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1978)

-조세희-  

◆ 소설 읽기  

● 줄거리

이 작품은 은강그룹 회장의 아들인 경훈의 시선에 의해, 그의 생활과 자신의 숙부를 죽인 난쟁이네 큰아들 영수의 재판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숙부는 자신을 은강 그룹의 회장(경훈의 아버지)으로 착각한 어느 공원의 칼에 맞아 죽었다. 숙부의 아들인 나의 사촌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가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해서는 나(은강그룹 경영주의 아들인 경훈)와 함께 법정에 참석한다.

범인은 은강 방직 기사로 일하던 난쟁이 가족의 큰아들 영수였다. 피고인은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 모든 것을 순순히 시인함으로써 검사는 자백을 받아냈음은 물론이고 명확한 증거물(칼)까지 확보한 상태이다. 피고는 자신의 살인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된 것이었으며, 조금의 죄책감도 내비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더 이상의 재판 진행은 필요 없는 일이고, 곧바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판정에서는 이 범인에 대해 쓸데없는 너그러움을 보이는 것 같았다. 변호사의 변호가 진행되는 것이다.

사람이 죽은 엄연한 현실을 두고 변호인 측은 은강 그룹 회장이 노동자 억압의 중심 위치에 있었기에 죽여야 했다는, 부정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투사적 논리를 편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 등장한 한지섭은, 난쟁이의 큰아들은 이상을 펴려다 고생을 했으며 지금도 난쟁이 큰아들과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집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논리를 편다. 나느 이 한지섭이라는, 손가락이 여덟 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인물이 더 큰 범죄자임을 깨닫는다.

마음이 약한 사촌은 그들의 논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나에게 설명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논리가 옳다고까지 한다. 그러나 나는 철저히 자본가의 논리로만 따지면서 그들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게 된다.

공판은 끝나고 사촌형은 미국으로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 결국, 재판 결과 살해 의도를 시인한 난쟁이 큰아들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나는 그의 그러한 뻔뻔스러움에 놀라고, 그를 미치광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가 은강그룹 노동자의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과 조건을 열거할 때, 나는 눈을 감고 시원한 수영장과 점심 식사 후의 정사, 유럽 여행 등의 생각에 잠긴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기대를 품었던 공원들은 혼란과 착각에 빠졌고, 승소할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변호인은 낙담했다. 피고인의 난쟁이 가족들은 가슴을 쥐어 뜯으며 절망한다.

이번 일로 나는 공원들의 행복과 부모님이 내게 주신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며 낮잠을 자다가 나는 꿈을 꾸게 된다. 그물을 드리워 놓고 살찐 물고기들이 걸려 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그물에 걸려 나오는 것은 앙상한 뼈와 가시뿐인 무수한 가시고기들이다. 그 가시고기들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는 살려달라고 외치다가 깨어난다.

아버지의 차가 대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내려다보고는, 사랑으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음이요 아버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밀려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밝고 명랑하게 떠들 준비를 하며 방문을 나선다.

● 인물의 성격

나(경훈) : 은강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두 형과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야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노동자의 어려운 현실은 외면한 채 자신과 아버지가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오히려 생활이 나아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는 피해의식으로 잘못된 적개심과 오기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불결한 삶에 혐오를 느끼고 있음.

사촌(숙부의 아들) : 경훈의 사촌 형으로, 영수에 의해 칼에 찔려 죽은 숙부의 아들이다. 미국에서 공부 중이며, 지극히 선한 인물이고 노동 문제에 공감하면서 영수의 살인 행위를 정당방위였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노사관계로 인해 언젠가는 크게 대립과 마찰이 있을 것임을 예감하고 나(경훈)에게 충고하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게 됨.

숙모 :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은강그룹 회장에게 회사를 요구한다. 그러나 자신의 불륜 사진을 들이대는 회장(시동생)의 협박에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한다.

한지섭 : 법정에서 변호인의 증인으로 활동하여 영수를 옹호한다. 영수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으며, 정확하게 현재의 노사문제의 모순과 쟁점을 파악하고 있는 분석적인 인물이다.

영수 : 난쟁이의 첫째 아들. 공장을 전전하다가 노동 운동에 투신했으며, 회사의 기만적 행위와 노동자 탄압, 폭력배를 통한 구타에 대항하다가 은강 그룹 회장의 살해를 기도하게 되고 회장으로 착각한 회장의 '형'을 살해하게 된다. 법정 진술에서 자신의 살인이 계획적이고 의도된 것이며,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행동이었음을 말하고 사형을 언도 받게 된다.

● 구성 단계

발단 : 은강 방직 기사로 일하던 공원인 난쟁이의 큰아들은 '나'의 숙부를 은강 그룹의 회장으로 착각하고 칼로 찔러 살해하였다.

전개 : 사촌은 미국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나와 함께 법정에 참석한다.

위기 : 변호인 측은 난쟁이 큰아들이 부정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자를 억압하는 중심 위치에 있는 은강 그룹의 회장을 죽이려 했다는 논리를 편다.

절정 : 마음 약한 사촌은 그들의 논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나에게 설명하지만, 공판이 끝나자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결말 : 재판 결과 난쟁이 큰아들에게 사형이 선고되고, 기대에 부풀었던 공원들은 혼란과 착각에 빠졌고, 재판에 승소할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변호인은 낙담하였다.

● 이해와 감상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기 시작한 부랑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황석영의 <객지>와 더불어, 70년대 리얼리즘 문학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또한 이 작품에는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적인 포착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독특한 단문형의 문체 및 서술자와 서술 상황을 바꾸어 기술하는 시점의 이동, 각각의 부분이 단편적인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단편 연작 형식의 장편 구성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1960년대 이래의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이라는 도식적 대립항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문학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성과와 아울러 단행본 판매량에서도 대단한 실적을 올려, 문학적 성취와 독자층의 호응, 작가의 소명의식과 시대적 요청이 행복한 결합을 이룬 70년대 소설의 대표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는 난쏘공의 연작 중 하나로, 영수가 은강 그룹 회장의 동생을 살해한 뒤의 이야기이다. 은강 그룹 회장의 손자인 경훈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경훈으로 대표되는 자본가의 비윤리성과 부도덕성,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화해 불가능성 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특히 경훈의 아버지가 "우리에겐 지켜야 할 게 많아"라고 말하는 대목과 경훈이 노동자들을 보면서 "나이보다 작은 몸둥이에 감춘 적의와 오해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할" 아이들이라고 단정하는 것 등에서 잘 드러난다.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경훈이 꿈꾸는 그물과 가시고기의 꿈 역시 마찬가지다. 그물과 가시고기의 관계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둘은 먹고 먹히는 관계이며, 생존을 위해서는 서로 대립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사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경훈의 의식은 이러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할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 연작, 사회고발 소설

배경 : 산업화와 도시 재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기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표현상 특징

* 부정적 인물(경훈)을 화자로 설정하여 주제를 간접적으로 강화함.

* 단순명료한 이분법적 대립구도(동화적 구도)로 이루어짐.- 선과 악, 강자와 약자, 지배와 피지배

* 현실에 대한 치열한 리얼리즘적 정신과 반리얼리즘적인 문체의 조화

* '노동자 계급의 소외'라는 70년대 한국 사회의 갈등에 대한 본격적인 문학 보고서

* 자본가의 관점에서 노사문제를 서술함으로써 그들의 위선과 잘못된 사고방식을 보여줌.

갈등구조 : 가진 자(자본가)와 못 가진 자(노동자)의 갈등 - 사회구조적 문제

주제도시 빈민 노동자가 겪는 삶의 고통과 좌절

             기업주의 비윤리적인 횡포와 노동자의 고통스런 삶

● 생각해 볼 문제

1. 제목의 상징성에 대해 말해 보자.

⇒ 이 작품의 제목인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에서 '그물'은 자본가를 대표하는 은강 그룹을, '가시고기'는 노동자를 상징적으로 가리키는 소재이다. '그물'이 상징하는 은강그룹은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가시고기'가 상징하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자본가들의 비인간적인 시스템에 삶의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앙상하게 뼈만 남은 '가시고기'처럼 가난에 찌들어 간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가진 자에 대한 분노와 미움만으로 가득한 것이다. 즉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는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압박과 폭력으로 인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 더 읽을거리

긴 생명력은 '사랑'을 담았기 때문  / 2005년 연합뉴스 기사문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썼던 1970년대는 발 딛고 선 땅 밑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를 밟고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벼랑 끝에 '위험 표시' 팻말을 꽂자는 심정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담아낸 조세희(63세) 씨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200쇄를 출간했다. 한 작가의 소설집이 200쇄까지 출간된 것은 한국문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200쇄 출간을 계기로 1일 대학로에서 만난 조씨는 "200쇄 출간은 부끄러운 기록"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억압의 시대를 기록한 이 소설이 아직도 이 땅에서 읽혀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30녀 년 전의 불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난쏘공'으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1975년 '문학사상' 12월호에 실린 '칼날'을 시작으로 여러 잡지에 발표한 <뫼비우스의 띠>, <우주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은간 노동 가족의 생계비>,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중 · 단편 소설 12편을 묶은 것이다. 이는 1978년 6월 문학과 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됐다. 2000년 3월까지 문학과 지성사에서 통산 4판 134쇄까지 발행된 이 소설집은 2000년 7월 이성과 힘으로 판권을 넘겨 지금까지 초판 66쇄를 추가로 발행했다. 2002년 6월 150쇄를 발간한 지 3년 여만에 200쇄에 이르러 요즘도 독자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적 발행부수는 87만부에 이른다.

세대를 아우르며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묻자 조씨는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며 표제작의 한 대목을 읽었다. 이어 수록작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가운데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면서 "내 소설은 어려운 시대를 다루면서도 '혁명'의 방식이 아니라 '사랑'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지금것 죽지 않고 200쇄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 내 소설을 읽었던 한 독자가 중학생 아들에게 책을 권했을 때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난쏘공>의 이야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유는 잇따른 자살 사태를 낳고 있는 농민시위와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요즘 우리나라 1년 간 해외여행 비용이 100억 달러라고 하는데, 이는 <난쏘공>이 나온 직후 박정희 시대에 한해 총 수출액과 같은 수치입니다. 저는 850만 비정규직 근로자, 350만 농민들의 문제가 발목을 잡아 해외여행도 않고, 골프도 치지 않으며, 부자 동네에도 살지 못합니다. 그들 1천 200만 명은 이 땅에서 가장 돈이 필요한 가장들이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최근 시위 사태는 이들이 희망을 잃고 얼마나 슬프게 사는지 보여줍니다. 세상은 3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이날 카메라 가방을 들고 나타난 조씨는 근처 대학로에서 벌어지는 농민시위 현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자들과 경찰들의 틈바구니에 있을 때 현장의 호흡과 신음을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 흔적을 후손에게 남겨야죠. 다산 정약용은 조선시대에 아픈 기록을 붓으로 기록했습니다. 나는 사진까지 동원해 이 시대 사람들의 얼굴을 남기고자 합니다."

시대의 기록자이기를 바란다는 그는 "지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라고 <난쏘공>이 갖는 문학적 의미를 스스로 밝혔다.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