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경작생(1934)

-박영준-  

◆ 소설 읽기  

● 줄거리

길서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다. 그는 작년 여름부터 의숙과 사귀기 시작했다. 길서는 군의 농사강습회 요원으로 뽑혀 일주일 전에 서울로 떠났다. 평양 구경도 못한 마을 사람들은 길서를 부러워한다. 성두네 모내기를 하던 사람들은 길서가 차를 타고 온다는 소리에 지나가는 자동차를 본다. 그러나 길서는 밤이 깊어서야 마을에 돌아온다. 몰려든 사람들에게 길서는 레그혼을 기르고 호경기가 곧 오니 부지런히 일하자고 한다.

다음 날 저녁 그는 서울에서 산 파란 비누를 의숙에게 쥐어준다. 의숙의 오래비 성두와 어머니는 빚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성두는 장가갈 밑천을 만들려고 기른 돼지를 4원 80전을 받고 판다. 이튿날 길서는 뽕밭을 돌아보고 읍내 면사무소에 들른다. 뚱뚱보 서기는 묘목을 팔아주고 도대표로 일본시찰단에 뽑히도록 힘써 줄 테니 한턱 내라고 한다. 길서는 진정으로 그에게 한턱을 낼 생각을 하고 그러겠노라고 대답한다.

면장이 들어오자 길서는 서울에 갔다 온 일을 보고한다. 면장은 길서에게 호세를 좀 더 내야겠다고 말한다. 길서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 들판은 황금물결을 이루나 병충해에 수확이 반감될 것을 예상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수심에 가득 차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지주인 서재당을 찾아가서 감세를 교섭해달라고 길서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그는 못들은 척한다. 마을 사람들은 돌아오는 길에 길서의 논 앞에서 모범경작이라고 쓴 팻말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길서는 일본 시찰단으로 뽑혀 마을을 떠난다. 동네 사람들은 지주에게 찾아가서 감세해 줄 것을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시세가 없던 뽕나무 묘목값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호세도 크게 오른다.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누구 하나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에 다녀오는 길에 길서는 팻말과 말뚝이 쪼개져 길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밤이 이슥해지자 길서는 바나나를 들고 의숙을 찾아간다. 의숙은 그를 못본 체하며 길서는 더욱 불안해진다. 눈이 뻘겋게 충혈된 성두가 뛰어들자, 길서는 기겁을 하여 뒷문으로 도망을 친다.

● 인물의 성격

◆ 길서 → 당국의 인정을 받고 보통학교까지 나온 모범 청년이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의 딱한 사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입신과 이득을 위해 관리들의 비위나 맞추는 기회주의자이다.

◆ 의숙 → 성두의 여동생이며 길서의 애인이다. 길서 때문에 고민을 하면서도 울음으로 일관하는 소극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 성두 → 자기 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장가 밑천으로 키우던 돼지를 팔고 북간도 이주를 해야할 형편임.

◆ 마을 사람들 → 성실하고 순박하며 관에 고분고분 복종하던 사람들이었으나, 관의 횡포와 지주의 몰인정 그리고 혹독한 세금으로 인해 성격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지주와 길서를 가만두지 않는다.

● 구성 단계

발단 : 농촌 들판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며 성두네 논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모내기에 바쁨.

전개 : 의숙과 사랑하는 사이인 길서는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서울을 다녀옴. 길서는 개인적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친일 관료를 도움.

◆ 위기 : 수심에 가득찬 농민들은 길서가 지주와 친일 관료들의 협력자임을 알게 됨.

◆ 절정 : 길서의 본색을 알게 된 농민들은 길서의 논에 일제가 박은 '모범 경작생'이란 팻말을 쪼갬.

◆ 결말 : 길서는 성두에게 쫓겨 도망침.

● 이해와 감상

 <모범경작생>은 조선일보에 응모해 당선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일제의 잔혹한 수탈정책에 맞서서 끝까지 자신을 지키는 농민들의 삶의 의지를 그리고 있다. 길서와 면장, 면서기 등은 모두가 일제의 하수인들로서 마을 사람들을 순화시키고 수탈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작가는 당시의 피폐한 농촌 현실이 부패한 관청과 과중한 세금 그리고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 기인하다고 보고 이를 신랄히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일제의 수탈 정책에 대한 작가의 저항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배신 행위가 기본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면장, 면서기 등은 모두가 일제의 하수인들로 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마을 농민들을 순화시키고 수탈하는 일에 협력한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한 '길서'인지라, 농민들은 그를 지주에게 보내어 감세(減稅) 부탁을 하고자 하나 길서는 거절한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지주를 찾아가 감세(減稅)를 요청하지만 역시 거절당한다. 이에 격분한 농민들은 '김길서'라는 팻말과 '모범 경작생'이라는 말뚝을 뽑아서 쪼개어 버린다. 도(道)에서 선발하는 일본 시찰단에 뽑혀 일본을 다녀오는 길에 이러한 사실을 보고 길서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밤이 이슥하여 길서는 일본에서 사 온 바나나를 가지고 연인인 '의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얼굴을 돌리고 울기만 한다. 그러자 길서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지고 성두가 충혈된 얼굴로 아랫문으로 뛰어들었을 때 그는 들고 왔던 바나나를 들고 뒷문으로 도망친다

길서와 반대쪽에 있는 인물이 성두이다. 그는 길서처럼 자기 땅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 오죽하면 장가 밑천으로 키우던 돼지를 팔고 북간도 이주를 고려해야 할 형편이다. 이때 그의 분노는 일제의 착취제도와 수탈 계급을 향하지 못하고 길서를 향해 폭발한다. 이 소설에서 성두의 분노로 표상되는 농민들의 현실 인식 수준이 그렇게 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30년대 일제의 농업 진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포착해 내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성취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농촌소설, 농민소설, 사실주의적 소설

배경 : 일제에 수탈당하고 병충해로 피해를 입어 궁핍한 어느 농촌

              사상적 배경 - 반제국주의와 민족의식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특징

* 비판적 등장 인물을 내세워 철저히 희화화함.

* 1930년대 일제의 농업 진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포착함.

갈등구조

* 표면적 갈등 : 길서 ↔ 성두

* 이면적 갈등 : 착취하는 일제 ↔ 착취당하는 농민

출전 : 조선일보(1934)

주제피폐한 농촌의 현실과 농민들의 저항

             농촌 현실의 부조리와 가난한 농민들의 삶의 애환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 전체의 내용으로 보아 작가가 '모범 경작생'이란 제목을 붙인 데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의도를 밝혀 보시오.

→ 본래의 말뜻은 훌륭한 농사꾼이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으로 보아 지주와 친일 관료의 착취를 간접적으로 도와주면서 뽐내고 살아가는 길서의 처세를 풍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수법을 반어적 명명법이라 하며,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전영택의 <화수분>, 채만식의 <태평천하>도 그 한 예이다.

2. 길서의 논에 서 있던 '모범 경작생'이라는 말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마을 사람들이 그 말뚝을 쪼개 버리는 적대적인 태도로 변한 이유를 소설의 내용에 비추어 추리해 보자.

→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해, 마을 사람들을 계몽하고 마을 사람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길서가, 자신이 입은 혜택과는 아랑곳없이 마을 사람들 몰래 뽕나무 묘목값을 올리고 자신의 집을 빼고 호세를 올리는 배신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3. 등장 인물 간의 갈등을 사회적인 갈등으로 확대 해석하고자 할 때, 이 작품이 가지는 한계를 비판해 보자.

→ 성두로 대표되는 소작 농민들과 길서와의 갈등을 소작농과 지주 계급의 갈등으로 해석하고자 할 경우, 이 소설의 농민들은 자신들의 불합리와 모순에 대한 표출을 지주 계급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 대리자 역할을 하는 길서에게 드러냄으로써,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소설 속의 농민들의 현실 인식이 그리 깊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이 표면적인 적대자인 길서에게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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