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들이(1975)

-박완서-  

◆ 소설 읽기  

● 줄거리

중견화가인 남편을 둔 나는 아틀리에에 들렸다가 딸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남편을 보게 된다. 인물화는 그리지 않던 남편이 딸을 그려주는 모습에 야릇한 질투심을 느낀다. 딸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연인 같다는 느낌까지 들자 나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듯 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말한다. 딸과 남편은 뜨악하게 보면서도 만류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나는 여비를 두둑이 받고 온천이 많은 곳으로 여행을 간다. 관광호텔의 온천을 전전하다가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이름모를 호숫가에 내린다. 삭막한 겨울만큼이나 황량한 마음을 녹일 곳을 찾다가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가게 된다. 

여인숙 아주머니는 지나칠 정도로 고개를 굽신거리며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 꽁꽁 언 몸을 보더니 안방으로 안내해 준다. 그 안방 구석에는 연신 도리질을 하는 노파가 있었으며, 나는 도리질을 하는 노파를 유심히 쳐다보면서 손님방으로 옮겨 몸을 녹이다 스르르 잠이 든다. 주인 아주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점심상을 먹으면서 노파의 도리질이 혹시나 자신이 못마땅해서 그런 것인지를 물어보게 되고, 주인 아주머니는 그렇게 25년간 도리질을 하고 있다면서 긴 한숨 같은 지난 이야기를 해준다.

6 · 25 동란 때 일어난 발작 증상이라면서 그 동란 때의 일을 들려준다. 동란 때 젊은 면장이었던 아주머니의 남편은 피난을 미처 가지 못해서 숨어서 살아야만 했다. 처음에는 집에 숨어 있었지만 시절이 하수상하고 누가 누구를 신고하고 서로 죽이고 죽는 시절이라서 저 멀리 아주머니의 친정으로 피신을 시켜 놓는다. 그러고나서 아주머니는 고지식하고 순박한 시어머니(노파)가 낯선 사람들의 물음에 있는 그대로 말할 것 같아 누구든지 낯선 사람이 아들 소식을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고 말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연습을 시킨다.

그렇게 매일같이 모른다를 주입하던 어느 날, 평화스러운 마을에 쌕쌕이라고 하는 전투기의 기총 소사와 총소리 포탄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거의 떠나게 된다. 그 사이에 성질 급한 아주머니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고, 혹시나 해서 얼마동안 집안에 숨어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몰라요. 몰라요. 정말 난 모른단 말예요."라는 소름이 쫙 끼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처참한 비명이 밖에서 들려오고, 그 소리에 아주머니와 남편은 경황도 없이 마당으로 나갔다가 총 든 인민군에게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죽게 된다. 이후에 시어머니는 실성을 해서 '모른다'는 소리를 하며 도리질을 멈추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면서 회복하게 했지만 도리질만큼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점심값과 방값 800원을 넘는 1천원을 지불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연신 굽신거리며 고마워하면서 이 돈으로 서울을 가겠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서울에 있는 대학교 다니던 아들 녀석이 묶던 하숙집 주인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1주일이 넘도록 아들이 하숙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장 서울에 가고 싶지만 노잣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할 때 내가 준 1천원이 노잣돈이 되어 서울에 가 볼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마워 한다. 그렇게 오후 버스를 타고 나와 여인숙 아주머니는 서울로 함께 향하게 된다.

● 인물의 성격

 나 → 중년의 주부.  그동안의 삶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여인숙 여 주인의 사연을 듣고 마음의 갈등이 해소된다.

남편 → 중견 화가.  6 · 25 전쟁 때 노부모와 아내를 북에 두고 어린 딸만 내리고 남하했다.

여인숙 아주머니 → 고질병에 걸린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면서 소박하게 살아간다.

노파(시어머니) → 6 · 25 전쟁 때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도리질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두 개의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전개된다. 화자인 나를 떠나게 하는 육이오는 질투심이었다. 재혼한 나 말고 북에 두고 온 첫 번째 아내를 그리워 하는 남편의 모습 괜한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딸의 얼굴에서 북에 두고 온 아내를 상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훌쩍 겨울 나들이를 떠나게 된다. 그렇게 질투심으로 떠난 여행에서 또 하나의 한국 전쟁을 만나게 된다. 한국 전쟁 때 눈앞에서 아들이 인민군 총에 맞아서 죽는 살풍경을 본 후 25년간 도리질을 멈추지 않는 노파와 그 노파를 극진하게 모시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화자는 그 아주머니 손을 잡고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남편의 한국 전쟁은 그리움으로 채색되었지만, 여인숙 아주머니의 한국 전쟁은 어두움으로 꽉 차 있다. 그러나 두 이야기의 본질은 같다.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보는 암담함이나 남편의 죽음을 목도한 가슴 미어지는 서러움이나, 두 이야기에는 한국 전쟁이라는 개인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한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어서 널브러진 민초들의 삶이 있다.

이 소설은 6 · 25 전쟁이 아직도 우리에게 유형 · 무형의 상처와 고통으로 남아 있으며, 분단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민족적 과제로 엄존하고 있음을 액자식 구성에 의해 형상화하고 있다. 6 · 25 때 월남한 남편을 만나 결혼한 주인공 '나'가 우연한 일로 가출했다가 어떤 여인숙의 여주인과 시어머니의 감동적인 관계를 통해 삶에서 가장 보람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다시 남편 곁으로 돌아온다는 줄거리이다. 두 이야기가 만나는 표면적인 계기는 '나'가 여인숙에 감으로써 마련되지만, 이 두 이야기를 보다 깊은 곳에서 이어주는 내면적 연결 고리는 6 · 25로 말미암은 비극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현재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분단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가를 상기시켜 준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여주인의 아들에게 생긴 일을 상상해 보면, 이 작품은 1970년대 독재 정권 하의 상황을 반영한다. 아들의 행방 불명은 당시 군부 독재의 학생 운동 탄압 상황을 암시한다.

두 여인의 연결 고리 : 주인공 '나'는 여인숙 여주인을 통해서 소시민적 삶의 위기를 극복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나'와 여주인,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의 연결 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인물들은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편은 아내와의 이별을, 시어머니는 아들과의 사별을 겪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남편과 의붓딸의 뒷바라지를, 여주인은 고질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나'와 여주인에게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삶의 위기에 빠졌으나 여주인은 여전히 꿋꿋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여주인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나'는 여주인과 서울 동행을 통해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다.

'동행'의 의미 : '나'가 여주인과 동행하게 되는 것은 순간적인 결정이다. 그것은 단순히 서울로 돌아간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주인과의 동행을 통해 여주인과 일체감을 이루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적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목으로 기억하기 : 제목 <겨울 나들이>에서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우울함이지만, 작품을 읽다 보면 그것이 잘못된 예측임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나로 하여금 배신감과 허탈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을씨년스러운 도시의 '겨울' 풍경에 대한 감동이었으며, 여행 중 '나'가 여인숙의 소박한 여주인으로부터 받은 감동은 '나들이'를 단순한 위기의 중년 여성의 가출로 인식하게 하지는 않도록 만들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분단소설

배경

* 6 · 25 전쟁 후 20여 년이 지난 어느 겨울, 서울과 온양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표현상 특징

* 휴머니즘적 성격

*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인물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함.

* '가출 - 귀가'라는 구조를 통해 인물의 갈등 해소 과정이 나타남.

* 주인공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여 독자로 하여금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기 쉽게 함.

주제분단의 아픔과 소시민적 삶의 극복, 6 · 25 전쟁으로 인한 민족적 상처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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