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짓는 늙은이(1950)

-황순원-  

◆ 소설 읽기  

● 줄거리

송 영감은 독 짓는 늙은이로서, 독 짓는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 가난하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병든 몸이다. 그런데 송 영감의 아내는 병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조수와 함께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송 영감은 꿈 속에서조차도 도망간 아내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도망간 아내네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수록 아들 당손에 대한 애정은 깊어간다. 송 영감은 조수가 이 가을 마지막 가마에 넣으려고 지어 놓은 독을 깨부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나, 당장 자기네 부자(父子)가 살아기기 위해서 다시 독을 굽기로 작정한다.

송 영감은 독을 서둘러 지어야겠다는 강박관념과 독을 지을 때마다 도망간 아내와 조수의 얼굴이 떠올라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쇠약해진 몸으로 한 가마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독 짓기를 계속하지만 지쳐 쓰러지기가 일쑤이다. 쓰러져 누울 때마다 아들 당손이는 아버지가 죽지나 않을까 해서 울먹인다. 쓰러졌던 송 영감이 정신을 차린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당손이는 아버지가 깨어나자, 이웃에 사는 방물장수 앵두나무집 할머니가 준 밥그릇을 내민다. 송 영감은 당손이에게 "누가 랑질 해 오라더냐"고 화를 벌컥낸다. 그러나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는 당손이와 함께 밥을 먹는다.

다음날 앵두나뭇집 할머니는 미음 사발을 들고 송 영감을 찾아 온다. 그리고 송영감이 미음조차 잘 넘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송 영감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손이를 다른 집에 보낼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송 영감은 자기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렇게 못한다면서 쓰러져 있던 사람같지 않게 고함치며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쫓아낸다.

날이 갈수록 송 영감은 독 짓는 시간보다 자리에 쓰러져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한 가마의 독만 채우면 겨울 양식과 내년의 밑천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나 한 가마를 채우지 못하고 왱손이의 도움으로 독을 말리고 굽기 시작한다.

독을 굽는 불길이 시작되었다. 송 영감은 앉았다 누웠다 하며 불질을 계속했다. 그런데 독이 튀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튀는 독은 자기가 빚은 독뿐이고, 조수가 만들어 놓았던 독은 그대로다. 어둠 속에서 송 영감은 또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회생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을 예감한 송 영감은 급기야 앵두나뭇집 할머니를 불러 아들 당손이를 다른 집에 양자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당손이를 떠나 보내기 위해서 죽은 체를 하고 있던 송 영감은, 아들을 보내고 나자 그 허전함과 주변에 지어 놓은 독이 하나도 없는 '뜸막속 전체만한 공허'가 가슴에 깃들자 독가마를 떠올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발산하려는 듯 독가마 속으로 들어가 흩어진 돌조각 위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는다.

● 인물의 성격

◆ 송 영감 → 아내가 젊은 조수와 도망치고 자식을 거렁질을 시키지 않기 위해 남의 집에 주고서도 자신의 독짓는 일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끝까지 전념하는 정적 인물이다. 어린 아들과 생계를 위해 안간힘을 다해 독을 짓지만 이에 실패하고 죽음을 맞는다.

◆ 앵두나뭇집 할머니 → 생활 능력은 있으나 자식이 없는 집에 가난한 집의 자식을 얻어다주는 인정 많은 할머니로 방물장수이다. 당손이를 어느 집에 소개하는 일이나 당손이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일련의 행위는 그야말로 인정이 앞선 행위이다.

◆ 조수 → 송 영감 밑에서 독 짓는 것을 거들다가 송 영감의 아내와 눈이 맞아 도망간다. 몸도 좋고 독 짓는 실력도 좋은 인물로, 전통적인 가치와 대응하는 젊은 세대를 상징한다.

◆ 아내 → 늙은 남편이 병들어 눕자 거렁질을 하게 될까 걱정을 하여, 남편과 아들을 버려주고 젊은 조수와 달아난 여인이다. 동적 인물이나 이 작품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송 영감의 욕설과 중얼거림을 통해 간략히 제시됨.

● 구성 단계

◆ 발단 : 조수와 달아난 아내

◆ 전개 : 쇠약해진 송 영감이 자꾸 쓰러짐. 앵두나뭇집 할머니가 당손이를 남의 집에 주자고 함.

◆ 위기 : 송 영감이 병석에 눕자, 당손이에 대한 할머니의 채근이 잦아짐.

◆ 절정 : 독을 굽다가 쓰러지는 송영감

◆ 결말 : 당손이를 남의 집에 주고, 가마 속에 무릎을 꿇고 앉는 송 영감.

● 이해와 감상

주인공 송 영감의 독 짓는 행위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우선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며, 아내와 더불어 떠나 버린 젊은 조수에 대한 대결방식임과 동시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실현시켜 주는 자기 실현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계속 독 한 짐만 짓게 되면 당손이와 이 겨울을 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걸며, 조수가 지어 놓은 독보다 더 견고한 독을 짓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 독을 굽는 가마 속에 들어가 무릎을 꿇고는 새로운 의욕의 출발을 기도하는 것이다.

 <독 짓는 늙은이>는 외래문명의 무절제한 유입으로 말미암아 전통적인 가치 체계가 무너져 내리는 현실에 대항하려는 한 노인의 집념과 좌절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격변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송 영감의 당손이에 대한 애정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거의 맹목적인 사랑이며, 당손이게 자기 곁에서는 결국 굶어죽고 말 것임을 알고는 남의 집에 보내고 마는 데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된다. 이러한 내용은 황순원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서, 그의 소설에서 생명 중시 사상이나 휴머니즘적인 사상이 추구되고 있는 점과 연관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결말이 주는 감동 → 인간적인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송 영감의 최후는, 그것이 독 짓기에 평생을 바쳐 온 장인으로서의 예술가적 혼을 이루려는 필사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비장미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내용이 송 영감의 죽음에 대한 열린 구조라는 작품의 형식적 측면과 맞물려 비극성을 심화시킨다.

이 작품은 아내와 독 짓는 일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송 영감과 조수의 대결을 통해 참담하게 패배한 송 영감의 열등감이 나타난다.  송 영감은 아내를 젊은 조수에게 빼앗김으로써 성적인 열등감에 빠져 버렸고, 독 짓는 일에 있어서도 조수의 독은 그대로 있는데 자신이 지은 독이 가마에서 터짐으로 인해 패배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패배에 머물지 않고, 치열한 대결정신으로 향함으로써 그 열등감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깨어진 독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 현장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소설은 대화가 거의 생략되어 있고 등장 인물과 사건의 정황을 작가가 직접 제시하고는 있으나 편집자적 해설의 경지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서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시키고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소설은 구성 단계상 결말에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있으며, 비극적 결말로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암시와 여운의 결말이다 토속적인 데서 소재를 가져온 점과 생명에의 구경적 탐구로 일관하고 있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전통을 고수하려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점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순수 소설, 심리 소설, 예술가 소설

배경 : 근대로 접어드는 어느 시골의 독 짓는 집, 가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갈등 : 이 작품의 표면적 갈등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아내와 조수에 대한 송 영감의 배신감과 분노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배신감과 분노는 송 영감이 독 짓기를 실패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고, 송 영감이 장인으로서 가지는 예술에 대한 집념과 현실적 번민의 대립으로 심화된다. 더 나아가 전통적인 가치가 붕괴되는 세태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한 전통적 노인의 삶의 대립으로 확대된다.

표현상 특징

* 토속적, 회고적 성격

* 간결한 문체, 내면심리의 분석적 제시

* 대화에 의한 장면 제시가 거의 없고, 서술자가 직접 인물과 사건의 정황을 해설함.

제재 : 독(전통적 가치)

주제 극한 상황에 처한 독 짓는 늙은이의 좌절과 신념

             투철한 예술 정신의 표현

             현대사회에서 파괴되어 가는 한국의 전통적 인간상 제시

             사라져 가는 것을 일으켜 세우려는 한 노인의 집념과 좌절

             노인의 인간적 열패감과 그것을 넘으려는 집념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작품의 말미에서 송 영감이 독을 굽는 가마에 들어가 무릎을 꿇는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송 영감에게 있어서 독 짓는 행위는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삶의 의미이다. 이 장면에서는 그러한 송 영감의 장인 정신이 암시되어 있다.

2. 이 소설이 '늙은이와 젊은이'의 대립관계를 바탕으로 했다면, 작가가 형상화하려는 세계는 어떤 것인지 말해 보자.

⇒ 젊은이와 늙은이의 대결에서 젊은이가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송 영감은 극심한 패배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대결을 다시 벌여보고 싶은 집념을 가진다. 작가는 송 영감을 통해 바로 그런 원초적 집념의 세계를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늙은이에게도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한 대결의식은 원초적으로 내재한다는 것이다.

3. 조수에 대한 송 영감의 감정의 본질은 무엇일까?

⇒ 아내를 빼앗아 간 것과 독이 깨어지지 않은 것을 연결해 보면, 조수가 자신보다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수에 대한 본질적 감정은 열등감이라고 할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 송 영감의 심리 변화

고통

 

좌절

 

초월

 

 

 

 

 

질병

아내의 가출

조수의 배신

아들을 떠나 보냄.

독 짓기 실패

깨진 독들을 대신해 불붙은 가마 속으로 들어감.

 

 

시대 변화에 부적응

 

개인의 패배

 

장인 정신의 완성

 

◆ 작품 해설

♠ 전통적 가치의 몰락

이 소설은 전통적인 가치 체계에서 멀어지는 세태에 대항하는 한 노인의 집념과 좌절을 보여주고 있다. 송 영감은 평생을 가마 굽는 일을 하며 지낸,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는 장인이었다. 하지만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독을 만드는 수공업적 생산 방식에 의거한 그의 생업은 한계에 이른다. 송 영감은 처음에는 이러한 변화를 철저히 거부했지만, 결국은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송 영감 자신은 그 변화에 합류하길 거부한다. 마지막 부분에 드러나듯이 그는 자신이 소중히 여겨 온 세계와 함께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 장인 정신의 발현

송 영감은 붕괴되어 가는 전통적 사회 질서의 해체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예술적 장인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핵심은 현실의 온갖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제대로 된 독(옹기)를 만들고자 하는 송 영감의 집념이다. 그는 현실 속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과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이를 독을 굽는 불꽃 속에 살라 낸다. 즉 아내와 조수에 대한 증오와 원망, 자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극한의 슬픔, 자학 등의 시련을 예술 작업 속에서 승화시켜 내는 것이다.

♠ 설명적 진술과 서사적 묘사

이 소설은 대화에 의한 장면 제시가 없이 설명적 진술과 서사적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서술자가 직접 인물의 심리와 정황을 설명하여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면밀히 담아 내고 있는데, 이 소설은 서사적 전달 방식에서 가장 전통적 기법이라 할 수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하여 송 영감의 정신적 갈등뿐만 아니라 인물의 행동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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