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1933)

-이기영-  

◆ 소설 읽기  

● 줄거리

동경 유학생이던 김희준은 학자금난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인 원터에 돌아와, 청년회 활동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을 이끌어가려고 한다. 서울 민판서 집 땅을 부치고 사는 소작인인 마을 사람들은 한편으론  마름 안승학의 횡포에 시달리면서, 한편으론 마을 사람들끼리의 갈등과 애정에 부대끼며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김희준은 그 자신도 소작인으로서 농사를 짓는 한편, 농민 봉사, 계몽활동 등을 통하여 농민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굳혀 간다. 마름 안승학은 그의 본부인을 서울로 보내 자식들을 교육시키도록하고 자신은 첩 숙자와 함께 살며 딸 갑숙이를 두고 있다.

김희준은 많은 회의와 갈등 속에서도 야학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을 깨우치고 스스로도 성장해 간다. 생활이 어려운 마을 사람들의 일부는 근처의 제사공장에 직공으로 들어가고, 아버지의 전제를 참다 못해 가출한 안승학의 딸 갑숙 역시 희준의 주선으로 공장에 직공으로 들어가 옥희라는 가명을 쓰며 일을 한다. 갑숙이 읍내 유지인 권상철의 아들 경호와 연애를 하여, 경호가 권상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비밀을 빌미로 한 밑천 뜯어내려는 안승학의 계획에 차질을 주는 바람에 안승학은 갑숙이를 괴롭혔고, 그 바람에 집을 나온 것이다. 갑숙은 점차 선진적인 노동자로 성장해 가게 된다.

마을에서는 희준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끼리의 두레가 생겨, 단결과 협동의 정신이 고취된다. 그러던 중 수재가 나서 집이 무너지고 농사를 망침에 따라, 소작료를 감면해 줄 것을 요구하나 안승학은 이를 거절한다. 안승학과 마을사람들이 서로 대립해서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투쟁에서 이탈하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 갑숙은 그들에게 은밀히 돈을 건네 그 어려움을 잠재우고, 소작인을 괴롭히는 아버지에 반대하여 희준과 힘을 합치게 된다. 결국 희준이를 비롯한 농민들은 안승학의 양보를 얻어내고, 희준과 갑숙이는 이성간의 애정을 초월하여 동지로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 인물의 성격

김희준 → 읍내에서 객주집을 해서 여유가 있던 부모 덕에 중학교도 나오고 동경에서 유학생활도 하지만, 유학생활을 하면서 집안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다. 귀국 후 민중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깊은 연대활동을 하며 마름 안승학과 대결해 나간다. 13세때 부모의 압력으로 조혼을 하여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안승학의 딸 갑숙이와 주막집 딸로 얼굴이 예쁜 음전이를 동시에 흠모하기도 한다. 당시 구세대 산물인 조혼의 병폐를 꼬집고자 하지만 희준의 처는 아주 못난 인물로 묘사되어 있고, 희준이 흠모하는 여성들은 모두 어리고 아리따운 처녀로 묘사되고 있다.

안승학 → 마름으로, 지주를 등에 업고 개인의 배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전형적인 농민 착취 계급의 성격을 지녔다. 가난했던 과거를 딛고 빠르게 성장한 기회주의적인 인물로, 어미가 다른 네 아이가 있다. 딸인 갑숙이의 혼처를 정할 때도 '돈'을 따지고 재는 전형적인 속물적 인간상을 보임.

안갑숙 → 안승학의 딸로, 노동운동의 지도자로 성장해 간다. 처음에는 다소 심약하고 애정에 굶주린 여성으로 드러나나 후반부로 가면서 이론과 실천의 합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변모되어 나타나는 동적 인물임. 혼자서 흠모하는 희준과 관계를 가진 경호와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권상철 → 상인이며 고리 대금업자로 안승학과 같은 부류의 인물임

권경호 → 비정상적으로 출생하여 부잣집의 아들로 성장하던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 그의 역할은 안갑숙과의 연애 문제에 한정되어 나타난다.

인순 → 농촌을 떠나 공장에 취직하여 생활하면서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나 파업과 소작쟁의 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원출 → 마을 안에서 부지런하게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다. 아들 인동이까지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돕지만 가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소작농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줌.

인동출의 아들로 혈기 왕성한 젊은이다. 마을 처녀 방개를 좋아하지만 음전이와 혼인하고도 방개와의 정을 떼지 못한다.

● 구성 단계

발단 : 농민과 마름의 대립, 인물 소개

전개 : 청년회 충돌, 갑숙의 가출, 두레 조직, 갑숙과 경호의 공장 취직

위기 : 수재를 당함, 경호의 갈등, 갑숙의 갈등

절정 : 소작료 삭감 투쟁

결말 : 동트는 새벽, 장래의 희망과 동지애

● 이해와 감상

<고향>은 철저한 사실주의를 표방한 농민소설의 대표작으로, 농민의 문제와 노동자의 문제 그리고 가진 자의 횡포가 삼각연애라는 재미와 더불어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특히 동경 유학생 출신 농민인 김희준과 마름 안승학의 딸인 안갑숙(공장 노동자)의 연대는, 당대의 노동자와 농민의 연대를 통한 농업문제의 해결이라는 노농동맹사상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인물(주인공)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 → 김희준은 '지식인 계급 전형의 창조'라고 높이 평가되어 온 인물이다. 일본 유학을 한 지식인이지만, '원터' 소작농의 아들이며, 고향에 돌아와 농민운동을 조직해 간다. 즉  김희준은 갑자기 외부에서 찾아든 사람도 아니고 다른 계급의 사람도 아닌 '자기 계급의 지식인'인 것이다. 지식인이 지닐 수 있는 관념성을 벗어던지고 있는 것이다. 농민소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영웅적이고 이상적인 '지식인 유학생'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으로 쓰여진 일제시대 프로문학 내지는 농민소설로서 최고의 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브 나로드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나왔지만, 브 나로드 주창자들과는 달리 문화 운동으로서의 농민 계몽이 아니라 경제 투쟁으로서의 농민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 바 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깔고 노동쟁의 양상, 소작쟁의 양상, 그리고 양자의 결합 양상,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더구나 이런 투쟁의 모습을 생경하게 노출하지 않고 농민들의 생동감 넘친 생활 묘사 속에 유기적으로 스며들게 한 데에 이 작품의 미덕이 있다.

이 작품은 카프에서 요구하는 도식에 맞추기 위해 많은 작위성이 드러난다는 것, 갑숙의 성격이 지나치게 이상화되어 있다는 점, 희준과 갑숙의 만남에서 개인적 애정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적 동지애가 중요하다는 관념적 원칙을 내세운 점 등에서 다소의 한계를 지적해 볼 수도 있겠다.

 일제하 사회주의 문학은 '신경향파 문학 → 목적의식기 → 볼셰비키화 단계 → 사회주의 리얼리즘 논쟁 및 새로운 창작 방법의 모색기'라는 단계를 거쳤다. 이기영의 작품 세계에서는 이 모든 단계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가난의 체험을 당대 현실의 총체성과 관련시키는 방향으로 열려져 있으며, 특히 집단성의 묘사에서는 전형적이고도 탁월한 성과를 쏟아냄으로써 당대 프로문단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계급문학이면서도 도식성을 벗어나 높은 예술성을 성취했다는 대작 <고향>은 식민지 시대 농민의 형상을 전형적으로 창조, 농촌 현실의 구체적 형상화를 통한 삶의 총체성을 확보, '경향소설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프 내부 논의의 실천적 결실 → 방대한 분량의 장편 <고향>이 높이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식민지 현실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지주의 수탈과 자본의 침투로 인하여 급격히 몰락하는 농민들, 계속되는 도시화와 산업화, 공업의 성장으로 인한 노동자 계층의 성장, 극심한 빈곤, 농민층에 기생하는 고리대금업, 조혼과 강제 결혼으로 대표되는 봉건적 가족 제도로 인한 갈등,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하여 분투하는 농민들과 거기에 대항하는 지배층의 모습 등이 장편 소설답게 방대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따라서 <고향>은 식민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투쟁 소설로 읽힐 수도 있고,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며 함께 인간 드라마로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 이다. 이처럼, 당대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장편 소설의 본령이라 할 때 <고향>은 우리 문학사에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장편소설, 농민소설, 프로문학

배경 : 1920년대 말 원터라는 농촌, 사회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함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특징

* 카프 계열의 작품, 사회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작품

* 농민 중심의 대표적 농민소설

갈등구조 : 계급 간의 갈등

주제난관을 극복해가는 농민들의 의식의 성장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상과 계급 투쟁

출전 :  <조선일보>(1933. 11~1934. 9)에 연재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소설에서 각각 진보적 지식인의 전형과 착취자의 전형으로서, 이전 시기의 카프 소설들에서 보다 구체화, 현실화되어 묘사되고 있는 두 인물은 ?

⇒ 김희준과 안승학

2.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노동자, 농민 사이의 동맹(노농동맹)이라는 계기가 제시되고 있다. 이 때 노동자와 농민의 세계를 각각 나타내는 공간은 어디로 설정되어 있는가?

⇒ 읍내에 있는 제사공장과 원터 마을

● 더 읽을거리

<고향>은 1933년 11월 15일부터 1934년 9월 21일까지, 약 250회에 걸쳐서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장편으로 일제강점기 프로문학의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프로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소설 안에서 펼쳐지는 식민지 현실의 총체적 형상화에서 기인한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중반의 충청도 원터 마을이다. 이 마을은 당시 근대화의 영향권 아래에 놓여있는 지역이다. 당시 사회가 근대화되고 새로운 신식 문물이 유입됨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계급도 변화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토지에다 근근히나마 농사를 짓고 살던 것이 이제는 소작농의 위치로 전락하게 된다. 마을 안에는 거의 대부분이 소작농이며 다른 이들은 그것마저 힘겨워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집 일을 하며 살아가거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 와중에 신분의 상승을 겪게 되는 이도 있는데 마을 안의 마름인 안승학이다. 그는 예전엔 가난한 빈농에 불과했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되고 어려운 것을 틈타 지주의 권력에 빌붙고 소작농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 마름으로 변신한다. 이렇게 농촌은 피폐해지는 양상을 띄었다. 한 때는 부모가 읍내에서 객주업을 해서 형편이 좋았던 관계로 중학교까지 나오고 동경에 유학을 다녀온 희준의 집은 반대로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다. 소설에서 희준의 인물상은 이제까지의 경향소설에서 한 단계 발전된 면모를 띈다. 이는 작가가 소설 속 인물 형상화를 위해 노력한 결실이라 하겠다. 희준은 동경에서 돌아와 변해 버린 마을과 집을 보고 놀라워한다. 그리고 청년회를 조직해서 새로운 사상을 펼쳐보이려 노력하지만 힘들어하는 농민과 무력한 지식인층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야학을 결성하여 활동하지만 뜻을 같이 할 동지가 없고 일의 성과가 없어 번민하는 인물상을 보여주던 그는 소설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서는 변화를 보이게 된다. 고민하고 힘이 없는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농민 속에 들어가 함께 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마을의 단결을 위하고 자신의 일보다 다른 집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모습을 신임하게 되는 마을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게 되어 한 힘을 만들어낸다. 이제까지 보여왔던 관념적인 지식인들의 모습과 달리 희준은 또, 13살 어린 나이에 조혼한 부인과 정이 없지만 이혼하지 못하고 어린시절 같이 커 온 안갑숙과 주막집 딸 음전이를 흠모한다. 이는 현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인물의 정형화에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를 비롯한 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재미와 동시에 감동을 가져다 주는 것은 그리스 신들은 신을 인간과 다른 모습을 띄는 존재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같이 시기, 사랑, 투기, 질투 등 모든 감정을 지닌, 인간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냄으로써 이야기를 더 가까이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향에서 희준의 인물 설정의 뚜렷함이 성공했다는 것은 소설이 가진 문학적인 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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