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1939)

-이광수-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입감한 지 사흘째 되는 날 감방 한편 끝에 있는 일방이라는 병감으로 옮겨간다. 여기에서 윤을 만난다. 그는 나와 C경찰서 유치장에 십여일이나 같이 있다가 나보다 먼저 송국된 사람이다. 그는 내 팔목을 잡으면서 아는 체를 한다. 그는 현과 임이라는 사람이 공모한 토지불법저당사건의 공문서 사문서 위조용 도장을 파준 혐의로 수감된 사람이다. 그는 방화범 민더러 들으라고 습관적으로 악담을 늘어놓지만 민은 들은 체도 안한다. 그 후에도 윤은 민에게 같은 소리로 그를 박박 긁으며 최후에는 열아홉 살된 민의 아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도 민이 못들은 체하면 나에게 민의 험담을 늘어 놓는다.

윤은 나를 아끼는 말을 하면서 나의 사식과 자기의 죽을 바꿔 먹자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일 나의 사식과 자기의 죽을 독차지한다. 윤이 나의 사식을 먹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된 것을 안 나는 사식을 끊어 버린다. 윤은 아들이 보낸 삼원으로 차입을 시작하며 나도 사식을 다시 시작하여 민에게 준다. 사식문제로 민과 윤이 싸우자 나는 사식을 중단하며 이 일로 민은 윤에게 반항하다가 웃방에 따로 수감된다.

이번에는 사기범 정이 우리방에 들어오며, 윤과 정의 다툼이 그칠 새가 없어진다. 정은 심 간병부가 옆방의 백호라는 간병부와 싸우고 들어오자 아첨하다가 심에게 욕을 먹는다. 그러나 정은 심을 위로하고 침을 발라서 만든 떡을 간병부에게 준다. 윤이 이 사실을 폭로하자 정은 윤에게 원한을 품는다. 정의 불쾌한 행동으로 윤과 나는 밤새 잠을 설치며 새벽에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을 맞는다.

우리는 장질부사 환자를 위해 웃방으로 옮기게 되며 거기에서 공갈취재범으로 들어온 강을 만난다. 점심에 멸치가 제공되자 정은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앟고 독차지한다. 수감자들은 분개하여 그를 골탕먹인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민은 보석으로 풀려나고 폐병으로 판정된 윤은 다른 방으로 이감된다. 정은 자기의 무죄를 확신하면서 불경을 읽기 시작하며 강은 징역 2년의 판결을 받자 공소를 포기하고 죄값을 달 게 받기로 결정한다. 나와 정은 감옥마당에서 운동을 하다가 날로 쇠약해지는 윤을 창너머로 본다. 윤은 건강을 회복할 가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보석으로 풀려난다. 나는 출옥 후에 민과 윤이 죽고 강은 목수일을 하고 정은 중병으로 공판정에 설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듣는다.

● 인물의 성격

→ 객관적인 관찰자요, 서술자.  신분이나 죄목, 성격적인 변화와 뚜렷한 특성이 나타나지 않은 채 숨겨져 있는 인물

→ 교활한 성격의 소유자로 공격적이고 탐욕스런 인물이다. 문서 위조 사기단에게 도장을 판 준 것으로 기소된 인물이며, 중병으로 독방으로 옮겨진 후 불교에 귀의하는 동적인 인물임.

◆ 민 → 거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인물이나 윤과의 마찰에서 얼마간의 반항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병으로 죽게 된다.

◆ 정 → 비틀어진 성격의 죄수로 식탐이 강하고 공격적이다. 자신의 무죄를 확신하며 불경을 읽기도 하지만 끝내 중병으로 공판정에 나서지 못한다.

→ 지방 신문의 기자로 양식 있는 체하나 남녀 추행 사건을 빌미로 금품을 갈취한 파렴치법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비위에 거슬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미가 괄괄한 자이다.

● 구성 단계

※ '나'가 병감으로 옮겨진 후부터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서술한 단순구성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제명(題名)인 '무명(無明)'은 불교에서 주장하는 근본 번뇌, 즉 불법(佛法)의 진리에 어두운 무지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결국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도 이와 같은 무명 세계의 실상인 것이다. 그러한 무명 세계는 한 감옥에 수감된 여러 죄수들의 대비된 성격과 삶의 태도 등을 통해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대립 갈등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민족의 암담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그려냄으로써 민족의 자아 각성과 자주성 회복을 촉구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병감'에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도덕적이고 저열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화자는 점잖은 교양인이다. 화자는 감방 생활에서 저급한 수준의 수인들의 모습에 절망하며, 화자가 가치롭게 여기는 것은 화자와 같은 교양과 상식의 소유자이다. 수인과 화자 사이의 그러한 거리감은 방관자적인 화자의 태도로 인해 전혀 좁혀지지 않으며, 여기에서 화자의 엘리트주의의 실상을 보게 된다. 이것은 바로 이광수의 정신세계와 동일한 것이다.

이 소설은 근대 사실주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객관적인 시점으로 '병감'을 에워싼 닫힌 상황 세계를 묘사하고 있어 종래의 작가의 소설이 지닌 지나친 계몽주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작가 자신이기도 한 '나'를 무지한 민중들과 대비시켜 위치를 설정하고, 암울한 상황을 헤쳐 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아닌 방관자적인 '나'를 그려낸 것은 그의 계몽문학의 잔재로 지적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광수 나이 47세 때인 1938년 투옥되어 보석으로 출감했는데, 입원해 있으면서 박정호에게 구술하여 탈고한 작품이다. 춘원은 이 작품을 쓰고 나서 '나는 비로소 소설다운 소설을 썼다'고 말한 바 있으며, '나로서는 오늘까지 쓴 작품 중에서 가장 자신있는 작품이오'라고 스스로 자찬한 바 있는 작품이다. 또한 노선을 달리한 임화, 김남천 역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로 문학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상황소설

◆ 배경 : 일제 식민지 치하 서울의 감방(어둡고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심리를 그릴 수 있는 배경)

              기독교 사상에서 불교적 인식으로 전환한 작가의 사상적 배경도 엿보임.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갈등구조 : 조그마한 이익을 둘러싼 죄인들간의 대립과 갈등

◆ 주제감옥이라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갈등

◆ 출전 : <문장> 창간호(1939)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불교적인 색채가 배여 있다. 불교적 사상이 드러난 부분과 이것의 역할을 말해 보자.

⇒ 교활한 '윤'이 폐병으로 인해 독방에 옮겨진 후 불교에 귀의하는 부분이나, '정'이 자신의 무죄를 확신하면서 불경을 읽는 부분, 그리고 아침에 들려오는 목탁 소리 등이, 조그만 감옥에서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아웅대는 인간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이것은 이 작품의 주제인 인간들의 원초적인 욕망 및 갈등과 대조되어 불교의 초월이나 무소유 사상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김동인의 <태형>의 주인공과 이 소설의 화자의 성격을 비교해 보자.

⇒ <태형>에서의 '나'는 감방의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영감을 태형의 고통으로 내몬 대단히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무명>의 '나'는 동료 수인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지닌 박애주의자이며, 감방 안의 삶을 조용히 관조하는 지성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3. 이 소설의 구조적 결함을, 이 작가가 장편소설을 주로 썼다는 점을 감안해서 말해 보자.

⇒ 단편소설은 단일한 사건과 주제를 향하여 집약되는 구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이 주가 되어 평탄한 구조를 보인다. 춘원이 장편소설을 주로 썼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작품에서도 장편이 가지는 장황한 서술과 완만한 사건 흐름이 장편적 특성과 관련됨을 알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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