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사(1935)

-김동인-  

◆ 소설 읽기  

● 줄거리

<프롤로그> 여(余)는 인왕산에 올라 서울을 굽어본다.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하며 흥취에 젖는다. 암굴 하나가 있다. 여로 하여금 불쾌한 공상에 빠지게 하려 한다. 샘물이 보인다, 음모의 불쾌한 공상보다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꾸며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한 개 이야기를 꾸며 본다.

 

한 화공이 있었다. 이름은 솔거. 경복궁 밖 뽕밭에 중로(中老)의 사나이가 오뇌의 얼굴을 하고 숨어 있다.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오막살이로 돌아간다. 그는 매우 흉한 얼굴의 주인으로 백주에는 부끄러워 다니지를 않는다. 솔거는 열여섯 살에 장가를 들었지만 처녀는 얼굴을 보고 놀라 달아났다. 그 다음에 또 장가를 들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후 사람들을 피해 오막살이를 하나 지어 근 삼십 년을 칩거하고 있는 것이다.

여인에게 소모되지 않은 정력이 머리로 모이게 되고, 다시 손끝으로 가서 마침내 수천 점의 그림을 완성시켰으며 솔거는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생동하는 얼굴을 그리고 싶었다. 희대의 미녀였던 어머니를 그리고자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환영이 떠올랐다가는 이내 사라지면서 솔거의 성격은 점차 괴팍해져 갔다. 그는 수없이 여자들을 살폈으나 만족하지 못했고, 아름답기는 해도 눈이 마음에 들지 않은 여인도 있었다. 오막살이로 돌아올 때마다 탄식만 토했다.

어느 가을, 쌀을 씻으려 시내로 내려갔다가 물가에 앉은 처녀를 보게 되었다. 솔거는 피가 끓었고, 처녀의 온갖 공상과 정열과 환희가 한꺼번에 모인 절묘한 미소! 솔거는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소경이었다. 솔거는 소녀를 데리고 와서 용궁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일방으로는 손에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다. 놀라서 짓는 아름다운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에 화공은 처녀의 체취와 황홀한 눈매에 취해 몸을 떨었고, 밝는 날에 두 사람은 이제 남이 아니었다. 솔거는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리려고 했으나 어제의 그 눈이 더 이상 아니었다. 애욕의 눈이었다. 솔거는 소녀를 다그치며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소녀는 넘어지며 먹물 방울이 소경의 얼굴에 덮였다. 망연한 가운데 있다가, 그림을 돌아보니 그림에는 동자가 찍혀 있었다. 소경이 멱을 잡혔을 때 나타났던 원망의 눈이었다. 먹물이 튀어 찍혔던 것이다. 화공은 소경의 시체와 그림을 놓고 망연히 앉아 있었다.

수일 후에 한양 성내에는 괴상한 여인의 화상 하나를 들고 음울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광인 하나가 생겼다. 이렇게 수 년 간 방황하다가 돌베개를 베고 죽었다.

 

<에필로그> 늙은 화공이여! 그대의 쓸쓸한 일생을 여(余)는 조상하노라. 여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석양이 비치는 천고의 계곡 위로 산새가 날고 있다.

● 인물의 성격

솔거 → 추한 몰골이어서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광적인 화가

                 30년간 은둔하면서 이상의 여인을 화폭에 구현하려 함.

소경 소녀 → 화공이 찾아 헤매던 이상적인 용모의 소유자이나, 화공과의 하룻밤 이후 속화되는 인물

여(나) → 작중 화자

● 구성 단계

발단 : 추한 모습의 천재 화가 솔거

전개 : 미인도 제작에 열정을 가지고 있던 중, 소경 처녀와 만나서 미인도를 제작하게 됨.

위기 : 눈동자 그리기의 실패와 화공의 분노

절정 : 소경 처녀의 죽음, 저절로 찍힌 눈동자

결말 : 늙은 광인 솔거의 행적과 죽음

● 이해와 감상

작가 김동인의 유미주의적 경향이 짙게 나타난 작품으로서, 작가의 예술 지상주의적 취향이 작중인물인 '솔거'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솔거의 예술에 대한 열정, 예술적 대상에 대한 그의 심미안, 밤을 지내고 난 소경 처녀의 눈빛에 일어난 변화, 그에 대한 안타깝고 절망적인 분노 등은 작가의 그러한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구나, 소경 처녀가 죽으면서 엎은 벼루의 먹방울이 튀어 그림의 눈동자를 이루고, 그 눈동자가 죽은 처녀의 원망의 눈으로 나타나며, 결국 화공이 미치게 되는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거의 악마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의 희생 위에서 희귀한 예술이 완성된다는, 따라서 예술적 완성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작가의 성향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솔거로 대표되는 예술가의 강렬한 예술혼의 결과가 '원망의 빛이 서린 미인도'라는 점에서 절대미(絶對美)의 추구는 그토록 지난한 거 ㅅ임도 암시하고 있다.

<광화사>는 <배따라기>와 유사한 액자소설이다. 액자 속의 이야기를 끌어내게 된 계기는 산책길의 인왕산에서 마주치게 된 동굴과 샘물이다. 동굴은 음모, 살육 등을 연상케 하고, 샘물은 맑고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는 상징물이다. 소설 속의 화자인 '여'는 소설의 소재로서 후자를 택하고 있다. '악(惡)도 미(美)라는 미에 대한 광적인 동경을 보여준 작가의 미에 대한 관념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화공으로서의 열정이 주제가 되지만, 화공의 내면의식을 추적해보면, 그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그는 유복자로 태어났고, 어려서 어머니를 잃는 바람에 어머니의 영상이 아름답게만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모성결핍은 무의식 깊은 곳에 모성고착으로 잠재된다. 그리하여 아름답고 항홀한 눈빛, 어머니의 그 눈빛을 소녀가 계속 지녀 주기를 갈망한다.

이 작품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액자소설로 액자 속의 '솔거' 이야기와 밖의 '여(余)'의 이야기는 그 시대적 배경이 다르지만, 창작 동기에서 때와 장소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미의 성취라는 주제와 관련된 배경은 인간 속세와 격리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중요한 배경이 된다. 표현상으로 볼 때 객관적인 묘사와 간결한 문체로 명료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인왕산과 화공의 심리에 대한 묘사는 아주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 전체적으로 대화체를 사용해 호흡이 빠르게 넘어간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액자소설 (유미주의적, 예술지상주의적, 탐미적)

배경

* 겉이야기 - 일제시대의 인왕산

* 속이야기 - 조선 세종 때의 인왕산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탈속의 자연환경

시점

* 겉이야기 - 1인칭 주인공 시점

* 속이야기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객관적인 묘사체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간결한 느낌의 문장을 구사함

갈등구조 : 내적 갈등(원초적 자아와 도덕적 자아와의 갈등)

→ 소경 소녀와 어머니를 동일시하여 이를 완성하려는 근친상간적 애욕의 표현인 원초적 자아와 불륜됨을 질책하는 초자아와의 갈등임.

출전 : 『야담』(1935)

주제

* 한 화공의 일생을 통해 나타난 현실(세속)과 이상(예술) 세계의 괴리

* 한 예술가의 열정과 한

● 생각해 볼 문제

1. 주인공 '솔거'의 성격을 말해 보자.

⇒ 예술지상주의자며, 기이한 행동을 하는 음습하고 폐쇄적인 성격을 지님.

2. '솔거'라는 명명에서 보이는 작가의식에 대해 말해 보자.

⇒ 인물의 개성창조라는 현대 소설의 관점에서 보면 '솔거'라는 이름은 화가의 범칭으로 쓰였지 개성을 드러내지는 못한다. 이는 한 화가의 기묘하고 천재적인 예술 행각을 그리는 데 초점이 있지, 인물의 개성 창조에는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3. <광염소나타>의 백성수와 솔거는 어떤 공통점을 지니는가?

⇒ 둘 다 성격이 괴팍하고, 예술에 대한 선천적 열정이 있으며, 음울한 내면 풍경의 소유자로, 결국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하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4. 솔거를 통해 드러나는 김동인의 예술가상을 말해 보면 ?

⇒ 저주받은 존재, 예술적 천재를 갖춘 대신에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능력을 박탈당한 존재로서 예술가를 바라보고 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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