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잡이(1968)

-이청준-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의 첫 번째 매잡이라는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작품의 소재 빈곤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민태준이 전라북도 어느 산골에 매잡이가 살고 있으니, 그를 만나 보라고 하였다. '나'는 길을 떠나면서 민태준의 행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마을에 도착하여 중식이네 집을 찾아가니 방 안에 매 한 마리가 있었다. 중식이는 벙어리였다. 그에게 매잡이에 대하여 물으니, 매잡이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중식이는 낑낑거렸다. 매잡이는 먹지 않고 죽어 가고 있었다. 그에게 민태준의 소식을 전하러 왔다고 하니 매잡이의 눈망울이 약간 움직이는 듯 했다. 그 매잡이의 이름은 곽돌이었다.

곽돌과 중식은 번개쇠라는 매로 사냥을 하는 사람이다. 곽 서방은 매잡이라는 옛 관습을 지키는 최후의 사람이다. 중식이가 한 사흘 굶긴 매를 들고 산골짜기에 가면, 곽돌은 꿩을 몬다. 그러나 이제는 꿩도 없어져서 매잡이는 필요하지도 않고, 매잡이를 하는 사람도 없다. 마지막 매잡이에서 번개쇠라는 매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 매가 다시 천관리에 들어왔을 때 찾아가라는 기별이 와서, 곽돌이는 서영감에게 매값으로 쌀 한 말 값을 빌렸다. 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곽돌이 잘 아는 매잡이었다. 그는 매값을 받지 않고 곽돌에게 매를 주었다. 매값으로 술을 사먹은 곽돌은 양지에 누어 번개쇠를 배 위에 얹고 잠을 잤다. 잠을 깬 곽서방은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했고, 마침내 번개쇠를 날려 보내고 말았다. 그는 서영감의 헛간에 누워 곡기를 끊고 죽어가고 있었다.

두 번째 매잡이의 내용은 이렇다. 날아간 매가 중식이네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중식이를 만났을 때 보았던 그 매였다. 어느날 밤 곽서방은 '나'를 보고자 했다. 그를 헛간으로 찾아간 '나'에게 민태준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곽서방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그 다음 날 새벽에 죽었다. 내가 중식이에게 매잡이가 되고 싶으냐고 했을 때, 그의 눈은 증오의 빛을 띄었다가 차츰 곽서방의 멍한 눈길을 연상시키도록 변하였다. 매잡이의 죽음에 대해서 민태준과 의논해 보려고 했던 '나'에게 더 큰 수수께끼가 생겼다. 바로 민태준이 자살한 것이었다. 그는 유서와 봉투 한 개를 나에게 남겼다.

그가 준 노우트 속에 매잡이에 관한 기록이 있었다. 곽돌과 민태준의 관계에 의문이 있던 '나'는 그 마을에 다시 갔다. 그러나 거기에는 중식이도 없었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오늘 아침, 민형이 남긴 봉투를 발견하였다. 그 속에 매잡이라는 한 편의 완벽한 소설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세 번째 매잡이었다. 그 이야기는 '나'의 소설과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나'는 본 것을 적었을 뿐이었고, 민형은 곽서방의 운명에 대하여 예언을 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 인물의 성격

→ 민태준의 부탁으로 매잡이에 대한 취재 여행을 갔다가 생존의 실상과 풍속의 미학이 표리 관계에 있음을 발견하며, 민태준과 곽돌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장인정신을 알게 되는 소설가임.

민태준 → '나'에게 매잡이에 대한 소재를 제공하고 매잡이에 관련된 취재 노트를 남기고 죽는 사내로, 자신이 풍속으로 돌아갈 수 없는 참담한 현실이 또 다른 풍속으로 부화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 치열하게 저항하고 자살하는 인물이다.

곽돌(곽서방) → 매잡이를 통해 삶의 참된 진실을 찾는 인물이다. 과거의 사라진 풍속을 대표하는 민형의 소설에서 풍속의 유물로 승화된 인물로,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옛 것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의 소유자.

중식 → 곽돌을 도와 매잡이를 하는 벙어리 소년으로, 매잡이의 시대가 지나 버린 시대에 매잡이가 되는 인물임.

● 구성 단계

발단 : 민태준의 죽음과 <매잡이> 소설을 얻게 된 경위

◆ 전개 : 매를 찾아 장터로 나선 곽돌

◆ 위기 : 인간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곽돌

◆ 절정 : 매잡이 곽돌의 죽음

◆ 결말 : 민태준의 자살과 세 편의 <매잡이> 소설이 나오게 된 경위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사라져 가는 전통을 고집하다가 죽어 가는 매잡이 곽돌의 기이한 삶을 그리고 있는데, 액자 소설의 구성방식을 통하여 그것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가 액자 형식을 택한 것은, 액자 밖의 민태준과 액자 안의 매잡이의 삶이 유사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함이다. 서술자 '나'는 민태준과 곽서방의 삶을 하나의 끈으로 엮어진 유기적 관계로 본다. 민형이 소설을 쓴다고 하면서 한 편도 못 쓰는 것처럼, 곽 서방 또한 사냥을 하지 못하는 매잡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류를 따르는, 얄팍한 기술로 돈벌이에 집착하는 세속인이 아니라, 진정한 장인의 세계를 고집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실현시켜 주지 못하고 그들을 죽게 만든다.

이 소설은 곽돌과 민태준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풍속의 미학과 타락한 현실의 풍속화에 저항하고 새로운 진실을 찾고자 하는 치열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곽서방은 사라져가는 풍속을 고집하면서 죽어가는 참된 장인정신을 지닌 풍속의 유물이다. 민형도 타락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다가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하고 죽어가는 또 다른 장인의식의 소유자이다. 민형과 곽서방이라는 두 인물의 죽음은 타락한 세계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타성에 젖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 작품이 창작 과정 자체를 소설로 수용하는 모더니즘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작가가 창작에 이끌려가는 과정에 독자를 동반하게 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소설 쓰기의 어려움"을 제기하기도 한다. 즉, 소설을 쓰기 위해 숱한 자료를 수집해 놓고도 뜻대로 되지 않자 목숨을 끊은 민태준, 결핵을 조금 앓을 뿐 특별히 자살을 할 이유가 없는데도 그는 '나'에게 여러 권의 자료 노트만 남기고 죽음을 택한다. 소설 쓰기의 한 속성이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가 보기에 이 세계에는 진정한 가치의 가능성이 없다고 여겼기에 자살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특성은 먼저 제재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명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것에 대한 애정어린 향수와 수호의식이 그것이다. 이를 테면 이청준은 <매잡이>의 '매를 부리는 사람, <과녘>의 '활쏘는 궁사', <줄>의 '줄 타는 광대', <서편제>의 '판소리 속에 사는 유봉' 등에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제재를 다루어 삶의 다양한 탐구로서 소설 세계를 풍부하게 해 준다. 또한 작가는 장인(匠人)들의 삶이 산업 사회의 문명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쇠퇴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음으로, 주제면에서 다의성(多意性)을 들 수 있다. 사건들을 단순하게 전달하거나 그 뜻을 일방적으로 해설하지 않고 문제점을 제시하여 독자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이다. <매잡이>에서 중요시 다루는 민형과 곽서방의 죽음의 동기와 그 의미가 그렇다. 민형은 왜 그렇게 많은 자료를 취재해 놓고 정작 작품에는 손대지 못했는가? 중식의 행방은 어디로 갔는가? 이런 점들이 작가 특유의 지적인 문체로 의문과 함께 숙제로 남겨두어 작품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진실한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 형태 없는 폭력에 대한 은유적 제시를 통해서 예술적 차원의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액자소설

◆ 배경 : 서울과 전라도 어느 산골

◆ 시점

* 액자 외부 → 1인칭 관찰자 시점

* 액자 내부 → 3인칭 관찰자 시점

◆ 특징

* 액자식 구성으로 내용을 형상화함.

◆ 주제 사라져 가는 옛 것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과 '글 쓴다는 것'의 어려움

◆ 출전 : <신동아>(1968)에 발표됨.

●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곽돌을 취재 대상으로 삼아 다음 항목에 따라 정보를 수집해 보자.

♠ 나이 :   쉰 살 정도  

♠ 직업 :   매잡이  

♠ 성격 :  과묵하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킴.  

♠ 주변 인물 :   중식(버버리 소년), 서 영감, 옛 동료  

 

2. 곽돌과 서 영감의 갈등 양상과 그 원인을 추리해 보자.

갈등 양상

매잡이를 그만두라는 서 영감과 매잡이를 계속하려는 곽돌의 갈등

갈등의 원인

서 영감은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곽돌은 전통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 소설의 구조를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외부 이야기]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해 놓고도 뜻대로 되지 않자 목숨을 끊는 민태준의 삶

 

[내부 이야기] 변화된 풍속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매사냥이라는 사라져 가는 전통을 끝까지 고집하다가, 결국 매를 날려 보낸 후 곡기를 끊고 죽는 매잡이 곽돌의 삶

(1) 민태준과 곽돌의 삶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바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물질적 가치만 중시하는 산업화 시대에서 옛것을 지키는 장인 정신의 의미와 글스기의 어려움

 

(2) (1)을 바탕으로 이 소설에서 이야기 속 이야기 구조인 액자식 구성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 곽돌의 삶과 민태준의 삶은 고집스럽고, 자신만의 방식을 지킨다는 점,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이러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보여주면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4. 다음 부분에 나타난 서술 방식의 특징을 파악해 보자.

"한데 ―― 마을로 가서 자넨 여전히 사냥질을 할 참인가?"

"……."

그 말엔 곽 서방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마치 마을의 서 영감 앞에서처럼 아무 의사도 내비치지를 않았다. 곽 서방의 그런 얼굴을 한참 쳐다보던 친구가,

"그럼 난 가네." / 하고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을 때도 곽 서방은 여전히 그 멍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 서술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 관찰자 입장에서 장면을 제시하듯이 보여주고 있다.

 

5. 다음 <조건>에 맞게 한 편의 소설을 쓰려고 한다. <보기>의 구성 방식 중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 그 이유를 말해 보자.

<조건>

* 주제 : 청소년들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

* 인물 : 4명의 청소년(여자 2, 남자 2)

* 배경 : 20OO년대 지방 소도시

<보기> : 소설의 구성 방식

액자식 구성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를 삽입하는 구성 방식

피카레스크식 구성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를 동일한 주제로 엮거나, 각각 다른 이야기에 동일한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구성 방식

단순 구성

단일한 계획, 진행, 효과를 위한 구성 방식

복합 구성

중심 사건이 둘 이상으로 얽힌 구성 방식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곽돌이라는 매잡이의 삶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 자기 고유의 세계를 지키려는 장인의 집념 

2. 이 소설에서 액자소설적인 구성은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시켜 볼 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 민태준의 삶과 곽돌의 삶이 모두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것이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러한 정신을 실현시킬 수 없는 현실을 암시함. 

● 더 읽을거리

1. '매잡이' 형식의 중간적 성격

전통적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서구적 근대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소설은 훨씬 뒤에 이청준에 의해 쓰여졌다. 예컨대 '매잡이'는 서구적 근대의 현실을 합리주의적 권력이 지배하는 세계로 해체하고 그 대안으로 매잡이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부활시키려 시도한다. 이 소설에서 민 형이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 세계의 권력의 억압을 암시하며, 그가 '매잡이'라는 유일한 소설을 남긴 것은 매잡이의 세계(공동체적 세계)가 그 억압적 세계의 대안임을 시사한다. 물론 이 소설에는 김동인이나 김동리의 액자 소설과는 달리 내화와 외화가 선명하게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일종의 소설가 소설인 이 소설은 겹구조로 된 이야기들을 통해 내화와 외화가 미묘하게 뒤섞여 있다. 즉, 어디부터가 본이야기이고 어느 것이 바깥 이야기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잡이 이야기라는 내화와 그것을 소개하는 '나'의 외화가 접합되어 있어 잠재적인 액자 형식이 나타난다.

그런데 매잡이가 죽음에 이르는 현실과 그것을 소설화한 '나'의 '매잡이', 그리고 민 형의 예언적인 소설 '매잡이'가 혼융됨으로써, 현실과 소설이 뒤섞이는 메타픽션적 요소 역시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매잡이와 민 형의 죽음을 연결시킨 '나'의 최종적 소설은 '매잡이'라는 '내'가 쓰고 있는 소설 그 자체인 셈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액자 소설과 메타픽션의 중간 정도 되는 형식을 지니고 있다. '매잡이'의 액자와 메타픽션의 중간적 성격은 이 소설의 내용적 특성에도 상응한다. '매잡이'는 서구적 근대의 현실을 억압적 권력의 세계로 해체하면서도 끝내 그 현존성의 권위를 부인하지 못한다. 매잡이와 마찬가지로 민 형이 죽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나병철, "소설의 이해", 문예출판사, 1998

2. 액자식 구성 방식과 추리 소설적 기법

'지난 봄 갑자기 세상을 등지고 만 민태준 형은, 그가 이승에 있었다는 흔적으로 단 한 가지 유물만을 남겨 놓고 갔었다. 아는 이는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별로 값지지도 않은 몇 권의 대학 노트로 되어 있는 비망록이었다,'

이는 소설의 서두로, 인물의 행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물의 신비스러운 면을 강조함으로써 이 소설이 액자식 구성 방식과 추리 소설적 기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액자식 구성에서 바깥 이야기는 안 이야기의 도입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청준의 소설에서는 그것이 반대로 나타난다. 액자에서 안 이야기에 해당하는 매잡이 곽돌의 이야기 못지 않게, '나'라는 화자가 바라본 민태준의 삶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이야기가 된다.

-장영우, '이청준의 초기 소설에 나타난 작가 의식', 한국어문학연구학회, 2000

 

3. '매잡이'의 서술 방식

'매잡이'에 나타나는 세 편의 '매잡이'는 모두 서술 상황과 태도가 다르다. '나'가 썼던 첫 번째 '매잡이'는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곽돌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면, 두 번째 '매잡이'는 민태준이 쓴 '매잡이'이며, 세 번째 '매잡이'는 일인칭 서술 상황에서 소설 쓰기라는 자기 자신의 관심을 통해 민태준의 행적을 탐색하는 태도를 보인다.

상이한 서술 상황과 서술 태도를 통해 동일한 세계를 다르게 접근하는 '매잡이' 1, 2, 3은 서로에 대해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서술자의 복수화를 통해 기존 소설에 나타나는 단일한 서술자의 존재 방식을 조정하고 변형한다. 둘째, 세 편의 '매잡이'는 각각의 존재 방식을 통해 존재들의 진실들이 대화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인식의 다양성과 의미의 불확정성을 나타낸다.

 

4. 세 개의 매잡이

이 작품에는 세 개의 '매잡이'가 등장한다. '나'가 산골 마을에서 취재한 곽 서방의 이야기를 토대로 창작한 것이 천 번째 '매잡이'이고, 이후 서울로 올라와서 확인한 민태준의 유품 속 소설이 두 번째 '매잡이', 그리고 이 두 '매잡이'를 바탕으로 곽 서방과 민태준의 이야기를 묶어서 풀어낸 소설이 세 번째 '매잡이'이다.

 

5. 번개쇠와 곽 서방의 관계

곽 서방에게 번개쇠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존재이다. 번개쇠로 인해 자신이 매잡이를 계속할 수 있으며, 번개쇠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번개쇠는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번개쇠는 곽 서방의 삶의 가치 그 자체이다. 장터에서 애타게 매를 찾는 곽 서방은 그 매에서 자신의 삶의 이유를 찾고 있으며, 자신의 삶의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친구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돈을 받기를 거부한다. 이러한 친구의 행동은 번개쇠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자신의 생각이 이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전통적 관습은 더 이상 지킬 필요도 없고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건이 된다. 결국 곽 서방은 전통적인 관습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사회와 결별하고 죽음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는 길을 선택한다. 번개쇠를 산으로 돌려보내고 죽음을 선택한 곽 서방은 번개쇠를 자신의 삶 그 자체로 인식했으며, 번개쇠가 없는 자신의 삶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6. 자기 반성적 글쓰기 방식으로서의 액자 소설

이청준 소설에 나타나는 주관성, 내면성은 김승옥에게서 자기 세계의 독자성으로 표현된 60년대적인 개인주의의 특징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렇게 경험적 원형질로서, 혹은 외부 세계에 무력한 개인으로서 혹은 일상의 세4지 못하던 주체의 내면은 액자 소설이라는 이청준만의 독특한 자기 반성적 글쓰기 방식 속에서 적극적 지위를 갖게 된다. 액자 구조를 보이는 소설에 와서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탐색하는 주체로서의 명확한 자기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이청준의 다양한 경향의 소설들 중에서 모더니즘의 부류에 속하는 것은 이러한 액자 소설의 형식을 보이는 것들이다. 이는 그 형식이 보여 주는 미적 자기 반영성, 글쓰기의 자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형식 속에 관철되는 주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 형식 실험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 '매잡이'를 보자.

'매잡이'는 근대적 삶의 양식을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소멸의 길을 선택한 매잡이 곽돌과 그러한 매잡이를 소설화하고 역시 죽음을 택한 소설가 민태준, 그리고 이들을 관찰하고 보고하면서 또 다른 제3의 '매잡이'라는 소설을 집필하는 소설가 '나'로 이루어진 삼중의 서사 구조와 삼중의 주체를 부여 주고 있다. 이 속에서 소설가 '나'는 민태준과 곽돌의 삶과 죽음에 대한 관찰과 보고를 담당하는 전달자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삶과 죽음이 보여 준 문제, 그러니까 '근대적 삶 속에서 인륜적 보편성은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탐색하는 사유의 주체인 것이다.

여기서 액자 구조가 갖는 반성적 잠재력이 발생한다. 민태준이 평생의 역작으로 완성한 소설과 그것을 완성하기까지의 각고의 노력에 경외와 존경을 보내면서도, 그것을 민태준의 소설이 아니라 자신의 소설 세 번째 '매잡이'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그러한 민태준적 소설 쓰기와 삶의 방식, 그리고 자신의 소설 쓰기와 존재 방식을 함께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각각의 '매잡이'들은 최후의 가장 큰 액자가 작은 부분들을 지배하는 구조라기보다는 서로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해주는 '되비추는 거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반성적 되비춤의 과정 속에서 소멸해 가는 장인들의 세계가 암시해 주는 '삶의 보편적 질서'를 상기시키고 그것이 부재하는 근대적 삶의 양상과 그 속에서 소설 쓰기의 의미를 곱씹으며 묻는 것이다. 이 복잡한 세 층위의 액자 구조는 이렇게 곱씹어 묻는 자기 반성의 구조적 등가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깊은샘 편집부, "1960년대 문학 연구", 깊은샘,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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