡이인 김주사와 물질로 유혹하고자 한 칠성이라는 부정적 인간형의 간섭으로 다소의 갈등을 겪게 되기는 하지만, 쉽게 원래의 생활로 되돌아가게 된다. 토속적인 세계에서 자연과 인간의 동화를 통한 원시적 삶의 아름다움을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연귀의의 한 원형을 발견할 뿐 아니라, 한국적 서정주의의 한 극치를 보게 되며, 토속적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건강하고 풋풋하며 싱싱한 생명감, 그 속에 아련히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 자연과 인간의 동화 → 냇가에서 목욕하는 순이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승화되고 나무와 짐승, 꽃들은 인간과 함께 숨쉰다. 문명에 전혀 때묻지 않은 인물들이 벌이는 본능적 애정은 자연적 배경과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발산된다. 순이에게는 법도, 경찰서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녀가 비록 흰 고무신과 항라 적삼에 마음이 끌리긴 하지만, 삶의 터전은 여전히 숯가마와 성황당이다. 시집 대대로 이어져 오는 성황당에 대한 신앙은 순이에게도 절대적 힘을 발휘한다. 고무신을 사 준 것도, 현보를 경찰서에서 내보내 준 것도, 성황님이 도운 것이라고 믿는다.

◆ 샤머니즘, 한국인의 정서적 원형 → 작품의 세계를 아름답고 신비롭게 만드는 한 요소가 샤머니즘의 세계이다. 원시 토속신앙인 샤마니즘의 세계는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는 통합적 세계관을 지닌다. 성황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신앙은, 우리의 삶의 애환을 곁에서 지켜보고, 그 애환을 달래주는 가장 친근한 세계이다. 순이의 삶을 지배하는 것도 성황님의 존재요, 이것은 순이만이 아니라 우리 한국인을 지배해 온 정신적 뿌리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융합된 샤머니즘의 세계와, 현보와 순이의 자연적 삶은 그 본질이 동질성을 지니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시간적 → 일제시대

* 공간적 → 토속적이고 원시적인 천마령 부근의 어느 산골 마을

* 사상적 → 자연친화사상과 배금주의, 원시주의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낭만적이고 토속적인 분위기, 예스럽고 투박한 평안도 사투리의 사용

◆ 주제 자연과 합일된 인간의 삶

◆ 출전 : <조선일보>(1937) 신춘문예에 당선됨.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성황당'은 어떤 의미로 기능하고 있는가 ?

→ 순이는 성황님이 모든 것을 주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성황은 그렇게 순이의 삶에 밀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 성황당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융합된 세계를 보여주는데, 순이의 자연적 삶은 이 샤머니즘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혼연일체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황당은 자연과 인간이 일체화된 경지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의 세계와 그 정신적인 면에서 일치를 보인다.

2. 현보가 떠난 뒤, 칠성이를 따라가는 순이의 심리를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

→ 칠성이는 순이에게 따뜻한 사랑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쁜 옷도 사 준다. 여기에 순이는 얼마간 마음을 빼앗긴다. 이것은 그녀가 이것저것 재지 않는 순박한 믿음 때문인데, 현보가 어차피 몇 년이 걸려야 나온다고 믿었던 차에 칠성이의 선심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3. 순이가 산 속으로 되돌아온 것은 결국 무엇 때문인지 말해 보자.

→ 순이는 산골을 떠나 살 수는 없다. 순이가 사람많은 농촌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만 산으로 되돌아가려고 마음 먹는다. 순이에게서 산은 그녀의 삶의 전부이기 때문에 결국 발길을 돌린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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