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무방(1935)

-김유정-  

◆ 소설 읽기  

● 줄거리

산골에 가을이 무르녹았다. 응칠은 한가롭게 송이 파적을 나왔다. 전과자요 만무방인 그는 송이 파적이나 할 수밖에 없는 유랑인의 신세다. 응칠은 시장기를 느끼며 송이를 캐어 맘껏 먹어 본다. 추수 때라 농군치고 송이 파적 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응칠이는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인물이다. 농토도 계집이나 자식도 없었다. 방은 있대야 친구의 곁방이었다. 송이만 먹으니 재미가 없어 마침 보이는 남의 집 닭 한 마리를 잡아 먹는다.

숲 속을 빠져 나온 응칠은 성팔이를 만나 응오네 논의 벼가 도둑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응칠도 5년 전에는 처자가 있었던 성실한 농군이었다. 그러나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야반도주한 응칠은 객지에서 뒹굴다가 가족과 헤어져 혼자서 전전하다가, 동기간이 그리워 응오를 찾아온 것이다. 진실한 모범 청년인 응오는 벼를 베지 않고 있다. 지주의 독촉에도 응오는 아내의 병 때문에 벼를 베지 못했다. 그런데 베지도 않은 논의 벼가 닷 말쯤 도적을 맞은 것이다. 응칠이는 범인이 누굴까 생각해 본다. 자신이 의심받을 것은 뻔한 일이었지만, 응칠이는 재성이나 성팔이 둘 중의 하나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응칠은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송이로 값을 치른다. 동생 응오는 병을 앓아 반송장이 된 아내에게 먹일 약을 달이고 있다. 아내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산치성을 올리려 하자 극구 말렸으나 그는 대꾸도 않고 반발한다. 응칠은 오늘 밤에는 도둑을 잡은 후 이곳을 뜨기로 결심한다.

응칠은 응오의 논으로 도둑을 잡으러 산고랑 길을 오른다. 바위 굴 속에서 놀음판이 벌어졌다. 응칠도 노름에 끼었다가 서낭당 앞 돌에 앉아 덜덜 떨며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한다. 닭이 세 홰를 울 때, 흰 그림자가 눈 속으로 다가든다. 복면을 한 도적이 나타나자 응칠은 몽둥이로 허리께를 내리친다. 놈의 복면을 벗기고 나서 응칠은 망연자실한다. 동생 응오였던 것이다.

눈을 적시는 것은 눈물 뿐이다. 응칠은 황소를 훔치자고 동생을 달랬지만, 부질없다는 듯 형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는 동생을 보고 응칠은 대뜸 몽둥이질을 한다. 땅에 쓰러진 아우를 등에 업고 고개를 내려온다

● 인물의 성격

응칠 →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과 절도로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꾸는 인물

◆ 응오 → 진실하고 모범적인 소작농. 자신이 가꾼 벼를 자기가 도적질해야 하는 상황에서 절망함.

◆ 성팔, 기호, 용구, 머슴, 상투쟁이 → 도박으로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농촌을 떠나려는 소작농들.

● 구성 단계

◆ 발단 : 응칠이는 한가롭게 송이 파적을 하며, 송이로 요기를 하고 닭을 잡아 먹음

◆ 전개 : 응오네 벼가 도둑맞은 사실을 듣고 응오집에 들렀다가 살벌해진 현실을 개탄함

◆ 위기 : 응칠이는 그믐 칠야에 산꼭대기 바위굴에서 놀음을 하고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을 함

◆ 절정 : 도둑을 잡고 보니 동생임을 알고 어이가 없어 우두망찰함.

◆ 결말 : 황소 훔칠 것을 거절하는 동생을 몽둥이질하여 등에 업고 내려옴.

● 이해와 감상

작품의 제목인 '만무방'은 '막되어 먹은 사람'이란 뜻으로, 일차적으로는 응칠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실상은 등장인물 가운데 만무방 아닌 자들이 없다. 1930년대 한국 농촌의 민초들은 결국 만무방에 다름없는 자들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으며, 도둑과 노름으로 세월을 보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당대 농촌의 왜곡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작중인물들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에서 일탈된 행동을 하는 것은, 당대의 농촌 현실에 대한 탐구에서 그 답을 찾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로 재화를 획득할 수 있다면, 정상적인 방식으로 삶을 꾸려 가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허황된 꿈을 가지게 마련이다.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 보지만, 남는 것은 오히려 빚뿐이라는 현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제 것을 도둑질하는 슬픈 아이러니 → 자신(응오)의 벼를 훔쳐야 하는 상황이 식민지 농민의 비애였다. 농사지어 타작해 보았자 모두 빼앗기고 나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훔쳐 먹고는 잃었다고 하는 것이 벼 한 톨이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 엄청난 모순이 당대의 삶의 진실이었던 것이다. 주인이 자신의 벼를 도둑질하는 그것보다 더 큰 아이러니는 없다. 이 아이러니는 여유있는 웃음이 아니라 애잔한 비애 즉, '슬픈 웃음'인 것이다.

 <만무방>은 '막되어 먹었지만' '슬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노름과 도둑질로 사는 응칠이도 사실은 처자와 떨어져 방랑하는 인물이며, 밤마다 움막에 모여 노름을 하는 사람들도 생활에 절망한 사람들이다. 병든 아내를 구환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다 급기야 자신의 벼를 훔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는 동생 응오도 가련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이들은 모두 생활에 배신당한 자들이다. 그들이 일탈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상황은, 식민지 궁핍이었다.

응칠을 통해 보여주는 아이러니 → 응칠은 도둑질과 노름으로 소일하면서도 대범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반사회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이 오히려 우쭐대고 잘난 체하며, 더구나 당시 소작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 아이러니(반어)이다. 이는 30년대와 같은 모순된 사회에서 응칠과 같은 반사회적인 행동 양식이야말로 당대의 비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씁쓰레한 메시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1930년대 가을, 강원도 산골 마을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 표현상 특징 : 간결한 문체

                          상황의 아이러니 기법

◆ 주제 식민지 한국 농촌의 궁핍한 실상과 그것으로 인한 왜곡된 삶

◆ 출전 : <조선일보>(1935)에 발표

● 생각해 볼 문제

1. 서두의 문체적 특성이 주제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말해 보자.

⇒ 서두에서 길게 묘사되고 있는 가을날의 아름다운 정경과 송이 파적을 나온 유쾌한 기분이 매우 서정적이고 발랄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서술자가 응칠이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응칠이의 마음이 그만큼 여유있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응칠이는 여유를 부릴 만큼 안정된 생활을 하는 자가 아니기에, 이 아이러니를 통해 실상인 가난의 문제를 심각히 드러내려는 의도가 배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이 작품에 드러난 아이러니의 요소들을 모두 지적해 보자.

⇒ 응칠이가 일 없이 빈둥거리고 노는 것을 일종의 자유로 그려지고 있는 것.

    응칠이는 도둑놈에 불과한 자인데 사람들이 오히려 그런 그를 부러워하는 것.

    응오의 논에 벼가 없어져 그 범인을 잡고 보니 응오였던 것.

    응오의 벼 훔치기가 실패한 뒤 불쌍한 응오를 달래기 위해 소 도둑질로 그것을 보상하려는 것.

3. 응칠의 일탈 행동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으로 그린 작가의 의도를 추리해 보자.

⇒ 반사회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는 응칠이를 사람들은 영웅 대접한다. 다른 사람들은 소심해 저지를 수 없는 일을 과감하게 저지르고 감옥에 들락거린 것 때문이다. 작가가 응칠이를 남 앞에서 우쭐거리는 인물로 묘사한 까닭은, 당대희 현실이 그런 범죄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는 비판적 태도 때문이다. 일종의 냉소적 태도라고 하겠는데, 응칠이의 일탈행동을 부러워할 정도로 사회는 병들었다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응칠이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이유를, 응칠의 논리대로 정리해 보자.

⇒ 먹다 걸릴 정도로 양식을 쌓아두고 있는 자들도 많다. 그런 자의 양식을 훔쳐다 먹으면 그만이지 되지도 않게 농사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도덕 관념이 배제된 사람의 사고이다)

5. 이 작품을 토대로 1930년대 한국 농촌의 실상을 추리해 보자.

⇒ 이 작품에서 드러난 것 같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 봐야 떼일 것 떼이고 나면 빈손이었고, 생활의 쓸쓸한 재미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노름과 같이 벗어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제 논의 벼를 훔쳐 먹을 정도로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응칠이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듯이 가정이 파산을 하고 뿔뿔이 흩어져 유랑 걸식을 하는 자들도 늘어났다. 병든 아내를 두고도 약도 제대로 써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절망의 시기이기도 했다.  아내를 판 돈으로 노름 밑천을 삼을 정도로 ('기호'라는 인물) 도덕성마저 황폐해져 갔다. 이 작품에서 드러난 풍속만 보더라도 당대 농촌의 궁핍상은 처절하기 짝이 없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물질적 결핍만이 아니라, 정신적 파탄까지 함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더 읽을거리

◆ '만무방'의 반어적 상황

이 작품의 묘미는 마지막 장면에서 '응오'의 벼를 훔친 사람이 다름 아닌 '응오' 자신이라는 사실을 독자가 알게 되는 데 있다. 동생을 도적으로 알고 몽둥이로 치는 형, 그리고 그런 형에게 억울하다는 듯이 대드는 동생의 순박함에 독자들은 웃음을 짓게 되지만, 이 웃음 속에는 가혹한 농촌의 비극적 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 표면적 : 자신이 농사지은 벼를 자기가 훔침.(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적 상황)

* 이면적 : 착취당하는 농민의 비극적 현실(일제 강점하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 고발)

◆ 작품에 드러난 작가의 현실 대응 방식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궁핍한 농촌 현실에 대한 저항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당대의 농민들은 성실하게 농사를 지으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주와 일제, 그리고 고리대금업자의 가혹한 수탈 때문에 생계 유지는커녕 빚만 늘어나는 사회 구조적 모순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작품에서 '모범 농군(응오)=도둑', '만무방=응칠=응오'라는 장치로 나타나 당대 농민들이 처한 궁핍하고 비참한 현실이 개인의 성격이나 도덕성의 차원이 아니며,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개인의 행동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작가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금 따는 콩밭', '떡'과 같은 다른 작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 '만무방'의 의미

'만무방'이란 원래 '염치없이 막되어 먹은 인간'이라는 뜻으로, 이 작품에서는 빚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도박과 도둑질을 일삼는 응칠이의 부랑하는 삶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성실한 농부로 알려진 응오 역시 자신의 벼를 훔친다는 점에서 만무방에 해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응칠에 비해 응오의 일탈적 행동은 자기 벼를 훔친다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소극적인 저항이지만 그 역시 현실의 절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1930년대 농촌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만무방'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만무방'은 사회의 윤리에 위배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모순된 구조의 사회가 빚어낸 인간형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반어적, 냉소적인 말인 것이다.

 green37_up.gif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