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1933)

-박태원-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다방 안에서 글을 쓰다가, 창틀에 매달려 안을 엿보는 소년을 발견하고 상념에 빠진다. 그러다가 앞에 앉은 서너 명의 청년들이 조선문단의 침체를 비판하는 것을 듣고는 거리로 나온다. 그들은 춘원과 이기영 그리고 백구와 노산 시조집을 들먹이며 온갖 문인들을 통매하고 있었다.

M신문사 앞에 이른 '나'는 누구를 만나 보고 갈까 망설이다가 수부 앞에 놓인 면회인 명부에 여러 가지 기록해야 될 것을 생각하고는 돌아선다. D신문사 앞에 이르러서는 문을 밀고 들어가려다가 시계를 보고 전화를 걸기로 한다. 그러나 내가 찾는 편집 국장은 자리에 없었다. 사내에는 있지만 자리에는 없다는 편집 국장의 행방 불명을 생각하며 거리로 나와 배회한다.

버스를 타고 노량진으로 향하지만, 노량진에 볼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 안의 사람들과 거리의사람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면서 암담한 현실과 인생의 피곤함을 절감한다.

한강의 삭막한 겨울 풍경을 보며 우울해진다. 한강 다리를 놓아두고 다리 밑 얼음 위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보며 또 다른 것을 연상한다. 다시 낙랑 다방 안으로 돌아와 엔리코 카루소의 엘레지를 들으며 미완성인 원고를 생각한다.

● 인물의 성격

→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스물 다섯 살의 소설가

◆ 노마 → 열다섯 살 먹은, 낙랑 다방 안의 종업원

◆ 교환수 → D신문사의 전화 교환수. 나의 질문에 사무적으로 대답한다.

● 구성 단계

발단 : 외출하는 '나'

◆ 전개 : M신문사와 D신문사에 들름.

◆ 위기 : 버스를 타고 노량진으로 감.

◆ 절정 : 한강의 삭막한 겨울 풍경

◆ 결말 : 다방으로 돌아옴. 미완성 원고에 대한 생각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어느 반일(半日)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단편소설로, 작품의 화자인 소설가 '나'의 반일간의 생활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마찬가지로, 고현학(현대인의 생활을 조직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현대의 풍속을 분석 해설하는 학문)의 창작 방법을 통해 심리소설을 시도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내용 또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마찬가지로 소설가의 일상적인 하루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주인공인 '나'는 '구보'와 더불어 작가 자신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요소가 농후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나'의 행위는 다방에서 나와 거리를 걷다가 신문사에 들르고 버스를 타고 한강까지 갔다가 다시 다방으로 돌아오는 것, 즉 거리에서의 배회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배회는 철저히 무의지에 근거하는 것이며, 이러한 배회를 통해 '나'가 인식하는 현실은 '피로'일 뿐이다. 다방 안, 거리, 버스 안, 한강에서 느끼는 나의 정서는 '피곤함'의 연속이다. 그 피곤함의 원인이 작품 속에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작품 끝부분에서 '나'의 암울하고 피곤한 심사가 식민지 현실이라는 당시의 보편적 상황과 직결되어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하는 요소가 나타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서사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태원의 초기 소설은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한 갈등과 인과적인 사건 전개가 약화되는 반면, 작중 인물의 내면 세계에 대한 섬세한 반응과 묘사가 강화되어 있다. 구체적이 사건 없이 인물의 내면의식 탐구에 주력함으로써, 서사성이나 사건의 추이를 중요한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소설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세태소설, 심리소설

◆ 배경

* 시간적 → 1930년대 어느 하루

* 공간적 → 다방 안, 서울 거리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특징 : 소설가의 일상사를 다룬 작품

◆ 주제

* 어느 소설가의 일상의 모습과 그의 내면의식

* 식민지 상황, 그리고 현실적 피로

◆ 출전 : <여명>(1933. 5) 제1권에 발표됨.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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