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시(1936)

-이 상-  

◆ 소설 읽기  

● 줄거리

'그'는 카페 ,R회관의 여급인 아내(나미꼬)를 뜯어 먹고 산다. 그리고 아내는 카페에서 손님들의 주머니를 노리며 생활해 간다. 또한, A취인점 주임인 오군은 '그'의 친구인데, 역시 카페 R회관의 여급인 마유미를 뜯어 먹는다.  이처럼 말라갱이인 '그', 아내, 오군 등은 살찐 인간들(마유미, 뚱뚱 주인과 뚱뚱보 신사)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가 그들을 밥으로 삼는 거미들이다.

'그'의 아내는 A취인점의 전무인 뚱뚱보 신사가 고객 초대 망년회 전날 카페에서 술을 마시다가 자신을 말라깽이라고 자꾸 놀리자 그에 대해서 뚱뚱한 양돼지라고 되받아 올린다. 술기운이 있는 전무는 화가 나서 그녀를 층계 위에서 밀쳐 굴러 떨어지게 한다. 그래서 그녀는 부상을 당한다. 이것을 목격한 카페 R회관의 종업원들이 분개하여 경찰에 신고한다. 뚱뚱보 신사는 경찰에 구속되고, 그리하여 뚱뚱보 신사와 뚱뚱 주인은 그녀와 '그'를 무마시키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일상적인 일들도 귀찮아하며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결국, 망년회가 예정된 다음날 낮에 뚱뚱보 신사는 오군을 통해서, 아내에게 20원을 전해 준다. 아내는 그 돈을 받고 공돈이 생겼다고 좋아하면서 10원을 '그'에게 준다. 아내가 피곤해서 잠든 것을 보고 '그'는 아내가 받은 20원을 들고 안개가 흐릿한 밤에 마유미를 만나기 위해 카페로 간다.

● 인물의 성격

→ 아내의 돈을 뜯어 먹으며 살면서, 오군의 정부인 살찐 돼지 마유미와 정을 통하고자 한다. 야위고 헙수룩한 외모에, 이상생활에 대하여 무심하며 자신의 마음을 닫고 사는 게으른 인물임.

아내 → 야윈 외모지만 일상생활에 무심한 남편과 달리 자신의 몸을 팔아서 돈을 벌어 살아가는 인물임. A취인점의 망년회에 참석해서 전무로부터 말라깽이라는 말을 듣고 양돼지라고 했다가 발에 채여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20원을 받아다가 그에게 줌.

◆ 오군 → 원래 인천의 갑부의 아들이었으나 파산을 하고 경성에 와서 마유미의 돈을 뜯어먹고 사는 사기꾼이다. 친구인 그에게 석달 후에 오맥원을 갚아주겠다고 백원을 꾸고서 갚지 않는다.

◆ 마유미와 A취인점 전무 그리고 카페 주인 → 살찐 양돼지들과 같은 존재

● 구성 단계

◆ 발단 : 크리스마스 오후 4시 이후, 방안. 한껏 게으름을 피우는 '그'

◆ 전개 : '그'는 오군을 만나 카페에서 술을 마심

◆ 위기 : R카페에서 그날 밤의 사건 이야기를 듣고, 경찰서에 출두함

◆ 절정 : 아내가 위자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옴

◆ 결말 : '그'가 위자료를 들고 방을 나섬

● 이해와 감상

제목에서 '지주'는 거미를, '시'는 돼지를 뜻하는 것으로, '거미 한 쌍이 돼지를 만나다'라는 뜻이다. 소설 속의 '그'는 카페 여급인 아내를 뜯어 먹고 살며, 아내는 손님들의 주머니를 노리며 산다. 이들 두 거미에게 양돼지 전무가 뜯어 먹히는 사건이 기본 줄거리가 된다. 그와 아내 뿐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빨아먹고 사는 거미라는 존재로 나타난다. 즉 카페 R회관에서 A취인점 전무인 뚱뚱보라는 양돼지를 만난 아내는 층계에서 발길로 채여 굴러 떨어졌다는 이유로 20원이라는 돈을 빨아먹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안개로 흐릿한 밤에 '그'는 아내에게서 나온 그 돈으로 마유미한테 간다. 결국 아내는 뚱뚱보 주인의 거미이고, 그는 아내의 거미이고, 마유미는 그의 거미이고, 오군은 마유미의 거미이고, 오군이 다니는 A취인점 전무는 오군의 거미가 되는 셈이다. 곧, 빨아먹으면서 빨아먹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악의에 찬 순환 구조는 근대 도시인의 삶의 태도가 상호 착취나 가해자적 성격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이상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이지만, 정상적인 가족이나 가족 구조는 와해되어 있다. 특히 '그'가 전무의 위자료를 받아 들고 술을 마시러 가는 결말은 이상 문학의 위악적(僞惡的) 성격을 잘 드러낸다. '거미는 나밖에 없다'고 자부하며, 아내가 뜯어낸 돈을 다시 뜯어먹는 '그'의 행위는 퇴폐와 병리의 극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상의 자전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다. 이상은 자신이 아내에게 기생해서 사는 현실과 유폐된 자신의 내면심리를 특이한 기법을 구사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에는 그의 강한 실험정신이 나타난다. 현실의 세계와 무의식 내지 독백의 상태가 혼재하고, 환상의 세계가 삽입된다. 그는 지문에 잠재의식을 그대로 적고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전혀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있으며, 문장과 문장이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든다. 이 소설은 한국 현대 문학사에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고 나타난 모더니즘 소설 혹은 심리주의 소설이라는 데 그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심리소설

◆ 배경 :

* 시간적 → 크리스마스 날과 망년회날

* 공간적 → 일제하 경성과 인천

* 사상적 → 이기주의, 초현실주의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 '의식의 흐름'의 기법

* 독백과 내면의식이 지배적임.

◆ 주제 금전 만능 풍조에서 비롯된 인간성의 파멸과 퇴폐적 인간 관계

             분열되고 모순된 현실과 거미와 같은 인간들의 삶

◆ 출전 : <중앙>(1936)에 발표됨.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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