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에 관한 명상(1979)

-김원일-  

◆ 소설 읽기  

● 줄거리

철새들 특히 도요새의 도래지로 유명한 동진강 하구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북한에서 재력 있는 수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6.25 때 인민군으로 참전하여 포로로 국군에 전향한 후 부상을 입고 대위로 예편한 사람이다. 그는 학교 서무과장을 지내면서 아내의 강요에 못 이겨 공금을 유용하다가 실직하게 된다.

51세의 실직자인 그는 북에 두고 온 애인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한 소극적인 인물이며 현실에 무관심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생활력이 강한 적극적인 인물로서 모든 일들을 맡아서 처리하나 무식하고 직선적이다. 그들은 단지 자식들을 매개로 부부 관계를 유지할 뿐 각자 별개의 생활로 서로 무관심하다. 큰아들 병국은 서울의 일류 대학에 다니는 촉망받던 존재였으나 시국 사건에 뛰어들어 퇴학을 당하고 낙향을 한다. 그는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조류와 동진강의 오염에 젊음에 불태운다. 둘째 병식은 재수생으로 무기력하고 줏대 없는 행동의 소유자로서 용돈을 위해서 철새들을 박제하는 일에 협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성된 가족들이 엮어내는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사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 새떼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환경 문제를 조사해 나가는 병국이의 집념, 항상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는 실향민인 아버지의 내면 세계 등으로 이어진다.

한편 도요새를 노리는 밀렵꾼의 생태, 새들이 집단으로 죽어가는 원인과 동진강의 오염 상태 등을 추적하다가 군인들에게 붙잡혀 풀려난 병국은 새들의 죽음에 병식이가 관련되었다는 단서를 잡고 추궁한다. 그러나 동생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하면서 그런 문제에 열중하는 형을 경멸하고 무시해 버린다. 병국은 모든 공장들이 동진강 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힘으로 동진강을 예전처럼 철새의 낙원으로 살리리라고 결심한다.

● 인물의 성격

◆ 아버지 : 실향민, 고향을 그리워하는 소극적이고 이상적이나 자상한 면모를 지님.

◆ 어머니 : 적극적이고 억척 같은 생활인이나 무계획적임.

◆ 병국 : 장남. 수재이나 시국에 연루되어 퇴학을 당함.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행동적이며 적극적인 인물임. 도요새를 절대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며 지키고 보호하려 함.

◆ 병식 : 동생. 재수생으로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며 타산적인 인물임. 도요새를 밀렵하여 박제상(剝製商)에게 내다 판다.

● 이해와 감상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제10회 한국 창작 문학상을 수상한 중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분단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서정적인 배경과 더불어,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의 형태로 더욱 심화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서도, 타락한 세계에 대한 개인의 또다른 저항 양태를 보여준다. 이것은 곧 순결한 의식의 영역을 스스로 지켜나감으로써 이 타락의 세계에 거부하는 태도임을 뜻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제각각의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병식의 눈으로, 둘째는 병국이, 셋째는 아버지, 그리고 끝으로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서로 이질적인 인물들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아버지의 정신적 상처를 통한 실향민들의 한, 병국이의 퇴학, 공해 문제에 대한 심각성 등 현대 사회의 문제와 지식인들의 갈등을 부각시켜 줄 수 있었다. 이는 내면성의 추구, 사건의 내면화를 최대한 살려 낼 수 있게 하고, 사건의 전개 발전을 밀도있게 다룰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결말에 이르러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환하여 독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기법상의 효과를 노리는 소설적 장치인 것이다.  이같이 김원일의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기법의 새로움, 소재의 특이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 유형의 설정 등을 통해서 참다운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작가 의식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도요새'는 아버지와 병국 사이에 존재하는 정신적 유대감을 상징하는 기능을 한다. 아버지에게는 고향을, 병국에게는 정신적 자유를 상징하는 이 도요새는 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이 상처는 민족 분단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작품 <도요새에 관한 명상>은 곧 6.25라는 비극적 역사에 대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현대, 중편소설

배경

* 시간적 : 1970년대 후반 도시의 산업화로 공해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시기

                         ( 6. 25를 전후한 시기가 회상의 공간에서 다루어짐 )

* 공간적 : 동진강 유역의 오염지대

시점 : 시점의 이동이 자유로움(1인칭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등장인물들 각각의 시점으로 서술됨.

주제

* 민족적 비극의 역사적 상황과 공해 문제의 도출

* 타락한 삶에 대한 비판과 순수한 인간성 회복

출전 : <한국문학>(1979) 제68호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작자가 전하려는 의도는 아버지에게 있어 어떻게 형상화되었는가?

2. 이 소설의 시점은 각기 다른 1인칭 시점이다. 이런 시점의 장단점을 말해 보자.

3. 가장 긍정적 인물로 제시된 병국이의 행동을 요약해 보고, 공해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해 보자.

● 더 읽을거리

◆ 줄거리 :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모든 강은 바다로 이어졌다. 연장 오십 사 킬로미터의 동진강도 동해 남단의 바다에 와 닿아 있었다.

나는 강 하구의 얕은 언덕에 앉아 있었다. 날이 밝아 오고 있는 참이었다. 강 하루에서부터 갈매기들이 날아올랐다. 한껏 해방된 그 날개짓이 부러웠다. 순간 나는 형을 생각했다. 봄부터 철새와 나그네새에 미쳐 버린 형이었다. 나는 다만 벌레처럼 지방대학의 입시에 매달려 살고 있었다. 사이나를 넣은 콩을 뿌려 놓고 족제비가 가 버린 지도 벌써 한참이었다. 혼자 삼십 분쯤은 이 언덕에 앉아 내가 한 일은 수음밖에 없었다. 나는 고고 미팅에서 만난 윤희를 또 생각했다. 여관으로 가자고 할까 봐 윤희는 잽싸게 줄행랑을 친 뒤였다. 놀기만 좋아하는 팅돌이인 족제비는 나와 같은 재수생이었는데 지금부터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족제비를 따라 나섰다. 족제비는 사방 오백 미터 정도의 면적에다 불린 콩을 띄엄띄엄 흩뿌렸다.

집으로 와서 나는 종옥이에게 엄마가 외출하면 학관비와 식대를 놓고 가라고 말했다. 나는 미닫이 방문을 열었다. 형의 피폐한 모습이 순간적으로 나를 두렵게 했다. 형은 한때 나의 우상이었다. 형은 서울의 명문 국립대학 사회계열에 너무나 당연한 듯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다. 군무를 끝내고 복학을 한 지 육개월 남짓, 형은 정부가 금기로 지목하는 나쁜 시력 때문에 문구가 삽입된 선언문을 찍어냈다. 형은 햇병아리 같은 노란 얼굴로 초라하게 낙향했다.

아버지는 올해 쉰 하나로 강원도 통천군 두백리가 고향이었다. 작년 초까지 아버지는 시내 공립중학교 서무과장이었다. 엄마는 깨어지려는 계를 수습하려고 아버지를 설득시켜 공금으로 쓰고 메워 내지 못해 작년 학기말을 끝으로 물러 나오고 말았다. 나는 가방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잘름거리며 달려와 내 옆에 섰다. 월말이면 원호금 타서 돌려준다며 오천 원만 빌려 주라 했다. 나는 몸을 획 돌렸다.

 

구월 중순을 넘기면서 가을도 한 발 성큼 다가섰다. 오 년 전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수 십 마리, 그 이상으로 떼를 이룬 도요새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정배 형은 이 시의 유일한 관립 초급대학에서 생물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육 년 선배였는데 공해 문제와 수질 오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방면의 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그네새의 습성과 도래에 관해 자문을 얻기 위해서 정배형을 찾았다.

학교 대형 게시판의 제적자 명단에 내 이름이 나붙기는 이 년 전 가을이었다. 고향에서 나는 당분간 칩거를 각오했다. 엄마는 마치 거지가 되어 돌아온 이도령을 맞이하듯 시종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내 방의 책을 마당으로 꺼내어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아우도 경멸하는 눈으로 봤고, 두 가족에 비하면 오직 아버지만은 내 편이었다.

방안에서의 감금 상태의 생활에도 한도가 있었다. 나는 가족이나 사회나, 어느 곳에서도 내가 적응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죽음을 거부하면서도 삶답지 못한 생존의 늪을 허우적거릴 때 이 도시의 생활 환경이 왜 자연을 파손시키느냐의 또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배형과 함께 도요새를 찾아 헤맸다. 가을이 왔지만 이제 동진강 하류의 삼각주에서 중부 도요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진강은 이미 공장지대에서 흘러내린 폐수로 수질이 크게 오염되고 말았다. 내가 중학교에 갓 들어갔을 적만 하더라도 석교천의 개울물은 투명한 은빛이었다. 석교마을 앞까지 오면 석교천과 동진강이 합쳐지고, 우리는 비로소 거대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못자리에 기름 물이 스며들지 않나, 비싼 돈을 들여 모를 내도 뿌리째 썩어 버리니 결국 폐농을 하고 말았다며 이 석교마을에서 삼대 째 살아오고 있는 전직 읍서기 출신 임 영감의 목소리는 허탈했다.

나는 웅포리로 가는 참이었다. 서울서 내가 낙향했을 무렵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황해도 해주 출신의 할머니집(해주집)을 찾았던 것이다. 그때 목조 식탁에서 소주잔을 놓고 마주 앉아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가 바다를 볼 때 느끼는 의미며, 도요새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근원을 처음으로 가슴 깊게 새겨들었다. 아버지는 일사후퇴가 끝난 뒤 다시는 고향을 밟지 못했고,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색 낡아 누렇게 바래진 우표 만한 증명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얼굴의 처녀였다. 아버지의 주름진 눈이 물기로 번쩍였다.

 

병식이는 제 어미로부터 만오천 원의 돈을 타내어 가던 날로 독서실에 박혔는지 사흘째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고, 병국이도 집을 비우고 있었다. 아내는 아들 병국을 찾아 주릴 틀고 오라 했고 동해식당에 들러 이잣돈을 받아오라 했다. 휴전이 되던 해, 상이군경 재활원에서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피난길에 가족을 잃고 떠돌다 정착한 쾌활한 처녀였다. 집에선 아내의 등세에 눌려지냈고, 직장에선 실향민으로서의 적막감은 가중되었다. 장교 한 명과 사병 한 명이 집안으로 들어서 병국을 찾아왔다. 이런 종류의 일은 올 여름 들어 벌써 두 차례였다. 한번은 성창 비료 석교 공장의 노무과장이 찾아와 병국이가 회사를 상대로 관계 요로에 진정서를 보냈다고 해서 내가 그 각서에 연대보증을 서고 부대를 나왔다. 병국에게 해주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병국은 지난 여름 해주집에서 본 꼽추붕어가 생각나 식욕이 없다고 했다.

다섯 해 전 초겨울 저녁, 고향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신문을 쥔 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내는 빈정거렸다. 나는 회답이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서울서 중앙 정보부 요원인 중년 사람이 나를 찾아와 남파된 간첩과 접선이 되어 구속된 사건을 말했다. 나는 그 고향 사람의 집안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 그를 도울 수 있는 유리한 증언을 해주었다. "내가 뭐랬소. 혹 떼러 갔다 혹 붙이고 온 격이지." 아내가 고소하다는 듯 빈정거렸다.

이씨는 시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메스를 집어들었다. 아주 간단히 꼬마물떼새의 목을 싹둑 잘랐다. "이제 박제도 한물 갔어. 야생 조류가 자꾸만 귀해지니깐." 이씨가 말했다. 지하실은 건조했고, 이상야릇한 냄새로 꽉 차 있어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족제비는 이씨로부터 만칠천 원을 받았다. 중앙 공원의 로터리에서 둘은 헤어졌다. 형제는 학관 앞을 떠나 뒷골목의 간이 주점으로 들어갔다. "너 그날 석교천 방죽에서 말야, 새를 독살하고 오던 길이지?" 병국의 언성이 높아졌고 박제하는 놈을 대라며 아우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못 불겠다는 아우 말에 병국의 주먹이 아우 턱을 갈겼다. 병식은 형을 홀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재빨리 출입문을 열었다.

병국은 경찰을 앞세워 박제사의 집을 덮칠 의사는 추호도 없었다. 또 박제품이 지정된 보호조가 아닌 이상 그 처벌 법규도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병국은 중앙공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그가 찾아갈 곳은 개펄밖에 없었다. 병국은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눈앞에 수백 마리의 도요새 무리 가운데 한 마리를 매가 쫓는 꿈을 꾸었다. 병국이가 눈을 뜨니 버스 안내원이 종점이라고 했다. 바다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갈매기, 한 무리의 청둥오리 떼, 작은 물떼새를 보고 바람이 차가워지자 병국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위벽을 긁으며 허기가 전신을 저려 왔다. 해주집 술청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가게문도 반쯤 열려 있었다. 병국은 가게문 안으로 들어서려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묶었다. "아우, 자넨 그렇게 통일이 올 거라고 믿는다 이 말이군." 술집 안으로 들어가 그들 사이에 섞일까 어쩔까 하다가 병국은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리고 말았다. 저들의 맺힌 한에 그 자신의 말이 아무런 도움이 못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병국의 눈앞에 홀연히 한 마리의 도요새가 날아올랐다. 도요새야, 너는 동진강 하구를 떠나 어디에다 새로운 도래지를 개척했느냐? 병국이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도요새를 따라 갔다. 그러자 도요새의 비행은 그의 눈앞에서 곧 사라지고 말았다. 병국은 종점 쪽으로 걸음을 빨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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