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혼(1973)

-김원일-  

◆ 소설 읽기  

● 줄거리

아버지가 잡혔다는 소문이 장터 마을에 깔린다. 나는 아버지도 다른 청년들처럼 총살당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굶주림이 더 심각하다. 어머니는 보리쌀을 얻으러 이모 집에 갔을 것이다. 아버지가 죽으면 그 많은 빚은 어떻게 갚을까 걱정이 된다.

몇해 전 해방이 되던 날, 아버지는 만세를 불렀고, 재작년부터 아버지는 숨어다녔는데, 난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 밤이 깊어도 어머니는 오지 않고, 모자라는 누나는 울기 시작한다. 무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큰 소리로 운다. 열흘 전에 순사들이 몰려와 집안을 샅샅이 뒤지면서, 아버지를 붙잡지 못하자 어머니를 끌고 갔었다. 그때도 누나는 큰소리로 울었다. 언니에게 친절히 대하는 분선이가 기특하고 또 불쌍하다. 나는 모든 것들이 싫어져, 밖으로 나와 어머니를 데려오마고 분선이를 달래며 걷는다.

해방되던 해 가을, 성묘를 갔을 때 나는 아버지에게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물었다. 아버지의 대답은 '모른다'가 답이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세상은 참 수수께끼란다. 모른다는 것이 맞는 답이 많거든' 하고 말한 게 생각난다.

함안댁의 낮은 담 안에서 새끼 꼬는 판돌이가 보인다. 해방 전 아버지가 야학당을 차렸을 때 판돌이의 머리가 좋다고 아버지가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대동아 전쟁으로 야학을 닫고 무슨 일인지 싸돌아다니고 두툼한 책을 읽곤 했다. 담뱃집 앞을 지나다 찬길이 형을 만난다. 술에 취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불안해 한다. 이모네 술집으로 들어서니, 어머니는 거기서 울고 있으면서 나에게 역정을 낸다. 이모는 나에게 밥을 실컷 먹이고는 이모부가 지서에 갔으니 이모부한테 아버지 소식을 알아 오라고 나에게 말한다. 나는 지서에 가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순사의 말을 듣는다. 이모부 또한 아버지가 죽었다고 침착하게 말해주고는 뒷마당으로 가서 가마니를 들어 아버지를 보여준다. 보랏빛이었다. 나는 울면서 낙동강변까지 마구 달린다. 강물처럼 쉬지 않고 자라야 한다던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너무 많은 수수께끼를 남겼다. 집안의 기둥으로 힘차게 버텨야 한다는 결심이 나의 눈물을 달래고 있음을 느낀다.

<에필로그> 육이오 때 이모부는 돌아가셨다. 성인이 된 후까지 이모부가 왜 아버지의 시체를 어린 나에게 확인시켜 주었는지 여쭈어 볼 수가 없었다.

● 인물의 성격

갑   해 : 좌익 운동을 하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우는 소년으로, 이 소설의 화자임.

아버지 : 고학으로 일본 유학을 한 뒤, 광복 후 좌익 활동을 한 인물

◆ 어머니 : 남편 때문에 수시로 경찰서에 끌려가 고초를 겪는 여인

◆ 이   모 : 어머니의 언니로, 술장사를 함.

◆ 이모부 : 갑해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시켜 줌.

◆ 그   외 : 천치 분임(누나), 분선(동생)

● 구성 단계

◆ 발단 : '나'는 장터에서 아버지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음. 가족을 굶주리게 한 아버지를 미워함.

전개 : '나'는 좌익 운동을 하는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함. '나'는 아버지 대신 잡혀간 어머니를 찾아다님.

◆ 위기 : '나'는 이모네 술집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게 됨.

◆ 절정 : 체포된 아버지는 좌익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당함. 이모부는 '나'에게 아버지의 시체를 보여줌.

◆ 결말 :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집안의 기둥으로 용기를 가지고 버텨야 한다는 삶의 의지를 다짐.

◆ 에필로그 : 6 · 25때 이모부는 돌아가셔서, 왜 어린 나에게 아버지의 시체를 확인시켜 주었는지 그 이유를 여쭈어 볼 수가 없음.

● 이해와 감상

 <어둠의 혼>은 해방 직후 좌익과 우익 간의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한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빨치산을 아버지로 둔 소년의 관찰자적 시점을 선택하고 있기에, 좌우익 간의 이데올로기 대립같은 복잡한 정치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그 대립이 낳은 민족적 비극을 제대로 형상화할 수 있었다.

 

유년기 소년의 시점에 의한 작품이기에 이데올로기의 정면적 대립보다는 그것이 낳은 비극적 측면인 가족관계의 붕괴와 가난의 고통을 형상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좌익 이데올로기를 택한 아버지는 가족의 생활은 아랑곳없이 사상과 신념에만 투철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좌익 이데올로기는 주인공 갑해에게는 가족들로부터 아버지를 빼앗아 간 원흉으로, 나아가 가족들을 극도의 가난으로 몰아넣은 원흉으로 인식된다.

 

아버지가 소년에게 들려준 두 이야기(닭과 달걀, 개구리)는 아버지가 이데올로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암시하고 있다. 곧 해방 직후의 상황에서는 좌우익 이데올로기 중 어느 쪽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것이 정답이지만, 그럼에도 청개구리같이 뛰어오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곧 좌우익 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이모부가 갑해에게 구태여 아버지의 주검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조국이 분단된 상황에서는 갑해 역시 아버지처럼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음을 확인시키는 것과 같다. 아버지의 죽음이 누구의 책임이냐 라는 의문 이전에 아직도 이데올로기를 선택해야만 하는 분단 상황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분단소설, 전후소설, 성장소설 

 - 회상적, 독백적

◆ 배경 : 해방 직후 좌우익의 이데올로기가 극심한 시대(1949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어린이 화자의 시점)

◆ 표현상 특징

* 현재형 시제로 호흡이 급박한 문체

* 어린 화자를 통해 상황 묘사에 사실성을 부여함.

◆ 주제 좌익활동으로 인한 가족의 불행과 그것에 대한 객관적 긍정

              이데올로기의 허구성과 분단의 상처 극복의지

● 생각해 볼 문제

1. 에필로그를 통해 작가의 시대의식이 어떠한지 요약하라.

⇒ 에필로그는 화자가 성인이 된 지금에, 과거를 조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시점은 역사적 평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성을 확보한다. 작가는 당대의 아픔이 이념의 맹목성에 휘말린 결과였으며, 좌익에의 경도가 완전한 오류였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것 또한 민족의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작가의 의식은 진보적 경향을 띠고 있다.

 

2. 이모부가 구태여 갑해에게 총살당한 아버지의 주검을 보여 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 갑해 역시 아버지가 처했던 상황(분단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의 비운을 직시하고 그것을 잊지 않는 가운데 의지를 품기를 바라는 태도 때문이다.

 

3.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갑해가 지녔을 마음가짐은 ?

⇒ 당장의 생존에만 매달림으로써 아버지의 죽음이 준 충격을 극복하는 문제는 뒤로 미뤄진다.

 

4. 보랏빛 이미지는 여러 가지의 상징성을 띤다. 그것이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말하라.

⇒ 죽음과 불행의 이미지를 띠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어머니의 피멍 든 모습, 가정의 파탄, 아버지의 죽음으로 드러난다. 이 보라색은 이후 어른이 된 주인공에게 과거의 사건과 그 상처를 회상 · 확인시켜주는 근원이 된다.

 

5. 화자인 갑해와 아버지 사이의 거리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 갑해에게 아버지는 먼 거리에 놓인 인물이다. 그것은 지적 높이 때문이다. 그러다 아버지의 좌익 활동의 파장이 집안에까지 직접 미치면서 그 거리는 조금 단축된다. 그러나 그것은 증오에 의한 것이다. 그러다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러 그 죽음의 의미를 조금 깨달으면서 정신적 거리는 축소되어 간다.

 

6. 어린 서술자를 통해 얻어지는 소설적 효과는 ?

⇒ 아이는 어른들의 이념 대립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대립의 결과는 아이에게 온통 주어진다. 그리고 아이의 위상이나 민중의 위상이나 동일한 의식 수준을 보였음을 상기할 때, 이념 대립의 피해자는 민중이었던 셈이다. 어린 서술자는 이념보다 이념의 패해를 절실히 보여주는 데 적절한 시점이 되고 있다.

 

7. 아버지가 들려준 '청개구리' 이야기는 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자.

⇒ 청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날이 갈수록 더 나아져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당시 사회 현실 또한 더 진보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진보의 끝이란 없고, 언제나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8. 결말 부분에서 '강물'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의이미지는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나'는 흐르는 강물을 보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9. 작품의 후반부에서, 이모부가 소년에게 아버지의 시체를 보여 준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그에 따라 희생되어야만 하는 아버지의 세대를 확인하고, 전쟁이라는 역사적 혼란의 이유를 묻는 것과 동시에 그것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타개해 나가야 하는 일이 소년에게 남겨진 과제라는 점을 암시한다.

● 더 읽을거리

◆「어둠의 혼」에 나타난 작가의식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가족 관계의 단절과 가난을 초래한 것이 개인의 책임이냐 시대 상황의 책임이냐 하는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이 물음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소년으로 하여금 그것을 스스로 모색하게 한다. 결말부에 가서 이모부가 소년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굳이 보여준 이유도, 전쟁이라는 역사적 혼란의 이유를 묻고 그것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소년에게 남겨진 과제임을 암시하는 것이며, 전쟁 전후의 상황에 대한 단정적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작가 의식의 소산인 것이다.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며 새삼 두려움에 떠는 소년의 모습은, 삶의 외경을 통하여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아버지의 삶과 나의 삶의 연관성

* 지적 수준이 높음 → 거리감을 느낌

* 좌익 활동 → 가족의 굶주림과 미워함, 이해 못함.

* 검거됨 → 불안과 저주

* 총살당함 → 죽음의 의미 깨달음, 삶의 의지를 다짐.

 

◆ 분단 문학에 대해서

분단문학은 남북 분단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씌어진 작품이나 혹은 분단의 상황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을 말한다. 즉 남북 분단의 원인과 고착화 과정, 그리고 이것이 오늘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 것을 말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6 · 25 소설' 혹은 '전쟁소설'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였으나, 단지 전쟁이라는 현상에만 시선이 고정되는 것일 뿐, 포괄적이지 못함으로써 분단소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분단문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보면, 1950년대는 6 · 25를 경험한 세대의 문학 행위 속에 그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감상으로, 전쟁 일반에 대한 공포와 허무의식,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대한 부정과 휴머니즘적인 호소 등이 나타난다. 1960년대는 4 · 19와 함께 허무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혐오를 벗고 분단에 대한 본격적인 내면 탐구를 하게 되낟. 1970년대는 유년기에 전쟁을 체험한 작가들이 유년기 화자를 내세워 세계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닥친 세계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 1980년대는 향상된 민중의식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을 하여, 분단의 원인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을 하고 있다.

분단문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이나 혹은 분단 상황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여 그것의 극복을 위해 씌어진 소설로 보는 입장이 그것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소재적 차원에서 심정적으로 분단을 다루어 왔으나, 80년대 이후에는 이데올로기적인 접근과 분단의 외재적 · 내재적 원인 등에 대한 접근이 시도되었다. 대표작으로 김동리의 「흥남철수」, 선우휘의 「불꽃」, 최인훈의「광장」, 윤흥길의「장마」, 이문열의 「영웅시대」, 이병주의 「지리산」, 조정래의「태백산맥」,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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