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사와 T교수(1935)

-유진오-  

◆ 소설 읽기  

● 줄거리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을 다닌 수재이다. 그는 학생시절에 좌경 학생운동 단체인 문화비판회에 관여했고,  귀국 후에는 좌익문학운동에 관여한 바 있다. 일년 반 동안의 룸펜 생활을 하던 그는 취직을 하기 위해 이를 철저히 은폐한다. 그러다가 H과장이라는 유력인사의 소개로 S전문학교의 독일어 강사로 취직한다.

취임하는 날 교장실에 들러 교장과 인사를 하고 선임자인 뚱뚱보 T교수와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눈다. 장엄한 신임교원 취임식을 갖고 다음날 학교에 나간 김강사는 전임자인 T교수의 친절한 조언을 받는다. 그는 내심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T교수는 스스끼라는 학생이 문제라고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긴장된 상태에서 첫교시에 들어가나 별일없이 강의를 마친다.

며칠 후에 김강사는 H과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갔다가 그집 대문 앞에서 T교수와 마주친다. T교수는 김강사에게 책상물림으로만 알았는데 할 건 다 한다는 투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면서, 보퉁이를 들고 먼저 H과장댁의 부엌으로 들어가서 식모와 수근거린다. H과장댁에서 나온 T교수는 김강사를 세르팡이라는 찻집으로 데리고 간다. 여기에서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다가 술이 취해서 나온다.

T교수는 자신이 김강사를 교장에게 추천했다면서 작년 어느 신문에 실린 <독일신흥작가군상>이라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칭찬을 한다. 그 글은 좌익작가들을 다룬 것으로 학교에서 알면 좋을 것이 없다. 집주소까지 알고 있는 T교수에게 김강사는 두려움과 더러움을 느낀다. 어느날 스스끼가 김강사를 찾아온다. T교수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는 독일 문학에 아주 박식한 학생이었다. 스스끼는 문학자 박해로부터 파시즘에 대한 공격가지 이야기하다가 히틀러를 공격한다. 자신의 과거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스스끼에게 김강사는 어디에서 들었느냐고 묻는다. 스스끼가 T교수에게 들었다고 한다. 혹시 스스끼는 그의 스파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스스끼는 자신이 찾아온 목적이 독일문학연구 그룹을 지도해 주었으면 해서라고 밝힌다. 김강사는 이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김강사는 우울증에 빠져 그들을 피한다. T교수는 연말에 과자라도 사들고 교장을 찾아가라고 한다. 김강사는 그날 밤 명치옥에 가서 서양과자를 한 상자 샀으나 심적인 갈등 때문에 과자를 친척 아주머니에게 주어 버린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되었다. 김만필은 여러 가지 상념으로 지쳐 갔다. 그러던 어느날 T교수는 H과장에게도 새해도 되었으니 한 번 찾아가보라고 한다. 오랜만에 H과장에게 인사를 간 그는 사상 운동의 전력을 숨겼다고 질책당하고 "조선 사람은 별 수 없어"라는 소리를 듣는다. 김강사는 자신이 결백하다고 한사코 변명을 한다. 이때 이웃방에서 T교수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면서 응접실로 나온다.

● 인물의 성격

김만필(김강사) → 동경제대를 졸업한 수재이다. 진보적인 운동단체인 문화비판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일년 반의 룸펜 생활을 하다가 S전문학교의 시간 강사로 부임한다.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과 생활인으로서의 이중적인 문제로 늘 고민하며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인물

◆ T교수 → 일본인 교수이며 교무일을 맡아서 하는 인물이다. 약삭빠르고 비굴한 인물의 전형적인 성격의 소유자임.

◆ H과장 → S전문학교 재단 사무과장 격으로 막후 실력자

◆ 교장 →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매우 거만한 일본인

◆ 스스끼 → 학생

● 구성 단계

◆ 발단 : 인물 소개와 배경의 설정

전개 : T교수와 김강사의 대조적인 행동. T교수의 비열한 행동과 현실에 적응할 줄 모르는 김강사

◆ 위기 : 김강사의 전력 노출. 김강사의 전력을 칭송하는 T교수. 김강사의 과거를 거론하는 스스끼

◆ 절정 : 과거의 노출로 고뇌하는 김강사

결말 :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는 김강사

● 이해와 감상

<김강사와 T교수>는 일제 식민지하의 물질만능주의에 의해서 파멸되어가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특히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을 지니지 못하고 책상물림인 가녀린 지식인 김만필과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아첨과 비겁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T교수를 설정하여 당대 지식인의 삶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김강사가 겪게 되는 정신적 갈등이 중심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김만필은 지식인으로서 룸펜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지식인도 생활인이라는 점에서 실업의 문제는 삶의 무기력함과 냉소적인 태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룸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어떤 경로로든 취직을 해야했고, 그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실과 타협하며 지식인으로서의 이상을 포기해야하는 과정에서 김만필은 절망하고 우울해하며 고뇌에 빠지게 된다.

 

김강사에게 직접적인 갈등을 주는 대상은 T교수이다. 그는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출세지향적인 자이다. 따라서 김강사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인다. 그는 이 학교의 주류이며, 이 주류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추출하려고 한다. T교수는 세를 늘이기 위해 신임인 김강사를 친절로 회유하고 용의주도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T교수에 의해 결국 김강사는 과거의 경력을 숨기고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쫓겨나고 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여실히 묘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 지식인은 자기 정체성을 뚜렷이 가지고 삶을 살아갈 수는 없었다. 현실에 얼마간 아첨하면서도 그들의 생활을 꾸려 나가야 했던 것 때문에 내적 갈등 또한 컸을 것이고, 이로 인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심을 지키는 것만으로 자기를 세울 수 없었던 불행한 시대의 지식인의 모습은, 김만필의 경우와 같이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면서 양면성을 지니고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지식인 소설, 사실주의 소설

◆ 배경

* 일제치하 지식인이 이상과 현실의 갈등으로 인하여 불안과 고민을 겪게 되는 전문대학

* 허무주의를 사상적 배경으로 함.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사실주의적 기법

◆ 갈등구조 : 위선과 진실 사이의 갈등(현실과 양심 사이의 갈등)

◆ 출전 : <신동아>(1935)

주제타락한 식민지의 현실과 지식인의 고뇌

             협잡의 세태에서 낭패를 당하는 양심적 지식인의 비애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이 다루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

⇒ 이상과 신념을 지닌 지식인과, 타락한 현실 사이의 갈등과 그 속에서의 지식인의 정신적 몰락

2. T교수가 대표하는 인물형은 어떤 것인가 ?

⇒ 철저한 이중성으로 특징지워지는 제국주의적 지식인

3. 김만필의 성격에서도 이중성이 발견된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 김만필은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려함과 동시에 현실에 적응하려고 한다. 그의 현실 적응이란 힘들여 얻은 취직 자리를 유지하려는 것이고, 지식인으로서 불의한 것에 발붙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그의 양심이다. 그러나 이 둘은 언제나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두 가지가 상충될 때 그는 고뇌하는 것이다. 그는 지식인이란 원래가 이중 인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자위함과 동시에 현실 적응에도 서투른 모습을 보인다. 그런 면에서 그의 위상은 어정쩡한 이중성을 보이는 것이다.

4. 김강사와 T교수의 성격을 비교해 보자.

⇒ T교수는 출세지향적이고 교활하며, 능수능란하게 인간관계를 꾸려가는 자이다. 이에 비해 김만필은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올곧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 더 읽을거리

'김만필'이란 한 식민지의 지식인이 겪는 정신적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와 함께 당대 현실의 부조리, 속물적인 인간의 속성을 제시하면서 지식인의 내면적 취약성도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는 일명 지식인 소설의 전형이다. 나약한 지식인이며 자아와 과거의 신분을 속이며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1930년대 지식인의 모습이 제시된다. 그는 '책상물림'이며 창백한 지식인의 유형에 속하는 김만필이다. 그는 세속적인 요령을 피울 줄 모르며, 지난날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현재 생활에 대한 양심의 가책 속에서 살아가는 가녀린 양심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에 대해서 교활하고 비겁한 성격의 소유자인 T교수가 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첨이나 비겁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 두 사람의 행동을 대조시킴으로써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제시하려 했다.

이렇게 이 소설은 일제 치하에서 일본 사람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S전문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대학을 갓 졸업하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책상물림인 김만필이 시간강사로 취직하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것이다. 김 강사는 현실에 적응하려다 결국 실패하는 지식인의 참담한 모습을 보여 준다. 김 강사의 패배의 원인은 첫째로 현실의 구조적인 모순에 있다. 김 강사는 일제 체제하에서는 용납받을 수 없는 사회주의 우동에 가담한 일이 있다. 그래서 김 강사는 불안해 한다. 그는 인생의 모순의 축도를 자신이 몸소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식 계급이란 것은 이 사회에서 이중 삼중 사중, 아니 칠중 팔중 구중의 중첩된 인격을 갖도록 강요되는 것이다. 어떤 자는 그 수많은 인격 중에서 자기의 정말 인격을 명확하게 쥐고 있다. 그러나 어떤 자는 그 수많은 인격에 현황(眩恍, 아찔하고 황홀해 함)해 끝끝내 어떤 것이 정말 자기의 인격인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자기는 이 두 가지 중의 어느 것인가?"

이것은 일제 치하 한국 지식인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표현해 준 말이다. 지식인 문제를 다룬 소설은 실직 문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 소설은 지식인이 어떻게 지식인답지 못한 모습으로 처세하는가를 보여줌과 동시에 얼마나 무력하게 사회 현실에 휘말리는가를 부각시켜 주고 있다. 주인공은 역사 의식이나 사회 의식이 부족하여 이에 대처할 줄을 모른다.

둘째로 김 강사가 패배한 원인은 인물의 성격에 있다. 김만필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개혁하려 하지 않고 여러 겹의 가면을 쓰고 살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인 교수이면서 약삭빠르고 비굴한 성격을 가진 T교수에 의해 한때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던 김 강사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어 결국 김 강사의 행동은 파국에 이른다. 따라서, 이 소설은 지식인들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형상화하지 못하고 인물의 성격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이것은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제약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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