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기(1991)

-김소진-  

◆ 소설 읽기  

● 줄거리

민홍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조그마한 구멍가게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매일 쥐 한 마리가 나와 가게 물건들을 상하게 하고, 아버지는 이 쥐를 잡으려 애를 썼지만 좀처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소설 속의 현재) 민홍은 또 다시 가게에 나타난 쥐를 잡지 못해 거의 노이로제 상태에 빠졌고, 쥐로 인해 아버지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한국 전쟁 때 전쟁 포로로 거제도에 있었다. 그곳에서 우익으로 몰려 반대파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었으나 수용소에서 길들였던 흰 쥐 한 마리 때문에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위기를 넘긴 다음 날, 남쪽에 남을지 북으로 돌아갈지를 정하는 날, 어찌할지 갈피를 못 잡던 아버지는 목숨을 구해 준 흰 쥐를 따라 남쪽에 남는다.

'내이가 왜 그랬겠니? 여기 한번 나와 있으니까니 못 가갔드란 말이야. 어딜 간들 하는 생각 때문에 도루 못 가갔드란 말이야. 기거이 바로 사람이야. 웬 쥐였냐고? 글쎄 모르지. 기러다보니 맹탕 헷것이 눈에 끼었는지두. 언젠간 돌아가갔지 하며 살다보니 …… 암만 행각해봐두 꿈 같기두 하구 …… 기리고 이젠 모르갔어 …… 정짜루다 돌아가구 싶은 겐지 그럴 맘이 없는 겐지 …… 늙으니까니 암만해두.'

진물러진 눈자위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는 아버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민홍은 뱃속에서 울컥하는 비껴앉은 아버지의 야윈 잔등을 보면서 민홍은 박물관엣 본 적이 있는 고생대의 한 화석을 떠올렸다. 그 화석에 대한 일차적 기억은 앙상함이었고 그리고 가슴 답답한 세월의 무게였다.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그저 시대에 휩쓸려 수십 년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아버지, 가족을 두고 온 아버지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감정을 느끼며 민홍은 그저 측은한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볼 뿐이다.

● 인물의 성격

 아버지 → 함경도 출신으로 반공 포로로 포로 수용소에 갇혀 있다 남하했지만 그는 아무런사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수물자 요원이 되고 포로가 되었다. 그렇다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지도 못하였다. 북쪽에 부모와 처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오게 된 이유가 흰 쥐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경제적인 무능력 때문에 아내와 아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이고 주관이 강하지 못하여 우유부단한 성격의 인물이다. 또한 하찮은 쥐잡기에 몰두하고 번번이 잡지도 못하면서도 그 일을 그만두지 않는 고지식함과 강한 고집스러움도 가지고 있다. 결국 폐암으로 인해 63세에 죽는다.

 민홍(아들) →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로 학생이며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무능력하고 답답한 행동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다지 가족에 대해 정이 있지는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에 대해 연민과 송구함을 느끼며 그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철원네(어머니) → 민홍의 어머니이며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삯바느질도 한다. 말이 거칠고 무능력한 남편을 극도로 싫어하며 그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고 남의 부부싸움을 말리고 아프신 할머니를 위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 구성 단계

◆ 발단 : 민홍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보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 전개 : 전쟁 포로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아버지는 쥐잡기에 집착하는데 번번이 실패한다.

◆ 위기 : 민홍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화상을 입는데, 화가 난 어머니인 철원네는 민홍이 애지중지하는 기타줄을 잘라 버린다.

◆ 절정 : 어느 겨울 메밀묵을 앞에 두고 아버지는 민홍에게 포로 시절 북한 대신에 흰 쥐를 좇아 남한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 결말 : 민홍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게에 다시 나타난 쥐를 잡으려다 실패하는데, 이때 문득 무엇인가 자신을 옭아매던 어떤 것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 이해와 감상

소설의 주인공 민홍은 민주화 투쟁의 경험을 지닌 채 9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한 장의 사진과 쥐 때문에 민홍은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의 경험담을 회상하게 된다. '아버지'는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낀 인물이다. '흰 쥐'가 헛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자조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잔인하게 민중들의 삶속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쥐'는 '민홍'과 '아버지'의 삶에 개입하여 그것을 흔들어 놓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품에서 아버지의 '쥐'에 대한 내력과 개인사가 분단의 아픔과 상처와 결합되면서, 분단 후 계속되고 있는 아버지의 내면적 고통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시위 사건으로 화상을 입고 소설책이나 뒤적이며 억척스런 어머니에게 핍박을 받는 민홍의 일상사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소진의 데뷔작이기도 한 <쥐잡기>에는 이북의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채, 그 가족들과 고향을 가슴에 품은 채 수십 년을 살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특별히 어떤 사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전쟁에 휩쓸렸을 뿐이다. 비록 구멍가게 하나도 쥐 한 마리로부터 제대로 못 지켜내는 무기력한 사람이지만, 가슴에 응어리를 안은 채 세월의 무게에 눌려 늙어 버린 그의 뒷모습을 보는 주인공 민홍의 시선에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도시 변두리의 서민 밀집 지역에서 쥐잡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번의 해프닝을 소재로 하고 있다. '쥐'는 '민홍'과 '아버지'의 삶에 개입하여 그것을 흔들어 놓는 존재로 그려진다. 아버지의 '쥐'에 대한 내력과 개인사가 전쟁과 분단의 아픔과 상처와 결합되면서, 분단 후 계속되고 있는 아버지의 내면적 고통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고통 때문에 무능력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은, 시위 사건으로 화상을 당해 소설책이나 뒤적이거나 억척스런 어머니에게 핍박을 받는 민홍의 일상사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아버지께 부치는 제문(祭文)'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작품이다. 반공 포로 출신으로 남한을 선택했지만 일생동안 가나을 짊어졌던 아버지에 대해 작가는 "철없는 한때 아버지의 무능력이라는 게 일종의 재앙으로까지 여겨졌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쥐잡기>를 비롯한 김소진 소설의 밑바탕에는 문학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작가의 애틋한 심정이 깔려 있다.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연민은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아버지처럼 역사의 폭풍에 휩쓸려 주변부로 밀려난 민중의 고단한 현실을 형상화하는 차원으로 승화됐다.

제목이기도 하면서 줄거리 전개에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는 '쥐잡기'는 다수의 상징성을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면적으로 드러난 의미는 아버지가 가게의 물건들을 엉망으로 만드는 쥐를 잡기 위한 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고양이를 이용하기도 하고, 쥐약을 놓아보기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면밀한 관찰 끝에 쥐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아무리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다 해도 그동안 쥐로 인해서 입은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이런 겉으로 드러난 쥐잡기 양상도 있지만, 소설 속에 숨겨져 있는 '쥐잡기'도 있다. 그것은 주인공인 '민홍'이 시위를 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쥐잡기'에 등장하는 쥐는 세 마리이다. 현재의 민홍이 대결하고 있는 쥐가 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구멍가게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이던 쥐가 있고, 또 그 이전에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아버지로 하여금 남쪽을 선택하게 했던 쥐가 있다. '쥐새끼' 같은 놈들에게 휘둘리며 '쥐'처럼 옹색한 삶을 영위하는 소시민들은 결국 '쥐'를 잡지 못한다.   

김소진 소설은 이념이나 계급의 입장을 반영한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 생활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육체의 언어로 짜여져 있다. 그래서 김소진 소설의 매력에 대해 '속담스런 민중어와 개성적인 묘사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평론가 김윤식)는 말이 나왔다. '조붓한 공간 속에 갇혀 겅성드뭇한 대머리를 인 채 움펑 꺼져 대꾼한 눈자위로 방 안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버지'라거나 '노름이라면 이골이 났다는 노름방의 도꼭지격인 짝눈도 육통이 터질 노릇이라며' 등등 활달한 토박이말 구사로 인해 김소진은 채만식, 김유정, 박경리, 김주영, 이문구, 최명희 등과 함께 토박이말 사전 편찬자들이 높이 평가했던 작가들 중의 하나로 꼽혔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비극적, 사실적, 회고적, 비판적)

◆ 배경

* 시간적 → 전쟁 직후

* 공간적 → 도시 변두리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섬세한 묘사와 회상의 기법을 통해 당대의 삶과 역사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 속담스런 민중어와 개성적인 묘사

◆ 주제 개인의 내면에 투영된 '전쟁과 분단의 아픔과 상처'

◆ 출전 :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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