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1997)

-박완서-  

◆ 소설 읽기  

● 줄거리

'나'는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생각하다가 곱단이와 만득이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곱단이와 만득이는 마을의 마스코트였다. '연애건다'는 것을 상스럽게 생각해 온 마을 어른들도 곱단이와 만득이를 두고서는 서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두 젊은이가 짝을 이룬다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하곤 했다. 마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두 사람은 서로 애틋한 사랑을 키워왔고, 두 집안에서도 양가의 젊은이들을 어여삐 여기며, 당연히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리라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곱단이는 꽃처럼 예뻤고, 만득이는 온 마을 젊은이들을 주물락 펼락 하는 똑똑한 젊은이었기에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을 순탄치 않게 만든 것은 바로 만득이에게 떨어진 징집 영장이었다. 일제에 징병되서 떠나게 된 다른 젊은이들은 씨라도 남겨 두려고 징집 나가기 전 결혼을 서두르는 데에 반해 만득이는 오히려 결혼을 미루자고 곱단이를 설득한다. 순수한 시대였기 대문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약없는 길을 떠나면서 사랑하는 곱단이를 과부 만들지 않으려는 만득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안타까워하고 또 기특해한다. 곱단이도, 곱단이네 식구들도 모두 함께 만득이를 기다리지만, 그런 곱단이를 더 기다리지 못하게 만든 것은 정신대 모집이었다. 정신대를 면하기 위해 숨었던 처녀들이 당한 끔찍한 화를 들은 곱단이네 식구들은 곱단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집보낼 궁리를 하게 되고, 곱단이네 오빠가 데려온 사윗감의 재취자리로 곱단이를 넘겨준다.

삼팔선이 그어지고서, 곱단이가 시집간 신의주는 영영 갈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리고, 시집간 곱단이는 친정에 한 번 와보지 못한 채 생이별을 하게 된다. 징병에서 돌아온 만득이는 같은 마을의 순애와 결혼을 하고, 누이가 잡아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간다.

세월이 지나서 곱단이와 만득이의 일들을 다 잊고 있던 나는 친척 어른이 가신다는 고향 군민회 모임에 따라나서게 되고, 거기에서 우연히도 장만득 씨와 순애 부부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 잘 알아보지도 못했던 터라 별 감흥없이 돌아섰는데 뜻밖에도 순애가 친근하게 연락을 해와서 나는 순애와 곧잘 만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순애가 나를 붙잡고 털어놓는 것은 온통 여전히 곱단이만을 가슴속에 품고 산다는 장만득 씨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순애가 집요하게 그 이야기를 붙잡고 늘어지는 데다가 사실 순애가 하는 이야기의 신빙성도 의심스러운지라 나는 곧 이런 아내를 데리고 사는 장만득 씨가 불쌍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순애의 부음이 들려 나는 그녀의 장례식장을 찾게 되고, 거기에 놓인 터무니없이 젊은 영정 사진을 보고서, 곱단이에 대한 그녀의 질투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삼 년 후, 정신대 할머니를 돕는 모임에 나갔다가 장만득 씨를 만난 나는 여전히 그가 곱단이를 못잊고 있구나 싶어 벌컥 화를 낸다. 그러나 장만득 씨는 곱단이에 대한 이야기는 순애의 오해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왜 이 모임에 나오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전쟁이 준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받은 사람들도 모두 전쟁의 피해자, 일제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장만득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 인물의 성격

◆ 나 → 이야기의 서술자. 곱단이와 만득이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자신의 느낌과 판단을 함께 제시함.

◆ 장만득 → '나'와 같은 고향에 살았던 인물로 곱단이의 연인. 징병을 다녀온 후, 순애와 결혼함.

◆ 곱단이 → 만득이의 연인. 정신대를 피하기 위해 사랑하는 만득이 대신 다른 남자와 결혼함.

◆ 순애 → 장만득의 부인. 여전히 장만득이 곱단이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며 평생을 살다감.

● 구성 단계

◆ 발단 :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를 통해 곱단이와 만득이의 옛날 이야기를 떠올림.(현재-액자 밖)

◆ 전개 : 곱단이와 만득이의 연애 이야기. (과거 - 액자 안)

◆ 위기 : 곱단이와 만득이의 이별. (과거 - 액자 안)

◆ 절정 : '나'와 만득이의 재회. (현재 - 액자 밖)

결말 : 장만득 씨의 고백. (현재 - 액자 밖)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뚜렷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액자 바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화자 '나'를 통해서 우리는 먼저 자연스럽게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접하게 된다. 이 시는 작품 속 화자인 '나'에게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구체적으로는 옛날,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있었던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되어 주는 것이다. 시에는 옛날의 아름다운 고향 마을과, 그 속에 살고 있던 어떤 여인에 대한 남성의 시선이 나타나 있다. 이 시는 '나'에게 마치 장만득 씨가 곱단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그대로 표현한 것처럼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절절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는가 깊이 공감하게 된다.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시인의 실제 작품을 삽입하여 화자의 이야기에 대한 신빙성을 한층 더 높임으로써 작품 속에 시를 삽입한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다. 그리고 글의 도입부에서 작가가 사실적이고 체험적인 형식을 빌린 것 역시, 1인칭 관찰자 시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친근감과 호소력을 주고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둔다.

작품 속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장만득 씨는 과거의 잃어 버린 사랑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아픔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만득 씨에게 있어 자신과 곱단이의 사랑이 실패한 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제 시대를 겪고 분단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의 하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장만득 씨의 생각을 알게 된 화자인 '나'도 곱단이와 장만득 씨의 사랑이 우리 근현대사가 만들어 낸 비극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 비극과 이 소설의 주제 의식 : 만득이와 곱단이는 일제의 징병과 정신대로 인하여 쓰라린 헤어짐을 겪고 말았다. 두 사람은 시대와 역사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비극은 이에 그친 것이 아니다. 해방 후 38선이 그어져 곱단이는 이북 사람이 되었고, 6 · 25를 치른 후에는 휴전선이 그어져 만득이는 곱단이는 물론 고향까지 상실한 실향민이 되었다. 이로 보아 곱단이와 만득이의 슬픈 사랑은 역사와 시대가 만들어 낸 비극임을 알 수 있다. '나'가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읽고 만득이의 아프고 쓰라린 그리움을 연상한 것도, 이 시를 북한 동포 돕기 시 낭송회에서 낭송하기로 결심한 것도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일제의 징병과 정신대, 해방으로 인한 38선, 6 · 25로 인한 분단의 비극' 등의 시대 배경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배경인 동시에 작품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배경

* 시간적 → 식민지 치하에서 현재(1990년대)까지

* 공간적 → 38선 부근의 행촌리, 서울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1인칭 주인공 시점이 혼용됨)

특징

* 액자식 구성

* 작품 서두에 삽입시를 통해 사건 전개 내용을 암시함.

* 수필적 담화식 서술을 통해 민족의 비극과 그로 인한 개인의 비극적 삶을 반전의 수법으로 형상화함.

주제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통해 본 민족사적 비극과 불행

◆ 출전 : <너무도 쓸쓸한 당신> (1998, 실천문학사)

● 생각해 볼 문제

1.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이 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서술해 보자.

⇒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은 작품 속의 화자인 '나'에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나'는 그 시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한 마을에 살았던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시에는 아름다운 고향 마을에 대한 묘사와 그 속에 살았던 어떤 여인에 대한 남성의 시선이 나타나 있다. 시는 작품 속의 화자인 '나'에게 마치 장만득 씨가 곱단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만득이와 곱단이의 애틋했던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2. 작품의 결말 부분에 나오는 장만득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의 주제를 생각해 보자.

⇒ 장만득 씨는 자신과 곱단이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단지 개인적인 슬픔이나 운명이 아니라 그 시대 전체가 앓았던 아픔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은 개인이 짊어진 상처를, 개인의 문제에서 한층 더 나아가 시대와 사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박완서는 이 작품을 통해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영향을 끼쳤던 민족사의 비극을 그리고자 했던 것이며,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통해 본 민족사적 비극과 불행'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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