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전(1922~23)

-염상섭-  

◆ 소설 읽기  

● 줄거리

조선에 만세 사건이 일어나기 전 해 겨울에 동경에 유학 중 학기말 시험 때문에 정신이 없는 내게, 김천의 형님에게서 아내가 위급하다는 전보가 온다. 급보를 받은 나는 시험 중단 수속을 하고 귀국을 결심한다. 하지만 나는 아내의 위독 소식보다는 전보와 더불어 온 돈 100원이 더 반갑기만 하다. 나는 주임교수에게서 귀국 허가를 받은 후, 자주 가던 단골 술집에 가서 평소 좋아하는 정자라는 여급을 만나서는 떠난다는 말을 하고 나온다. 열차 안에서 정자가 꾸러미에 넣은 술과 편지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던 중, 열차가 고배에 당도하자 '을라'를 만날 생각으로 열차에서 내린다. '을라'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지만, 친구인 병화와 묘한 관계에 있는 그녀와 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냉소적이기만 하다. 그녀는 나에게 며칠 후 같이 귀국하자고 요청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시모노세끼 역에서 나는 짖궂게 구는 일본인 헌병을 만나 검색을 당한다. 배에 올라 목욕탕에 갔다가 조선인 노동자를 매매하는 일본인들의 모욕적인 발언에 나는 분개한다. 목욕을 마친 나는 일본인 행세를 하는 조선인 형사와 몇 명의 일본인들로부터 짐을 조사당하고 서류를 빼앗긴다. 배가 떠나기 직전에 풀려난 나는 망국민의 비애가 뼈에 사무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부산항에 내려서도 조선인 순사보와 일본인 헌병 보조원에 의해 파출소로 끌려가 심문을 당한다. 부산에 내려 시가지 구경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서지만, 조선 사람의 집은 하나도 볼 수 없다. 나는 그 많은 조선인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하면서, 몇 천 년 동안 조상의 끈질긴 노력으로 다져 놓은 이 땅을 일본인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란다. 아침 밥을 먹으려고 음식점을 찾다가 하는 수 없어서 일본인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을 먹는다. 여기에서 일본인 막벌이꾼들의 행동과 조선인 어머니의 품에서 자랐으나 조선을 증오하고 일본인 아버지를 찾으려는 국수집 여급의 말에 불쾌감을 느낀다.

나는 아침을 먹고 서울행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김천에서 마중나온 형님을 만난다. 형은 국민학교 훈도이며 돈을 이천원이나 모아 첩까지 들이고 사는 집을 방문한다. 나는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이 굶주리는 조선의 현실을 생각하고 형에게 불쾌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찾은 형님의 집에는 늙은 형수와 새 형수, 새 장모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새 형수는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최참봉의 둘째 딸이었다. 묘한 감회에 잠겼던 나는 아들을 낳아 보겠다는 욕심에 새 장가를 든 형을 경멸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형과의 술자리에서 산소 문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지만 결론을 맺지 못한다. 형의 집을 떠나 다시 정거장으로 간 나는 조선인 순사에 대한 연민과 미움을 동시에 경험한다. 기차는 어느덧 추풍령에 닿았고, 그곳에서 일본인 사냥패가 열차에 올라탄다. 기차에 올라 일본 유학 중에 신세를 진 적이 있는 김의관을 생각한다. 나는 갓을 쓴 장돌뱅이가 공동묘지 규정 때문에 선영 걱정을 하다가 헌병보조원에게 붙들려 가는 것을 본다. 기차가 쉬는 동안 나는 순사가 지키고 있는 결박을 당한 범인들 가운데서 아이를 업은 젊은 여인을 보고 가슴에 섬뜩한 충격을 받는다. 기차 속에서 주눅이 든 젊은 사람들의 얼굴과 천한 웃음을 흘리는 얼굴을 보고 나는 공동묘지라고 외친다.

열차는 서울에 도착하였고, 집에 도착한 나를 어머니는 눈물로 맞아 주었다. 나는 죽음에 임박한 아내와의 만남을 갖지만, 아내에게는 동정심 외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집안 분위기에 넌저리가 난 나는 오래간만에 김병화의 집을 찾았으나, 변한 듯한 그의 모습이 서먹해서 자리를 뜬다. 김의관의 소개로 온 새로운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은 아내는 이틀 만에 세상을 뜬다.

형에게 어린애의 양육을 맡긴 나는 정자로부터 귀가하여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편지를 받는다. 나는 그녀를 치하하는 편지와 함께 학비 백 원을 보낸다. 나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동경으로 떠난다. 형님이 재혼을 권유하자 나는 이제 무덤 속에서 빠져나간다면서 훗날에나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한다.

● 인물의 성격

나(이인화) → 당대의 현실을 '공동묘지'로 인식하고 지나치게 자학적이고 감상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당대 지식인의 전형적인 인물로 정적 인물임. 동경 W대 문과 재학생. 자조적 자기 분석에 철저한 인물. 죽어가는 아내 때문에 귀국은 하지만, 그 죽음 앞에서 눈물조차 흘리지 않으며, 다시 도일하는 것을 '겨우 무덤 속을 빠져나간다'고 토로하는 깊은 허무주의를 지니고 있는 인물임.

정자 → 처음에는 부모와의 불화와 사귀던 남자와의 이별로 가출하여 술집 여급이 되었으나, 마음을 고쳐 먹고 집으로 돌아가서 대학에 진학할 결심을 하는 여성으로 동적 인물임. 나의 아내와 대비되는 인물로 이지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 아내 →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지닌 인물. 십년 간의 시집살이와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비극적으로 죽어가는 시대의 희생양이다. 

김천 형님 → 소학교 훈도로, 보수적이고 현실순응적인 성격을 지님.

◆ 아버지 →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밖에 모르는 인물임.

◆ 을라 → 유학생, 음악 전공자

◆ 병화 → 이인화와 가깝게 지내는 인물로 큰집 형님의 이복 동생

● 구성 단계

◆ 제1장 : 동경에서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음.

◆ 제2장 : 동경에서 신호로 가서 을라를 만남.

◆ 제3장 : 하관에서 배를 탐.

◆ 제4장 : 연락선 안과 부산 도착

◆ 제5장 : 부산 거리를 배회하며 술을 마심.

◆ 제6장 : '부산 - 김천 - 서울'의 기차에서 본 조선인

◆ 제7장 : 서울 집의 분위기

◆ 제8장 : 서울 집에서의 배회

◆ 제9장 : 아내의 죽음, 동경으로 출발함.

● 이해와 감상

<만세전>은 발표 당시 제목이 '묘지'라고 한 데서도 드러나듯이, 당대의 상황을 무덤으로 인식하고 일제치하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의 암담한 현실을 냉철히 비판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한 주인공이 아내와 사별하고 다시 서울을 떠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데, 귀국 도상에서 목격하고 관찰하는 식민지 현실과 몰락해 가는 중산 계급 그리고 그 속에서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묘지'의 지배적 이미지 → 주인공은 조선의 현실을 '무덤'이라고 규정한다. 무덤(묘지)이란 삶의 생기를 잃어 버린 식민지의 노예적 인물들과 그러한 삶을 만들어가는 억압적 분위기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처참한 의식 세계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 조선의 총체적 절망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그가 무덤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의식에서 새 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무덤이 '공동묘지'로 인식된다면 민족 전체가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문제는 심각한 것이 되고 만다.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그 묘지로부터 벗어나려고만 할 것이다.

주인공의 태도에서 식민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엿볼 수 있다. 즉, 자기 자신은 무덤 바깥에 있다는 인식이다. 그가 조선의 문제를 바라보는 예리함을 가진 것은 당위성을 지니지만, 그 이후의 태도는 설득력을 잃는다. 비판은 있되, 해결이 없는 것이다. 냉소적 지성의 소유자이다. 조선에서 그가 얻은 것은 부담감뿐이다. 그래서 묘지 같은 조선을 어서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도망치듯 일본으로 향한다.

식민지 지식인의 정신적 위상 → 조선의 현실을 '무덤'이라고 인식한 것에서만도 스스로가 지식인이라고 우월감을 갖는 심리가 보인다. 이런 저급한 수준의 지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성인으로서 고뇌하는 것처럼 행동한 그들의 정신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만세전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일제 강점 아래 3 · 1운동 직전의 현실에서 우리 민족이 어떻게 핍박받고 수탈당하였는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주인공 이인화의 의식 구조이다. 주인공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도 곧장 귀국하지 않았고, 귀국 중에 민족의 현실에 분노를 느끼고 울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내가 죽자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동경으로 떠나고 만다. 또 주인공은 무덤 속을 빠져 나간다고 하면서 당시 조선의 상황을 공동 묘지로 파악하면서 현실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이러한 작가 의식은 다분히 허무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이 허무주의는 일본의 수도인 동경을 탈출구로 삼은 한계는 있으나, 우리 민족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여정에 따라 주인공의 시선이 자신의 삶의 이념이나 가치관 속에서 어떻게 용해되고 있는지, 또한 그것이 어떠한 의미로 새롭게 조립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3 · 1운동이 일어나기 전의 서울과 동경을 공간적인 대극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여행의 형식을 그 주된 구조로 하면서, 제한된 특수 공간에서의 인간 상호간의 마찰이나 갈등 관계의 묘사에 주력하기보다는, 조선과 일본을 연결하며 서술자가 직접 그 과정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3 · 1운동 직전 식민지 사회의 현실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장회소설(전9장), 여로형 소설, 사실주의 소설

배경

* 시간적 → 3 .1만세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8년 겨울

* 공간적 → 동경, 고베, 교오또, 시모노세끼, 김천, 서울 등(당대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타락한 공간이며, 자아와 항상 대결하는 화해가 불가능한 공간임.)

* 사상적 → 봉건 인습의 폐해와 제국주의에 대한 민족주의의 노정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표현상 특징

* 자조적이고 혐오적인 어조

* 사실적이고 호흡이 긴 문체

* 원점 회귀 구조(동경 →서울→동경), 여로형 구조

* 당대 지식인들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의식구조를 드러냄.

* 전반적으로 사건 전개보다는 상황 제시에 중점을 둠.

주제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에 찬 현실 인식과 그것에서의 탈출 심리

                          (식민지 현실에 대한 고발과 비판)

◆ 출전 : <신생활>(1922)에 연재 발표되다가, <시대일보>로 옮겨져 완결됨.

                               『묘지』                ⇒               『만세전』

◆ 귀국과정

여정

동경

시모노세키

배 안

부산

김천

기차 안

서울

견문

 

검문

인신매매

홀대받는 조선인 여급

현실순응적인 형님

헌병 보조원의 횡포

명예욕에 들뜬 부친, 죽어가는 아내

감상

무관심

불쾌감

울분

연민과 답답함

불쾌감

섬뜩함, 충격

염증

 

◆ 주인공의 현실 인식 :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주인공인 '나'가 동경에서 서울로 왔다가 다시 동경으로 되돌아가는 여로를 중심으로 한 선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적인 구조는 '나'의 현실 의식의 성장과 연관되어 있다. 주인공인 '나'는 일본에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민족 의식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은 감상적인 문학 지망생이었지만, 귀국하는 동안에 많은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고 목격하면서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비참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을 점차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나'의 의식의 성장은 행동적인 저항의지를 드러내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으며,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주인공 이인화의 의식은 한마디로 '냉소적 지성'으로, 비판과 방관, 도피만 있을 뿐 책임과 의지와 대안이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전형임.

● 생각해 볼 문제

1. 조선을 '무덤'으로 규정하는 '나'의 심정은 무엇인가?

⇒ 조선의 회생 불가능한 상황을 무덤으로 표상하고 있는 화자의 심정은 전망이라고는 없는 완전한 절망의 상태라고 하겠다. '무덤'은 식민지하의 비참한 민족 현실과 조선 민중의 비참한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 '나'는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가져온 요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조선이 아직도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봉건적 습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봉건적 태도는 제도상의 그것이 아니라 민족의 생리 차원으로 보고 있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민족의 기질이 그러하다면 봉건적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봉건적 생활이 있는 한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는 화자의 태도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

3. 일본에서의 '나'와 조선에서의 '나'의 의식의 차이점을 말해 보시오.

⇒ '나'가 일본에 있을 때는 술을 마시거나 애인을 만나는 등 자아의 문제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자아에서 바깥에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 간다. 그러나 그것도 진지한 의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4. 식민지 지식인의 전형으로서의 '나'의 행동과 의식을 비판해 보자.

⇒ 화자의 의식은 한 마디로 냉소적 지성이다. 자신이 누구보다 책임있는 지식인이면서 비판만 하지 어떤 행동적 대안을 마련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식민지 지식인의 전형적 허상이었던 것이다. 화자는 조선에서는 마음만 무거워져 조선을 벗어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한다. 그러면서 새날이 열릴 때 돌아오겠다고 한다. 새날을 열 진정한 주체는 바로 자기와 같은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문제의 중심에서 이탈하면서 의식으로만 비판과 고민을 한 것으로 양심을 달래는 속물적 근성을 보이는 것이다. 방관자적 태도, 그것이 식민지 지식인의 허울이었다.

 

◆ 교과서 학습 활동

1. 이 소설의 앞 부분에서 신지식인인 주인공과 농촌 청년은 여러 측면에서 대비되어 형상화되고 있다. 그러한 대비적 형상을 통해 작자는 식민지 사회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 작자는 유학생 청년과 농촌 청년을 대비시킴으로써 식민지 현실의 양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유학생이나 새로운 근대적 학문을 배운 사람들은 비록 일본인들에게 대우를 받지만 떳떳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여전히 근대화되지 못한 농촌 사람들을 무시하며 계층적인 우위감을 확보하고자 한다. 옛 전통을 유지해나가는 사람들은 무시당하면서도 아예 그러한 부류로 인정받는 편리함 속에서 소외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대개 그들은 개화적인 삶에 참여할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식민지 현실의 노예적 참상과 새로운 계층화 현상이다. 사회 하층민들의 노예화는 그들을 자포자기하도록 만들었으며,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우위에 있는 지식인, 학생들은 그렇게 만드는 식민지 세력에 대해 분노하거나 저항하고, 또는 좌절하는 양면성을 띠게 된다. 지식인 중 일부는 오히려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 하층민에 비해 우월감을 앞세우고 일제에 아부하며 야합하기도 하였다.

2. 주인공이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공동 묘지'라고 파악할 때, 당시 사회의 어떤 부분을 고발하고 있는 것인지 설명해 보자.

⇒ 주인공은 동경에서 유학하다가 귀국해서 식민지의 암울한 현상들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총칼로 위협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뚜렷한 죄도 없이 결박당하고, 취조당하며, 주눅들고, 비굴한 웃음을 웃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비인간적인 상황이 뼈저리게 다가온 것은 그가 유학하고 있던 동경의 상황과 대조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소학교에서 선생들이 강단에까지 칼을 차고 올라가는 당시의 억압적인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그러한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정황을 '공동묘지'라고 표현하며 그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다.

3. 주인공은 문학의 본령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주인공의 생각에 비추어 볼 때 문학의 사회적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할지 함께 이야기해 보자.

⇒ 주인공은 정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 문학의 도(徒)는 자유롭고 진실된 생활을 찾아가고, 이것을 세우는 것이 그 본령인가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편지에서 주인공이 '우리 문학의 도(徒)'라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 문학자라고 할 수 있으며, 문학자로서 주인공은 문학을 통해 진실에 대한 자각과 의기를 북돋우려 함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학교 선생님이 '사벨(환도)'을 차고 교단에 오르는 나라'라는 구절이다. 이러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주인공은 나라의 백성, 동포의 '진실된 생활을 찾아 나가는 자각과 발분을 위하여 싸우는 신념'을 갖고자 한다. 이와 같은 주인공의 생각에 비추어 볼 때 문학은 생활의 진실을 기록하여 현실에 대한 인식을 하게 만들며, '발분', 즉 마음을 굳게 먹고 힘을 내어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 더 읽을거리

'만세전'의 의의

이러한 주인공의 존재와 의식은 식민지 조국과 그 조국 가운데서도 가장 수탈되는 계층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만세전'에서 놀라운 점은 주인공 스스로가 규정하고 있는 의식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육안과 심안이 식민지 조국의 음화(陰畵)를 남김없이 포착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하나의 사소한 정경을 통해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 제시되어 있고 비근한 디테일의 제시가 전형적인 상황과 관련을 맺고 있다. 주인공의 다소간 유탕(遊蕩)적이고 개인적인 안목은 연락선 승선차 하관에 이르면서부터 자기가 발을 디디고 선 현실에 대한 자각적 · 비판적인 안목으로 변한다. 자아 중심적인 안목은 사회 속의 나를 자각하고 그것이 사회에 의해서 규제되어 있음을 의식하는 안목으로 바뀐다. 속에 잠자고 있던 민족의 연대의식을 다시 느끼는 것이다.

사회를 구조적으로 파악해서 입체감 있게 제시한다는 점에 있어 미흡감은 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이 나라 리얼리즘의 정상적 수확의 하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전형적인 국면과 인물을 비근한 장면에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정의 뒷골목을 일회적인 현장성만으로 그리고 있는 채만식, 박태원 등의 이른 바 세태 소설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유종호, <'만세전'과 '일대의 유업'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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