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벽화(1955)

-정한숙-  

◆ 소설 읽기  

● 줄거리

담징은 고국 고구려를 떠나 도왜하기 위해 백제를 거쳐 신라에 머문다. 수문제의 원정 이후 북방의 풍운은 날로 거칠어간다. 담징은 이때 조국을 등진다는 것이 하나의 도피라고 생각되어 도왜를 망설인다. 불전에 서면 승(僧)이요, 화필을 잡으면 화공이요, 조국의 품에 안길 때는 조국의 아들인 담징은 국민적 의무보다는 국제적 신의를 생각하고 도왜한다.

도왜한지 2년 금당벽화를 그리기로 언약한지 벌써 칠팔삭이 지났건만, 그는 오늘까지도 조국의 안위에 대한 염려와 자책의 뉘우침 때문에 화필을 잡지 못한다. 그는 왜승들의 욕하는 소리를 못들은 바 아니나 붓을 들고 벽면에 서면 구슬같이 아롱진 열반의 환상은 고사하고, 피비린내 풍기는 조국의 현실만이 떠오른다. 그는 몇 번이고 고국으로 돌아갈 것을 절의 주지에게 간청한다. 주지가 펄쩍 뛰자 그는 붓을 들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불길한 생각을 감출 길이 없다. 이는 명장 을지문덕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조국을 도피한 가책에서이다. 그는 꿈속에서 육모방망이를 든 왜승들에게 쫓기어 어둠속을 달음질 친다. 그는 조국을 배반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그순간 그는 왜승들의 몽둥이를 맞고 쓰러진다. 이마의 상처를 더듬는 순간 벌떡 잠에서 깬 그는 꿈일망정 신세를 지고 있는 주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금당으로 간 그는 불당에 불을 밝히고 합장을 하나, 불상의 자비로운 얼굴을 감히 쳐다볼 수가 없다. 살기가 도는 눈빛을 하고 금당 밖으로 나오던 담징은 법륭사 주지가 서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주지는 을지문덕이 양제의 이백만 대군을 물리친 사실을 알려준다. 담징은 비로소 합장한 손끝에서 자비로운 불심을 느끼고 터져오르는 환희를 경건한 불심으로 바꾸어 벽화를 착공한다. 붓을 든 그 손길이 무학같이 움직인다. 동방을 제패한 고구려의 환희는 관음상의 미소를 자아내게 하고 오랑캐의 죽음은 그들을 조상하는 자비심을 불러 일으켜 그는 온갖 정성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는 일찍이 조국의 땅에 두고온 이름 모를 여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열반의 세계가 아니라 사바의 세계를 모방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화면을 지워 버리고 싶으나, 마지막 속세에 대한 미련인 듯 그 미간에 일점을 그린다. 붓을 놓고 화면을 보자 열반의 관음상이 그려져 있다. 저녁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자 자상의 열반의 세계에 도취한 주지가 합장한 채 꿇어 엎드린다. 벽면엔 관음상의 점화시중의 미소가 빛나고 목승들의 합장 배례가 끊이지 않는다.

● 인물의 성격

◆ 담징 → 승려요 불교 미술가로서의 자신과 조국 고구려의 아들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번민을 계속하여 벽화마저 그리지 못하다가, 조국의 승전 소식을 전해 듣고 평상을 되찾아 자비로운 열반의 관음상을 그리게 된다.

◆ 법륭사 주지 → 생불이라 불리워질 정도로 불심이 깊으며, 담징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줌. 고구려의 승전보를 담징에게 알려주어 그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함.

● 구성 단계

◆ 발단 : 조국을 등지고 일본에 온 담징의 고뇌

◆ 전개 : 벽화를 그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고민과 조국을 걱정하는 조국애의 갈등

◆ 위기 : 왜승들의 비방과 계속되는 악몽

◆ 절정 : 을지문덕의 승전 소식과 비로소 온몸으로 넘쳐나는 불심(佛心)

결말 : 금당벽화의 완성과 갈등의 해소, 모든 승려들의 합장 배례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주인공 담징이 금당벽화를 그리면서 느끼는 번민과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고구려 승려요 화가인 담징이 일본에 건너가 벽화를 그렸다는 역사적 사실에다 조국애와 불심, 그리고 사랑의 허구성을 가미한 작품이다. 주제의식이 표면에 너무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으나 독특한 연상 수법에 의하여 그 한계를 극복해 내고 있다. 즉, 과거와 현재가 연상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에 의하여 소설의 구조가 더욱 유기적이 되면서 역사와 허구의 균형을 알맞게 조절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도, 한국적 인간상의 창조를 하나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담징은 승려이지만 세상과 절연한 존재가 아니며, 예술가이지만 세속적 가치에 냉소와 멸시는 던지는 인간이 아니다. 그의 가슴이 뜨거운 만큼 조국애가 강하고 그의 예술적 포부가 집요한 만큼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강한 인물로 형상화된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 필요로 하는 한국적 인간상이라 보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역사소설

배경

* 시간적 - 서기 612년(현실적 시간은 24시간이나, 내면적 시간은 3년전 고구려를 떠나, 2년 전에 도왜하고, 법륭사 주지에게 벽화를 그리겠다고 약속한 것도 7,8개월이 넘는 것으로 복잡하게 나타남)

* 공간적 - 일본 나라현 법륭사

* 사상적 - 조국애, 불교사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특징 : 서사적 묘사와 연상 수법에 의한 표현

주제 조국애와 불심의 예술적 승화, 세속적 인간과 불자 사이에서의 번민과 갈등

◆ 출전 : <사상계>(1955)에 발표

● 생각해 볼 문제

1. 소설의 주인공 담징이 겪는 가장 큰 갈등은 ?

⇒ 예술적 포부를 발휘하고 싶은 욕망과 위기에 처한 조국을 등진 젊은이로서의 괴로움

2. 역사소설이란 객관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역사를 재해석한 문학이다. 이 글의 전반부에서 그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크게 작용한 대목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 조국에 두고 온 여인에 대한 세속적 그리움 때문에 열반의 세계에 몰입할 수 없다는 고뇌의 모습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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