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1958)

-손창섭-  

◆ 소설 읽기  

● 줄거리

만기 치과 의원에는 원장인 서만기와 간호사 홍인숙, 그리고 날마다 출근하다시피하는 서만기의 중학 동창인 비분강개파 채익준과 실의의 인간 천봉우가 있다. 채익준과 천봉우는 거의 매일 찾아와 종일토록 한담(閑談)으로만 소일을 한다. 이들은 소위 '잉여인간'들이다. 채익준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기사를 보면 분개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씩씩거리는 인물이다. 반면 천봉우는 늘 수면 부족 상태인 듯이 병원에 나와서 졸기만 하는데, 그가 병원에 나오는 것은 간호원 홍인숙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다.

봉우의 아내는 평판이 좋지 못한 여자로서, 이 치과의원의 집주인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녀는 건물을 증축하기로 하였으니 집세를 올려주든지 아니면 나가달라고 협박하면서 가난한 치과의사인 서만기를 유혹하려 들지만 만기는 점잖게 거절을 한다. 끝내는 집세를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 달라고까지 협박을 하나 만기를 이를 뿌리치고, 병원을 잃고 난 다음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을 한다.

어느 날 채익준의 아들이 이 병원을 찾아온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이다. 익준을 찾을 수 없는 서만기는 아들을 따라서 채익준의 집에 간다. 그의 집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만기는 봉우의 처에게 돈을 융통해 가지고 익준 처의 장례식을 치른다. 만기는 어느 날 일주일 이내에 병원과 시설 일체를 내어 달라는 봉우 처의 편지를 받는다. 익준 처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그제서야 익준이 머리에 상처를 입은 채 돌아온다. 그는 상복을 입은 아들을 보고 장승처럼 선 채 움직일 줄을 모른다.

● 인물의 성격

◆ 서만기 → 치과의원 원장, 채익준과 천봉우의 중학 동창으로 '잉여인간'인 이들을 포용하고 자신의 삶을 굳게 지켜 나감.

◆ 채익준 → 부조리에 분노하고 비분강개하는 인물

◆ 천봉우 → 소극적이고 실의에 빠져 있는 인물

◆ 홍인숙 → 서만기 치과 의원의 간호원

◆ 봉우의 처 → 경제적 능력이 비범한 여인으로 행실이 좋지 않음.

◆ 은주 → 서만기의 처제로, 형부를 연모함

채갑성 → 채익준의 아들

● 구성 단계

◆ 발단 : 치과 병원에 놀러 오는 익준과 봉우는 모두 한담으로 소일하는 잉여인간이다.

◆ 전개 : 봉우가 간호원을 짝사랑하고 봉우의 부인은 서만기를 건물 증축을 핑계로 유혹한다.

◆ 위기 : 유혹을 뿌리친 서만기는 병원을 잃으면 어떻게 살아갈까하고 고민한다.

◆ 절정 : 병원을 비워 달라는 편지, 익준 처의 죽음

결말 : 봉우 처의 돈을 융통하여 장례를 치르고 익준은 상복입은아들을 대하게 된다.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전후 상황에서 존재할 수 있는 세 가지 인간형을 제시하고, 그를 통해서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손창섭의 여타의 작품들이 비정상적이고 불구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의 부조리함을 파헤쳤다면, 이 작품에서는 서만기라는 작중인물의 어두운 면 위에 밝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긍정의 미학을 개척하고 있다. 이렇게 전후의 암담하고 어두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그려내고, 긍정의 미학을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전후에 나타날 수 있는 세 가지 인간형

채익준은 부지런하고 정의감이 강한 인물이다. 부조리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함으로써 궁핍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절망하지는 않고,  현실과 타협해서 잘 살아가는 인간을 증오한다. 부조리한 현실과 그 속에서 잘 살아가는 인간들을 증오하고 분노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적극적인 개혁의지를 가지지는 못한다. 비분강개파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 비분강개가 그의 삶에서 생산적으로 변화되지 못하고 그저 분개의 차원으로 머무르는 것이다.

천봉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개되는 외적인 상황에 끌려가는 수동적이고 비극적인 존재이며, 실의의 인간상이다.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사랑에 빠져 있을 뿐이다. 채익준과 천봉우, 이들이 바로 전쟁이 남긴 잉여인간들이다.

서만기는 이러한 두 친구를 포용하며 이들이 가진 문제들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는 긍정적인 인간형이다. 그는 어떠한 악조건에도 조금도 비굴해지지 않고 현실을 헤쳐나가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인간형은 전후소설에서는 보기드문 인간형으로, 전후의 황폐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간형이다.

작가는 <잉여인간>을 통해서 <비오는 날> 등에서 보여주었던 암울하고 음산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서만기를 통해 이제 전쟁이 가져다 준 불구성과 황폐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전후 소설

배경

* 시간적 - 6 . 25 전후 사회의 현실

* 공간적 - 서만기 치과 병원과 그 주변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휴머니즘적 경향

◆ 주제 전후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

◆ 출전 : <사상계>(1958.9)에 발표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의 분위기와 <비오는 날>의 분위기를 비교해 보고 그를 통해서 이 작품의 주제를 밝혀라.

⇒ <비오는 날>의 분위기가 음산하고 암울한 것이었다면, 이 작품의 분위기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 작품의 주제가 전후의 상황에서도 따뜻한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서 당시 상황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긍정성을 찾아보려는 것이었음을 나타낸다.

2. 이 글에서 만기의 모습은 가장 모범적인 인간형으로 다가온다. 만기를, 주변의 너절한 인간들 속에서 그렇게 이채롭게 나타낸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가?

⇒ 만기는 주변의 너절한 인간들, 곧 잉여인간들을 포용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켜 나간다. 그를 통해서 작가는 부조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더 읽을거리

◆ '서만기'의 인물형과 그 의미

서만기는 부조리한 세계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고 관용을 베풀면서 세계와 자아의 조화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 역시 잉여 인간의 부류에 속하지만 합리성, 정직성, 온건함, 책임감을 갖춘 인물로 형상화되어, 다른 형태의 잉여 인간인 '봉우', '익준'과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그는 봉우 처의 노골적인 추태와 위협, 나날이 더 심해 가는 경제적인 고통, 자신을 짝사랑하는 처제와 홍인숙 등 복잡한 관계 속에 놓여 있지만, 이러한 괴로움 속에서도 한결같이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상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서만기'라는 인물형을 통해 황폐해진 전후 사회의 비인간적 상황을 인간애로써 극복하는 가능성을 보여 주려 한 것이다.

◆ '병원 대합실'의 공간적 의미

'만기'의 병원의 대합실은 세 인물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기'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장소이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장소이다. '익준'에게는 사회 비판의 장소이자 가정에서도 직장에도 속하지 못한 그가 머무르는 경계적 장소이다. '봉우'에게는 비현실적 사랑을 꿈꾸는 장소이자 의식과 잠 사이의 경계적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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