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촌장 기행(1982)

-김주영-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민세철)는 산골의 작은 여인숙에 들렀다가, 대낮부터 통정을 하고 있는 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잔뜩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가 밖으로 나와 술 마시러 갈 것을 제의한다.

허름한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여자는 자기가 6개월 전에는 학교 선생님이었으며(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름은 분옥이라고 소개한다. 남자가 잠든 틈을 타서 빠져 나온 여자와 특별히 할 일도 없는 나는 도덕적 갈등없이 쉽게 정사를 치르게 된다. 한밤중에 가게 딸린 방에서 잠을 자던 나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여인숙의 그 사내(야바위꾼)에게 봉변을 당한다.

나는 다음날 곧장 그곳을 뜨려 했던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그들을 따라 장터로 간다. 야바위꾼 사내는 걸쭉한 입담으로 촌사람들을 끌어 모아 놓고는 약 선전을 해댄다. 나는 가겟방 숙소에 와서 잠깐 잠이 든다. 벽면을 타고 들려오는 남녀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역시 야바위꾼 사내와 분옥이라는 여자다. 그들은 예의 그 천박하고도 끈적끈적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특히, 여자는 얼른 정착하자고 졸라댄다. 사내는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는 여자의 태도를 질타한다. 그러나 여자는 끄떡도 않고 계속 말대꾸를 한다.

나는 방에서 나와서 읍내까지 걷기로 한다. 버스가 오지 않아도 한 시간이면 읍내에 당도할 것 같다. 그때 트럭이 보인다. 내가 손을 들자 트럭은 멈추고 운전사옆에는 분옥이라는 여자가 나를 모르는 체 하고 앉아 있고 한 손으로는 운전사의 허리를 끼고 있다. 짐작컨대, 그 야바위꾼이 낮잠 든 사이에 또 다른 사내를 잡은 것이다.

서너 시간 후면 역시 야바위꾼도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또 분옥이, 그 여자를 따라올 게 틀림없다.

● 인물의 성격

◆ 나(민세철) → 작중의 화자. 직업도 신분도 알 수 없는 보통의 남자. 산골 마을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알게 된 남녀의 행적을 추적해서 독자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함.

◆ 분옥 → 뚜렷한 목적 의식이나 가치관도 없이 야바위꾼 남자에게 얹혀 지내는 여자. 자유 분방한 성관념을 지닌 여자. 

◆ 야바위꾼 남자 → 단순하고 거친 성격의, 본능적 욕구대로 사는 사내

● 구성 단계

◆ 발단 : '나'는 방을 예약하러 갔다가 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됨.

◆ 전개 : '나'와 여자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가 남자에게 곤욕을 치름

◆ 절정 : 그들이 장꾼들을 상대로 약장수 노릇하는 것을 보다가 멱살잡이를 당함

◆ 결말 : 여자는 남자가 잠든  잠깐의 틈을 이용해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트럭에 승차했다가 나와 마주침.

● 이해와 감상

'외촌장'은 장터이다. 장터는 탈(脫)일상의 거리로, 기이하고 우연한 만남이 가능하고 낯선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나'는 거기서 야바위군 사내와 분옥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이들을 통해 삶의 터전이 없는 하층민의 일상을 다루며, 그들의 내팽개쳐진 성 윤리와 가치관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전통적 윤리관을 조금은 가지고 있는 '나'가 일회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랑을 나누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동정을 느끼나, 그녀는 성을 단지 쾌락의 도구로만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성스러운 것도, 근엄한 것도 없다. 돈을 벌 수 있다면 사기든 야바위든 관계치 않는다. 하루 벌어 먹고 살면서 쾌락을 얻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없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집착하지도 않는다. 잠자리에서 원색적인 말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이내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잊어 버린다.

이러한 새로운 사랑법 내지 윤리관은 마지막 장면에서 충격적으로 제시된다. '나'가 가겟집에 투숙한 그들을 확인하고 집을 나와 읍내를 향해 걷고 있는 동안, 여자는 남자가 잠든 서너 시간을, 또 다른 욕정으로 채우기 위해 트럭 운전사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 것이다. 트럭에 승차한 그녀의 '나'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은 어쩌면 나의 소심함, 그리고 거추장스럽게 달고 다니는 도덕이란 꼬리표에 대한 비웃음인지도 모를 일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조그만 산골 마을(외촌장)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 사실적, 풍자적, 희화적 기법

* 짧고 투박한 하층민의 언어 사용

◆ 주제 떠돌이 하층민의 삶과 성 윤리의 타락

◆ 출전 : <문예 중앙>(1982)에 발표

● 생각해 볼 문제

1. 이 글에는 야바위꾼 사내와 그 여자의 성적 타락이 그려져 있다. 사내 자신에 의해서 토로된 그들의 성 윤리관을 찾아 쓰라.

⇒ "눈이 맞으면 그게 사랑이고, 헤어지면 또한 무상인데"

2. 이 작품의 결말은 독자의 예상을 의도적으로 빗나가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기법의 소설적 용어가 무엇인가?

⇒ 반전(反轉)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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