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

-황순원-  

◆ 소설 읽기  

● 줄거리

한 마을에서 단짝동무로 지냈던 성삼이와 덕재는 6.25가 나면서 이념을 달리하는 적대관계로 만나게 된다. 치안 대원이 된 성삼이는 덕재가 체포되어 온 것을 보고, 청단까지 호송할 것을 자청하여 데리고 나선다.

호송 도중, 유년 시절에 호박잎 담배를 나눠 피우던 생각과 혹부리 할아버지네 밤을 서리하다가 들켜 혼이 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내적 갈등을 느낀다.

농민 동맹 부위원장까지 지낸 덕재에 대해 심한 적대감을 품기도 했으나, 대화를 하면서 점차 감정이 누그러지고 그의 진실을 알게 된다. 즉, 덕재는 아무런 이념에의 동조없이 빈농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당했을 뿐, 실은 땅밖에 모르는 순박한 농민이었던 것이다.

덕재는 아버지가 병석에 있고 농사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착으로 인하여 피하지 않고 남았음을 이야기한다. 성삼이는 자신이 피난 가던 때를 회상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피난하기를 끝까지 거부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덕재의 처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증오의 마음이 점차 우정으로 바뀌면서 고갯마루를 넘는다.

성삼이는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전처럼 살고 있는 학 떼를 발견하고 옛일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학을 잡아 얽어매 놓고 괴롭히다가 사냥꾼이 학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듣고 놀라서 학 발목의 올가미를 풀어준 적이 있다. 그때 처음에는 제대로 날지 못하다가 자유로워진 학이 푸른 하늘로 날아갔던 추억.

성삼이는 덕재에게 학사냥이나 한번 하자며 포승줄을 풀어 준다. 덕재는 성삼이가 자기를 쏘아 죽이려나 보다고 생각하나, "어이, 왜 맹추같이 게 섰는 거야?" 하는 성삼이의 재촉에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사이로 도망친다. 때마침 단정한 두세 마리가 가을 하늘을 날고 있다.

● 인물의 성격

◆ 성삼 →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농민. 덕재와 한 마을(삼팔선 북쪽 마을)에서 자란 죽마고우로 전쟁과 함께 이남(천태)으로 이사를 해서 치안 대원이 됨. 빨갱이로 붙잡혀온 덕재를 처음에는 원망하고 증오하나 그가 부역을 하고서도 피난을 가지 않고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고 같은 농민으로서 자신이 느끼는 그에 대한 동정심과 우정 때문에 성삼은 덕재를 도망치도록 한다.

◆ 덕재 → 전쟁 발발 후 아무런 이념에의 동조없이 빈농이라는 이유만으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됨. 순박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진 농민으로, 농사짓는 일과 가족의 봉양만을 아는 순박한 청년이다. 이 때문에 피난을 가지 않고 집에 있다가 치안대원에게 붙잡혀 사형의 위기에 처하나 친구 성삼의 도움으로 도망을 치게 된다.

● 구성 단계

◆ 발단 : 배경과 인물 제시. 황폐해진 마을의 공포 분위기

◆ 전개 : 성삼의 갈등. 자청해서 덕재를 호송하는 성삼

◆ 위기 : 성삼과 덕재의 갈등 고조. 자신의 이념적 결백을 주장하는 덕재. 우정을 돌이키려 애쓰는 성삼

◆ 절정 : 학 사냥을 하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 결말 : 갈등의 해소. 성삼이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 줌. 단정학의 비상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6. 25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적 상황과 인간애를 소설화한 것이다. 동족상잔이라는 민족적 비극 속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순수한 우정을 통하여 이념을 초월한 따뜻한 인간애를 서정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순수한 인간의 본성(학)과 진정한 의미의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도록 여운을 남겨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학'은 주제적 사물로서 작품의 절정 부분에서 나타난다. 소년들이 학을 풀어 주었던 과거의 에피소드는 이데올로기에 왜곡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밖에 없다는 작가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즉, 학은 우정 회복의 매체가 되어 손상된 우정을 치유하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고결함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애착을 받는 길조인 '학'을 중심으로, 이념적 갈등이 빚은 인간성의 파괴와 상실을 사랑의 힘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데 주제 의식을 두고 있다.

구성과 문체상의 특징  → 현재의 순차적인 진행 속에 몇 개의 과거를 삽입시키는 역전의 질서로 되어 있어, 결말을 위한 예시, 주제의 암시, 현실과의 대조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고개를 중심으로 한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이완되는 구조도 독특한 발상이다. 성삼과 덕재의 성격을 해설하거나 논평하지 않고 압축적인 서술과 간결한 대화를 통해 간접적인 제시를 한 것도 구성의 긴밀성에 이바지한다. 문체에 있어서는 각 문장이 짧고 수식어가 적으며, 사실적인 세부 묘사를 대담하게 생략하고 상황이 주는 이미지 전달에 주력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생각하는 부분이나 대화 부분에 따옴표를 생략한 곳이 있고, 자유 간접 화법으로 처리한 곳이 많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전후 소설

◆ 배경 : 이념의 대립과 그로 인한 갈등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줌.

* 시간적 → 1950년 전쟁 당시의 가을

* 공간적 → 삼팔 접경의 북쪽 마을

* 사상적 → 전후의식과 휴머니즘

◆ 시점 : 3인칭 시점(전지적 - 성삼,  관찰자 - 덕재, 이념문제)

◆ 구성 : 역순행적 구성(현재 - 과거(회상) - 현재)

     * 과거 회상 부분 → 갈등 해소를 위한 소설적 장치, 주제와 결말의 내용 암시, 현재와는 대도적 모습

◆ 갈등 : 사회적 상황에 의해 주어진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

◆ 특징

* 생략과 암시, 상징의 기법을 통한 주제 유도

* 대사와 생각에 해당하는 부분을 따옴표 없이 간접화법으로 처리하기도 함.

* 문장이 짧고 수식어가 적으며, 서술보다는 상황을 이미지로 제시하여 암시하는 기법을 씀.

제목

* 순수하고 고결한 이미지의 '백의민족' 상징

* 훼손되고 왜곡되고 상실된 인간관계(우정)를 회복시켜 주는 매개체

주제

*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인간애의 실현

* 우정을 통한 이데올로기의 극복과 인간성 회복

* 학에 얽힌 사연과 동족 상잔의 비극을 초월한 순수한 우정

◆ 출전 : <신천지>(1953)에 발표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학 사냥의 추억'이 지니는 구성상의 기능이 무엇인가?

⇒ 상실된 우정(인간애)을 회복시켜 주는 매개체

2.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지어 볼 때,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는 것이 암시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  이념적 갈등을 넘어선 우정의 아름다움 

3.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인간관계는 무엇인가?

⇒  단짝 동무

4. 갈등의 고조와 해소라는 구성 단계와 관계가 깊은 공간적 배경은 무엇인가?

⇒ 고갯길

5. 이 작품에 나타나 있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 보자.

성삼과 덕재의 어린 시절의 추억(호박잎 담배, 밤서리, 꼬맹이, 학사냥) → 성삼이네의 이사와 이별 → 전쟁 발발과 성삼의 피난 → 덕재의 농민동맹부위원장 피선 → 인민군의 패주와 성삼의 귀향 → 성삼과 덕재의 재회 → 성삼이 덕재를 호송함. → 성삼이 덕재를 풀어줌.

6. 이 작품의 서술자를 찾고, 이러한 서술자를 내세워 얻게 되는 효과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이 작품은 얼핏 성삼이라는 작중 인물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분석해 보면 작품 외부에서 성삼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바로 이 작품의 서술자이다. 그는 작중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할 뿐, 사건이나 인물의 심리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 소설은 작중 상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서술자를 내세움으로써, 이념 갈등이라는 미묘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결말 부분의 극적인 갈등 해소 장면 역시 이러한 시점을 유지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 더 읽을거리

1. 이 작품의 내용을 생각하며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작품에 나타난 사건을 나열해 보자.

* 현재의 사건 : 성삼과 덕재의 재회 → 성삼이 덕재를 호송함. → 성삼이 덕재를 풀어 줌.

* 과거의 사건 : 성삼과 덕재는 어린 시절의 친구이며, 밤나무, 호박잎 담배, 꼬맹이, 학사냥에 얽힌 추억이 있음. → 성삼이네의 이사와 이별 → 전쟁 발발과 성삼의 피난 → 덕재의 농민 동맹 부위원장 피선 → 인민군의 패주와 성삼의 귀향

 

(2) 이 사건들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다시 배열해 보고, 이 작품의 사건 전개 과정과 비교해 보자. 그리고 이렇게 배열한 작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① 성삼과 덕재는 어린 시절의 친구이며, 밤나무, 호박잎 담배, 꼬맹이, 학사냥에 얽힌 추억이 있음.

② 성삼이네의 이사와 이별

③ 전쟁 발발과 성삼의 피난

④ 덕재의 농민 동맹 부위원장 피선

⑤ 인민군의 패주와 성삼의 귀향

⑥ 성삼과 덕재의 재회

⑦ 성삼이 덕재를 호송함.

⑧ 성삼이 덕재를 풀어 줌.

작자는 이러한 사건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순행적으로 구성하지 않고, ⑥-⑦-(①, ②, ③, ④, ⑤)-⑧의 순서로 제시하고 있다. 즉 현재의 상황(⑥-⑦)을 먼저 제시하고, 회상의 내용(①, ②, ③, ④, ⑤)을 제시한 다음, 다시 현재 이후의 사건(⑧)을 제시하는 역행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성삼에 대한 덕재의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이념적으로 적대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과거의 체험을 떠올리면서 현실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작자는 의도적으로 끼어넣은 것이며, 덕재의 갈등이 해소되는 필연적인 동기로 작용한다.

 

2. 이 작품의 갈등 구조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작품의 궁극적인 갈등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이 작품은 성삼과 덕재라는 두 인물 사이에서 빚어진 갈등과 화해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이 작품의 갈등 양상은 이념 문제로 인한 개인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념은 두 인물의 의지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의 갈등 양상은 인물과 인물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2)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찾아보자.

 → 성삼과 덕재의 현실적인 갈등은 평화롭고 행복했던 과거의 체험, 특히 결말부의 학사냥에 대한 추억을 환기하면서 해소되고 있다. 학을 몰아오라며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 주는 성삼의 태도에서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부분의 '학의 비상'은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 대신 생략과 암시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성삼과 덕재의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신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3. 이 작품의 서술자를 찾아보고, 이러한 서술자를 내세워 얻게 되는 효과에 대해 말해 보자.

→ 서술자는 작중 인물로 나타나는 '극화된 화자'와 작중 인물로 등장하지 않고 작품 외부에 등장하는 '극화되지 않은 화자'로 나눌 수 있다. 이 작품은 얼핏 성삼이라는 작중 인물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분석해 보면 작품 외부에서 성삼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바로 이 작품의 서술자이다. 그는 작중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할 뿐, 사건이나 인물의 심리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 이 소설은 작중 상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서술자를 내세움으로써 이념 갈등이라는 미묘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결말 부분의 극적인 갈등 해소 장면 역시 이러한 시점을 유지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4. 이 작품의 시 · 공간적 배경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보자.

→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동족 상잔의 비극이 전개되던 한국 전쟁 당시이며, 공간적 배경은 남북한이 대치하던 삼팔선 부근의 작은 마을이다. 이러한 배경 설정은 이념 대립과 그로 인한 갈등 상황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민족의 화해와 동질성의 회복이라는 작자의 주제 의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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