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파산(1949)

-염상섭-  

◆ 소설 읽기  

● 줄거리

정례 모친과 옥임은 소학교 적부터 같이 자랐고, 동경여대를 다닐 때도 함께 고생하던 친구이다. 옥임은 스물 예닐곱까지 동경에서 신여성 운동과 연애를 하면서 멋대로 놀다가 지금 영감의 후실로 들어간다. 그 영감은 증경 도지사를 하다가 전쟁 말기에는 군수품 회사의 취체역과 감사역을 지낸다. 옥임은 별 어려움없이 호강하면서 산다.

정례 모친은 신수가 멀쩡한 호남자와 결혼했다. 그녀의 남편은 무슨 정당의 조직부장과 훈련부장을 하고 다니면서 빈둥빈둥 논다. 정례모친은 가게를 하기로 작정한다. 그녀는 남편을 졸라 집문서를 은행에 넣고 삼십만 환을 은행에서 빌린다. 당장 급한 것을 정리하고 나니 이십만 환이 남는다. 그 돈으로 원래 선술집이던 것을 팔천 원 월세를 얻어 학용품 상점을 벌린다. 돈이 부족하자 동업의 조건으로 옥임의 돈을 쓴다.

가게는 조금 외진 골목 안이기는 하지만 여자 중학교와 국민학교가 길 건너로 마주붙은 네거리에 위치하여 그런대로 재미를 본다. 옥임은 가게에서 일을 하지도 않고 매달 이익금만 챙겨간다. 정례 부친은 구멍가게에서 용돈을 얻어다 쓰는 것이 좋지 않다고 작년 겨울 아버지로부터 땅뙈기를 팔아서 택시를 부렸다. 그러나 가게에서 돈을 빼가기만 하자, 이를 본 옥임이 자기의 돈을 빼가겠다고 한다. 정례 모친은 시원하게 생각하지만 당장 돈을 빼줄 방법이 없어 난감해 한다.

옥임은 가게를 누구에게 소개하겠다면서 자기 돈 십만 환 빼갈 궁리만 한다. 옥임은 동업 조건으로 십만 환을 빌려주고 밑천의 두 배를 빼가고도 밑천과 이자를 받겠다면서 팔만 환 보증금의 영수증을 담보로 받고 출자금을 일할 오부 변의 빚으로 돌린다. 정례 모친은 교장에게 오만 환을 빌려 가게에 만화책을 세운다. 그러나 땅뙈기는 자동차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자동차는 수선비로 녹여 버리고 상점에서 흘러나간 칠팔만 환 돈은 고스란히 떼어 버려, 오만 환의 빚만 늘어난다.

정례 모친은 옥임이 미워, 네가 그 이자를 받나 내가 배기나 보자는 심산을 가진다. 옥임은 자기가 과하다고 뉘우친 것인지 팔만 환 증서를 가져서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가게에 들리지도 않고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이십만 환을 채우기라도 하려고 했던 것인지 8개월이 지나자 옥임이 가게에 나타난다. 그리고 급히 이십만 환을 교장에게 빌렸다면서 계산하기도 쉬우니 변리와 원금 이십만 환을 그에게 치르라고 한다.

정례 모친은 요사이 그 돈 이십만 환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교가 파한 뒤 유리창을 통해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 길을 내다보고 있던 정례는 교장 선생이 온다면서 눈살을 찌푸린다. 상점 안을 둘러보던 교장은 정례 모녀에게 빚독촉을 한다. 한달 이자 칠천 오백 환을 주자 교장이 본전은커녕 이자까지 밀린다고 불평이다. 정례 모친은 돈벌어서 남의 좋은 일만 시킨다고 불평을 한다. 이번에는 본전까지 해주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교장은 김옥임에게 이십만 환 조건을 대지르고 여기서 돈을 받아가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정례 모친은 얼굴이 빨개가지고 눈을 새로 뜨면서 그렇게 못한다고 한다.

일 주일 후 황토현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던 정례 모친은 옥임으로부터 젊은 서방을 믿고 그러느냐는 폭언을 듣는다. 육십이 넘은 아버지 같은 영감과 사는 그녀의 히스테리라고 창피하게 생각한 정례 모친은 옥임을 끌고 뒷골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옥임은 우정이고 뭐고 돈이나 내라고 한다. 생전 처음 당하는 봉욕에 눈앞이 아찔하여 정례 모친은 옆골목으로 줄달음을 친다. 옥임은 영감의후실로 호강도 했지만 반민법이 통과되면 재산을 몰수당할 것이므로 살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정례 모친이 혼쭐이 나서 도망치는 것을 보고 옥임은 가슴이 후련해진다. 젊은 남편과 자식을 둔 정례가 자기보다 낫다고 생각되어 은연중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혼을 내주었다면서 표라도 받아다 달라는 옥임의 말을 들은 교장은 이튿날 정례 모친을 찾아와 빚독촉을 한다.

옥임의 성격 파산이 가엾다면서 울었다는 정례 모친은 이십만 환 표와 이만 환을 교장에게 준다. 그후 두 달 걸려서 교장 영감의 오만 환은 갚았지만 석 달째 가서는 가게 주인이 교장으로 바뀐다. 교장은 이북에서 넘어온 딸내외에게 알맞은 장사라고 옥임에게 얼마간의 돈을 얹어 주고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정례 모친은 죽도록 벌어서 남좋은 일만 시켰다고 절통해 하다가 울화가 터져 눕는다. 정례 부친은 자동차를 놀려 보고 싶어하는 옥임이에게 맞는 어수룩한 차가 나타났다면서 집문서는 옥임의 돈으로 도로 찾을 것이라고 껄껄 웃는다.

● 인물의 성격

◆ 정례 모친 → 여자 대학을 나오고 건실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여성이지만, 친구의 정신적 파산에 의해 물질적으로 파산한다.

◆ 김옥임 → 신여성으로 정례 모친의 친구이나 고관의 후실로 들어가 호강하면서 살지만, 정례모친의 삶을 부러워 하여 화풀이를 하기도 하는 히스테리가 있는 여인이다. 반민법으로 재산을 몰수당할 것을 걱정하여 살길을 찾기 위해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파산하는 인물임.

◆ 교장 → 해방 후 변모한 지식인의 모습으로, 품위를 지키려고 하면서도 돈과 자신의 이해 때문에 정신적으로 파산해 가는 고리대금업자이다.

정례 → 어머니의 일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처녀이다. 고리대금업자를 멸시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대변해주는 인물이다.

정례 부친 → 정치를 하면서 무위도식하는 인물로, 경제력도 없다. 옥임에게 자동차를 미끼로 사기칠 궁리를 한다.

● 구성 단계

◆ 발단 : 해방 후 정치에 뛰어든 남편 대신 살림을 위해 은행빚을 얻어 가게를 여는 정례 모친

◆ 전개 : 장사가 어려워지자 옥임에게 빚을 얻어 가게를 운영함

◆ 위기 : 정례 부친의 자동차 사업 실패와 이자마저 못 갚는 어려움

◆ 절정 : 옥임에게 빚 때문에 망신 당하는 정례 모친

결말 : 정례 모친이 옥임에게 가게를 뺏기고 옥임의 성격 파산을 한탄

● 이해와 감상

해방 후 혼란된 시기의 두 사람의 지식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물질적(정례 모친) 정신적(김옥임) 파탄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두 여성의 파산을 보여주면서 누가 진정한 파산자인가를 성급하게 단정짓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작품에 참여하여 판단할 수 있도록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두 여성 모두를 비판하는 작가의 모습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으며, 점진적 개량주의자로서의 면모까지도 엿볼 수 있다.

작가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 → 정례 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현실을 살아가는 개성적 인물들 중의 하나일 뿐임을 그리고 있다. 옥임의 남편이 친일파인 점을 중시한다면, 작가는 가난하면서도 지조를 지켜 새로 찾은 나라를 위해 정치 일선에 나선 정례 부친을 긍정한다고 보기가 쉽다. 그러나 정례 부친도 무위도식을 일삼고, 급기야는 어수룩한 자동차를 가지고 옥임이를 사기쳐 먹을 궁리나 하는, 그렇고 그런 인물로 그려 놓고 있다.

옥임의 정신적 파탄과 정례 모친의 물질적 파산 → 평범한 사건이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당대(해방공간)의 삶의 진실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당대의 경제적 현실과 당대인의 세계관의 단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지루할 정도의 긴 문장(만연체) → 이러한 문체는 내용의 흐름을 유장하게 만들어 사건의 긴박감을 줄이는 데다가, 대화보다는 내레이션에 의해 사건을 진행시켜 가므로 지루함을 더해진다. 이런 긴 문장은 염상섭이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게 설명하고 묘사하려는 의식의 반영이다. 만연체 문장이 원래 세계의 논리적 파악과 객관적 설명에 자연히 따르게 되는 문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염상섭의 문체와 작가 정신은 동일한 태도에서 형성된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세태 소설

배경

* 시간적 → 해방 직후 1940년대 후반.

* 공간적 → 해방 후의 물질적 정신적 파산이 이루어지는 서울 황토현의 학교 부근

* 사상적 → 배금주의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자연주의적 수법, 사실적이고 객관적 서술, 치밀하고 묘사적인 문체

* 부정과 풍자의 효과, 사투리(경기) 사용으로 현실감이 돋보임.

* 부정적 관점 → 지겨운 문장, 평탄한 사건, 극적 구조의 결핍

주제 해방 후의 혼란상과 물질적 정신적 파산(물질 만능의 세태 풍자)

◆ 출전 : <신천지>(1946)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의 문체적 특징에 대해 말해 보자.

⇒ 만연체

2. '두 파산'은 각각 무엇을 두고 한 말인가?

⇒ 정례 모친의 물질적 파산, 옥임이의 정신적 파탄

3. 이 작품이 리얼리즘의 대표작이라면, 그 근거는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 일상의 세세한 면을 포착하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장황하게 묘사하는데, 이는 시대의 풍속을 객관적으로 그리는 태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정례 모친이 교장한테 옥임에게 갖다 주라면서 선뜻 이십만 원 표와 이만 원을 줄 때의 심정이 드러난 곳을 찾아 써 보자.

⇒ " ~ 예전엔 셰익스피어의 원서를 끼구 다니구 <인형의 집>에 신이 나 하구, 엘렌 케이의 숭배자요 하던 그런 옥임이가, 동냥 자루같은 돈 전대를 차구 나서면 세상이 모두 노랑 돈닢으로 보이는지? 어린애 코 묻은 돈푼이나 바라고 이런 구멍 가게에 나와 앉었는 나두 불쌍한 신세이지마는, 난 옥임이가 가엾어서 어제 울었습니다. 난 살림이나 파산 지경이지. 옥임이는 성격 파산자인가 보드군요. ~ "

5.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쓰시오.

⇒ 해방 이후 정당하고 생산적인 경제 활동보다는 부당하고 비생산적인 경제활동이 주를 이루던 혼란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한다. 고율의 이자나 떼어 먹는 고리 대금업이 성행하고 높은 이자로 인해 정당한 노동 행위가 불가능해지는 부패한 중산층 시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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