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1958)

-황순원-  

◆ 소설 읽기  

● 줄거리

주 대위, 김 일등병, 현 중위 이 세 사람은 전쟁 중에 낙오하여 인적이 없는 깊은 산 속에서 며칠째 헤매고 있다. 주 대위는 허벅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있어, 다른 두 사람이 교대로 업고 무작정 남으로 향하고 있다. 현 중위는 무언중에 주 대위에게 스스로 알아서 자살하여 다른 사람의 짐을 덜어 달라고 압박하지만 주 대위는 이를 모른 체한다.

어느 저녁 현 중위는 혼자 떠나고 둘이 남게 되자 김 일등병이 주 대위를 업고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능선 낭떠러지에서 죽은 현 중위의 시체를 발견하고 둘은 기운을 잃는다.

그러다가 멀리서 들리는 대포 소리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희망을 갖게 된다. 주 대위는 의욕을 상실한 김 일등병을 위협하다시피 하여 초가집 근처까지 오지만 자신은 죽고 만다.

● 인물의 성격

◆ 주 대위 : 삶에 대한 집념이 강하며,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인가를 찾음.(의지적 인물, 바람직한 인간형)

◆  현 중위 : 부상당한 주 대위에게 자결을 강요하고, 살기 위해 주대위, 김 일등병을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임.(계산적 인물, 부정적 인간형)

 김 일등병 : 따뜻한 인간애를 지닌 인물로, 끝까지 주 대위를 업고 산을 내려가 결국 인가를 찾음.(순박한 인물, 긍정적 인간형)

● 구성 단계

발단 : 현 중위와 김 일등병이 부상당한 주 대위를 부축하며 걸어감.

전개 : 주 대위가 자살하기를 바라던 현 중위는 혼자 길을 떠남.

위기 : 현 중위의 죽음(주 대위와 김 일등병이 현 중위의 시체를 발견하고 절망함.)

절정 : 개 짖는 소리에 희망을 찾는 주 대위(개 짖는 소리를 들은 주 대위가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음. 절망에 빠진 김 일등병을 살리기 위해 총을 겨누어 위협하며 그의 걸음을 재촉함.)

결말 : 인가에 도착, 주 대위의 죽음(주 대위와 김 일등병은 결국 인가를 찾았으나, 주 대위는 김 일등병의 등에 업힌 채로 숨을 거둠.)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인 주 대위, 현 중위, 김 일등병은 전장에서 낙오되어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이들을 지배하는 것은 삶에 대한 간절한 욕구이다. 주 대위는 부상을 입은 자신이 부하들에게 짐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현 중위는 혼자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을 버리고 떠나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김 일등병은 끝까지 주 대위와 동행하며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감각적이고도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여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는 전후의 소설이 빠지기 쉬웠던 이념의 갈등이나 한의 정서에서 벗어나 전쟁의 의미를 보다 깊이 통찰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교과서)

 이 작품은 6 · 25 체험을 비롯해 시대와 관련된 모순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황순원이 1958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목숨을 건 세 사람의 심리와 제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살 수 있으리란 희망보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도 인간은 기어코 삶의 한 가닥 희망을 움켜잡는다.

주 대위는 부상당한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자신을 혼자 두고 떠나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자신이 자결해주었으면 하는 현 중위의 눈빛을 무시해 가면서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왕개미에게 목을 잘리는 개미떼의 꿈을 계속 떠올리던 현 중위는 자신의 생명을 위해 부상당한 주 대위를 버리고 떠난다. 그러나 그는 다음날 까마귀에게 눈알을 파먹힌 시체로 발견된다. 자기만 살겠다고 두 사람을 버리고 가 버린 현 중위는 아이러니하게도 낭떠러지에 떨어져 가장 먼저 죽은 것이었다.

현 중위의 죽음은 다른 두 사람에게 죽음의 공포를 가져다주지만 주 대위는 끝내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김 일등병이 마침내 모든 희망을 잃고 주저앉아 버렸을 때도 주 대위는 그의 귀에 총을 갖다 대고 일어나 걷도록 명령하여 그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는다. 그래서 결국 삶의 희망을 잃어 버리지 않은 이들은 인가를 찾아내고 살아남는다.

사실, 이들을 구원한 것은 어떤 지식이나 경험이 아니었다. 이들은 강인한 생존 본능으로 결국 살아남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개 짖는 소리로 형상화되었다. 주 대위가 잠결에 얼핏 들은 개 짖는 소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소리라기보다는 내부에서 솟아나는 생에 대한 의지의 소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당하여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주 대위를 끝까지 버리지 않은 인간성 좋은 김 일등병, 삶에 대한 욕망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의지의 주 대위는 살아남지만, 계산에 밝았고 이기적이었던 현 중위는 죽는다. 이러한 '너와 나만의 시간'의 결말은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본능적인 생존에의 의지야말로 인간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황순원은 간결한 문장과 평이한 어휘, 설명적 진술, 치밀한 묘사 등을 바탕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 세 사람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간결한 문장과 객관적인 서술은 특히 서사적 거리를 확보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일정한 거리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죽음 앞에 놓여진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러한 황순원의 문장은 특히 지적으로 절제되어 있어 독자와의 최단거리를 유지하는데 이는 황순원의 언어가 획득하는 미덕 중 하나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 단편, 전후 소설

성격 : 사실주의적, 실존주의적, 인본주의적(휴머니즘)

배경

* 시간적 : 6 · 25 전쟁 당시

* 공간적 : 어느 깊은 산 속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간결한 문장으로 상황을 묘사함.

*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함.

*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물의 모습을 통해 삶의 단면을 드러냄.

* 우화적인 삽화(왕개미)를 통해 전쟁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함.

◆ 제목의 의미 :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매우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물들은 상관과 부하라는 사회적 위계와 질서 그리고 외부적 강제에서 벗어나 있다. 작품의 제목 '너와 나만의 시간'은 '너'와 '나'라는 실존적 개체만이 존재하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시간을 의미한다.

주제6 · 25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삶에 대한 의지와 인간에 대한 믿음

출전 : <현대문학>(1958)

●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등장인물들의 주요 행동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성격을 정리해 보자.

 

 

행동

 

성격

주 대위

큰 부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김 일등병이 인가를 찾도록 도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며, 책임감이 있고, 타인을 생각하는 인간애를 지니고 있음.

 

현 중위

자기 혼자 살기 위해 떠났다가 사고로 죽음.

이기적이고 냉정한 성격

 

김 일등병

끝까지 주 대위를 업고 인가를 찾아감.

따뜻한 인간애를 지니고 있음.

 

2. '폿소리'와 '개 짖는 소리'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폿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곳은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이 찾아가야 할 곳이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3. 다음 장면에서 주 대위와 김 일등병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각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

구분

주 대위

김 일등병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은 현 중위의 시체를 보았을 때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함.

자신도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함.

주 대위가 김 일등병의 머리에 총구를 대었을 때

절망하고 있는 김 일등병을 살리고 싶음.

주 대위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그를 원망함.

 

4. 다음은 이 소설의 <전략> 부분에 나오는 현 중위의 꿈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개미구멍으로 언제부터인지 흙빛과 같은 누런 개미떼(나약한 개인들)가 연달아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 같은 빛깔을 한 커다란 왕개미(거대한 권력, 전쟁의 폭력성) 한 마리가 구멍 입구에 서서 조고만 개미들이 나오는 족족 주둥이로 목을 잘라 버리는 것이었다. 삽시간에 개미의 시체가 가득 쌓였다. 그러나 그것은 개미의 시체가 아니고, 그대로 누렇게 뜬 흙으로 화해 버리는 것이었다.

(1) 현 중위의 삶과 관련하여 꿈의 의미를 말해 보자.

꿈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현 중위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2) 전쟁이라는 시대상과 관련하여 '왕개미'의 상징성을 파악해 보자.

개인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전쟁을 일으킨 거대 권력, 지배자 또는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함.

 

5. 다음은 '전후 소설'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참고하여 이 소설이 지니는 문학사적 의의에 대해 토의해 보자.

1950년에 발발한 6 · 25 전쟁은 남북한의 분단을 고착화한 것은 물론, 서로가 따르는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더욱 강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전쟁을 겪고 폐허로 변한 사회의 비극적 현실 속에서 민족 분단의 암울한 상황,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인한 갈등, 가치관의 혼란 등을 다룬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 이렇게 전쟁 후의 허무 의식을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들을 전후 소설이라고 통칭한다. 한편, 이러한 소설에 나타나는 6 · 25 전쟁에 대한 체험은 역으로 인간 그 자체를 신뢰하는 휴머니즘을 부각하는 문학적 경향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전후 소설들이 전쟁 후의 허무 의식을 바탕으로 창작되었지만, 이 소설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와 휴머니즘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 더 읽을거리

◆ 삽화적 장치

'너와 나만의 시간'에서는 현 중위의 꿈에 등장하는 개미 이야기에 관련된 삽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작은 샛구멍이 있었지만 개미들은 그냥 본래의 구멍으로 나오며 여전히 목이 잘리우는 꿈, 그 꿈을 반복하여 꾼 뒤 현 중위는 자신의 의지대로 샛구멍을 하나 만든다. 꿈의 개미들을 어리석다고 여기며 자신의 생각대로 살 길을 찾은 것이다. 결국 꿈은 현실로 이어지는데, 현 중위는 나머지 두 대원을 버리고 떠나게 된다. 이렇게 삽화는 소설에서 상징적으로 작용하는데 삽화적 장치를 활용하는 것은 보다 작품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독자로 하여금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그 상징적 의미를 음미하게 하기 때문이다.

◆ 생각할 거리

1.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 처해진 세 사람의 선택과 행동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상황과 인물을 압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소설적 효과를 생각해 보자.

→ 극한 상황 속에서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실존적 물음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인간은 가식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렇게 상황과 인물을 압축하여 놓으면 인간 존재에 대해 보다 정직한 대답이 가능해질 것이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주제를 소설 전체에서 유도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주 대위는 개 짖는 소리를 듣고 김 일등병은 듣지 못한다. 이때 개 짖는 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자.

→ 이 작품에서 개 짖는 소리는 실제로 존재할 수 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 중위의 시체를 발견한 후 이제 우리 차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들이 느낀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김 일등병은 거의 포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자고 있었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러나 주 대위는 상황이 절박해지자 삶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렬해졌다. 잠결에 어렴풋하게 그가 들은 아군의 대포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모두 그러한 강렬한 생존 본능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주 대위에게 개 짖는 소리는 삶에 대한 희망이었고 그 희망을 따라 김 일등병을 깨워 한 발 한 발 앞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3.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머지 하나에 대한 포기를 전제로 이루어진다. 현 중위의 선택을 포기와 관련지어 설명해 보자.

→  현 중위는 부상당한 주 대위와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김 일등병을 버리고 혼자 떠나 버린다. 그의 선택은 철저히 자기 중심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나 혼자라면 더 빨리 걸을 수 있을 텐데 부상당한 주 대위를 번갈아 업고 걷느라고 시간도 체력도 허비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걷는다면 더 빨리 인가를 발견하고 아군에게 구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기에 판단 착오를 한다. 낭떠러지로 떨어진 그의 실수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어둡고 산세가 험한 곳에서 그처럼 무모하게 발을 옮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혹시 실수를 했더라고 다른 동료들이 그를 붙잡아줬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포기한 쪽이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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