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1974)

-한승원-  

◆ 소설 읽기  

● 줄거리

어머니는 막둥이가 형무소에 구속되어 있어서 면회를 가려 한다. 하지만 벌써 여남은 번을 가서 큰아들 일현은 더 이상 노비를 대어 주려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어머니는 미역 장사를 해서 스스로 벌어 쓸 결심을 한다. 미역 살 돈을 얻기 위해서 목수인 작은아들을 찾아간다. 기술이 변변찮은 데다 겨울이라 일감이 없어서 가난하게 지내고 있는 그는 구장네 집의 봄철에 할 일을 모두 하여 주기로 하고 미역 장만할 돈을 얻어다 준다. 돈을 얻어서 미역을 사고 딸네 집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막둥이의 생각이 떠오르며 자신의 남편이 죽은 사연을 자식들에게 했던 것을 후회한다. 죽은 아비는 그가 짓던 다섯 마지기 논에 참봉네 마름이 야박하게도 석삼 반이라는 엄청난 소작료를 물리자 약간의 친분이 있던 참봉의 아들을 찾아가 사정을 하다가 옆구리를 차인 게 화근이 되어 늑막염으로 죽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살라는 뜻에서 얘기했던 것인데 그것은 오히려 아들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그것은 해방 맞기 몇 해 전 흉년이 들어 자식들에게 먹일 것을 구하러 간 어머니가 마름의 밭 자운영을 뜯다가 봉변을 당하자 터져 나오게 된다. 마을 사람들이 합세하여 마름네 밭 자운영 밭을 밟아 버리고 곶간도 털어 버리자 피신해 있던 마름은 순사를 앞세우고 범인을 색출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막둥이를 피신시키고,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던 막둥이가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라는 편지를 받는다.

이 때부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면회는 시작된 것이다. 이 날 저녁, 딸네 집에 도착한 어머니를 딸은 만삭의 몸으로 반갑게 맞이한다. 늙고 약한 어머니를 보며 딸은 가슴이 아프다. 어머니를 돕기 위해 딸은 미역을 김으로 바꿔 온다. 김을 팔아 돈을 마련한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우유, 쇠고기 국, 떡)을 구하여 아들 면회를 간다. 그러나 교도소에서는 한참을 기다리던 어머니를 부르더니 막둥이는 목포로 이감되었다고 말한다. 놀란 어머니는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하고 따뜻하게 하려고 가슴에 품었던 우유는 떨어져서 박살이 나고 만다.

● 인물의 성격

◆ 어머니 → 평생 갖은 고생을 겪었으면서도 자식들을 향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눈물겨운 모성애의 소유자. '북어 껍질 같은 손', '가르릉거리는 해수 기침'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면서 그 인고의 삶이 가슴 아프게 제시됨.

◆ 큰아들(일현) → 급한 성격으로 도박을 즐긴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가난이라는 현실 때문에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인물임.

둘째아들(이현) → 애송이 목수로 성실하지만 늘 가난하다. 어머니를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을 가슴 아파한다.

막둥이 → 유순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으로 사려 깊은 태도도 보인다.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독립 투사를 암살하여 복역 중이다. 어머니의 가장 큰 근심거리이며, 소설의 마지막 부분으로 보아 사형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인물임.

◆ 딸 → 조금 사는 집에 시집을 갔으나 바다 일에 고생이 많고 시댁에서 구박이 심하다. 부부의 금슬은 그나마 좋은 편으로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 구성 단계

발단 : 둘째아들네 집을 찾아가는 어머니(현재)

전개 : 남편의 죽음과 아들들의 사고, 막둥이의 피신(과거)

절정 : 광복 후 살인죄로 복역 중인 막둥이(과거)

결말 : 딸네 집을 거쳐 막둥이를 면회가지만 만나보지 못하는 어머니(현재)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연작소설 <한(恨)>의 첫 번째로, 인간의 모정(母情)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인 늙은 어머니는 해수 기침을 심하게 앓는 몸으로 한겨울에 미역 장사를 한다.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는 막내아들에게 면회를 다니기 위해서이다. 아들 둘이 있지만 면회 다닐 여비 한 푼 보태 줄 형편이 못된다. 늙은 어머니는 섬에서 사온 미역을 딸을 통해 김으로 바꾸어다가 광주 시장에서 팔아 남긴 몇 푼의 이익금으로 막내아들에게 면회를 다니곤 한다. 면회를 할 때마다, 그 아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 어쩌는지 조마조마해 하며 고깃국을 마련하고 우유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 날, 면회 신청을 하자 그녀의 아들은 멀고 먼 형무소로 옮겨가고 없는 것이다.

이 작가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과 역사성은 이 소설에서도 가장 처절한 몸부림으로 드러난다. 일제와 해방 공간의 이념적인 갈등 대립이 밑바탕에 깔려 있고, 그 틈서리에는 가난과 암울한 슬픔과 분노가 어리어 있다. '어머니'의 막내아들은 일제 때 아버지를 병들어 죽게 한 친일파인 최 주사의 곳간을 털어다 먹고 도망친다. 광주의 한 과수원에서 일하다가 어느 테러단에 연루되어 무거운 형을 받게 된다. 작가는 이념성이 두드러지기 쉬운 여러 장면들을, 거부감이 일지 않도록 어머니의 사랑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이념적인 성격을 띤 여느 소설들과 구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오랜 감옥살이를 하도록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이 시작된다. 한은 이 소설의 이면적 주제이다. 한은 생명력의 또 다른 이름이며, 절망과 허무를 딛고 일어서려는 극복 의지의 미학이다.

이 소설의 문장은 특이한 만연체로서, 남도 지방의 판소리 가락이나 무당들의 넋두리, 푸념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개펄처럼 찐득찐득하게 달라붙는 이것은 작가가 어머니의 곡진한 사랑과 민족의 한을 밀도 짙게 표현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쓴 소설의 장치로 보인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어머니 한 사람의 시점으로 사건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어머니 모습의 묘사와 행위의 서술만은 전지적 시점으로 객관화하고 있다. 그리고 발단-전개-위기-절정의 점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구성 방법과 전통적인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소설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한' 연작의 주인공인 어머니들의 한은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갈등 때문에 남자들을 잃어 버린 데서 생겨난다. 그 남자 잃기는 앞서 지적한 식민지 시대의 수탈, 이데올로기의 갈등, 그 이후의 근대화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한> 연작에서 개인의 한은 사회적 조건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그 어머니들은 '한'에 대해 어떤 마음과 자세를 취하는가? 어머니들은 결코 꺾이지 않는다. 눈물은 수없이 흘리지만 패배주의적 체념에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복수심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 자식을 키우며 자식을 감싸 안는다. 그러므로 <한> 연작의 한은 고통을 이겨내려는 끈질긴 의지이거나 생명력이다. <어머니>의 내용에 한정해 말하면, 막둥이가 목포 형무소로 이감되었고 아들에게 줄 따뜻한 우유병은 박살이 나고 말았지만, 어머니는 또 다시 미역 장사를 해서 면회 여비를 마련하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승원 문체의 특징은 토속성(土俗性)이다. 말 뜻 그대로 시골 냄새가 풀풀 풍기고 구수하며 이따금은 거칠다. 그의 작품 배경은 거의가 남도 갯마을이고 등장 인물은 대체로 무식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거기 갯바닥 노동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간다. 긴 호흡의 문체가 시골 어머니들의 마침표 없는 넋두리와 똑 닮아 있다.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골머리 아픈 것이 우리네 옛날 어머니들이었다면 그 어머니의 복잡하고 다기한 심리 표현에는 최적의 문체일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연작소설

배경 : 시간적 → 일제 강점기 말부터 해방 이듬해

              공간적 → 전라도의 어느 바닷가 마을과 광주의 교도소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만연체의 문장과 역행적 구성 방식

주제 ⇒ 어머니의 한스러운 삶과 자식을 향한 지극한 사랑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의 문체와 내용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장의 길이가 길다는 것이다. 문단 하나가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할 정도로 길다. 예를 들면,

"미역 장사를 해야겠다고 이를 악문 채, 왼팔과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부지런히 내저으며 윗마을로 들어서는 늙은 어머니는, 비루먹은 황소 등허리의 털 빠진 살갗처럼 희끗희끗 쌓인 앞산의 눈을 쓸어 검은 들판을 건너온 찬바람이 마을 앞 사장의 늙은 팽나뭇가지를 스치고, 흰 가는 베 치맛자락과 반백의 머리털을 쥐어뜯을 듯이 싸고 돌았을 때 쿨룩 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시작되자 쪼그리고 앉아 윗몸을 움츠리며 연거푸 쿠울룩  쿠울룩 소리를 터뜨려 놓았다."

이 문장의 뼈대가 되는 내용은 '늙은 어머니는 기침소리를 터뜨려 놓았다.'이다. '늙은 어머니는' 앞에 '미역 장사를~들어서는'이라는 긴 관형절이 붙어 있다. 여기에 '비루먹은~싸고 돌았을 때'라는 부사절이 있는데, 이는 주인공이 기침을 하는 상황의 자연적 배경을 서술한다. 또 '미역 장사를~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다음에는 '기침이 시작되자~터뜨려놓았다'라는 문장이 종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짜여져 있는 이 문장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작가가 찍어놓은 쉼표가 4개인데, 최소한 여기서 한 번씩은 쉬어가며 읽어야 의미가 이해된다. 이렇게 껄끄럽게 긴 문장은 늙은 어머니의 한스럽고 신산스러운 삶을 다룬 내용과 조응한다.만약 이 작품이 짧고 경쾌한 단문 위주의 문장으로 서술되었다면 내용과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2. 작품 끝부분으로 갈수록 문장 길이가 짧아지는 이유는?

→ 이 작품을 주의 깊게 읽은 독자라면 '늙은 어머니'가 광주에 있는 형무소에 가는 대목에서부터 앞 부분에 비해 문장의 길이가 대체로 짧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이 날 밤 쇠고깃국을 끓여 놓고 밤을 숫제 하얗게 밝힌 늙은 어머니는 새벽녘에 일어나, 아직 열릴 생각도 않는 형무소의 철문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들어왓다."

이렇게 짧아지는 것은 이 작품의 결말과 연관이 있다. 부산하게 막내 아들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하는 '늙은 어머니'의 태도를 보며 독자는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늙은 어머니'는 끝내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막내아들을 면회하지 못한다. 목포로 옮겨졌다는 것이지만, 상황으로 보아 막내아들은 사형을 당했음에 분명하다. 이처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앞부분에 사용된 긴 문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3. 교도관이 어머니에게 아들이 또 있냐고 물은 이유는?

→ 교도관은 어머니에게 막내아들이 목포 교도소로 이감이 되었기 때문에 면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교도관은 아들이 또 있냐고 묻고는 다른 교도관과 말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는 목포로 이감 되었다고 말하고는 천장을 멀거니 쳐다본다. 이러한 교도관의 태도로 보아서는 어머니에게 차마 아들이 사형당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서 그러한 질문을 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 더 읽을거리

◆ 한승원(1939~ ) : 전남 장흥 출생.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한국소설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남도 지방의 판소리 가락에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인 한을 바탕으로, 개펄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끈적끈적한 생명력, 그 원초적인 역동성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면서 빚어지는 개인과 집단의 비극적 궤적들을 그리고 있으며, 그 전반을 지배하는 어둠에 빛을 던지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보여 주고 있다. 대표작으로 소설 <한>, <앞산도 첩첩하고>, <폐촌>, <낙지 같은 여자>, <안개 바다>, <누이와 늑대>, <극락산>, <불의 딸>, <포구>,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변의 길손>, <우리들의 돌탑>, <연가>, <해일>, <새터말 사람들>, <시인의 잠>, 대하소설 <동학제>외 다수가 있고, 수필집 <들꽃에는 바느질 흔적이 없다>,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와 시집 <열애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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