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넘이 마을의 개(1948)

-황순원-  

◆ 소설 읽기  

● 줄거리

평안도의 한 산간에 목넘이라는 마을이 있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 싸이고 사람의 왕래가 없는 한적한 마을인데, 어느 해 갑자기 사람들이 이 마을에 들었다 떠나가곤 한다. 바로 만주로 가는 유랑민들이다. 그들은 이 마을에 들러 우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부르튼 발을 물로 식히고 빈집에서 새우잠을 자고는 꼭두새벽에 길을 떠난다. 그 중에는 동냥을 해 어린 것과 노부모의 허기를 채우려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었지만 이내 마을을 떠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잃은 개 한 마리가 마을을 찾아온다. 흰 털의 개로 목에 난 자국으로 보아 목줄을 끊고 이리로 든 듯하다. 유랑민 행렬 속에 들었다가 사람도 먹지를 못하는 처지에 개에게 먹일 것이 없어 형편 나은 사람이 데려가라고 묶어 놓자 줄을 끊고 도망한 것인지도 몰랐고,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주인을 찾아 떠도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지치고 수척한 신둥이(흰둥이) 개는 이 마을의 주장인 큰 동장과 그의 아우가 운영하는 방앗간에 깃들여 살면서 겨를 핥아먹고 겨우 연명한다. 그러다 큰동장 댁 점둥이와 작은 동장 댁 바둑이에게 접근해 먹다 남은 구유통을 핥으며 어렵사리 목숨을 부지한다.

큰동장이 길을 가다 신둥이 눈에 푸른빛이 감도는 걸 보고는 미친개로 여기고 고함을 지른다. 밭에서 일하던 김선달이 쫓아갔지만 잡지 못하고 돌아온다. 이후 신둥이는 조심하여 방앗간을 드나든다. 간난이 할아버지가 방앗간에서 겨를 핥아먹는 신둥이를 보고는 몽둥이를 숨기고 노려보지만 미친개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 후 마을의 개 세 마리가 집을 나가 이틀 만에 돌아온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미친개와 함께 야산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 개들을 잡아 먹는다. 그 속에 간난이 할아버지의 누렁이도 끼여 있었지만 입을 다물고, 크고 작은 동장네 개들만 보양탕으로 죽게 된다.

한참 동안 보이지 않던 미친개가 방앗간에 자고 일찍 일어나 서산으로 간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차손이 아버지가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홀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 밤 이 미친개를 잡기로 하고 밤에 방앗간으로 향한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미친개로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 동안 자기의 거름을 축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몽둥이에 힘을 준다. 어둠 속에 움직이던 개의 눈빛이 불을 켠다. 간난이 할아버지는 그 불빛이 새끼 몫까지 합쳐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자, '새끼 밴 것을 차마?' 하는 생각이 든다. '때려라!' 소리와 함께 신둥이는 달아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간난이 할아버지의 느슨한 종아리 곁을 새어 나간다.

이런 일이 있은 한 달쯤 뒤, 나무를 하러 갔다가 신둥이 새끼들을 발견한다. 그 속에 검둥이, 바둑이, 누렁이가 섞여 있었다.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 마음먹는다. 그 후 간난이 할아버지는 남몰래 새끼를 안아다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 마을에서 자라는 개들은 모두 신둥이의 증손자 아니면 고손자가 된다. 신둥이는 물론 새끼를 낳은 그 해 첫겨울 사냥꾼에게 죽는다. 이것은 내가 중학시절 외가인 목넘이 마을에 가서 들은 이야기이다.

● 인물의 성격

신둥이 → 많은 난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뜨내기 개이다. 일제하와 해방 직후의 우리 민족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보임.

간난이 할아버지 → 이해심이 많고 신둥이에게 우호적인 인물. 한국의 전통적인 노인 혹은 어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동장 형제 → 신둥이를 미친 개로 몰아 죽이려드는 인물들. 부유한 형제로 유이인들에게 동냥밥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신둥이와 같이 지냈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과 자기집의 개를 잡아먹기도 함.

● 구성 단계

<프롤로그> 목넘이 마을의 배경 제시

발단 : 목넘이 마을에 신둥이가 나타남.

◆ 전개 : 신둥이가 큰 동장네 검둥이와 작은 동장네 바둑이의 구유를 핥음.

◆ 위기 : 마을 사람들이 신둥이를 미친개로 생각하고 잡아 죽이려고 함.

◆ 절정 : 신둥이가 홀몸이 아닌 것을 알고 간난이 할아버지가 신둥이를 도와줌

◆ 결말 : 간난이 할아버지가 신둥이의 새끼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 줌.

<에필로그> 중학교 여름방학 때 목넘이 마을에 가서 들은 이야기임과 마을에 구비전승된 이야기를 소설화했음을 말함.(1인칭 관찰자 시점)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설화적인 작품으로, 동물이 주인공인 만큼 상징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한 개 '신둥이'와 그 개를 도망치게 도와준 한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민족의 수난을 암시하는 한편, 휴머니즘을 통해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 노인이 들려 준 이야기를 다시 '나'가 전해 주는 액자식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신둥이'는 '백의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다. 신둥이는 먹고 살기 위해 처참한 행각을 벌인다. 그러던 중 미친개로 오해를 받고 위기에 빠진다. 그러한 고비에 간난이 할아버지가 틈새를 벌려주는 바람에 무사히 위기를 극복한다. 신둥이 삶은 그야말로 간난신고 그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미친개로 오해를 받고 난 뒤에는 생존조차 어렵게 되고 만다. 동장네로 상징되는 폭력 앞에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삶이었던 것이다. 가난에 굶주리고 외세에 폭력에 휘둘리면서 생존마저 위태롭던 시대의 표상이다.

간난이 할아버지의 정신은 생명에 대한 존중, 외경심 그것이다. 생명의 존엄성 따위를 돌보지 않는 세력들의 무자비함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신둥이의 애처로움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바로 간난이 할아버지이다. 신둥이가 미치지 않은 걸 아는 할아버지는 신둥이를 잡는 일에 마뜩해하지 않았고, 더구나 새끼를 밴 짐승을 잡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간난이 할아버지의 생명 존중 의식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였다.

수많은 고초를 당하던 신둥이는 새끼를 낳음으로써 끝내는 승리하게 된다. 게다가 검둥이, 누렁이, 바둑이를 다 닮은 새끼를 낳듯이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 생명은 더욱 확산되어 가는 것이다. 신둥이의 종자는 워낙 좋아서 마을에 들어와 마을의 개들이 전부 신둥이의 피를 잇게 된다. 신둥이의 강인한 생명력이 후손을 활짝 피웠던 것이다. 이는 우리 민족사가 비록 시련의 과정을 겪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고난의 길을 걸어왔지만, 드디어 강인한 생명력으로 새 삶을 개척하고 있다는 기쁨의 표현이기도 하다. 더구나 폭력의 주체에게까지 그 생명력이 뻗쳐 나가고 있다는 것은 민족사에의 강렬한 믿음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둥이는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게 되는데, 모진 시련에도 강인한 힘으로 버티어 오던 신둥이가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은 것은, 해방공간에서의 이념 대결과 같은 내분의 소용돌이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즉 외세에 대항하며 끈질기게 지켜온 우리의 생명력이 민족 내부의 문제로 인해 다시금 새로운 시련에 봉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피를 이은 자손들에 의해 강인한 생명력은 다시 발현될 것이기에 이 민족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우화소설적 성격

◆ 배경 : 일제의 식민지 수탈로 인해 궁핍한 고향을 버리고 떠나는 유이민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평안도의 목넘이 마을 → 전통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았던 우리의 전통적 생활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에필로그 - 1인칭 관찰자 시점)

◆ 문체 : 묘사와 대화의 절제, 설화에 기초한 이야기체

◆ 주제 신둥이로 상징된 한민족의 수난과 강인한 생명력, 생명에 대한 외경감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이 당대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그것이 대표적으로 드러난 곳을 찾아보자.

⇒ 목넘이 마을이라는 공간의 설정은 일제하의 우리 현실을 그대로 상징화한다. 이 마을에 유랑민이 스쳐 가는 일은 곧 만주, 간도 등지로 유랑을 떠났던 식민지 백성들의 삶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이다. /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개가 '신둥이(흰둥이)'란 점도 우리 백의민족의 표상이라 하겠다.

2. 이 소설은 '이야기하기'와 '보여주기' 중 어떤 수법에 가까운지 말하고, 그런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를 말해보자.

⇒ 직접 대화를 줄이고 간접화법을 쓴다든지, 묘사를 가능한 한 줄이면서 사건 서술에만 집중하는 태도는 전통적인 '이야기하기' 의 기법이다. 이는 현대소설의 '보여주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작가는 이 서술 기능을 의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설화체적 문체를 확립한다. 이런 진술 방식은,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가지기도 한다.

3. '개' 이야기를 통해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

⇒ 개는 딴 마을에서 흘러 들어온다. 유랑민 대열에서 낙오하였다고 하여, 개 또한 유랑하는 민족의 표상으로 기능한다. 고향을 잃고 떠돌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자손을 퍼뜨려 가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서, 실향과 가난의 처참한 조건을 딛고 일어서는 민족적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4. 이 소설을 전통 설화의 한 계승으로 본다면 그 근거는 ?

⇒ 액자를 통해 서술자가 이야기를 듣게 된 경위를 설명해 준다든가, 간난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이 고쳐 주는 등의 전승 과정이 소개되는 것은 설화성을 충분히 가진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것은 서술 형태에 있다. 설화체 서술은 묘사와 대화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이야기 전개 위주로 들려주는 특색을 가진다. 전승되는 설화의 서술이 대부분 이와 같다는 점에서 전통의 한 계승으로 볼 수 있다.

5. 이 작품과 <이리도>는 공통점이 많다. 말해보자.

⇒ 우선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미물이기는 하지만 그들도 생명에 대한 본연의 애착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소중한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편, 그 동물이야기를 통해 식민지 시대의 삶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데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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