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1925)

-김동인-  

◆ 소설 읽기  

● 줄거리

이 세상의 온갖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로 오기 전까지 복녀는 사농공상의 2위에 드는 농민의 딸이었다. 복녀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있게 자란 처녀였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복녀는 열다섯 살 나던 해에 동네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 시집을 갔다. 이십 년 연상의 이 홀아비는 원래 잘 살던 농군 아버지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으나 게을러 재산을 까먹고 마지막 남은 돈으로 복녀를 샀던 것이다. 농사일을 게을리하여 소작도 떼이고, 삼사 년은 장인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지내다가 마침내 평양 성 안으로 막벌이를 떠났다. 그러나 이것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남의 집 행랑살이로, 거기서도 쫓겨나자 칠성문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기자묘 송충이 잡이가 있었다. 복녀는 열심히 송충이를 잡았다. 며칠이 지나 감독이 복녀를 부른다. 감독이 복녀에게 딴짓을 한 이후, 이제부터 복녀도 일하지 않고 삯을 받게 되었다. 복녀의 도덕관은 변했다. 이렇게 유쾌하면서도 점잖게 돈을 버는 일은 다시 없었던 것이다. 이후 복녀의 삶은 순탄해졌다. 얼굴에 분도 발랐고, 더욱 예뻐지기도 했다. 얼굴로 돈을 벌어 오는 아내를 남편도 좋아했다.

중국인 채마밭의 감자를 도둑질하는 것은 칠성문 밖 사람들의 가을 생활의 하나였다. 복녀도 그렇게 감자깨나 훔쳤다. 어떤 날 복녀는 감자를 훔치다가 주인 왕서방에게 들켜 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돈 삼 원까지 받아 와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이후 무시로 왕서방은 복녀를 찾았다. 복녀 부부는 이제 칠성문 밖에서 부자가 되었다.

이듬해 봄, 왕서방은 돈 백 원으로 어떤 처녀를 사 오게 되었다. 복녀는 마음 속에 질투가 일었다. 새색시가 오는 날이었다. 복녀는 눈에 살기를 띠고 방 안의 동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쯤 되어 복녀는 방 안으로 들어가 왕서방에게 다짜고짜 자기 집으로 가자며 잡아 끈다. 왕서방은 당황해한다. 복녀는 신부의 머리를 발로 찬다. 복녀가 왕서방을 잡아끌 때, 왕서방이 손을 뿌리치자 복녀는 쓰러진다. 그러고 곧장 일어섰을 때는 손에 낫이 들려 있었다. 복녀는 낫을 마구 휘두른다. 복녀의 낫은 어느덧 왕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죽는다.

복녀의 장사는 사흘이 지나도 치러지지 않는다. 왕서방은 몇 번이나 복녀 남편을 찾아간다. 사흘이 지나, 시체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복녀 남편, 왕서방, 그리고 한의사였다. 왕서방은 돈을 꺼내 복녀 남편에게 건넨다. 한의사에게도 돈이 간다. 이튿날 복녀의 시체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 의사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실려간다.

● 인물의 성격

◆ 복녀 : 원래 도덕적 관념을 지닌 정숙한 여성이었으나, 자신을 둘러싼 타락한 현실에 의해 타락하고 파멸해가는 입체적 인물의 전형임.

◆ 남편 :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아내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비인간적인 인물.

◆ 왕서방 : 중국인 소작인으로 복녀와 정을 통하다가 복녀를 죽이는 비정한 인물. 가진 자의 횡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정적 인물

● 구성 단계

◆ 발단 : 온갖 죄악의 소굴인 칠성문 밖 빈민굴의 복녀.

◆ 전개 : 복녀에게 닥쳐온 환경의 변화와 점진적인 타락. '성(性)'에 눈뜸.

◆ 위기 : 새 장가를 드는 왕서방에 대한 강한 질투

◆ 절정 : 복녀가 왕서방의 신방에 뛰어드나 도리어 자신의 낫에 살해당함.

결말 : 복녀의 주검을 둘러싼 비정한 돈 거래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환경적 요인이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질을 타락시켜 간다는 자연주의적인 색채가  잘 드러난 소설이다.  자연주의가 말하는 이른 바 '환경결정론'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환경에 지배되는 인간의 삶을 자연 과학적 관찰과 분석을 통해 냉철히 제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작품이다. 복녀의 출발은 도덕적 기품에서 시작되었다가, 복녀의 종말은 질투에 의한 폭력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으로 끝난다. 이 둘의 격차는 매우 크며, 작가는 그 과정에 '환경'이라는 주요한 조건이 개입되어 있고, 어떻게 하여 이러한 과정을 밟게 되는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였다.

구성상의 어색하고 허약한 점이 보이기도 한다. 가난의 하강 국면에 있어서 가난의 끝에 이르기 전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결국 가난의 끝에 이르고 마는 것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 송충이잡이에서 몸을 허락하는 복녀의 태도가 도덕적 기품을 가졌던 여인치고는 수긍되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것, 복녀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상황 처리에 있어서도, 새 여자에 대한 시샘과 질투는 아무리 보아도 어색하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결국, 환경의 변화에 따라가던 복녀는 비극적으로 죽게 되며, 이 죽음은 세 남자의 음모에 의해 왜곡된다. 도덕의 통제가 없는 환경에서 인간은 도덕적인 파멸 뿐만 아니라 자기까지도 파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감자>를 김동인의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의 한 전형을 이루는 작품으로 공인받게 한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사실주의 내지 자연주의 소설

◆ 배경

* 공간적 - 칠성문 밖 빈민굴

* 시간적 - 1920년대 식민지 치하

* 사상적 - 계급의식, 금권사상, 환경결정론

◆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인 서술자의 개입이 이루어짐)

◆ 표현상 특징

* 평안도 사투리와 하층 사회의 비속어 구사

* 장면 중심적인 사건 전개의 집약적 효과

◆ 갈등구조 : 복녀와 남편, 복녀와 왕서방의 갈등.  복녀와 환경과의 갈등

◆ 주제

* 환경으로 인하여 도덕적으로 피폐해가는 인간의 모습

* 비참한 환경이 빚어낸 한 여인의 비극

◆ 출전 : 『조선문단』(1925)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에서 보이는 자연주의적 특질을 지적해 보라.

⇒ 인간의 성격이나 내면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정론을 보여주고, 생존을 위해 다른 가치를 무시하는 인간상 즉, 생물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노골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2. 제목 '감자'는 이 소설의 주제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가 ?

⇒ 복녀는 감자를 캐다 들켜 왕서방에게 몸을 허락한다. 감자를 캐게 된 것은 가난 때문이다. 복녀의 호구지책이 감자 훔치기였고, 그로 인해 타락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감자는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그것은 '가난의 조건'이며, 그로 인한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상관물이다.

3. <감자>와 같은 자연주의적 색채가 드러나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을 써 보라.

⇒ <배따라기>, <김연실전>, <발가락이 닮았다>

● 더 읽을거리

◆ 서구의 자연주의와 이 작품의 자연주의의 차이점을 말해 보자.

⇒ 서구의 자연주의는 진보성을 특징으로 한다. 환경에 의해 인간의 성격과 행동이 결정된다는 결정론은, 환경 즉 주변의 실제 생활이 중요하다는 사실의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자연주의의 바탕에는 물질만을 좇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정신이 깔려 있었다. 생물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서구의 자연주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자>의 경우는 사회적 진보성과는 거리가 멀다. 다양한 방향으로 뻗쳐갔던 김동인의 실험 중 한 갈래가 <감자>를 낳았다고 보는 데서 그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서구의 여러 문예 사조가 1920년대를 전후한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소개, 수용되었으므로, 사실 어떤 사조의 역사적 사회적 뿌리를 캐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감자'의 서술 방식과 문체

이 작품의 서술 방식은 장면 중심적인 사건 전개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즉, 작가는 사건 전개에서 단편적인 장면들을 배치하고, 각각의 장면을 집약적으로 부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인물의 심리나 내면의 묘사보다는, 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 방식은 이 작품의 문체상 특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의 문체는 행위 중심의 사건 전개에 맞도록 속도감 있고 간결하게 되어 있다. 또 장면의 집약적 효과와 실감을 위해 평안도 사투리와 하층 사회의 비속어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 '복녀'라는 이름의 상징성

'복녀'는 한자로 '福女'이므로 '복이 있는 여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복녀'의 비극적 운명을 떠올리면 이 이름이 반어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한 삶 때문에 타락하고 결국 죽음을 맞는 복녀는 '복이 있는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박복한 여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녀'라는 이름은 매우 흔하고 서민적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녀의 운명은 1920년대 하층민 여성의 운명을 대변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복녀'라는 이름의 반어적 성격은 다른 한편으로 당대 하층민 여성의 불행한 삶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감자'와 '환경 결정론'

'감자'는 문예 사조의 관점에서 자연주의 소설(과학적 태도로 인생에 접근하여 대상, 즉 인생을 분석적 · 실험적 수법을 이용하여 표현한 소설로, 사회의 어두운 면, 인간의 추악한 면 등을 그대로 묘사하고 폭로하는 특징을 지닌다. 자연주의 소설은 이처럼 과학적 객관성을 그 특징으로 세밀한 묘사와 해부적 기법을 보여 주는데,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가 담겨 있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로 분류된다. 자연주의 소설의 주된 특징은 흔히 '환경 결정론'으로 대변된다. 환경 결정론이란 인물이 처한 환경(주로 사회적 환경을 의미함)이 인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복녀'가 가난과 물질주의라는 환경적 요인에 물들어 감으로써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것은 환경 결정론의 관점과 밀접히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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