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1938)

-현진건-  

● 줄거리

신라 경덕왕 초파일 밤, 다보탑을 2년만에 완성하고 이제 석가탑을 세우고 있는 불국사에 왕이 행차하였다. 일행은 다보탑을 보고 감탄하였다. 특히 일행에 끼어온 서라벌 귀족의 딸, 주만은 극도의 감격을 느꼈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기 위해 서라벌로 뽑혀온 부여의 장인 아사달에게 주만은 마음을 빼앗긴다. 아사달은 백제 사람으로, 고향에는 결혼한 지 1년만에 헤어져 이미 3년이 지난 아사녀(부여의 석공 스승 부석의 딸)가 있었다.

부여에 있는 아내 아사녀 때문에 괴로워하던 아사달도 마침내 주만의 열정을 받아들이지만 이들에게는 험난한 장애물이 가로막는다. 주만을 짝사랑하던 금성의 훼방이 그것이다. 더구나 주만의 아버지는 금성을 피하기 위해 경신과 딸의 혼약을 정한다.

한편, 3년이나 아사달을 기다리던 아사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달려드는 팽개(부석의 제자이자  아사달의 연적)무리의 겁탈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무수한 고통을 겪으며 신라로 달려온다. 서라벌에 왔으나 남편을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석가탑이 완성되면 그림자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라는 말만 믿고 그림자못 가에서 나날을 보낸다. 아사녀가 자신을 매음녀로 팔아 버리려는 뚜쟁이의 행패와 아사달이 귀인의 딸과 결혼했다는 잘못된 이야기에 좌절하여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그림자못에 빠져 죽는다.

드디어 아사달의 석가탑은 완성되었으나 아내의 참변을 들은 아사달은 슬피 운다. 주만은 아사달과 달아나자고 애원하다 아버지에게 죄가 탄로나서 화형을 당하게 된다. 그녀는 경신에게 구출되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에 아사달은 그림자못 가의 바위에 아내와 주만의 영상을 합하여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 뒤, 역시 그림자못에 뛰어들고 만다.

● 인물의 성격

◆ 아사달 → 탑과 석가탑을 만드나, 자신을 사랑하는 두 여인의 모습을 닮은 돌부처를 새기곤 아내인 아사녀의 뒤를 이어 그림자못에 몸을 던지다.

◆ 아사녀 → 아사달의 아내. 매우 정결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아사달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결혼한 지 1년만에 아사달을 서라벌로 보내고 아사달의 스승이기도 한 아버지 부석마저 여의게 된다. 평소 그를 흠모하던 팽개 일당을 피해 서라벌로 오지만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아사달을 만나지 못한 채 그림자못에 몸을 던져 생을 마친다.

◆ 주만 → 국선도파인 이손 유종의 외동딸로, 뛰어난 용모를 가진 적극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아사달을 신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된다. 결국 아사달의 사랑을 얻지 못한 것을 비관하여 아버지의 명에 따라 불장작 더미에 뛰어들지만 경신에 의해 목숨만은 구하게 된다.

◆ 경신 → 창조적이고 영웅적인 왕족의 인물로, 무술 실력이 뛰어나 위기에 처한 아사달을 금성 일당으로부터 구해 준다. 같은 국선도파인 유종에 의해 주만의 남편이 될 뻔하지만 아사달에 대한 주만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녀를 도와준다.

◆ 유종 → 주만의 아버지. 화랑도 출신으로, 성격이 강직한 민족주의자다.

◆ 금지 → 성격이 간사하고 비굴한 인물로, 유종과 같은 화랑도이나 그와는 대립적인 인물이다.

◆ 금성 → 한림학사로 금지의 아들이다. 당나라에 유학까지 다녀와 자부심이 매우 강한 인물이나 비겁하고 졸렬한 인물이다. 주만을 흠모하지만 외모가 별볼일 없고, 당학파라는 이유로 유종과 주만으로부터 냉대를 당한다.

◆ 팽개 일당 → 아사달과 같은 부석의 제자들이지만 아사달이 떠나고 스승마저 죽자 아사녀를 탐한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불국사의 석가탑 건립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백제의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비극적 사랑을 모티프로 창작된 소설이다. '무영탑'은 설화에 얽힌 석가탑의 다른 이름이다. 작가는 한 석공의 예술혼과 남녀 간의 사랑을 결합하여 석공 아사달이 고뇌와 번민을 이겨 내고 석가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으며, 아울러 '유종'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일제강점하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193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현실에 대응하는 작가의 민족주의적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문으로 제시된 장면은 자신의 딸과 혼사를 진행하려는 금지의 뜻을 거절하려는 유종의 내면의식과 아내인 아사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돌에 담아 새겨 내는 작업을 하는 아사달의 내면 의식을 담고 있다.

-수능특강 국어A

이 작품은 신라 시대 불국사의 무영탑 건립을 중심으로 부여 석공 아사달, 그의 아내 아사녀, 신라 귀족의 딸 주만 사이의 비극적 사랑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강렬한 예술적 신기를 가지고 탑을 만들어 가던 아사달은 아내와 주만의 죽음으로 갈등하다가 두 사람의 얼굴이 조화된 부처님의 얼굴을 새김으로서 내면적 갈등을 극복한다. 즉, 이 작품은 한 예술가의 내면적 갈등이 종교적,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디딤돌 문학자습서(현대소설) 중에서

대부분의 역사소설이 왕이나 귀족, 세도가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반면, 이 소설은 석공 아사달의 사랑과 예술혼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낭만성과 민족의식을 동시에 획득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국선도파(국선도파)의 귀족 유종과 경신을 긍정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주체적인 민족의식을 토로하고 있다. / 따라서 30년대 군국주의의 억압 속에서 현실 인식의 방향을 과거의 역사로 돌린 일련의 역사소설들과 그 궤를 같이하면서도, 이 소설은 신문 연재의 표면적 통속성 너머로 민족의 해방이라는 이상을 염원한 작가의 민족의식이 담겨져 있다. 아울러 작가는 이 작품에서 현실과 유리된 단순한 장인에 지나지 않던 아사달이 두 여인의 비극을 통하여 어떻게 진정한 예술가로 전환되는가를 그려 보인다. / 복잡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의 사회적 운명과 예술의 궁극적 의의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같은 계열의 <흑치상지>(1939~1940), <선화공주>(1941)가 완성되지 않은 것임에 비하여 유일하게 완성된 역사소설로서 현진건의 역사의식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지나친 민족적 이상주의이기는 하지만, 현실의 투사로서의 역사인식이라는 참다운 역사소설의 전형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 장편, 역사, 예술가 소설

◆ 성격 : 설화적, 불교적, 낭만적

◆ 배경

* 시 · 공간적 : 삼국시대(신라 서라벌과 백제의 부여)

* 사상적 : 불교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출전 : 동아일보(1938)

◆ 주제 ⇒ 한 석수장이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예술혼의 승화

              고뇌와 번민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예술적 성취

● 더 읽을거리

■ 또 다른 줄거리

부여 석공 부석의 제자인 아사달은 부석의 딸인 아사녀와 결혼한 지 1년만에 명공으로 뽑혀 경주에 와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건조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의 스승이자 장인인 부석은 아사달이 탑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부석이 죽자 부석의 제자이며 아사달과 연적이던 팽개는 아사달이 경주 귀인의 딸과 결혼했다면서 아사녀에게 결혼하자고 행패를 부린다.

사월 초파일이 다가오자 불국사 '큰방'에 스님들이 모여 부여 석공이 탑을 아직 완성하지 못해 금년에도 연등행사를 열지 못함을 한탄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사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초파일 미행으로 불국사를 행차한 경덕왕이 다보탑의 정교함을 극찬다. 왕은 탑을 쌓은 사람의 이름을 묻고 아사달이라고 하자 그가 노인이냐고 묻는다. 왕은 그가 노인이 아니라 부여의 20대의 석공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란다.

아사달에게 관심을 가진 이찬 유종의 딸 주만이 탑돌이를 하다가 서로 마주친다. 시중 금지의 아들인 한림학사 금성은 동생 야옥에게 주만에 대해 묻는다. 아사달은 초파일 다음날 신흥이 돋아 침식도 잊은 채 꼬박 사흘 동안을 돌을 쪼아댄다. 아사달을 그리워 하던 주만은 불공을 드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불국사로 향하며 탑을 쌓다가 기절한 아사달을 발견하고 그를 구완한다. 금성은 주만을 만나기 위해 담을 넘다가 주만에게 발견되어 단단히 무안을 당한다. 금지는 자기의 아들과 주만의 결혼을 위해 유종을 찾아왔다가 거절 당한다. 유종은 사윗감으로 금량상의 아우 경신을 점찍어 두고 주만에게 이야기한다. 주만의 간호로 건강을 회복한 아사달은 일을 다시 시작하며 주만은 아사달을 찾아와서 사랑을 고백한다. 유종을 따르던 경신은 국가의 장래를 크게 염려하며 당학파의 타락상을 비판한다.

주만과 경신은 정혼한다. 주만은 안타까운 마음에 불국사로 아사달을 만나러 다니고 이를 안 금성이 장안의 주먹들을 이끌고 행패를 부리려다가 경신에게 혼난다. 아사녀는 팽개를 피해 남편이 있는 서라벌로 떠나 불국사에 당도하니 문지기가 일체 면회가 안 된다면서 석가탑이 다 되면 영지에 비칠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녀는 지쳐서 영지 근처에 쓰러져 있다가 서라벌의 뚜장이 콩콩이에게 발견되며 매음녀가 될 위기에 처한다. 주만은 경신에게 자신이 아사달을 연모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녀는 털이에게 아사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불국사 앞을 지니간다. 이때 아사녀가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콩콩이 자신을 팔아 먹으려는 것을 알고 도망치던 아사녀는 아사달이 귀인의 딸과 결혼했다는 말을 사실인 것으로 알고 영지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유종은 금지로부터 딸에 대한 악담을 듣고 주만과 아사녀의 일에 대해 알게 된다. 석가탑이 완성되자 주만과 부둥켜 안고 감격하던 아사달은 콩콩을 만나 그녀로부터 아사녀가 영지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지 근처를 헤맨다. 영지에서 아사달과 만나 부여로 가려던 주만은 아버지가 보낸 군졸들에게 붙들려 화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녀는 경신에게 구출되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이다. 주만의 죽음을 안 아사달은 주만과 아사녀가 하나가 되는 환영을 보며 돌 위에 그들의 얼굴을 함께 새긴다. 그런데 그것은 거룩한 부처님의 얼굴이 된다.

 

◆ 패러디 작품 <무영탑>   -현진건의 말(1936. 7. 16. 동아일보)-

설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이데올로기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 소설 <무영탑>은 바로 기본적인 패러디 성립 조건인 '관계성'과 '연속성'의 측면에 부합되고 있다. <무영탑>은 작가가 선택한 이데올로기적 주제에 맞추어 설화라는 텍스트를 창조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작가의 입장에서 창작한 패러디 작품인 것이다.

여기서 패러디의 개념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린다 허천이 강조하는 '차이를 둔 반복'이라는 개념은 패러디를 하나의 기법적인 측면으로만 설명하는 데한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작자의 의도까지 추론해 낼 수 있다. 또한 현대 패러디 작품에 보다 넓은 의도와 효과의 범주를 허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반복'은 과거의 풍부하고 위대한 문화유산과의 관계를 의미하며, '차이'는 작가를 통해 의도된 '비판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진건은 1929년 고향 경주를 순례하며 기행문을 동아일보에 연재하였고, 함께 무영탑에 대한 전설도 게재했다. 이 소설은 시대를 신라로 잡았으니 소위 역사소설이라 하겠으나 만일 독자 여러분이 이 소설에서 역사적 사실을 찾으신다면 실망하시리라. 이 소설의 골자는 몇 줄의 전설에서 출발하였을 뿐이요, 역사적 진실이라도 무지 없다 하여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기록적 설화적 사실의 나열만이 역사소설이라 할진대 이 소설은 물론 그 부류에 속하지 않을 줄 안다. 어떤 한 시대를 색채와 전조를 어떻게 재현시키느냐, 작가의 의도하는 주제를 그 시대를 통하여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줄 믿는다. 이 작자의 힘에 부치는 염원이 이 소설에 어느 정도로 이루어질는지는 아직 미지수라 하겠으나 집필을 지움하야 소회의 일단을 밝혀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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