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메이드 인생(1934)

-채만식-  

◆ 소설 읽기  

● 줄거리

이 작품의 주인공 P는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한때의 향학열에 들뜬 사람들의 열기에 힘입어 어렵사리 신식공부를 했다. 개화 이후 한국 사회는 이상한 교육열이 팽배해 있었다. 너도 나도 상급학교에 진학을 했고, 그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이른 바 지식청년들의 과잉생산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을 이 작품에서는 레디 메이드 인생이라 본 것이다. P도 그와 같은 과잉생산된 지식인 청년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일찍 장가를 들어 시골에는 열네 살 된 아들까지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주장해서 아내와 이혼을 했다. 그리고 아들 창선이를 극빈자에 속하는 형의 집에 맡겨 놓고 있다. 그 아들은 학비가 없어서 보통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는다.

P는 자기 나름대로 직장을 구하기 위하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다닌다. 그는 조금 안면이 있는 어떤 신문사의 K사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거기서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거절을 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없는 일자리를 구할 게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 뜻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엉뚱한 설교까지 듣는다. P는 그 자리에서 농촌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관념적이고 부당하다고 역설하고 나온다. 그는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서 총독부 쪽으로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 공상과 생각을 한다. 일제와 신흥 부르조아는 노동자와 농민의 교육열을 부추켜서 실질 인텔리를 양산한다는 생각도 한다. 참담한 기분이 되어 자신이 기거하는 사글세방으로 돌아온 P에게는 두 가지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주인 노파의 집세 독촉이다. 그리고 하나는 시골 형이 부친 편지이다. 그 편지에는 아들 창선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할 뿐 아니라 끼니도 이을 길이 없어 그 애처러움을 견디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는 어떻게 차비가 마련되면 애비인 P에게 올려 보내겠다고 쓰여 있는 것이다. 잔뜩 심사가 착잡해 있는 P의 거처로 M과 H가 찾아온다. M은 법률을 전공해서 육법전서를 줄줄 외는 친구다. 그리고 H는 경제학을 전공한 지식 청년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빈털털이인 식민지의 지식청년 룸펜이다. 셋은 M의 법률 서적을 잡혀서 돈 6원을 손에 쥐고는 싸구려 술집을 순례하면서 실컷 술을 마신다.

이런 생활을 하는 P에게 시골에서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든다. 아들 창선이를 인편에 올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돈 15원을 마련한다. 그리고는 풍로니 남비니 양재기 숟가락 등을 사서 아들과 자취할 채비를 차린다. 그리고는 어느 인쇄소의 문선과장을 찾아가서는 심부름꾼으로 아들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창선을 데려와서 인쇄소에 맡기고는, 레디 메이드 인생이 드디어 임자를 만나 팔린 것이라고 자조한다.

● 인물의 성격

주인공 P → 실직 지식인. 식민지하의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으나 체면과 허위에 찬 중심이 없는 인물. 지식인이 노동자만 못하다고 자식을 인쇄소에 취직시키는 인물.

창선 → 지식인 룸펜 P의 자식으로, 이혼하고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와 당대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린 나이에 인쇄소 견습공이 되는 인물.

K사장 → 신흥 부르조아지의 전형적인 인물로, 일제의 우민화 정책에 편승하여 직장을 구하는 후배들에게 추상적으로 농촌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는 인물로 언행일치가 안 되는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P는 K사장에게 찾아가서 일자리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한다.

◆ 전개 : P는 자신과 같은 레디 메이드 인생을 양산(量産)한 사회를 비난한다.

◆ 위기 : P는 M, H와 함께 법률 책을 잡혀서 만든 돈으로 술을 마신다.

◆ 절정 : 아들 창선이 서울로 올라온다.

◆ 결말 : P는 아들을 인쇄소에 무료 견습공으로 취직시킨다.

● 이해와 감상

일제의 우민화 정책에 의해 실직자가 되어 무기력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지식인의 문제를 다룬 소설로, 일제의 문화 정책과 사회적 요구에 의해 조성된 교육열로 양산된 지식인이 공급 과잉으로 아무 쓸모 없는 고등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당대의 현실을 작가는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작가는 인텔리의 실업을 역사적 흐름으로 조명해 보는 안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텔리의 실업은 식민지 지식인의 가장 큰 비애였던 게 사실이란 점에서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했던 채만식의 리얼리즘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P는 단순히 시대의 희생양으로 동정의 대상이 되는 인물만은 아니다. 그의 행동이 철저한 사회 인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곳이 많이 발견되며, 사소한 일에 있어서도 엘리트 의식을 발현하기도 한다. 진지함보다는 정신의 사치함을 즐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도 없다. 즉, P는 현실의 모순을 읽고, 또 거기에 피해를 입고 있는 당사자의 하나지만 그 대응방식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하에서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한 지식인의 비애와 좌절을 치밀한 문체로 사실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제목인 '레디메이드 인생'은 이미 만들어진 혹은 정해진 삶이라는 뜻이다. 여기엔 이미 운명은 만들어졌으나, 그 운명이 어디로 팔릴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당대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이 담겨 있다.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은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주인공이 아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어린 아들을 인쇄소에 맡긴다는 것이다. 아들을 인쇄소에 맡긴 주인공의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는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물음이다.

이는 작가가 인텔리의 소외를 그리면서도 인텔리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동시에 드러내려고 한 것 때문이다. 실제로 채만식의 많은 소설들이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그 비판의 주체인 지식인도 아울러 비판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레디 메이드 인생>은 일제하 지식인을 룸펜으로 전락시킨 실업 현상을 비판하면서도 그 당사자인 지식인의 저급한 인식 또한 비판하고 있는, 이중의 주제를 안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 레디 메이드(ready-made) 인생 : 기성 인간, 실업 상태의 인간

* 이 소설의 서사적 줄거리

① 신문사 사장을 찾아가 취직 자리를 얻는 데 실패하는 이야기

②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을 전전하다가 귀가하기까지의 이야기

③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인쇄소에 취직시켜 버리는 이야기

* 이 소설의 풍자성

→ 1930년대 한국 사회가 지니고 있던 구조적 병폐를 부각시킴. : 일제의 우중화(愚衆化) 정책의 비판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풍자소설

◆ 배경

* 시간적 → 1930년대 경제공황과 일본의 식민지 수탈이 심화되어 가는 암울한 시대

* 공간적 → 일제의 우민화 정책으로 공부를 하고도 취직을 못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늘어나는 경성

* 사상적 → 물질만능주의와 사회주의 사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풍자적 문체를 통해, 도시의 빈곤과 인텔리의 실직과 소외와 무능함을 냉소적으로 기술

◆ 갈등구조 : 사회 진출 욕망을 지닌 지식인과 그 수요를 유보하는 사회와의 갈등

◆ 출전 : 『신동아』(1934)

◆ 주제산업사회에서 직업과 그 존재 이유로부터 소외된 지식인의 무능함과 당시 사회의 물질주의 및 지식인 양산 체제에 대한 비판 (일제의 우민화 정책과 실직 인텔리의 비애)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작가가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풍자 대상은 P로 대표되는 무직 인텔리 계층이다. 무직 인텔리를 비유하는 말을 본문에서 찾아보면?

⇒ 개밥의 도토리,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 레디메이드 인생

2. 이 작품에서 부정하고 비판하는 대상은 무엇인가?

⇒ 민주주의라는 기만적인 구호를 내걸면서 교육열을 부추킨 일제의 교육정책,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무능함

3. 주인공이 아들을 인쇄소 직공으로 보내는 반지성적 행동이 지닌 의미를 말해 보자.

⇒ 식민지 교육, 그리고 인텔리 자신까지도 비판하고 부정함으로써 당시 식민지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식민지 교육에 대한 부정과 비판 및 정당한 노동에 대한 주인공의 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4. '레디 메이드 인생'이라 규정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작품 속에서 유추하여 한 문장으로 말해 보자.

⇒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면 하나의 부속품처럼 사용되는, 물건과도 같은 존재라는 자조적 태도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 더 읽을거리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중에 나타난 현실과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P가 K사장에게 취직을 부탁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일자리를 구걸하는 P의 처지와 K사장의 무관심, 즉, 늘 취직 운동에 실패한 P의 절박함과 K사장의 무반응이 대조를 이루면서 사회 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들 사이의 대화나 P의 심중을 통해서 나타난 당대의 사회 현실은 실업자가 증가해서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궁핍상이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주인공 P는 그 원인을 역사적 조건에서 찾으려고 한다. 개화의 적당한 시기를 놓쳐 버린 대원군의 정책이나 교육만이 개인과 국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외치던 개화기 이후의 자유주의 물결 같은 것이 결국은 경제적 현실을 망각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당대의 인텔리들은 말하자면, 수요는 일정한데 무작정 공급되는 물량과 같은, 시세 없는 존재들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찾는 사람이 없는 물건, 이것이 P라는 인텔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레디메이드 인생인 것이다.

이 작품은 풍자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비꼬는 듯한 어조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P가 어린 아들을 취직시키는 대목은 사회 현실에 대한 소극적 저항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비감 어린 풍자이다. 어려서부터 기술을 배우는 것이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에서 아들을 인쇄소에 무료 견습공으로 맡겨 버리는 행위는 레디 메이드 인생, 실속 없는 인텔리의 슬픈 결단이 아닐 수 없다.

● 교과서 활동 다지기

* 교과서(전체 중 9.10.11)

1. 이 소설의 주인공 P가 처한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일본 유학생 출신의 인텔리지만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실업자 신세이다.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이고 아홉 살 난 아들을 시골에 사는 형이 맡아 주었으나 서울로 데려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2.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이 소설을 감상해 보자.

'레디 메이드(ready-made)'란 우리말로 기성품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이는 맞춤 제작과 달리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을 이르는 말이다. 기성품들은 대량 생산되어 전시되는 물건들로서 소비자에게 팔려 나갈 때까지, 쇼윈도를 채우고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한편, '레디메이드 인생'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는 고등 교육이야말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 여겨 수많은 엘리트들이 생산된 시대였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 공황의 파급 속에서 엘리트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여 실업자들이 넘쳐나던 시대이기도 했다.

(1)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여 주인공 P의 삶을 '레디메이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까닭을 말해 보자.

주인공 P는 1930년대에 넘쳐 나던 수많은 엘리트 중에 하나로, 취업 자리를 기다리는 실업자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손님을 기다리는 기성품과 처지가 유사하므로, 주인공 P의 삶을 '레디 메이드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다.

 

(2) '레디메이드'의 의미를 고려하여 주인공 P가 아들 창선이를 인쇄소에 맡긴 후 레디메이드 인생이 팔렸다고 말한 까닭을 생각해 보자.

주인공 P는 아들 창선도 팔리기를 기다리는 기성품과 같은 처지에 있다고 보고, 아들 창선이 인쇄소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을 '레디메이드 인생이 갈 곳을 찾았다.'는 의미로 '팔렸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3)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비판하려는 사회상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인텔리를 양산하고 나서 그러한 인텔리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와 역사적 상황을 비판하려 한다.

 

3. 다음은 1930년대 우리나라 소설의 경향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참고하여 당시 소설의 특징을 이해해 보자.

1930년대는 우리 현대 소설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시기로, 많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참신한 소재를 다루거나, 새로운 소설 기법을 적용한 작품들이 다양하게 창작되었다. 이 시기의 소설로는 제일 먼저 일제 강점 아래에서의 우리 민족의 삶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사실주의 계열의 소설을 떠올릴 수 있다. 계몽주의 운동에 영향을 받아 농촌 현실을 다룬 소설이나, 계급적 관점에서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카프 계열의 작품들도 있다. 그리고 근대화, 도시화의 과정을 모더니즘 수법으로 다룬 소설들도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1) 이 소설은 어떤 경향에 속하는 소설인지 근거를 들어 설명해 보자.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무능력한 지식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므로, 사실주의 계열의 소설에 해당한다.

 

(2)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작품을 더 찾아보고, 각각 어떤 경향에 속하는지 말해 보자.

전영택의 '화수분', 현진건의 '빈처' → 사실주의 소설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 농촌 현실을 다룬 소설

최서해의 '탈출기' → 카프 계열의 소설

이상의 '날개' → 모더니즘 소설

 

4. 만약 자신이 주인공 P의 친구라면, 창선이를 인쇄소에 맡긴 P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지 상상하여 적어 보자.

여보게, P, 자네가 아들 창선이를 인쇄소에 맡긴 것을 보니, 그동안 자네가 실업자로 지내며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었다네. 유학까지 다녀오고서도 실업자로 지내야만 하는 시대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네. 그러나 자네가 고등 교육을 무의미하게 생각할지라도 아들 창선이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되네. 자네의 처지로서는 창선이를 뒷바라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보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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