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의 후예(1935)

-김동리-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숙부님을 따라 황진사라는 도인이 점을 보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황일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육효를 뽑아 점을 치고는 숙부를 따라나와서 파고다 공원으로 손님을 만나러 갔다. 이것이 그를 처음 만나게 된 사연이다.

숙부님이 출타하고 안 계시는 어느날 황진사는 우리집을 처음 방문한다. 숙부님 안 계신 것에 실망하면서 '쇠똥 위에 개똥 눈 것'이라는 명약을 꺼내놓고 잘 간직하라고 한다. 나의 시들한 반응에 공연히 분개하고 억울해하면서, 끝내는 밥 남은 게 있으면 좀 달라고 해서는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는 가 버렸다.

그 후 사흘째 되는 날, 이번에는 책상 하나를 가져와서는 또 사라고 한다. 내가 소용이 없다고 하자 값을 깎다가는, 결국 배가 고프니 돈이라도 좀 빌려달라고 한다. 돈을 주자 책상을 도로 메고 가 버렸다.

어느 몹시 추운날, 그는 또 찾아왔다. 내가 하던 일을 마저 하고 돌아보니 그는 시전(詩傳)을 읽고 있었다. 내가 무슨 책이냐고 묻자 흥이 나서 시전에 대해 말을 한다. 내가 무관심해 하자 그는 또 허리춤에서 주역을 꺼내 아는 체를 한다. 주역 속에 지모(智謨)와 조화가 있다면서 기염을 토하는 그가 겨우 쇠똥 위에 개똥 눈 걸 가지고 다니는가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그는 또 나에게 한시를 지어 달라고 하면서 서울의 유수한 대가와 부자들을 들먹였지만, 그 친구들이란 게 말과는 달리 딴판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장가를 들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한다. 규수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으면, 자기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규수가 그래서 되겠느냐고 하면, 육중한 몸에 식록(食祿)이 들었다고 우겼다.

황 진사가 장가를 못 가고 있는 사정을 딱하게 여긴 숙모님이 젊은 과부를 소개시켜 주기로 했다. 저녁에 황 진사에게 그 말을 하니 좋아하면서 규수의 나이와 가문을 물어왔다. 숙모는 과부이지만 나이 삼십도 안 된 아까운 사람이라고 하니, 황 진사는 황후암의 6대손이라면서 노기 띤 얼굴로 분함을 참지 못한다.

숙부님께서 대종교 사건으로 검거되어 숙부님을 면회하고 오는 길에 황진사가 알은체를 한다. 그리고 나를 은밀히 한쪽으로 불러서는, 자신이 최근 상고해 본 결과 자신의 조상이 신랏적 화랑이었다고 열에 떠 말했다.

두 달 뒤, 숙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다녀오다 황진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가짜 약을 팔고 있었다. 약장수들은 떠들고, 그는 점잖게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약을 개발한 황 진사 이 분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자라고 약장수가 칭송하고 있었다. 그 때 순사가 왔다. 숙모님이 가자고 끄는 바람에 돌아오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황진사가 순사와 함께 점잖은 모습으로 파출소로 향하고 있었다.

● 인물의 성격

 황진사 →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인간형이다. 체면을 중시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함으로써 희극적인 인물로 전락하며,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위선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풍자의 대상이면서도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인물.

◆  나 → 이 작품의 화자이며 황 진사와 관련된 사건을 서술해 주는 역할을 함.  일제시대의 지식 청년으로, 근대적이고 합리적 사고 방식의 소유자이며 온순하고 따뜻한 시각의 소유자이다.

 숙부 → 서술자인 '나'와 주인공인 '황 진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보조적 인물이다. 포용력이 있으며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는 인물로 그려짐.

● 구성 단계

◆ 발단 : 관상소에서 황 진사와의 첫 대면

◆ 전개 : 황 진사의 궁색한 삶과 비굴하고 몰염치한 모습 (명약 사건, 책상 사건)

◆ 위기 : 황 진사의 시대착오적, 자기과시적 태도

◆ 절정 : 황 진사의 혼담과 뿌리깊은 가벌 의식

결말 : 황 진사의 비극적 몰락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김동리의 데뷔작으로 그의 소설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된다. 작가는 전통 세계를 소재로 하여 그 전통 세계의 현재적 위상을 탐구하는 작품을 많이 발표하는데, 이 소설에서 형상화하고 있는 전통성은 이른 바 '조선의 심벌'과 같은 황 진사의 정신적 전통이다. 황 진사에게 내포되어 있는 전통적 정신 세계의 허와 실을 구상화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이라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구성은 다소 특이하다. 주인공 황 진사의 행동을 적절한 몇 개의 삽화로 나열하여 성격을 제시하려 한 점인데, 이것은 서술자와 서술 내용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주인공 황 진사의 성품은 한마디로 대단히 부정적이다. 거들먹거리기만 하고 실속은 없고, 허풍쟁이에다가 위선적이기까지 하며, 명분을 중시하면서도 명분에 어긋난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서도 일말의 죄의식을 지니지 못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황 진사의 부정적 성품을 비판하고 풍자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황 진사를 부정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허풍이나 허세로 보이는 행동의 저변에는 자존심이라는 정신적 올곧음이 있으며, 특히 과부와의 혼담을 거절하는 대목에서는 선비다운 일면이 보이기도 한다.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 시대착오적 인물이고 받아들이기 곤란한 행동양식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의 가치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어차피 사라져 가게 되어 있는 것에 대한 연민의 정서로 작품을 썼을 가능성이 많다.

이 소설의 내레이터인 '나'의 태도 → '나'는 일제하의 지식인으로 새로운 학문과 세계관을 섭렵한 자로서 황진사의 이런 면이 용인될 리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황진사를 경원시한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가 증가할수록 그 심리적 거리는 단축되어 가는데, 처음 불쾌함의 감정이 그 다음에는 반가움으로 바뀌면서 황진사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어 간다.  결국 이 소설의 핵심은 지식인의 눈에 비친 전통 정신은 비판과 연민을 동시에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 의식의 일면을 드러내 그것을 희화화함으로써, 그것의 부정적 요소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그 부정성 속에 감추어진 긍정적 측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틋한 향수의 감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풍자소설, 순수소설

배경 : 1930년대 중반(일제 강점기), 서울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특징

* 장면묘사를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서술함.

* 희화적 수법으로 희극적 주인공에 대한 연민의 정을 표현함.

* 풍자의 기법을 사용함.

대화와 묘사가 중심이 됨.

* 삽화의 나열로 내용을 전개함(삽화적 구성)

* 인물과 환경과의 갈등

주제 몰락 양반의 시대착오적이고 자기 과시적 허세 풍자

             의식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선비 후예에 대한 연민과 동정

◆ 출전 : 중앙일보(1935)

● 생각해 볼 문제

1. 황 진사의 행위에 나타난 특징을 정리해 보자.

⇒ 시대의 대세를 놓치고 시대착오적 언행을 일삼는 전근대적 인간형

    현실문제(의식주 해결)에 있어서는 전혀 능력도 대책도 없는 인물

    양반 가문의 후손임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고, 허세가 심한 인간형

    풍자의 대상이면서도 연민과 동정을 불러 일으킬 만한 인물

2. 황 진사를 '조선의 심벌'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 1930년대 조선 사회가 처한 상황(급변하는 국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제 강점하에서 주권마저 빼앗겨 버린 국가와, 현실의 변화를 외면하고 단순하게 과거지향적, 묵수적 태도를 보이는 인간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에.

3. 황 진사에 대한 관찰자인 '나'의 태도는 ?

⇒ 비판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일제에 의해 우리의 모든 것이 철저히 짓밟히는 시대이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것일지언정 우리 것의 몰락에 대한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4. 김동리가 추구하는 '오래 된 것'은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 이 작품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은, 전통적 정신의 세계라고 하겠다. 그것은 가문의 체통을 중시하는 태도, 선비로서의 의연한 정신, 굴욕을 거부하는 자존 의식 따위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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