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1959)

-이범선-  

◆ 소설 읽기  

● 줄거리

계리사 사무실 서기인 '철호'는 음대 출신의 아내, 군대에서 나온 지 2년이 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생 영호, 그리고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 전쟁통에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 등과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월남 가족의 가장이다.

그는 퇴근하여 산비탈에 해방촌 고개를 올라 집으로 향한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자집이다. 대문에 들어서면 어머니의 "가자! 가자!"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철호'는 38선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으나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들만 야속하게 생각한다.

'영호'가 집에 들어오자 '철호'는 그의 성실하지 못한 삶의 태도를 나무란다. '영호'는 자기 방식대로 살겠다고 한다. '철호'는 아내의 십여 년 전 대학 시절의 아름답던 모습을 연상하다가 이제 아무런 희망도 가지려 들지 않는 그녀를 흘끗 쳐다본다. '영호'는 대상 없는 분노를 터뜨리면서 눈물을 흘린다. 골목 밖에서 '명숙'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온다. 그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아랫방으로 가서 가로 눕는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어머니의 외침은 밤중에도 계속된다.

다음날 경찰로부터 영호가 강도 혐의로 붙잡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경찰서에서 나온 '철호'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철호는 명숙으로부터 돈을 받아 들고 병원으로 간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시체로 변해 있다. 충치가 아파옴을 느낀 그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충치를 모두 뽑는다. 철호는 택시를 잡아 타고 해방촌으로 가자고 했다가 경찰서로 행선지를 바꾸고, 다시 병원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혼란에 빠진 철호는 방향 감각을 잃는다. 운전사는 '오발탄'과 같은 손님이 걸려들었다고 투덜거린다. 차는 목적지도 없이 차량 행렬에 끼여들고 철호는 입에서 선지 같은 피를 흘린다.

● 인물의 성격

송철호 → 계리사 사무실에서 서기로 근무하는 인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가난하고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인물이다. 그러나 동생 영호가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고 아내가 죽자 그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만다.

영호 → 성실하게 살아봐야 자신만 손해라고 생각하고 한탕주의에 빠져 권총 강도 행각을 벌이는 철호의 동생이다. 그러나 인정에 끌려 차마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며 이로 말미암아 범행이 발각되어 수감된다.

어머니 → 전쟁 통에 정신 이상이 되었으며, 북쪽에 두고 온 고향을 한시도 잊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아들 철호를 괴롭힌다.

아내 → 일류 여자 대학 음악과 출신이나 말없이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주면서 살아가는 여성이다. 만삭의 몸으로 가난과 병고에 지쳐 병원에서 죽는다.

명숙 → 양공주 노릇을 하는 철호의 여동생

● 구성 단계

◆ 발단 : 철호의 무기력한 일상 생활. 혼란과 무질서가 횡행하는 해방촌 일대의 주변 환경

◆ 전개 : 철호 일가의 비참한 삶의 모습

◆ 위기 : 영호의 권총 강도 행각과 아내의 죽음

◆ 절정 : 가족의 비극적 삶으로 인한 극도의 방황.

◆ 결말 : 방향 감각을 잃은 철호. 피를 흘린다.

● 이해와 감상

<오발탄>은 짙은 허무주의를 바탕에 깔고, 전후의 암담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은 주인공 철호의 가족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어머니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미쳐 버리며, 동생 영호는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자원 입대했다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와서 권총강도를 저지른다. 여동생 명숙은 양공주가 되어 남의 수모를 당하면서도 밤이면 남몰래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울고 몸을 판 돈을 올케의 병원비로 선뜻 내놓는다. 여대생 시절 꿈많던 아내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음악도였으나 생활에 찌들어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가며, 어린 아이는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성실히 살아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 철호는 결국 택시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가자고 한다.

이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는 전후의 비참하고 불행한 면을 그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양심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 있는 점에서도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이미 타락해 버린 현실과 화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자의식, 양심이라는 '가시'를 빼어 버리지 못하고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을 바라보게 되는 송철호를 통해서, 전후 현실에서 양심을 가진 인간의 나아갈 바를 묻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소설 속에서 그 해답은 도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방향 감각을 잃어 버린 송철호의 모습이 결말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오발탄>에서 '가자! 가자!'라는 어머니의 외침은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를 결정짓고 있는 독백어가 되고 있다. 암울한 가족적 배경 속에서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어머니의 '가자! 가자!'라는 외침은 철호에게 현실의 압력을 더욱 강박적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음이 되고 있으며, 소설의 분위기를 암울하게 만든다. 어머니의 '가자'라는 말은 과거의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이 고향은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실향민들의 보편적 삶의 가치가 훼손되기 이전의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의 행복했던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가자' 라는 외침은 현실의 각박함을 더욱 대조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뿌리 뽑힌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한편 소설 종반에서 철호는 택시를 타고 아무데로나 '가자'고 말한다. 철호의 '가자'는  외침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삶의 방향감각을 상실해 버린 소시민의 삶의 비극적인 절망과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전후소설

배경

* 시간적 → 6 · 25 직후

* 공간적 → 서울, 해방촌 일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혼란과 무질서가 횡행하는 해방촌)

* 사상적 → 전후의 허무주의

◆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 갈등 : 인물과 사회 간의 갈등

특성 : 전후 한국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고발한 작품

◆ 주제 전후의 비참한 사회 속에서 정신적 지표를 잃은 불행한 인간의 비극적 혼란상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패배하는 양심적 인간의 비애

◆ 출전 : 『현대문학』(1959)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전후의 현실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가?

⇒ 헐벗고 굶주렸을 뿐만 아니라 양심이 사라지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만이 남은 상황

2. 이 소설에서 오발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

⇒ 오발탄이란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송철호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상적으로 살아가려는 삶의 자세와 양심적인 자세가 현실 상황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3. '충치'의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가?

⇒ 영호는 돈이 아까워서 충치를 치료하러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철호의 모습을 한심하게 여긴다. 여기서 충치는 세상을 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철호의 정신적 고통을 상징한다.

4. 철호가 '해방촌', 'S병원', 'X경찰서'로 가자고 요구한 행동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 철호는 너무 많은 구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하게 책임질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 그래서 철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가자고 하는 것이다. 가긴 가야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오발탄'과 같은 인생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5. '권총 강도'는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 '권총 강도'는 양심과 법률까지 버리면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던 영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서, 영호의 전도된 가치관을 보여 주는 장치이다.

6. 이 작품의 갈등의 양상을 정리해 보자.

⇒ 양심에 따라 살고자 하는 철호와 그까짓 양심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권총 강도짓을 해 버린 영호, 가난을 견딜 수 없어 양공주 노릇을 하는 명숙과 대립하는 철호, 이처럼 소설은 현실과 타협하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은 비본질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것은 그런 갈등을 초래하는 시대적 현실이다. 이런 시대적 현실 속에서 인간은 양심이라는 것을 둘러싸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 나타난 갈등은 인물과 사회간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제5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동시에, 작가 이범선을 195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공인받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오발탄>의 주인공 철호는 계리사 사무실 서기이자 월남 가족의 가장이다. 그는 전쟁통에 정신 이상이 된 어머니를 모시고 만삭이 된 아내와 제대하고 2년이 넘도록 방황만 하고 있는 동생 영호, 그리고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과 함께 해방촌에서 살고 있다. 산비탈 해방촌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인 그의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의 '가자! 가자!'하는 소리가 들린다. 삼팔선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수없이 말했으나, 어머니는 그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동생 영호는 자기 방식대로 마음대로 살겠다고 하면서 철호의 소시민적 삶과 마인드를 힐난한다. 이튿날 영호가 권총 강도를 하다가 붙잡힌다. 경찰서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간 철호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명숙에게 돈을 빌려 병원으로 가지만 아내는 이미 죽어 있다. 철호는 치과 병원 앞을 지나다가 갑자기 치통을 느끼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충치를 모두 뽑아 버린다. 택시를 잡아탄 철호는 해방촌에서 병원으로 경찰서로 목적지를 바꾸면서 정신의 혼란에 빠진다. 철호가 탄 택시는 목적지도 없이 달려가고 철호는 선지 같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는 장면에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송철호는 성실한 소시민이다. 성실하고 근면하지만 고지식하고 보수적이며,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에 그의 동생인 송영호는 제대한 지 2년 된 실업자이지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서, 형 철호와는 달리 기성의 것을 깨부수려는 반역성을 지녔다. 그래서 소시민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꿈꾼다. 그리고 여동생 송명숙은 양공주로 전락한 인물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나 소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어머니는 고향 상실과 전쟁의 상처 등으로 인해 실성한 인물이다. 전후의 비극을 가장 집약적으로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발탄의 사전적 의미는 '실수로 잘못 쏜 탄알'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오발탄'은 성실하게 일하지만 아이의 신발 하나 마음대로 못 사주는 가장인 송철호와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꿈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다 죽어가는 그의 아내, 생존을 위해 강도 행각을 벌이다 자멸해 가는 동생 영호, 양공주로 전락해 버린 여동생처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실존적 개인들을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오발탄>의 주제는 이 작품의 주조음을 형성하는 두 개의 외침, 즉 고향으로 되돌아가길 원하는 어머니의 '가자!'와 주인공 자신에 의해 발화되는 무정향의 '가자!' 사이에서 형상화되고 있다. 어머니의 '가자'가 손짓하는 곳은 '과거의 고향 ―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실향민들의 보편적 삶의 가치가 훼손되기 이전의 상태 ― '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의 행복했던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외침은 한 지친 여인의 넋두리로서만, 현실의 각박함을 더욱 대조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뿌리 뽑힌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게 할 뿐인 역설적인 목소리로만 기능할 뿐이다. 이에 반해 소설 종반에서 택시를 타고 외치는  철호의 '가자'는 되돌아갈 고향을 상실해 버린 무정향의 현실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삶의 방향 감각을 상실해 버린 1950년대 당대 소시민 계층의 삶의 비극적인 절망과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

<오발탄>은 짙은 허무주의를 바탕에 깔고, 전후의 암담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단순히 전후의 비참하고 불행한 면을 그리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그처럼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삶을 거듭 반성하며 살아낼 수 있는가를 형상화하고 있는 적극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 소설 속에서 그 해답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방향 감각을 잃어 버린 송철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자!'라고 외침으로써 자신의 살아있음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이 문제삼고 있는 50년대 후반을 뛰어넘어 역사적 격변기를 살아야 했던 우리 모든 한국인의 보편적인 삶의 모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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