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

-이광수-  

◆ 소설 읽기  

● 줄거리

여름 방학 동안 살여울에서 야학을 하던 허숭은 유순에게 다음 여름에 다시 오겠다는 언약을 하고 서울의 윤 참판 댁으로 돌아온다. 허숭은 한민교 선생의 조선주의 사상에 동조하는 보성 전문대생이다. 윤 참판 댁에서 기거하던 허숭은 고등무관시험에 응시하여 변호사가 되고 마침내 윤 참판의 딸 정선과 혼인을 하게 된다.

어느 날 허숭은 야학 시절 유순과 있었던 일로 인하여 정선과 다투고 살여울로 돌아온다. 그는 농민들이 당하는 고통을 보고 그들을 위해서 살 결심을 한다. 그리고 헌신적으로 일하다가 병이 나서 눕고 만다. 허숭이 병이 났다는 편지를 유순으로부터 받은 정선은 살여울로 가서 정성껏 남편을 간호한다.

그러나 살여울에서 살기 위해 서울의 재산을 처분하러 상경한 정선은, 자신을 연모하던 갑진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고민하게 된다. 갑진과 아내에 대한 소문을 듣고도 아내를 믿으려 하였던 허숭은 상경하여, 아내와 갑진이 한 자동차를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살여울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자 정선은 열차에 뛰어 들어 자살을 기도하고 결국 다리가 잘리게 된다.

불구가 된 정선은 자기의 친구이자 기생인 선희와 함께 살여울로 내려와 허숭과 함께 생활하며 딸도 하나 낳는다. 그러나 살여울의 부자인 유 산장의 아들 정근이 등장하면서 살여울의 평화는 깨진다. 허숭의 주선으로 유순과 정혼한 한갑은 정근의 말만 믿고 유순을 구타하여 죽이고, 정근이 밀고를 하여 허숭, 선희, 한갑, 작은 갑 등은 유순의 살인과 독립운동의 혐의로 투옥된다.

살여울은 다시 과거의 가난하고 암울한 생활로 돌아간다. 홀로 남은 정선은 성실하게 생활하지만 살여울 사람들은 정근의 횡포로 어려움을 당한다. 그러던 중 먼저 출감한 작은 갑이 정근을 위협하여 마을의 이익을 되찾으며, 작은 갑의 헌신적인 행위에 감동한 정근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한민교 선생과 순례는 살여울로 허숭을 만나러 가는 도중 허숭의 영향을 받고 귀농하여 개간사업을 하는 갑진을 만난다.

● 인물의 성격

허 숭 → 보성 전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나, 한민교 선생의 조선주의에 입각한 귀농의식을 받들어 실천하는 인물이다. 농촌 계몽을 위해 헌신하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인물

윤정선 → 허숭의 아내로 신교육을 받은 부잣집 딸로 부러울 것 없이 곱게 자란 도시 여성임. 사치와 허영심이 있고, 자신의 영화만을 위해 살았으나 부정한 행동을 한 후 자살을 하려다가 다리를 잃고 나서 남편을 이해하고 농촌 개혁에 헌신함.

유 순 → 허숭을 사랑하며, 농촌 처녀의 순박성을 지닌 인물이다. 허숭과 장래를 약속했으나 허숭의 배신으로 맹한갑과 정혼했다가 유건영의 모함에 빠진 한갑에게 오해를 받고 죽음을 당한다.

김갑진 → 허숭의 친구이며 귀족 가문에서 곱게 자란 동경 제대 출신의 인텔리. 도시 지향의 이기주의자로 정선과 불륜의 관계를 갖기도 하나, 후에 허숭의 영향으로 검불랑에서 농촌 운동에 헌신하는 개과 천선형 인물임.

유정근 → 살여울의 갑부인 유산장의 아들로 동경 유학을 했으나 성격이 거만하고 간교한  사람으로 여자를 좋아하고 가난한 농촌 사람들을 이용하여 고리대금과 장리로 많은 재산을 모음. 훗날 작은갑으로 인해 마음을 고쳐먹고 농촌 개혁에 동조함.

한민교 → 교직자로 재직하면서 뜻있는 학생들과 친분을 가지며 조선의 발전과 농촌 개혁을 하는 데 힘쓰도록 이끌어 주는 지도자

이건영 →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왔으나, 자신의 학벌을 이용하여 부잣집 딸과 혼인하여 재산을 얻으려고 여러 여자를 건드리고 따라다닌다. 직업도 없이 빈둥대는 생활을 함.

작은갑 → 농민이며, 말이 없고 침착하여 허숭이 제일 믿는 사람으로, 유건영으로 인해 징역을 살고 나와 유건영이 고장 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자신의 아내와 간통을 빌미로 유정근을 위협하여 개과천선하게 함.

서선희 → 정선의 친구로 장로의 딸이었으나 아버지가 죽자 삼촌 밑에서 살았고 아버지의 유산을 삼촌에게 빼앗기고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기생이 됨. 허숭을 만나 개심하여 농촌 개혁에 뛰어듦.

● 구성 단계

발단 : 여름 방학 동안 야학을 마치고 상경하는 허숭, 유순이를 그리워 함.

전개 : 허숭은 정선과의 갈등 심화로 낙향을 결심함.

위기 : 정선의 자살 기도. 정근의 밀고로 허숭의 투옥.  살여울은 과거의 암울한 생활로 회귀

절정 : 작은갑의 헌신으로 마을의 이익을 되찾음. 정근의 잘못 시인

결말 : 허숭의 영향으로 귀농해 개간 사업을 하는 김갑진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동아일보'에 연재된 작품으로, 허숭이라는 지식인을 중심으로 농촌의 피폐한 모습과 그로부터 농민을 구하기 위한 농촌 계몽운동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1930년대 초반 조선 농촌의 궁핍과 문맹이라는 참담한 상황으로부터 농촌을 구하자는 운동이,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제창된 문맹퇴치운동과 농촌계몽운동이었다. '동아일보'는 1929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농촌에 야학을 추진하고, 1931년에는 '농민 속으로'라는 구호 속에서 브 나로드 운동, 즉 농촌 계몽운동을 전개한다. <흙>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으로서, 춘원 스스로가 밝혔듯이 브나로드 운동의 새 기운에 충만한 젊은이의 모습을 그리는 가운데 그의 민족주의 사상을 설파하기 위해서 쓰여진 것이다.

주인공 허숭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드러나는 농촌에 대한 사랑과 귀농의지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인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작가의 민족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허숭이 가정과 재산,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고향인 살여울로 들어간 것은, 살여울을 민족주의 실현의 중간 단계 모델 마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의 정신적 지주였던 도산 안창호의 이상촌 건설의 구현이기도 하다. 허숭이 살여울을 위하여 농협, 야학 등을 세워 헌신한 뒤 살여울보다 더 궁벽한 검불랑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농촌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말을 한 것은 바로 이상촌 건설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공동체 의식을 가진 허숭, 개인 지향적인 정선 그리고 전통이나 관습에 순응하는 유순 등의 욕망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조선주의를 성취하려는 한민교와 그의 의식에 동조하는 인텔리 젊은이들 그리고 살여울의 작은갑, 한갑과 개인적인 욕구만을 추구하는 정근 등의 인물들의 갈등이 부가되어 <흙>의 소설적인 육체가 획득되고 있다.

이 작품의 갈등 구조첫째는, 삼각관계를 이루는 개인적 갈등이다. 허숭과 정선, 유순의 삼각관계를 말한다. 정선은 도시의 부잣집 딸로서 허영기가 있는 도시 지향적인 인물인 반면, 유순은 농촌 처녀이며 관습에 순응적인 인물이다. 허숭은 그의 귀농의식과 조선주의 실천의 반려자로서 유순에게 이끌리면서도, 명예와 부의 보증인 정선에게로 마음이 기운다. 그러나 이러한 삼각관계는 유순이 죽고, 우여곡절끝에 정선이 살여울에 적응하게 됨으로써 그 해결을 보게 된다. 결국 도시 지향적 인물의 전형인 정선 역시 농촌 계몽 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집단의 대립적인 갈등구조이다. 향락과 안일, 개인적인 욕구만을 추구하는 도시 지향 인물군과 농민 속으로 들어가 농민을 구하려는 귀농의식을 지닌 인물군의 대립을 보인다. 윤정선이나 김갑진 그리고 선희 등으로 표상되는 도시 지향이, 한민교 선생의 조선주의를 정점으로 하는 허숭 등의 지식인들의 귀농의식과 대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두 가지 사건에 의해서 해결된다. 하나는 기생 선희의 귀농이고, 또 하나는 고리대금업자 정근의 농촌사업자금 기부이다. 선희가  표상하고 있던 향락과 안일의 추구 그리고 정근이 표상하고 있던 탐욕과 치부의 추구는 결국 모두 농촌 계몽이라는 대의 속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춘원은 청년 시절에 신문화 운동의 구호 아래 반봉건 · 반유교적인 극단주의자의 위치에 서서 철저한 도덕적 개조와 풍속 개량을 주장하였지만, 장년에 이르러 쓴 이 작품에서는 경박한 외래 문화로 도금된 신지식인들을 오히려 경계하였다. <흙>은 이 시대의 분위기였던 조선심(朝鮮心)의 재발견과 조선적인 운동의 복구라는 시각에서 창작된 것이다. 김동인의 지적대로 시혜적(施惠的)인 농촌 계몽 소설이며, 한편으로는 체제 순응적인 사이비 민족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카프 계열에서 보면 이상주의적 허위가 주는 환상의 중독을 염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흙>이 명작으로 남아 잇는 것, 그리고 이 작품의 독자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많다는 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삼각 관계의 애정소설이라거나 민족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문학적 방편 이상의 이유가 있다. 바로 허숭이라는 주인공의 숭고한 인품으로 인한 감화력 때문이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허숭과 적대하는 인물들은 허숭의 인격 때문에 새롭게 변한다. 결국, <흙>은 방황하는 지식인들이 인과응보적인 죄값을 치른 후 허숭과 같은 숭고한 인격, 즉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인내와 봉사 등에 의하여 구원되는 재생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장편소설, 농촌계몽소설 (계몽적, 설교적, 민족적, 인도적)

배경

* 시간적 → 1930년대 초

* 공간적 → 서울, 살여울, 검불랑

* 사상적 → 귀농사상, 민족주의, 인도주의, 계몽주의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출전 : <동아일보>(1932. 4 ~ 1933. 9)에 연재 발표됨.

주제피폐한 농촌의 계몽과 귀농 의식

● 생각해 볼 문제

1. 주인공 허숭은 보성전문대를 나와서 고등문관 시험에 합격한 지식인이다. 그러한 지식인으로서 농촌 계몽 운동에 나선 허숭이 농민에 대해서 가진 태도는 어떠한가?

⇒ 농민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농민에게 자신의 능력을 베풀고자 하는 시혜적인 태도

2.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대립적인 두 가지 성격으로 유형화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을 유형화시키는 그 대립점은 무엇인가 ?

⇒ 향락과 안일을 추구하는 도시 지향성과 계몽을 추구하는 귀농의식의 대립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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