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1949)

-염상섭-  

◆ 소설 읽기  

● 줄거리

병자는 병세가 회복될 기미가 없는데도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병자가 병을 고치는 것보다는 병원비나 장례비 걱정을 한다. 병자가 퇴원을 원하자 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병자를 퇴원시키지만, 병자는 퇴원 후에 곧 죽고 만다. 병자가 죽자 모인 가족들은 죽은 사람의 유언과는 상관 없이 장례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치르기 위해 서로 말다툼을 한다. 또, 병자는 원래 불교를 믿었으나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의 권고로 성당의 세례를 받는다. 하지만 입관하는 자리에 찾아온 사람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종교에 따라 의식을 치른다.

● 구성 단계

◆ 발단 : 병인은 가족들의 성의 없음에 서운해하고, 가족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생각하여 병인의 퇴원을 서두름.

◆ 전개 : 병인은 삶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지만 의사의 퇴원 권유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망함.

◆ 위기 : 명호는 형 생각을 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낌.

◆ 절정 : 병인은 퇴원하고 집으로 가던 중 웃고 떠드는 자식들 옆에서 임종함.

◆ 결말 : 가족들은 병인의 유언과 종교에 상관없이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장례를 치름.

● 이해와 감상

임종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삶에 대한 집착과 이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살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본능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판이 드러나 있다. 살아 있는 자들의 태도가 죽음의 신성함과 대비되며 더욱 추악하게 부각하고 있다.

1949년 8월 <문예> 창간호에 발표된 염상섭의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육십 평생을 마감하는 순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죽음이란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전환의 순간이다. 존재의 상태에서 비존재의 상태로 넘어가는 경계의 지점에 죽음의 순간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상섭은 죽음의 순간을 극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한 개인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는 치유 가망성이 없기 때문에 병원으로부터 퇴원하라는 권유를 받지만, 한약을 지어오지 않으면 퇴원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주인공의 이러한 행위는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음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불신에서 연유한다고 보여진다.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생 명호와 자신의 부인을 불신하면서 회생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장례비와 장례 절차를 유언으로 남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재단의 이사직을 맡아달라는 청년의 권유에 새로운 희망을 갖기도 하는 것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개인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처럼 <임종>은 죽음을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형상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죽음을 통해 어떻게 자기완성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 성격 : 사실적, 비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1940년대 후반, 서울

◆ 특성

* '임종'에 대한 인물들의 태도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여 사실성이 돋보인다.

◆ 주제

* 죽음 앞에서도 삶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

*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태도 비판

●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소설을 읽고, 병인의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파악해 보자.

(1) 병인의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자.

  → 입원 중에 있는 환자로,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2) C청년이 찾아온 후로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해 보자.

병인의 변화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고 회복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인다.

가족들의 변화

병인의 활기 띤 모습에 반가움과 기쁨을 느끼며 병인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2. 다음을 참고하여 병인과 가족들의 모습을 평가해 보자.

인간의 속물적인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은 많은데, 특히 이 소설에는 그 속물성을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병인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경건하고 신성하고 비장한 과정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도 그에 버금가야 하는 것인데,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이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인

가족들

병이나 죽음을 순리에 맞게 수용하기보다는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무리한 투약 등을 일삼는다. 삶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경건하게 보내기보다는 세속적인 명예에 집착하며 속물적인 궁리로 보내고 있다.

긴 간병에 지쳐 병인에 대한 진실된 마음보다는 자신들의 편리와 이익을 앞세워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있다. 죽음 앞에서 경건해지기보다는 병원비, 장례비 등의 셈속을 먼저 차리는 속물성이 드러난다.

 

3. 다음 자료를 바탕으로 '옥단춘전'과 '임종'을 비교하여 서사 갈래의 전개 양상을 이해해 보자.

소설 속 사건이 독자에게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사건 전개의 필연성이라고 하는데, 고전 소설은 우연하게 사건이 전개될 때가 많다. 이와 같이 마땅한 인과 관계 없이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흐르는 것을 '이야기(story)'라고 하고, 앞과 뒤의 사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뚜렷한 인과 관계를 맺고 전개되는 것을 '플롯(plot)'이라고 한다.

 

 

'옥단춘전'

'임종'

사건의 전개

김진희가 이유 없이 이혈룡을 죽이려 하자 옥단춘이 구해 줌.

이사직을 제안 받은 병인은 다 나은 듯이 기뻐하지만, 의사는 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을 권유함.

사건의 원인

김진희가 왜 이혈룡을 죽이려고 했는지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음.

병인의 삶에 대한 집착, 자신의 편리만 생각하는 의사와 가족들의 이기심이 서로 충돌하여 갈등이 생김.

서사적 긴밀성

사건의 원인이 불분명하여 서사적 긴밀성이 다소 떨어져 '이야기'에 가까움.

병인의 퇴원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인과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서사적 긴밀성을 갖추고 있어 '플롯'에 가까움.

 

4.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인물들이 갈등하는 작품을 더 찾아 감상해 보자.

♠ 작품명 : '동백꽃'

♠ 갈래 : 현대소설

♠ 갈등 양상 : '나'를 좋아하는 점순이는 "늬 집엔 이런 거 없지?"라고 말하며 맛있게 삶은 따뜻한 감자를 내밀며 자신의 관심을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점순이의 이러한 행동을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여기며 불쾌해한다.

 

● 더 읽을거리

◆ '임종'을 통해 알 수 있는 염상섭의 작품 경향

'얼룩진 시대 풍경'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전후 사회가 안정되어 감에 따라 횡보는 어떤 사회적인 이슈를 비판적으로 문제삼기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현실로 그 시선을 돌린다. '임종'과 '절곡', 그리고 '굴레'와 같은 작품들은 횡보의 그러한 관심의 추이를 잘 보여 주는 소설이다. 먼저 1949년에 발표된 '임종'부터 살펴보자. 이 작품은 그의 백부의 죽음을 소재로 하여 쓰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삶에 대한 집착과 그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내보이는 여러 가지 형태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노년 인물의 형상화이다. 양방 병원에 와서는 한약 노래를 하고 한약을 준비하면 양약의 주사 한 방을 더 신빙하는 노인, 목전에 죽음이 닥쳐왔음을 직감하면서도 쾌차 후 다시금 왕성한 사업을 경영할 욕심을 숨기지 않는 노인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또 자신이 죽게 되면 화장해 달라고 했다가는 곧 선산에 묻어 달라고 말을 바꾸는 임종 직전의 노인의 변덕이라든가, 임종 직전의 환자를 뒤치다꺼리할 책임이 있는 집안 식구들이 내보이는 제각각의 입장의 변화는 사실상 횡보가 아니면 포착하기 어렵다고 할 만한 생의 단면들이다. 유종호가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임종'의 이런 이야기는 일상화된 죽음 및 그런 죽음을 이기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게끔 변모한 가장 내적인 이기성의 본질을 전해주기에 족한 것으로, 인간의 불완전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으면 얻어질 수 없는 것이다. <중략> / '임종'과 '절곡' 및 '굴레'와 같은 작품들은, 후기로 오면서 횡보의 작가로서의 관심이 죽음과 노년기 인물들의 삶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식민지 시대로부터 연속된 격변의 현실을 살아오는 동안에 어느덧 늙어 버린 다양한 인물들의 처지며 심리를 횡보는 일련의 소설에서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김경수, '염상섭 단편소설의 전개 과정', "서강인문논총" 제21집,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07

 

◆ 해방 이후 염상섭의 작품 경향

염상섭 작품의 하나의 경향으로 그 당시의 일상적 생활에서 빚어졌던 갈등, 특히 가족 혹은 친구들 간의 관계의 뒤틀림 문제를 금욕, 애욕 등과 관련지어 풍속사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임종'("문예" 1948. 9), '두 파산("신천지", 1949. 8), '일대의 유업'("문예", 1949. 10)과 '속 일대의 유업'("신사조" 1950. 5), '굴레'("백민" 1950. 2)가 있다. 대체로 이 작품들은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그로 인한 갈등이 매우 냉철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이어서, 그에 대한 작가의 직접적인 가치 판단이 유보되어 있는 느낌조차 가지게 한다. 이 때문에 이 작품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의 긴장감을 획득하지 못한 채 쇄말주의적인 측면으로 경도된 것으로 평가되곤 하는데, 하지만 그 중에서 '두 파산'이나 '임종'의 경우 인물들의 뚜렷한 성격 대비 및 치밀한 심리 묘사에 힘입어 이 시기 염상섭 소설의 평판작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연유로 이 시기의 그의 소설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의 대부분은 리얼리즘적 기율의 현저한 일탈이라는 관점에서 행해지는 바, 그 내용은 대개 그가 당대의 혼란한 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이념인 · 행동인으로서의 '문제적 개인'을 그리는 대신, 현실에 대한 주인공의 비판이나 태도를 흐지부지시키는 가족 혹은 애정의 갈등으로 협애화시키거나 아니면 쇄말적인 일상에 대한 관심 속에서 해소하고 있다는 등의 것으로 모아진다. 이런 비판 속에서 염상섭의 중도적 입장 혹은 가치 중립적인 태도란 파탄난 일상의 새로운 전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능동적인 작업이라기보다는 어떤 이념적 지향에 대한 판단 유보와 더불어 일상 속에서 고정된 채 삶의 표피적인 다양성만 추구하는, 소극적인 보수주의작의 그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보다 심도 있게 되짚어 보아야 할 지점은 염상섭의 '중간파'적 태도, 즉 철저한 생활 현실의 감각에 기초하고 있는 '가치 중립성'에의 지향이 양극으로 수렴되거나 아니면 아무 데도 속하지 않을 수도 있는 '박쥐적 이중성'에 멈추어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중략>

김윤식 교수가 이 시기뿐만 아니라 염상섭 문학의 전반에 접근하는 논리는 '제도로서의 가치 중립성'이다. 이러한 '제도로서의 가치 중립성'이 의미하는 것은, "서양 근대성을 특징짓는 점진적인 합리화의 과정, 즉 도구적 합리화의 보편화, 그에 수반되는 합목적적 행위의 제도화"를 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에 의하면 이것은 염상섭 문학에서 서울 중산층의 삶의 감각과 일본을 통해 체득한, 그러므로 이식된 것에 지나지 않는 근대적 삶의 감각의 동시적 결합에 의해 지탱되며, 그의 소설 전체를 통어하는 작가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문학과사상연구회, "염상섭 문학의 재인식", 깊은샘, 1998

 

◆ 죽음을 둘러싼 인간들의 속물적 근성을 드러내는 작품들

<현대소설, 현진건의 '할머니의 죽음' 줄거리>

3월 그믐날 '나'는 시골 본가로부터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급히 시골로 내려간다. 멀리 떠나 있는 친척들이 모두 모여 긴장된 며칠을 보내는 가운데 집안에서 효부로 알려진 중모(仲母)는 할머니 곁에서 연일 밤을 새워 가며 할머니를 간호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빨리 기운을 회복하길 빌며 염불을 외우지만 독실한 불교 신자인 할머니에게 인정받진 못한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는 정신이 흐릿해져 자손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된다. 할머니의 임종을 기다리는 현재의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자손들은 한 의사를 불러 진맥을 시킨다. 글고 오늘내일을 넘기기 힘들다는 한의사의 진단과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할머니의 병세가 호전되자 양의에게 다시 진찰을 시킨다. 몇 주일은 염려 없다는 말에 안심한 자손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모두 떠난다. 어느 화창한 봄날, '나'는 벚꽃 놀이를 하러 막 나가려는 때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게 된다.

<희곡, 이윤택의 '오구' 줄거리>

낮잠을 자다가 죽는 꿈을 꾼 노모는 아들에게 '산오구굿'을 해 달라고 조르고, '산오구굿'을 하던 도중 신나게 춤을 추던 노모가 갑작스럽게 죽는다. 장례가 치러지는 와중에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서로 재산을 차지하려고 옥신각신하고, 그 꼴이 보기 싫었던 노모가 벌떡 일어나 모든 재산을 챙긴다. 그리고는 다시 굿을 한판 벌이라며 돈을 공중에 뿌리고 다시 돌아가신다. 시끌벅적했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오자 노모는 자식들의 배웅을 받으며 저승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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